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1970년대 미 닉슨 정부와 대화를 시작으로

사회주의의 검은 장막을 걷고 세계무대에 등장했다.

 

등소평의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 말해주듯 중국은 중국식 사회주의를 내걸고

거대한 내수시장, 풍부한 인력과 자원을 바탕으로 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하였다.

 

당시만 해도 중국이 수십 년 만에 미국과 경쟁할 만큼

발전하리라고 예측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천년이 넘도록 자신들의 리더를 하늘의 아들인 천자(天子)라 칭하며

동양의 패자로 군림했던 나라다.

 

중국은 일시적 혼란기에 기술문명을 앞세운 서양 열강과 일본에 당한

뼈아픈 과거를 거울삼아 양무운동, 변법자강운동 등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하였고 결국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눈부시게 성장하며 과거의 지위를 회복하였다.

 

그렇게 아시아의 패권국가로 만족하였으면 좋았을 것을

중국은 이제 더 큰 꿈을 꾸려 한다.

시진핑이 꿈꾸는 중국몽(中國夢)은 중국 영토의 영원한 회복과

미국을 밀어내고 세계 최강의 패권국가가 되는 것이다.

 

중국 영토의 회복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만과의 통일이다.

대만을 빼고 중국몽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이는 대만을 합병하기전까지 현재의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된다는 걸 의미한다.

 

중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미국을 제압하는 수준까지 간다면

전쟁 없이 갈 수도 있겠지만

현재 중국의 발전 속도는 점점 늦춰지고 있고

반면에 미국의 견제 강도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지정학이나 전쟁사에 자주 인용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 이란 말이 있다.

신흥 강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는 것이다.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라 기록된 스파르타와 아테네 간 전쟁 원인을 전통의 강국 스파르타의 신흥 강국 아테네에 대한 두려움이라

했다.   

 

다른 관점도 있다. ‘정점을 지난 강대국의 함정이다.

이미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에 접어들기 시작한 신흥 강대국이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정면 승부를 벌인다는 것이다.

1914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 1941년 태평양전쟁을 시작한 일본이

모두 이런 정점을 지난 강대국의 함정에 빠진 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를 보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도발하기보단

중국이 정점을 지난 강대국의 함정에 빠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조바심에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무슨 이론보다 중요한 건 미󰋯중간의 갈등이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그 과정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고.

 

이미 우리는 19세기 말부터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라는

세계열강의 치열한 각축장에서 약소국가의 설움을 톡톡히 경험했다.

우리의 주권은 무시되었고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자유가 없었다.

 

이제 우리는 세계를 놀라게 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경제 대국이 되었건만

여전히 우리의 현실은 과거의 그때다.

 

전쟁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전쟁은 지정학적 여건이 무르익으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정치적 행위다.

 

전쟁이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가

전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고

전쟁을 해도 괜찮다는 국민의 지지와 주변 여건을 만나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푸틴과 시진핑처럼 전제권력을 가진 리더의 결단은

수억의 국민보다 강력하고 위험하다.

 

긴 평화의 시간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그러나 오랫동안의 평화는 그 시간만큼

전쟁의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전쟁은 압도할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공멸할 수 있을 정도의 무력과

전쟁을 피하고자 하는 현명한 의지를 가진 리더와

자신의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 국민이 있어야 피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현재 중국은 전쟁을 피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해 보인다.

오히려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라도 전쟁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공산당 일당독재에 기반을 둔 강력한 권한을 가진 리더,

미국과 어깨를 견줄만한 군사력과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력,

대중의 위험한 자국제일주의나 국수주의,

독재자를 통제할 수 있는 민주적 절차와 방법이 없는 나라.

불길한 현재 중국의 모습이다.

 

더욱 불안한 것은 언제라도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중국이

지금 아니면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조바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과거의 독일과 일본의 전철을 밟고 도발을 감행한다면

그 시작은 당연히 대만에 대한 공격이고 성동격서(聲東擊西) 격으로

한반도에 국지전을 먼저 일으킬 것이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미국은 멀리 떨어져 있는 본진에 앞서

주일, 주한미군을 동원하여 시간을 벌려 할 것이다.

 

중국도 이를 모를 리 없기에 대만을 공격하기 전

북한으로 하여금 국지전을 일으켜 주한미군을 볼모로 붙잡아 두면서

대만 침공의 명분을 삼을 것이라는 게 흔한 시나리오다.

 

우리는 미국이, 주한미국이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주리라 믿고 살았다.

󰋯소간 냉전시대에 미국의 핵을 포함한 군사력이

북한의 전쟁 도발 의지를 잠재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그리고 당시 미국의 경쟁상대였던 소련은 중국과 대만처럼

우리나라 근처에서 문제를 일으킬만한 요인도 없었다.

 

그런데 환경이 바뀌었다. 지금 소련의 지위를 이어받은

중국의 입장은 우리에게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고

핵을 보유한 북한은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핵을 보유한 북한은 체제 붕괴의 파국을 야기할 수 있는

전면전 대신 국지전을 염두에 둘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로 한국에 미군의 발을 묶어 놓으면 되는 것이고

북한은 전면전이 아니라면 한 번 해볼 만한 도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한국과 북한의 군사력은 경제력의 차이 만큼이지만

단기전이나 국지전이라면 다른 문제다.

북한은 전면전으로 인한 체제 붕괴의 위험을 떠안지 않으면서

중국과 함께 다양한 선택을 생각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전격적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한동안 잠잠했던 중동에서 느닷없이 이스라엘 하마스 간 전쟁이 일어났다.

 

미국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2년 가까운 전쟁으로

100조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기에 국민에게 눈치가 보이는 바이든 행정부다.

탈레반에게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을 내주면서까지 중동에서 빠져나왔고

이제 중국과의 패권전쟁에 몰두하고자 했던 게 미국의 속내가 아니었던가?

 

모든 화력을 중국에 집중하려 했던 미국으로선

중동전으로 다시 시선이 분산되는 게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설사 이 모든 전쟁이 강대국의 전략적 음모라는 걸 배제할 수 없다 할지라도

미국의 시선이 우리에게서 멀어질수록 우리는 불안하다.

 

세계 패권국가의 지위를 위협하는 어떠한 세력이라도 용납할 수 없는 미국

유라시아제국을 꿈꾸며 우크라이나로 진군한 푸틴의 러시아

미국과 겨루며 호시탐탐 대만을 노리는 중국

중국과 러시아를 막는 미국의 전진기지를 명분으로 군사력을 확대하고 있는 일본

홍콩의 현실을 보며 중국을 거부하지만 자력으로 중국과 겨룰 수 없는 대만

 

그런데 우리의 대단한 정부는 국가의 보존과 국민의 안위를 위해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중국 봉쇄 정책에 적극 참여하고

국민의 정서나 역사의식을 무시하고 미국이 원하는 대로

일본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대책의 전부일까?

평시에 물에 빠진 제 나라 병사 한 명의 생명도 못 지키면서

이 복잡한 지정학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을까?

 

기우라면 좋겠지만 만에 하나 걱정하던 상황이 일어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가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희생을 했는가?

우리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이다.

 

이제는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휘말려 찍소리도 못 내고

격랑에 휩쓸리는 대한민국이 되어서는 안된다.

두 번은 아니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모두 두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중국인들처럼 민족주의에 빠져도 안되겠지만

지나친 낙관주의나 방관, 무관심은 더욱 위험한 일이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 수밖에 없는

우리의 지정학적 환경은 어쩔 수 없다 할지라도

최소한 우리의 운명과 목숨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주적인 국가의 국민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운명은 오롯이 우리가 정해야 한다.

힘이 센 이웃이 우리를 맘대로 다루게 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남의 전쟁이 우리의 희생이 되는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막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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