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먼저 스스로 매긴 평점에 대한 변명이 필요할 듯 싶다.

   분명 이 소설은 그럭저럭 내가 상상이 가능할 법한

   '한 남자가 겪고 있는 상실의 감정' 에 주축을 두고 있으면서도

   당시 미국의 사회와 작가 스스로가 느꼈을 법한 소수집단에 대한 시각

   그리고 뻔뻔하고 몰상식적인 사람이 되지 않고자

   '~하지 않은 척' 하느라 애쓰는 사람들을 보는 주인공의 시각이

   솜씨좋게 버무러져 있어 나로서는 꽤 따라가기 힘든 책이었다.

   정서적 측면에서라기보다는 다른 이유에서.

 

2. 그렇다면 무엇이 따라가기 힘들었을까.

   소설에 나온 대로라면 내가 여자인 까닭에

   개인적인 측면에서만 해석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라고 말해도 좋을 법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유의 일부일 뿐. 이유 그 자체가 되진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따라가기 힘들었을까.

 

3. 난 아직도 '~한 척' 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지적인 체 하는 사람들에 반발하느라

   '직선적인 척' '태고적부터 타고나온 것들에 충실한 척' 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으며

   그런 까닭에 수시로 숭고한 어떤 가치, 영원불멸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어떤 것들에

   수시로 매료되기도 하는 듯 하다. 인정한다.

   그렇기에 '싱글맨' 에서 드러나는 일련의 탁구게임 같은 현상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는 듯도 하다.

 

4. 한 편에 '상실과 떠나버린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 이 있다면

   또다른 한편에는 '그래도 난 살아남았다' 는 자신이 있었다.

   과거를 추억하며 사랑했던 사람의 대용품은 어디에도 없다 말하는 이면에는

   그래도 자신은 현재를 살아야 하고, 살기 위해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 말하는 문장이 있었다.

   한 쪽에서 '아' 하고 말하면 또다른 한 쪽에서 '우' 하고 말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자 누구나 타고나는 이중성이라 쳐도

   난 여전히 그것을 인정하질 못 하고 있다.

   '싱글맨' 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재확인하게 된 것 같다.

 

5.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단일화된 모습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나는 정말 꿈에 불과한 것인지

   그렇지 못 할 거라면 비워내고 비워내어

   아무 것도 없이 투명한 모습으로 남아있을 수는 없는 건지

   문득 그런 생각에 매어 지냈던 어떤 날들이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투명함. 유리. 흰 색과 맑음.

   담담하다 못 해 밋밋하기까지 한 정서들에 쉽사리 매료되곤 하는 것은.

 

6. 아무튼 내가 따라가기 힘든 정서와 문학적 테크닉과 조울(...)을 담고 있는 책이지만

   그 자체로도 두고두고 볼 만한 가치는 있다 여겨진다.

   물론 말 그대로 '읽고 싶어' 손이 가는 건 아니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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