오늘은 휴일이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영어를 시작했다.
그러다 불현듯 종일 영어에 몰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엔 여건이 안 되니 어쩔 수 없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했지만
주말엔 오롯이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은가?
학창 시절에도 하지 않던 짓을 이제 와 새삼스럽게 하는게 우습기는 하지만
오직 영어 공부 만을 목표로 공부한다면
하루에 몇 시간이나 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빼고 계속 침대에 누워서 영어만 했다.
처음엔 다소 지루했지만 익숙해지다 보니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한 chapter를 30분쯤 하고 잠깐 쉰 다음 계속했다.
결과는 총 8시간 16개 chapter, 약 230여개 문장을 했다.
하루가 24시간임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적은 시간이고
평소 2~3시간 정도 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시간이다.
어쨌든 하루종일 몰입한다고 해도 내가 버틸 수 있는 한계는
대충 이 정도라는 걸 깨달았다.
하루에 14시간, 일 년이면 5,000시간을 하겠다고 엄청난 계획을 세울 수는 있겠지만
감옥의 독방에 갇혀 어차피 공부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거나
1년 뒤에 당장 유학이나 이민을 떠나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제 아무리 의지가 강하다 한들 하루종일 영어에만 몰두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역시 생각과 현실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물론 그냥 편하게 흘려듣기만 한다면 가능하겠지만
(대신에 공부 효과는 장담 못한다)
집중해서 따라 하는 것을 하루 내내 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독종이 아니면 힘들 것 같다.
그냥 리스닝만 주야장천 한다고 귀가 뚫리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해석할 수 없는 말은 아무리 많이 들어도 효과가 없다고 한다.
흘려듣기는 언뜻 공부를 많이 한 듯 착각을 일으키지만
실제 효과는 미지수다.
영어에 대한 노출시간을 늘려 귀가 뚫리면 말은 저절로 된다고들 하는데
어차피 말은 입으로 해야 되는 것이기에
그냥 듣기와 말하기를 동시에 훈련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공부방법도 중요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어차피 목적은 명확하니 내 갈 길로 가야겠다.
온종일 영어만 듣고 말한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견딜 만큼 괴로운 일도 아니기에
직장인이라면 주말이라도 몰아서 몰입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
똑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하루 1시간씩 30일간 하는 것 보다
하루 10시간 3일이 훨씬 낫다고 한다.
초반엔 강한 집중과 몰입이 중요하니
앞으로 휴일엔 영어에만 몰입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