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빛의 제국이라 명명된 어떤 나라의 뒷골목에 접어들어

잘 빠진 신식의 극장가 앞에 너저분한 행상들과

담배 물고 거리에 침을 뱉는 어르신과 젊은이들이 있는 거리를 지나

갖은 약재상과 금은방과 유흥업소와 지구대 팻말이 섞여있는

알 수 없는 시공간을 통과해 나온 기분이다-

 

라고 쓰다 보니 문득 이것이 종로 쪽의 거리를 헤맬 때의 기분과 흡사함을 깨달았다.

 

대형극장 건너편에 화공약품을 파는 곳이 있었고

또 그 맞은 편에는 크고 그럴싸한 은행건물이 있고

거길 벗어나 가다 보면 삐뚤빼뚤한 글씨로 팔 것을 적어놓은 행상들이 있다.

그리고 이것들을 더없이 건조한 시선으로 따라나간다.

 

 

세련됨 이라 지칭할 수도 있겠지만 세련된 것들은 늘 세련되었다는 것에서만 끝난다.

적어도 나에게는.

 

 

아 나도 그랬었지. 예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라는 식의 향수라던가

저런 사람도 있구나 라는 경탄이라던가

그외 쓰고 싶다. 그리고 싶다. 등으로까지 뻗어나가는 강렬한 자극이 없다. 세련된 것들은.

 

 

그래서 '아 역시 김영하구나' 라는 생각은 들긴 하지만

 '이렇게 바라보고 싶진 않아' 라는 게 솔직한 심정.

 

 

'보기엔 좋으나 닮고 싶진 않은-'

굳이 한 문장으로 축약해보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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