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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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심상 스케치. 혹은 풍광 스케치.

 

내가 좋아하는 일본 소설의 성향을 그대로 담고 있으나

 

정갈하다 못 해 밍숭맹숭하기까지 한 경향이 있어

 

맵고 짜고 얼큰한 입맛의 분들에게는 그다지 권해주고 싶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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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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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스스로 매긴 평점에 대한 변명이 필요할 듯 싶다.

   분명 이 소설은 그럭저럭 내가 상상이 가능할 법한

   '한 남자가 겪고 있는 상실의 감정' 에 주축을 두고 있으면서도

   당시 미국의 사회와 작가 스스로가 느꼈을 법한 소수집단에 대한 시각

   그리고 뻔뻔하고 몰상식적인 사람이 되지 않고자

   '~하지 않은 척' 하느라 애쓰는 사람들을 보는 주인공의 시각이

   솜씨좋게 버무러져 있어 나로서는 꽤 따라가기 힘든 책이었다.

   정서적 측면에서라기보다는 다른 이유에서.

 

2. 그렇다면 무엇이 따라가기 힘들었을까.

   소설에 나온 대로라면 내가 여자인 까닭에

   개인적인 측면에서만 해석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라고 말해도 좋을 법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유의 일부일 뿐. 이유 그 자체가 되진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따라가기 힘들었을까.

 

3. 난 아직도 '~한 척' 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지적인 체 하는 사람들에 반발하느라

   '직선적인 척' '태고적부터 타고나온 것들에 충실한 척' 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으며

   그런 까닭에 수시로 숭고한 어떤 가치, 영원불멸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어떤 것들에

   수시로 매료되기도 하는 듯 하다. 인정한다.

   그렇기에 '싱글맨' 에서 드러나는 일련의 탁구게임 같은 현상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는 듯도 하다.

 

4. 한 편에 '상실과 떠나버린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 이 있다면

   또다른 한편에는 '그래도 난 살아남았다' 는 자신이 있었다.

   과거를 추억하며 사랑했던 사람의 대용품은 어디에도 없다 말하는 이면에는

   그래도 자신은 현재를 살아야 하고, 살기 위해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 말하는 문장이 있었다.

   한 쪽에서 '아' 하고 말하면 또다른 한 쪽에서 '우' 하고 말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자 누구나 타고나는 이중성이라 쳐도

   난 여전히 그것을 인정하질 못 하고 있다.

   '싱글맨' 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재확인하게 된 것 같다.

 

5.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단일화된 모습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나는 정말 꿈에 불과한 것인지

   그렇지 못 할 거라면 비워내고 비워내어

   아무 것도 없이 투명한 모습으로 남아있을 수는 없는 건지

   문득 그런 생각에 매어 지냈던 어떤 날들이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투명함. 유리. 흰 색과 맑음.

   담담하다 못 해 밋밋하기까지 한 정서들에 쉽사리 매료되곤 하는 것은.

 

6. 아무튼 내가 따라가기 힘든 정서와 문학적 테크닉과 조울(...)을 담고 있는 책이지만

   그 자체로도 두고두고 볼 만한 가치는 있다 여겨진다.

   물론 말 그대로 '읽고 싶어' 손이 가는 건 아니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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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등 - 개정판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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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읽는 데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전의 책인 '깊은 슬픔' 을 읽고 난 후 약 두 달여가 지난 참이니

   일독하고 재독하기까지도 그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보면 될 듯 하다.

   무엇이 그리도 이 책에 손이 가는 것을 방해했는가 따져 물으면

   여러가지로 정신 산만할 수 밖에 없는 환경도 그러했고

   좀처럼 여유가 없는 뇌공간도 그러했을테지만

   무엇보다 오로지 '사랑' 으로 시작해서 '사랑' 으로 끝나는 이 얘기를

   좀체 받아들이지 못 했던 탓이라 생각한다.

   정정. 사랑이 받아들이기 힘들다기보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사랑의 모양새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가 보다.

 

2. 일독 후의 느낌은 '깊은 슬픔' 을 읽었을 때와 상당부분 비슷했다.

   첫 번째 감상이 '아. 이 미친 사랑을 보았나' 였다면

   연이어 들었던 생각은

   왜 드라마에서 흔히 볼 법한 이야기를 소설을 통해서까지 보아야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면 소설에서 네가 보고 싶은 건 대체 무어란 말이냐' 라는 의문이 들어

   생각하기를 포기하긴 했지만서도.

 

3. 아픈 시대를 통과하느라 핏빛 사랑 이야기 라기보단

   꼬이고 꼬인 불운한 사랑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물론 내가 겪어내지 못 한 시대를 얘기하는 탓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의문은

   과연 이 인물들이 소설 외등 속의 시대가 아닌 다른 시대 속에서 살았다면

   다른 형태의 사랑이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글쎄. 나의 생각으로는 그닥 다르지 않았을 듯 싶다.

   바이올렛에서 오산이에게 느꼈던 '제발 그녀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하는 바람.

   오산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충분히 행복했으리란 다소 망상일지도 모르는 상상이

   이상하리만치 '외등' 의 인물들에게는 들지 않았다.

   반공법으로 사람을 잡아가고 고문이 횡행하던 시대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사랑은 꼭 그 모양일 것만 같아서

   시종일관 그려지고 있는 시대상이

   대관절 그들의 사랑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좀처럼 알 수 없었다.

   나로서는 말이다.

 

4. '은교' 를 읽었을 때처럼 여즉도 청년작가라 불리는 박범신의 위력은 체감하진 못 했지만

   그 시절을 통과하면서 그가 어떤 모습들을

   어떤 사랑들을 지켜봐왔는지는 알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자꾸 이 소설이 드라마화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5. 그 시절의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그려보고 싶어하지만서도

   간접적인 경험조차 없는 사람에게까지 울림을 전달하기란 영 쉽지 않은 모양이다.

 

6. 아울러 '폭풍의 언덕' - '깊은 슬픔' - '외등' 으로 '미친 사랑' 의 3연타를 맞고 나니

   ...좀 행복한 사랑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유치한 연애소설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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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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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객관적이고자 애써 보는 감상부터.

- 바이올렛을 장편으로 확장시켜 놓은 듯한 느낌.

- 드라마에서 흔히 볼 법한 관계를 왜, 굳이 책에서까지 보아야만 하는가 하는 의문.

- 그럼에도 싸하게 번져가는 아픔은 어쩔 수 없노라. 하는 생각.

 

2. 서로 때를 맞추지 못 하여 어긋나버리는 사랑은 그리 짧지 않은 인생 전반에 걸친

   TV 시청기간 동안 참 무던히도 봐왔다고 느꼈었더랬다.

   이 책을 일독 하였을 때의 느낌이 그랬고 재독하였을 때의 느낌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어쩌면 그렇기에 일독과 재독 사이

   그리도 기나긴 텀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3. 왜? 굳이? 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했을까.

   이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사랑이란 것을 생각해보게 되다가

   또 그러다가 문득 가족을 생각해보다

   결국 상처로 생각이 가 고이게 되었다.

 

4. 아직도 나도 모르게 뻔히 내 말에 상처받을 줄 알면서, 부러 더욱 날선 말들을 던져

   일그러지는 표정이나 미안해 하는 기색을 구경하게 되는.

   은서에게는 꼭 과거의 세 같던 사람이 나에게도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과 달리 연인이라는 단어 하에 놓인 관계가 아닐 뿐.

   나도 모르게 상처되는 말을 내뱉어 놓고

   순간 스쳐가는 그 불편한 기색을 바라보다 문득 반문해 본다.

   아직도 이렇게 사사로이 복수할 만큼 상처가 컸던가.

   이제 거의 기억도 나지 않는 일인데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가.

   그래서 다정히 대할 수 없는가.

 

5. 좀체 사랑이라는 단어에 쌓아놓은 불신을 허물어 뜨리지 않으려는 마음.

   그 마음의 원인은 어쩌면 아직도 용서가 성립되지 않아서인지.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난 무엇에 그리도 상처를 많이 받았던 건지.

   무얼 그렇게까지 잊지 못 하는 건지.

  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단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들었다.

  사실 근래 들어서 쭉 해오고 있는 생각이긴 했지만.

 

6. 이제껏 읽어왔던 신경숙 작가님의 책들

   (그래봐야 외딴 방. 전화벨이 울리고. 바이올렛. 깊은 슬픔 네 개 뿐이지만)

   에 비해 가장 통속적(이 말이 어울릴까 싶긴 하지만)인 인물과 관계의 설정이라 느껴지지만

   그래서 가장 진부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여러 번 책장을 넘기려다가 넘기질 못 하고 덮어버린 것은.

   다른 작품들이 그러했듯 상처를 내어놓지도 못 하고 꾹꾹 다지고만 있는 사이 곪아버린.

   그래서 그렇게 끝나버린 은서가 너무 아파서였던 것 같다.

 

7. 어쩌면 그래서 '바이올렛' 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소설이라 느꼈던 것 같다.

   끝내 그리 되어버린 은서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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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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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억에 남는 표현 : '평생 지녀야 하는 고독'

 

2. 기억에 남는 부분

   "긴 세월 동안 그녀의 무의식 속에서 가지를 치고 자라는 그 고독은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기 전에 먼저 그로부터 가버려, 가버리란 말야

    하는 외침을 듣게 했다."

 

3. 처음에는 제대로 풀어내지 못 한 그녀의 감정이 못내 안타까웠더랬다.

   그러다 과연 이게 전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사랑의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무얼까.

   어머니가 아버지로부터. 또 그녀가 어머니로부터, 어린 시절의 동무로부터.

   거듭 내쳐지고 또 내쳐질 뿐이었다. 그것만이 사람에게 부과된 운명이라는 듯.

 

4. 사실은 그녀가 화원에 머무르는 그 때로 돌아갔으면 싶었다.

   변하지 않으면 사람도, 사회도 아니라는 게 진실이라 하여도

   그래도 식물들을 돌보며 조금씩 그 빛을 찾아나가던 그 때의 그녀로 돌려놓고 싶었다.

   책을 다 읽은 후의 감정이 그러했다.

   그러나 이미 그녀는 사라져버렸고 사람들은 그녀를 잊어 어쩔 수 없음에 안타까울 뿐이었다.

 

5. 상처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사랑에 의한 상처때문이 아닌

   크게든 작게든 사람에게 거부당한 기억이 너무도 크게 남은 사람들.

   이야기해보면 '야 뭐 그런 걸로 그래' 라고 할 만한 것에

   지나지 않기도 하는 상처를 가진 사람들.

   어떤 사람에게는 내버려둬도 알아서 나아질 작은 생채기가

   왜 어떤 사람에게는 그로 인해 병균이 침임해 목숨까지 위협할 정도가 되고 마는 건지

   왜 사람은 스스로를 둔감하게 만들지 못 하여 아프고 또 아파야만 하는 건지.

 

6.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녀의 이야기.

   그녀 이야기라기보단 끊임없이 내쳐짐을 당해야 하는 어떤 여자들의 이야기.

   여자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거친 쇠 같은 포식자들에게 자신을 내어주고야 마는 바이올렛 같은 존재의 이야기.

   그러다 너무 쉽게 잊혀지고 마는 그저 그런 존재의 이야기.

 

7. 그래서 더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

   강해지면 좋을텐데 그게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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