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기타
김종구 지음 / 필라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취미가 무엇인가요?

 

살면서 누구라도 가끔씩 그러나 꾸준히 받는 흔한 질문 중 하나면서 딱히 대답할 것도 마땅치 않은 사람에겐 반갑지 않은 질문이기도 하다.

 

이 질문에 드디어 딱 부러지도록 자신 있게 답을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

 

저 취미로 기타 칩니다. 잘하지는 못합니다만.”

 

독서, 영화감상, 음악감상, 운동 등등으로 때웠던 취미 란에 드디어 자신 있게 기타를 쓴다.

열심히 배워야 할 학창시절엔 별 관심 없었던 기타가 어느 날 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샀다. 그게 한 7년 전이다. 그러나 몇 번 치다가 다시 기타집에 넣어놓고 잊어버리다가 재작년에 다시 꺼내 들었다.

 

기타를 본격적으로 연습하게 된 계기는 기타를 거실 한쪽 구석에 세워놓으면서다.

눈에 늘 보이니 치게 되고 치다 보니 습관이 되기 시작한 순간이다.

 

찢어질 듯 아픈 손가락을 호호 불며 침침한 눈과 남들보다 작아 실망스런 손가락으로 한 음 한 음 친 게 어언 2년이다. 물론 연수는 의미 없다. 연습량이 중요하겠다.

 

그러나 기타를 너무 만만히 보았다. 간단히 코드 몇 개 알고 반주 좀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는 오랜 시간 동안 연습해야 하는 고급악기고 기타는 그냥 대충 치는 대중악기인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내게 기타는 그야말로 피아노와 다를 바 없는 넘사벽이었다.

 

간단한 코드 몇 개 가지고 쉬운 동요 한 곡 반주했을 때의 기쁨을 무시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냥 그거뿐이었다. 내가 원하던 게 아니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한 건 TV에 나오는 전문연주자의 솜씨였다.

 

욕심은 저 하늘까지 치솟는데 현실은 차가운 땅바닥을 대딛고 있을 때 그 조급함과 조바심을 메꿀 수많은 시간의 피땀 어린 의미를 몸으로 깨닫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날마다 치고자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고, 한 시간이라도 치고자 했지만 마음 뿐 게으른 몸은 따라가지 못했다. 알고 있지만 아는 게 아닌 것. 실력은 연습량에 비례한다는 것. 결과는 딱 투자한 수준만큼이라는 것이다.

 

기타 치는데 노래가 빠지면 섭섭하지.

돼지 멱따는 소리로 음정, 박자 제멋대로지만 옆집 눈치 보며 완곡했을 때의 짜릿함이란 안 쳐본 사람은 모를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던가? 그건 아닐 것이다. 늦은 건 늦은 것이다.

그러나 아예 하지 않은 것보다는 늦었더라도,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는 게 백번 낫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더 나이가 들어서 백발의 기타맨이란 얼마나 멋있는가?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그 땐 나의 취미는 특기가 되어 있을 것을 의심하지 않으면서 오늘도 시끄럽다는 와이프의 잔소리를 화음삼아 기타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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