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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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당신을(혹은 당신들을) 원망하는 것 만큼이나

당신 역시 나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러나 여러 상상 중 최악이자 가능성 높은 상상은

당신은 내가 당신을 원망하는 줄 모른다는 것.

아마 같은 상상을 당신 역시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가까울 수 있었는데 멀어진 사람으로

자신이 원망하는 것조차 모를 거라며 그 이유로 다시 한 번 상대를 원망하고

해결하려 하지 않고 덮어버린 많은 순간들 때문에

이제 와서 그 원망을 말하기도 힘들어진 관계.

때문에 대치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내가 보는 우리의, 우리들의 관계다.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당신이 내 세계에서 사라지게 된다면 난 후회할 거라고.

그럼에도 당신이 내게 선사한 기억들만 떠올리면 

이가 갈려서 더이상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난 아직도 과거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기분을 종종 느끼며

이런 내가 미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과연 당신은 아는지. 

당신의 기대만큼 다정하지 못 한 나 때문에 

당신 역시 그 반의 반만큼이라도 괴로웠으면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난 아직 용서하지 못 했고 용서할 생각도 없다.

이제 당신은 노년이고 이 책에 나온 소멸의 과정이

곧 당신에게도 일어날텐데

대체 뭐가 문제라 아직도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도 이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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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 1 : 재능있는 리플리 리플리 1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그책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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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러니까 이 리플리라는 캐릭터가 무서운 것은

본인도 자각하지 못 하는 사이 

모든 것(심지어 스스로가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에 대해서까지)에 대한 대처가 

면밀하게 세워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


그런데 그 관점에서 보다 보면

과연 그가 말하고 행하고 생각하는 것 중 

진짜 그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싶은 것.

다른 사람이 되기로 작정하고

실제 그것을 실행하고 

심지어 다른 이들까지 그렇게 믿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란 대체 어떤 사람일까.


1독했을 때와 달리 유난히 마음에 걸렸던 것은

그는 스스로를 버리는 것에 대해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는 것.

그가 자신이 한 일들을 후회하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은 

그저 서두르지 않았다면 '디키' 와의 관계가 

좀 더 우호적으로 길게 유지될 수 있었음을 자각하는 순간 뿐이었다.

그런데 길게 유지되었다면? 그 끝은??


이것이 실제 가능한가 아닌가 는 제쳐두고 

그냥 사람이 자기 자신을 망설임없이 버리고 부정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껍질을 덮어쓰기 위해

저 정도까지 체계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게 꽤나 소름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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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페이지부터 당혹스러웠던 것은 교장이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고 자신의 직업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묘사. 콜럼바인 이라는 책에서 사랑이 넘치는 교장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 부분에 인상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에 당혹스러웠다기보다는 희생자, 부상자, 생존자들이 어떤 삶을 살았으며 어떤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봤는지에 대해 강박적일 정도로 묘사하는 것에 당혹스러웠다.

주가 아닌 사람들을 돌아보자.
그 사건이 앗아간 건 이런 사람들과 이런 시간들.
그럼에도 삶은 이어지고 등등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당사자가 아닌 누군가가 장황하게 묘사한 감정들을 읽다 보니 자꾸 사건을 비극적인 소설로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불편했다.

그리고 결국 여기서도 에릭과 딜런의 이야기는 없었다.
왜 가 없다는 게 그들의 왜 이겠지만.
그들과 같은 증상의 다른 사람들이 죄다 총기난사를 하는 건 아닐텐데 그들이 그런 이유는 뭘까.

아마 그건 끝내 모르겠지.
생각해보니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역시 유난히 책의 결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어떤 일들은 끝내 밝힐 수 없는 일들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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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SNS 상에서 일고 있는 탈코르셋 운동과 

꾸밈노동에 관한 이야기, 사례 등을 보면서

그래도 난 꽤 편하게 살아온 거구나 싶었는데(그것도 출근 직전에)

출근하자마자 화장품, 치약 등을 담은 파우치를 놓고 왔다는 걸 깨달았고

안절부절 못 하다가 

결국 근처 잡화점에 가서 틴트와 휴대용 칫솔세트를 사들고 와서는

과연 내가 다른 이들에 비해 꾸밈노동과 관계없다 말할 수 있는가 

를 고뇌 중인 아침입니다...


어차피 쓰고 있던 틴트가 거의 다 떨어졌고

치약이야 놔두면 또 쓴다 한들

집에 가면 있는 물품을 나가서 또 사는 게 과연 정상적인가

(저렇게 생각하는 것 역시 결국 자기합리화는 아닌가)

과연 난 어느 정도로 길들여진 것인가


등등

아침부터 생각이 복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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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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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늙어가는 누군가의 일상의 기록이 아닌

안에서부터 무너져가고 있는 사람이 안간힘을 쓰는 과정으로 본다면

모든 문장과 순간이 달리 보인다.

그리고 그 발버둥은 무척이나 안쓰럽고 처연해서

차라리 포기하는 편이 낫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거리낌없이 죽음을 얘기하는 사람만큼이나

거리낌없이 삶을 얘기하는 사람 역시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부류이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내면의 전쟁을 알지 못 하는 이상

외부에 드러난 단편적인 정보만 가지고 '삶' 과 '죽음' 을 재단하며

그래도 살아야 한다. 라고 어찌 말할 수 있을까.

해서 누군가 내 앞에서 자살을 도모한다면 말리지 않을 거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물론 실제로 일어나지 않아 다행인 일이었다.


한 개인의 고민과 우울과 전쟁에 대해 쉽게 '버팀' 과 '삶' 을 얘기해서는 안 된다

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허나 내 앞에서 누군가 자살을 이야기한다면 혹은 행하려 한다면

과거의 결심처럼 난 말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전에 '왜 굳이 나한테 알리려 드는 걸까. 무엇을 바라는 걸까' 라는 생각에

오히려 분노가 일 수도 있겠지.


사람 누구나 저마다의 지옥이 있고

그 지옥은 모두 각자 알아서 버텨낼 수 밖에 없다 라고 여전히 생각하긴 하지만 

정말 도움이 간절한 누군가가 있다면 어찌 해야 할까

문득 거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 유일한 동반자를 잃어버린 소수자인 주인공의 입장을

예전보다 더 인지하며 읽은 탓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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