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는 여자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
엘프리데 옐리네크 지음, 이병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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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물은 썩는다'

 

그 말 그대로를 옮겨다 놓은 듯한 책.

 

그와 동시에 내가 어떤 요소들을 싫어하는지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 준 책.

 

기묘하게도 본 작품을 원작으로 하여 탄생한 영화가 궁금해지는 효과가 일어났음.

 

어쨌거나 저쨌거나.

감정이나 정서가 동반되지 않은 일련의 욕망과 그것의 분출 혹은 억압으로 인해 비뚤어지는 인간형 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적응하기 힘들다는 게 결론이자 감상.

(별로 적응하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감상자의 입장에서 흥미로운 표현이나 문장은 여럿 눈에 띄지만

역시나 감상자의 입장에서 적응하기 힘든 소재 또는 주제 혹은 인물이었던 탓에

이렇다 할 감상이나 생각 자체가 들지 않는다.

 

그저 드는 생각이라고는

'고인 물은 썩는다' 이 한 마디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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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고백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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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할 바 없이 빼어난 문장- 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을 좀 안다 하는 미식가들만이 찾을 법한 독특한 향취의 문장임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듯

   그 독특함 때문에라도 여러 차례 곱씹어보고

   나중에는 그 속내까지 알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런 마력이 있는 문장이다.

 

2. 다만 의문인 것은

   고백문학이라 일컬어지는 이 저서에서 과연 지은이가 솔직했느냐 하는 것

   여러 페이지에 걸쳐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스스로가 수치스러워서 수치심마저 가장했을 정도' 의 사람이

   과연 이 책의 어디까지가 솔직한 본인의 모습이라 할 수 있는 건지 의문스러웠다.

 

3.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작가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에 대해 이야기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작가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체로 시작해서 점차 옷을 입어가는 것" 과 흡사하다고.

   그러니 고백으로 시작했다 한들 그 정도가 같으리라 확신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

 

4. 이런 류의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탓은

   과하다 싶을 만치 휘황찬란한 표현으로 꾸며진 이 책이 고백처럼 느껴지기보다는

   고백하기 위한 고백.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특징을 어떻게든 예술가적인 특징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5. 물론 그런 '꾸며내고 싶은 충동' 을 가감없이 드러냈다는 것 자체로도

   꽤나 적나라한 고백의 책이 되긴 하겠지만.

 

6. 결론 - 여러 차례 씹어보고 파악해보고 싶은 문장들.

   그러나 과연 진솔한 고백일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드는 부분이 있음.

   본인의 성장과정을 고백한 소설 이라기보다는

   고백문학 이라는 매개를 이용하여 픽션을 마치 논픽션처럼 꾸민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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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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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심상 스케치. 혹은 풍광 스케치.

 

내가 좋아하는 일본 소설의 성향을 그대로 담고 있으나

 

정갈하다 못 해 밍숭맹숭하기까지 한 경향이 있어

 

맵고 짜고 얼큰한 입맛의 분들에게는 그다지 권해주고 싶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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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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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스스로 매긴 평점에 대한 변명이 필요할 듯 싶다.

   분명 이 소설은 그럭저럭 내가 상상이 가능할 법한

   '한 남자가 겪고 있는 상실의 감정' 에 주축을 두고 있으면서도

   당시 미국의 사회와 작가 스스로가 느꼈을 법한 소수집단에 대한 시각

   그리고 뻔뻔하고 몰상식적인 사람이 되지 않고자

   '~하지 않은 척' 하느라 애쓰는 사람들을 보는 주인공의 시각이

   솜씨좋게 버무러져 있어 나로서는 꽤 따라가기 힘든 책이었다.

   정서적 측면에서라기보다는 다른 이유에서.

 

2. 그렇다면 무엇이 따라가기 힘들었을까.

   소설에 나온 대로라면 내가 여자인 까닭에

   개인적인 측면에서만 해석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라고 말해도 좋을 법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유의 일부일 뿐. 이유 그 자체가 되진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따라가기 힘들었을까.

 

3. 난 아직도 '~한 척' 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지적인 체 하는 사람들에 반발하느라

   '직선적인 척' '태고적부터 타고나온 것들에 충실한 척' 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으며

   그런 까닭에 수시로 숭고한 어떤 가치, 영원불멸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어떤 것들에

   수시로 매료되기도 하는 듯 하다. 인정한다.

   그렇기에 '싱글맨' 에서 드러나는 일련의 탁구게임 같은 현상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는 듯도 하다.

 

4. 한 편에 '상실과 떠나버린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 이 있다면

   또다른 한편에는 '그래도 난 살아남았다' 는 자신이 있었다.

   과거를 추억하며 사랑했던 사람의 대용품은 어디에도 없다 말하는 이면에는

   그래도 자신은 현재를 살아야 하고, 살기 위해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 말하는 문장이 있었다.

   한 쪽에서 '아' 하고 말하면 또다른 한 쪽에서 '우' 하고 말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자 누구나 타고나는 이중성이라 쳐도

   난 여전히 그것을 인정하질 못 하고 있다.

   '싱글맨' 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재확인하게 된 것 같다.

 

5.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단일화된 모습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나는 정말 꿈에 불과한 것인지

   그렇지 못 할 거라면 비워내고 비워내어

   아무 것도 없이 투명한 모습으로 남아있을 수는 없는 건지

   문득 그런 생각에 매어 지냈던 어떤 날들이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투명함. 유리. 흰 색과 맑음.

   담담하다 못 해 밋밋하기까지 한 정서들에 쉽사리 매료되곤 하는 것은.

 

6. 아무튼 내가 따라가기 힘든 정서와 문학적 테크닉과 조울(...)을 담고 있는 책이지만

   그 자체로도 두고두고 볼 만한 가치는 있다 여겨진다.

   물론 말 그대로 '읽고 싶어' 손이 가는 건 아니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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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등 - 개정판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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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읽는 데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전의 책인 '깊은 슬픔' 을 읽고 난 후 약 두 달여가 지난 참이니

   일독하고 재독하기까지도 그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보면 될 듯 하다.

   무엇이 그리도 이 책에 손이 가는 것을 방해했는가 따져 물으면

   여러가지로 정신 산만할 수 밖에 없는 환경도 그러했고

   좀처럼 여유가 없는 뇌공간도 그러했을테지만

   무엇보다 오로지 '사랑' 으로 시작해서 '사랑' 으로 끝나는 이 얘기를

   좀체 받아들이지 못 했던 탓이라 생각한다.

   정정. 사랑이 받아들이기 힘들다기보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사랑의 모양새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가 보다.

 

2. 일독 후의 느낌은 '깊은 슬픔' 을 읽었을 때와 상당부분 비슷했다.

   첫 번째 감상이 '아. 이 미친 사랑을 보았나' 였다면

   연이어 들었던 생각은

   왜 드라마에서 흔히 볼 법한 이야기를 소설을 통해서까지 보아야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면 소설에서 네가 보고 싶은 건 대체 무어란 말이냐' 라는 의문이 들어

   생각하기를 포기하긴 했지만서도.

 

3. 아픈 시대를 통과하느라 핏빛 사랑 이야기 라기보단

   꼬이고 꼬인 불운한 사랑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물론 내가 겪어내지 못 한 시대를 얘기하는 탓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의문은

   과연 이 인물들이 소설 외등 속의 시대가 아닌 다른 시대 속에서 살았다면

   다른 형태의 사랑이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글쎄. 나의 생각으로는 그닥 다르지 않았을 듯 싶다.

   바이올렛에서 오산이에게 느꼈던 '제발 그녀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하는 바람.

   오산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충분히 행복했으리란 다소 망상일지도 모르는 상상이

   이상하리만치 '외등' 의 인물들에게는 들지 않았다.

   반공법으로 사람을 잡아가고 고문이 횡행하던 시대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사랑은 꼭 그 모양일 것만 같아서

   시종일관 그려지고 있는 시대상이

   대관절 그들의 사랑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좀처럼 알 수 없었다.

   나로서는 말이다.

 

4. '은교' 를 읽었을 때처럼 여즉도 청년작가라 불리는 박범신의 위력은 체감하진 못 했지만

   그 시절을 통과하면서 그가 어떤 모습들을

   어떤 사랑들을 지켜봐왔는지는 알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자꾸 이 소설이 드라마화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5. 그 시절의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그려보고 싶어하지만서도

   간접적인 경험조차 없는 사람에게까지 울림을 전달하기란 영 쉽지 않은 모양이다.

 

6. 아울러 '폭풍의 언덕' - '깊은 슬픔' - '외등' 으로 '미친 사랑' 의 3연타를 맞고 나니

   ...좀 행복한 사랑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유치한 연애소설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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