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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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당신을(혹은 당신들을) 원망하는 것 만큼이나

당신 역시 나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러나 여러 상상 중 최악이자 가능성 높은 상상은

당신은 내가 당신을 원망하는 줄 모른다는 것.

아마 같은 상상을 당신 역시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가까울 수 있었는데 멀어진 사람으로

자신이 원망하는 것조차 모를 거라며 그 이유로 다시 한 번 상대를 원망하고

해결하려 하지 않고 덮어버린 많은 순간들 때문에

이제 와서 그 원망을 말하기도 힘들어진 관계.

때문에 대치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내가 보는 우리의, 우리들의 관계다.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당신이 내 세계에서 사라지게 된다면 난 후회할 거라고.

그럼에도 당신이 내게 선사한 기억들만 떠올리면 

이가 갈려서 더이상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난 아직도 과거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기분을 종종 느끼며

이런 내가 미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과연 당신은 아는지. 

당신의 기대만큼 다정하지 못 한 나 때문에 

당신 역시 그 반의 반만큼이라도 괴로웠으면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난 아직 용서하지 못 했고 용서할 생각도 없다.

이제 당신은 노년이고 이 책에 나온 소멸의 과정이

곧 당신에게도 일어날텐데

대체 뭐가 문제라 아직도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도 이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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