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등 - 개정판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1. 읽는 데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전의 책인 '깊은 슬픔' 을 읽고 난 후 약 두 달여가 지난 참이니

   일독하고 재독하기까지도 그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보면 될 듯 하다.

   무엇이 그리도 이 책에 손이 가는 것을 방해했는가 따져 물으면

   여러가지로 정신 산만할 수 밖에 없는 환경도 그러했고

   좀처럼 여유가 없는 뇌공간도 그러했을테지만

   무엇보다 오로지 '사랑' 으로 시작해서 '사랑' 으로 끝나는 이 얘기를

   좀체 받아들이지 못 했던 탓이라 생각한다.

   정정. 사랑이 받아들이기 힘들다기보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사랑의 모양새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가 보다.

 

2. 일독 후의 느낌은 '깊은 슬픔' 을 읽었을 때와 상당부분 비슷했다.

   첫 번째 감상이 '아. 이 미친 사랑을 보았나' 였다면

   연이어 들었던 생각은

   왜 드라마에서 흔히 볼 법한 이야기를 소설을 통해서까지 보아야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면 소설에서 네가 보고 싶은 건 대체 무어란 말이냐' 라는 의문이 들어

   생각하기를 포기하긴 했지만서도.

 

3. 아픈 시대를 통과하느라 핏빛 사랑 이야기 라기보단

   꼬이고 꼬인 불운한 사랑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물론 내가 겪어내지 못 한 시대를 얘기하는 탓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의문은

   과연 이 인물들이 소설 외등 속의 시대가 아닌 다른 시대 속에서 살았다면

   다른 형태의 사랑이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글쎄. 나의 생각으로는 그닥 다르지 않았을 듯 싶다.

   바이올렛에서 오산이에게 느꼈던 '제발 그녀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하는 바람.

   오산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충분히 행복했으리란 다소 망상일지도 모르는 상상이

   이상하리만치 '외등' 의 인물들에게는 들지 않았다.

   반공법으로 사람을 잡아가고 고문이 횡행하던 시대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사랑은 꼭 그 모양일 것만 같아서

   시종일관 그려지고 있는 시대상이

   대관절 그들의 사랑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좀처럼 알 수 없었다.

   나로서는 말이다.

 

4. '은교' 를 읽었을 때처럼 여즉도 청년작가라 불리는 박범신의 위력은 체감하진 못 했지만

   그 시절을 통과하면서 그가 어떤 모습들을

   어떤 사랑들을 지켜봐왔는지는 알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자꾸 이 소설이 드라마화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5. 그 시절의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그려보고 싶어하지만서도

   간접적인 경험조차 없는 사람에게까지 울림을 전달하기란 영 쉽지 않은 모양이다.

 

6. 아울러 '폭풍의 언덕' - '깊은 슬픔' - '외등' 으로 '미친 사랑' 의 3연타를 맞고 나니

   ...좀 행복한 사랑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유치한 연애소설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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