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우를 말해보자면
우울증과 불안증을 강박으로 이겨낸 경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원래 강박이 있었는데 다른 정서적 요인으로 인해 더 강해졌거나.

나의 불안증세는
무언가를 깜빡했거나 놓쳤을 때 극대화된다.
한 마디로 예기치 못한 상황에 약하다.
하여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점점 외출시 들고 다니는 물건이 많아지고
(어깨가 안 좋아지면서 줄긴 했지만 여전히 우산은 필수다)
점점 계획 세우는 경우의 수가 많아졌다
그리고 이런 증상은 자연스레 강박성향으로 연결되곤 한다. 먼 데라도 갈라치면 짐을 5번은 족히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고 키패드가 아닌 열쇠로 여닫는 집에 살 때는 버스정류장까지 갔다가 문이 잠겼는지 확인하러 되돌아간 것도 여러번이다.

이런 성향에도 불구하고
하필 또 일하게 된 건 서비스업이다보니
(손님의 반응과 거래처의 물품입고는 늘 예상밖이다)
깎이고 깎인 끝에 불안증은 다소 누그러진듯 하지만
사람의 기질이란 게 쉬이 변하는 게 아니다보니
대신 강박의 수치가 높아진 듯한 요즘이다

나의 불안의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싶어 봤지만
이유를 알기에는 전문용어의 벽이 있어 좀 무리인 듯 하고(꽤 쉽게 읽히는 책임에도 전문용어를 쓸 수밖에 없었던 듯)
이런 사람이 나뿐이 아니구나 또는
나보다 더 심한 사람도 있구나
이런 약들이 있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을 듯

무엇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데서
오는 위안이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깨비 2017-07-24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전 강박 심해요. 그나마 독서에서 위안을 얻는데 정신없이 책을 읽고 있다가도 문득 최근에 스트레스 받고 있는 일이 떠올라 버리면 (영화관에서 영화보다가도 가끔 그럽니다.) 막 갑자기 또 우울해지고요. 요즘은 심리서적을 읽는게 마음의 안정을 많이 가져다 주더라고요. 그래서 읽는 책들 속에 꼭 한권씩 끼워서 읽습니다. 나뿐만이 아니야 위로도 받고. 고칠 수 있으면 최고지만 또 고쳐지지 않더라도 왜 그런지 원인이라도 이해를 하고 나면 아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쪽으로 정신적인 에너지를 소모하는 방향을 바꿔주는 그냥 그런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cheshire 2017-07-24 09:35   좋아요 1 | URL
사실 용어가 어렵고 두께도 만만치않고 해서 이런 류의 책은 거의 읽지 않았더랬습니다. 흥미있게 읽다가도 어느 순간 눈을 감고 있는 스스로를 자주 목격하다보니 아직은 때가(?) 아닌가보다 하고 넘기곤 했죠. 최근 들어서야 저의 상태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 듯 싶어 이런저런 책을 잔뜩 사두긴 했지만 언제나 읽을지는 모르겠어요^^;;; 이러다 책 읽는 것마저 강박처럼 작용할까봐 주의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어차피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된다면 스스로 환기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갈래로 확보해놔야 할 것 같아요. 책을 읽는 것이 환기로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그 전에 강박이 되지나 말아야겠지만;;;

요즘 이곳 저곳이 폭우 아니면 폭염으로 어려운 듯 합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