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우를 말해보자면
우울증과 불안증을 강박으로 이겨낸 경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원래 강박이 있었는데 다른 정서적 요인으로 인해 더 강해졌거나.
나의 불안증세는
무언가를 깜빡했거나 놓쳤을 때 극대화된다.
한 마디로 예기치 못한 상황에 약하다.
하여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점점 외출시 들고 다니는 물건이 많아지고
(어깨가 안 좋아지면서 줄긴 했지만 여전히 우산은 필수다)
점점 계획 세우는 경우의 수가 많아졌다
그리고 이런 증상은 자연스레 강박성향으로 연결되곤 한다. 먼 데라도 갈라치면 짐을 5번은 족히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고 키패드가 아닌 열쇠로 여닫는 집에 살 때는 버스정류장까지 갔다가 문이 잠겼는지 확인하러 되돌아간 것도 여러번이다.
이런 성향에도 불구하고
하필 또 일하게 된 건 서비스업이다보니
(손님의 반응과 거래처의 물품입고는 늘 예상밖이다)
깎이고 깎인 끝에 불안증은 다소 누그러진듯 하지만
사람의 기질이란 게 쉬이 변하는 게 아니다보니
대신 강박의 수치가 높아진 듯한 요즘이다
나의 불안의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싶어 봤지만
이유를 알기에는 전문용어의 벽이 있어 좀 무리인 듯 하고(꽤 쉽게 읽히는 책임에도 전문용어를 쓸 수밖에 없었던 듯)
이런 사람이 나뿐이 아니구나 또는
나보다 더 심한 사람도 있구나
이런 약들이 있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을 듯
무엇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데서
오는 위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