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인간
이석원 지음 / 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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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일단 이 책에 대한 첫 인상부터.

   산문집 '보통의 존재' 가 소설로 탈바꿈되었구나. 그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생각되지 않았다.

   책은 읽지 못 하면서 서점은 무척 좋아하는. 

   실연으로 인한 애도기간이 지나치게 긴.

   그래서 철저히 혼자이기를 고집하게 된 지금까지. 

   성북동을 좋아하고 빵을 좋아하는. 

   산문집을 통해 단편적으로나마 알게 된(혹은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

   이석원이라는 사람의 특징이

   등장인물인 '용우' 와 '용휘' 의 것으로 탈바꿈되어 곳곳에 뿌려져 있다.

   결과부터 말해보자면-

   덕분에 소설로도, 산문으로도 몰입하기 어려웠다. '실내인간' 이라는 글이.

 

 

2. 두 번째 인상.

   난 '실내인간' 이라는 것이 용휘가 아닌 용우를 가리키는 줄만 알았다.

   몇 차례 읽은 뒤인 지금까지도 왜 '실내인간' 이 용휘가 되어야만 하는지 하는 의문이 남아있다.

   책은 안 읽으면서 서점은 죽어라 가는.

   그러면서 서점에서는 더할나위 없이 괴로워하는. 용휘의 것으로 설정된 그 특징까지는

   어찌저찌 납득할 수 있으나 '실외' 를 싫어하고 '바람' 을 저주하는

   그 밖의 특징은 도무지 설명 불가능이다.

   왜 용휘는 그렇게 되었나?

   자신의 능력이나 명예가 영향을 끼치지 못 하는 곳을 싫어한다-

   마치 부연설명이라도 하듯 붙여진 제롬의 해설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왜 이 인물은 이렇게 설정되었나? 그는 왜 그렇게 되었나?

   이리저리 의문만 던져주고 결국 해결을 봐주지 않는 것에

   얼핏 어딘가에서 읽었던 '하루키스럽다' 는 평이 떠올랐다.

   누군가 '실내인간' 을 가리켜 하루키스럽다 는 말을 했고

   난 그것을 '명료하지 않음' 으로 이해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석원씨의 글은 명로하지 않음 외에는

   내가 좋아할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

   하루키 씨와 달리-

 

 

3. 세 번째 인상.

   사실 아직까지도 '소설' 을 읽었다는 느낌보다는 '소설' 을 가장한 자기고백이라던가

   혹은 자기 얘기를 소설로 풀어냈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과연 이 다음에 그는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전작과 똑같이는 낼 수 없는 다음 작품을 쓸 때.

   그래서 실연이나 애도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인물을 이야기해야만 할 때

   그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 것이며

   그 때 그의 문장과 그가 그려내는 이미지는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 것인가.

   그래. 이 쯤에서 재수없다 싶을 만치 직설적인 평을 해보자면

 

   "운 좋게 소설로 풀어낼 수 있는 요소들을 갖게 된(심지어 기회까지 갖게 된)

   사람의 자전적인 이야기" 처럼만 느껴진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그래서 뮤지션 이석원이 아닌 작가 이석원에 대한 개인감상은 좀 더 뒤로 미뤄야 할 듯 싶다.

 

   산문의 연장선이 아닌 소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부터 쌓아올린 글을 읽어보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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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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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내용 자체보다 그것을 풀어나간 형식이 놀라웠음.

   이는 나란 사람의 성향 탓인지도 모를 테지만 사실 작가적 시점을 내세워

   먼 발치서 서술로 풀어나가는 편이 속 편할지도 모를 법한 설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을 굳이 주인공의 입장에 서서.

   끊어지는 기억 그대로를 답습해가며 표현하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야기 자체보다 그 풀어가는 방식 탓에 꽤 오랜 기간 고민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2. 소설이나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줍잖게나마, 혹은 가뭄에 콩나게 듯이나마

   이야기를 떠올리고 매끄럽게 나아가는 법을 생각하곤 하는데

   어쨌든 요는, 주인공이 정말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들어내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공의 이야기어야 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살인자의 기억법' 은 나의 시덥잖은 가치관에 부합한다 볼 수 있다.

 

3. 여기에 하나 더.

   주인공 외의 다른 이들의 서술이 나오질 않는지라

   과연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허구인지가 헷갈린다.

   아마도 이 점 역시 이 소설의 매력이라 볼 수 있을 듯.

 

4. 언젠가 '살인자의 기억법' 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역시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살인자의 기억법' 이 영화화 된다면

   꽤 여러 갈래로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소설대로 혼자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버린 노인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듯 하고

   그 노인을 둘러싼 새로운 트루먼 쇼가 될 수 있을 듯도 한데 과연 어느 쪽이 나올 것인가.

 

5. 나라면, 새로운 트루먼 쇼를 만들 듯 하다.

   아무래도 난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 외의 사람들이 거짓말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6. 이제껏 본 김영하 소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듯.

   아울러 살인자의 입장에서 서술한다- 는 점에서

   조이스 캐럴 오츠의 '좀비' 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누군가 묻는다면 절대적으로 '살인자의 기억법' 을 읽으라고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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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모든 것 안녕, 내 모든 것
정이현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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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 나오는 문장인 '조용히 닳아가는 것' 과

작가의 말 중 하나인 '소설을 산다' 는 문장이 절묘하게 결합된 듯한 이야기이다.

 

굳이 소설이 아닌 이야기라 표현한 까닭은,

 

아마도 그녀와 비슷한 나이대일 거라 짐작되는 7,80년대 생들.

특히 꿈은 곧 포기하기 마련인 것이고

우정이란 단어의 뒷면에는 결국 돈 빌릴 때나 연락하는 게 친구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며

사랑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존재했던 적도 없던 것이라 믿게 되어버린-

 

한 마디로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믿지 않게 되어버린 

어떤 사람들(나를 포함한)의 이야기인 듯 싶어서이다.

 

문장은 담담하나 그것이 그려내는 상황은 지나치리만치 현실적이다.

그러나 과연 그 현실이 7,80년대 생이 아닌,

설명하자면 서태지가 가수가 아닌 그저 이슈메이커일 뿐인 이들에게도 가 닿을까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의 전달성이 과연 효력이 있는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리고 하나 더.

이야기를 통틀어 꽤 충격적인 사건이 하나 일어나는데.

구태여 그 사건이 일어났어야만 했던 이유가 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아름다운 것들을 믿지 않게 되고

그 믿지 않음이 곧 나이 들어가거나 혹은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구태여 그 사건을 만들어내서

마치 작별의 원인이 사건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물론 내가 이해를 잘못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내가 읽은 그녀의 첫번째 책인 '너는 모른다' 와 마찬가지로

담담하게 채색되는 일상이 인상적이고

그 담담한 색채가 나를 붙잡아 이끌기도 하지만

어? 하며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면이 있다.

 

왜 굳이 이런 게 여기에? 라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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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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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 이승우라는 작가는 '이동진의 빨간책방' 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내가 호감을 갖고 있는 편인 평론가 이동진이 그리도 좋아하는 작가가 이승우라는데

   어찌 호기심이 일지 않을 수 있으랴.

 

2. 생의 이면과 지상의 노래. 일단 빨간 책방에서 거론된 작품을 먼저 접한 결과

   그에 대한 두 번째 인상은(정확히는 그의 작품에 대한 두 번째 인상)

   나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는 공감이었다.

 

3. 나와 닮은 구석이 있다-

   이는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의 그 시선이 담고 있는 감정이,

   그 감정을 표현한 문장들이 나의 내면에 와닿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작가 이승우의 경우 '아버지' 에 대한 시선이,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시선이 나와 닮은 것처럼 느껴졌다.

 

4. 그 외.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시간을 뛰어넘어 겹쳐지는 구조라던가

   사랑과 죄 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자기구원으로까지 뻗어나가는 흐름(굳이 신이 개입되지 않더라도) 역시

   오래 전부터 내가 덮어놓고 선호하던 흐름이자 특징들이었고

   여전히 난 이런 구조와 이런 주제, 이런 소재에 약한 편이다.

 

5.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작가- 라고 표현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을 듯 하나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작가. 그래서 더 보고 싶은 작가-

   라고는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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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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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이라 명명된 어떤 나라의 뒷골목에 접어들어

잘 빠진 신식의 극장가 앞에 너저분한 행상들과

담배 물고 거리에 침을 뱉는 어르신과 젊은이들이 있는 거리를 지나

갖은 약재상과 금은방과 유흥업소와 지구대 팻말이 섞여있는

알 수 없는 시공간을 통과해 나온 기분이다-

 

라고 쓰다 보니 문득 이것이 종로 쪽의 거리를 헤맬 때의 기분과 흡사함을 깨달았다.

 

대형극장 건너편에 화공약품을 파는 곳이 있었고

또 그 맞은 편에는 크고 그럴싸한 은행건물이 있고

거길 벗어나 가다 보면 삐뚤빼뚤한 글씨로 팔 것을 적어놓은 행상들이 있다.

그리고 이것들을 더없이 건조한 시선으로 따라나간다.

 

 

세련됨 이라 지칭할 수도 있겠지만 세련된 것들은 늘 세련되었다는 것에서만 끝난다.

적어도 나에게는.

 

 

아 나도 그랬었지. 예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라는 식의 향수라던가

저런 사람도 있구나 라는 경탄이라던가

그외 쓰고 싶다. 그리고 싶다. 등으로까지 뻗어나가는 강렬한 자극이 없다. 세련된 것들은.

 

 

그래서 '아 역시 김영하구나' 라는 생각은 들긴 하지만

 '이렇게 바라보고 싶진 않아' 라는 게 솔직한 심정.

 

 

'보기엔 좋으나 닮고 싶진 않은-'

굳이 한 문장으로 축약해보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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