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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지의 세계 ㅣ 민음의 시 214
황인찬 지음 / 민음사 / 2015년 9월
평점 :
1. 나의 오랜 악습 중 하나는 글을 이미지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소설이건 시이건간에 문장을 통해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는지가 중요하고
그 이미지가 마음에 드는지가 중요하다.
그림 그리던 시절 어떻게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던 습관이 남아있는 탓이라 생각된다.
2. 아마 그 악습의 영향이지 싶다.
비소설과 지식이 넘쳐나는 소설에 약한 까닭은.\
정보와 교양의 틈바구니에서 나의 연상이 끼어들 틈이라곤 없어 보였기에
3. 빨간 책방에서 건축 이라는 시의 낭독을 듣고 바로 구매해버린 시인의 책이다.
전작인 '구관조 씻기기' 와 '희지의 세계' 를 같이 구매했다.
취향으로 따지자면 '희지의 세계' 가 좀 더 마음에 든다.
4. 사실 시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지 모르겠다.
그의 언어에 대해 평하자니 내가 너무 아는 것이 없고
그의 발상에 대해 말하자니 내가 너무 둔감한 사람인지라
무슨 할 말이 있으리요. 그냥 멍하니 있을 뿐.
5.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딘가 섬뜩한 이미지가 있다는 것.
묘사한 풍경을 찬찬히 그려보면 그냥 정적인 방의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한쪽 구석의 그림자 속에서 누군가 기어나올 것만 같은 기이함이 숨어있다.
6. 너무 익숙해서 낯선 것을 가리키는 용어가 있었다.
푼크툼이었나 스투디움이었나. 아무튼 둘 중 하나다.
대상을 낯설게 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생경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뭐 그런 거였는
그 예시 중 하나가 무표정한 사람의 얼굴을 모공까지 보일 정도로 확대한 사진이었다.
아마 이것이 시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7. 그의 시가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는 독특하다.
허나 장강명 씨의 글에서 느꼈던 '재단된 듯한 감성' 이 느껴진다.
지금도 나쁘진 않지만 좀 더 다른 이미지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8. 같은 시대에 같은 애니와 만화를 보고 자라서인지 그 기괴함이 꽤나 익숙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