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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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재미있고 감동까지 주는 광고가 많아졌다. 단순히 볼거리를 주거나 감각적이기만 한 광고도 있지만 보고 나면 또 보고 싶고 한편의 시 같은 광고들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감동을 받았던 광고중 박웅현의 작품이 많다는 것을 알고 역시 대단한 사람이구나 직감했다. 그럼 이 책은 박웅현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일까? 물론 박웅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주제는 따로 있다. 바로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요구되는, 우리 아이들에게 있었으면 하는 능력이 바로 창의성이다. 그런데 이 창의성이란 것이 애매모호하고 뜬구름 같기 이를데 없다. 한때 창의성에 대한 책을 찾아 읽어보았다. 찾아가다 보니 마인드맵도 나오고 창의적인 사람들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창의성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기는 커녕 점점 의문을 더해갔다. 그래서 창의성이 도대체 뉘집 자식이냐? 넌 도대체 뭐니?

 

이 책을 보면 그동안 쌓였던 질문들이 많이 해소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다양한 예를 들어 창의성의 실체에 대해 정의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주인공인 박웅현 ECD가 있다. 이 분이 창의성 있는 존재다. 그럼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그렇다는 것일까?

먼저 아이큐에 대해 이야기 하자. 아이큐가 높으면 창의성이 높을까? 물론 아니다. 아이큐에 대해서는 아직도 사람들의 맹목적인 믿음 같은 것이 남아있다. 어쨌든 높아서 나쁠 것 없는 수치. 사람의 능력을 줄 세우기 좋아하는 우리의 풍토에 더할 나위 없이 잘 맞아서 신뢰의 상징이 된 듯한 아이큐. 하지만 이 아이큐는 이 책에 나오는 표현처럼 정말 개나 물어가라고 말하고 싶다. 머리가 좋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어야 한다. 물론 이건 시대의 요구이기도 하다. 그래, 그래서 창의성이 도대체 뭐지?

 

먼저 박웅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이 분은 책을 무척 많이 읽으며 인문학 서적을 특히 좋아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조금도 두렵지 않다' 는 말은 나도 무척 좋아하는 말이다. 내가 예전에 지금보다 책을 안 읽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나를 안 두려워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그리고 이 분은 알려진대로 광고를 잘 만들기로 유명하다. 책에 소개된 그가 만든 광고들은 모두 화제가 되었던 '작품'들이다. 상업적인 광고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보여준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된다. 광고는 이제 누가 뭐라든 마셜 맥루한의 말처럼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예술 형식"이 되었다. 이런 분야에서 최고라면 분명 창의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이 책의 내용은 박웅현을 중심에 두고 그의 창의성에 대해 그 실체를 알아가는 것이 가장 큰 줄기를 이룬다.

 

일단 광고이야기를 하면 자극적이고 일명 '히까닥'하는 광고들도 우리의 눈길을 끈다. 하지만 박웅현의 광고는 히까닥 과는 아니다. 잔잔하고 평범한 듯 하면서도 메시지가 있다. 그리고 진실을 말한다. 광고는 태생이 과장에 있지 않겠냐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 시대의 요구와 모습이 녹아 있지 않으면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박웅현 광고의 힘은 '예술이 곧 생활이다'라는 앤디 워홀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광고는 또한 '잘 말해진 진실'이다. 그래서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하고 통찰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다시 처음에 나왔던 창의성으로 돌아가보자. 창의성에 대해서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나온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창의성은 창조적인 개인이 활동하는 특정 전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성과물에서 찾을 수 있다." 창의성은 어떤 애매한 실체에서 약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럼 이런 창의성을 기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 박웅현과 다른 전문가들의 대답은 일치한다. "뽀족한 수는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고 잘 보고 잘 들으세요" 가 그들의 답이다.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 건 없다! 뭘 하든 안테나를 세우고 '잘'하면 된단다. 알듯 말 듯 하다. 예를 들면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그냥 읽지 말고 잘 읽어야 나의 창의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내게 가장 잘 와 닿은 창의성 기르기에 대한 비유는 바로 이것이다.

 

"여행할 때처럼 생활하고 생활하는 것처럼 여행을 하면 된다. 우리는 누구나 여행을 할 때 자기도 모르게 안테나를 세웁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 모든 것들이 다 우리가 살고 있는 그곳에도 있습니다. 그것을 볼 생각이 없어서 그런 거지요"

 

세상을 바라 볼 때, 어떤 일을 할 때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바로 창의력인 것이다. 그래도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박웅현 창의성의 실체를 들여다 보게 된다. 그의 창의성은 인문학적이다. 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말해준다. 너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한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광고에서도 중요한다. 그리고 뒤집어 본다. 그리고 생활 속에서 메시지를 찾아낸다. 박웅현의 광고는 그도 이야기 했듯 국내용이다. 그만큼 한국 대중의 호흡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광고에 생활을 담지 않으면 무엇을 담는단 말인가! 일상생활은 창의성의 보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창의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그 실체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이 책의 형식이 무척 마음에 든다. 인터뷰지만 전혀 딱딱한 형식의 인터뷰가 아니라 아주 자유로운 느낌이다. 그래서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이런 즐겁고 유익한 인터뷰가 또 나오기를 기대한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 12 박 ECD가 좋아하는 김훈이 쓴 책, <자전거 여행> 서문을 보면 '사람들아 새 자전거 사게 책 좀 사봐라'는 말로 마무리됩니다. 저도 책을 쓰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그 마지막 구적을 읽으면서 마음이 저렸거든요. 

p. 17 박웅현은 강의를 하는 동안 자주, 창의성의 원천 가운데 하나가 인문학적인 소양이고, 그것은 좋은 채을 잘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조금도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p. 18 고대 그리스 용어인 메티스를 오늘날 예일 대학의 인류핮가 제임스 C.스코트가 다시금 부활시켰다. 그것은 실천적인 지식이나 수완, 혹은 육감적인 능력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은 능력은 가르치거나 암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전수받거나 습득할 수 있을 뿐이다. (...) 메티스를 습득하는 사람은 이론이나 상상이 아닌 행동으로 배워야 한다.

P. 21  딱딱하고 일방적인 사회 구조에서 다양하고 수용의 폭이 넓은 사회로 변화하는데 제가 만든 광고가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이 제가 느끼는 보람이기도 합니다.

P. 37 오길비도 <데이비드 오길비 광고 불변의 법칙>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훌륭한 카피라이터에게 필요한 소양 가운데 하나가 '유머 감각'이다. 카피라이터는 메시지를 글로 쓰는 사람이고, CD는 메시지를 결정하고 구체화하는 사람이다."

P. 50 인문학이란 사람에 대한 학문이다. 문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이 구체화된 결과물이고, 문화 현상 가운데 하나가 예술이다. 예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전제로 한다. 그러니 당연히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하다.

P. 52 광고는 시대 읽기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은 껌 광고에서부터 기업 광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의 광고에 필수적이다.

P. 59 알랭 드 보통의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술과 생활이 다르지 않다. 현실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현실이다. 캠벨 수프를 수프로 먹으면 현실이고 캠벨 수프를 그림으로 그려서 벽에 걸어두면 예술이다.' 그렇게 말한 사람이 앤디 워홀이라는 겁니다. 앤디 워홀은 통조림에 든 캠벨 수프를 먹고 자랐다고 합니다.

P. 74 사실 광고는 잘 말해진 진실입니다. 진실이 아니면 그처럼 사회적인 호응을 크게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하고, 통찰력이 필요한 겁니다.

P.88 유홍준 씨는 서구의 유명한 박물관들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쟁적으로 그 규머의 방대함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것은 제국즈의 시대의 산물로 한결같이 이국 문화의 포로수용소일 뿐, 낱낱 유물의 생명력은 벌써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프랑사의 한 평론가는 명작들의 공동묘지라는 혹독한 자기비판을 하기에 이르렀다.'

P. 110 "인생은 무엇인가라고 정의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문학은 무엇인가 정의를 해놓고 시를 쓰고 소설을 쓰는 사ㅏㅁ은 없다." - 이어령

P. 117 사람들은 자기가 보는 것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실은 것을 듣는다.

P. 118 우리는 현실에 고정관념을 버무려서 만든 상상의 세계에서 사고 있는 셈이다.

P. 121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는 그것이 창의적인지 아닌지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그래서 칙센트미하이는 '전문 분야의 평가'를 받은 성과물에서 창의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P. 123 아인슈타인도 창의성은 "면밀한 의도나 계획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P. 126 사실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 건 없습니다. 뭘 하든 안테나를 세우고 '잘'하면 됩니다.

P. 128 어떤 이는 아침마다 A4 한 장씩을 글로 채워보라고 한다. 글로 무엇인가를 써나가는 동안 안테나의 성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P. 129 창의성은 무엇보다 우리가 행복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미하이 칙센트마하이의 책, <몰입>의 부제는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이다. 사람은 몰입을 통해 창의성을 얻을 수 있는데, 그 몰입이 바로 행복을 위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P. 129 여행할 때처럼 생활하고 생활하는 것처럼 여행을 하면 된다, 우리는 누구나 여행을 할 때 자기도 모르게 한테나를 세웁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 모든 것들이 다 우리가 살고 있는 그곳에도 있습니다. 그것을 볼 생각이 없어서 그런 거지요.

P. 133 저는 제가 나를 놀라게 만들고 싶습니다. 또 제 팀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ㅣ도 합니다. 당연히 제작진들에게도 마찬가지죠.

P. 185 하나의 목적에 자신의 온 힘과 정신을 다해 몰두하는 사람만이 진정 탁월한 사람이다. 이런 까닭에 탁월해지는 데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요구된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P. 208 이릴 적에 이미 나는 라파엘로처럼 그릴 수 있었지만 아이들처럼 그리는 법을 배우기까지는 평생이 걸렸습니다. - 피카소

P. 251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성공한 '창의적인 사람들'을 인터뷰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 가운데 하나가 "나는 운이 좋았어요"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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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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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백만 부가 넘는 판매를 기록하고 세계적으로 글쓰기의 바이블이 되었으며 출간된지 20년이 가까이 지나도 여전히 인기가 있는 책" 이 책에 따라 다니는 화려한 수식어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리고 이것이 이 책의 최대 매력이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떤 목적으로 글을 쓰는지에 따라 다를것이다. 책의 제목처럼 '뼛속까지 내려가서' 글을 써야 한다면 왜 그래야만 할까? 이 책은 단순히 글쓰기 테크닉이나 방법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보다 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말한다. 글쓰기와 인생 그리고 정신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경계가 없다. 이 책의 비범함은 여기에 있다. 우리의 인생이기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의 인생이기 때문에 뼛속 깊은 곳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글을 읽어 보면 글쓴 사람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의식, 무의식 중에 글쓴 사람의 인생이 우리 눈에도 보인다. 글이란 단순히 '글'이라기 보다는 글쓴이의 인생과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서 <글쓰기의 공중부양> 내용들이 많이 떠올랐다. 나탈리 골드버그가 선체험과 글쓰기를 접목시켰다고 하는데 '글쓰기의 도인' 이외수 선생과 공통점이 많다. 모든 사물을 사랑하라는 말이나 나쁜 사람은 좋을 글을 못쓴다는 내용도 유사하다. 역시 대가들은 통하는 점이 있다.

 

이 책이 신선한 이유는 작가의 솔직함에도 있다.  '월급쟁이들은 시간과 돈을 맞바꿔, 일한 시간에 대한 보수를 받는다. 그러나 작가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지키고 있으며, 그 시간의 중요성과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이다.'라는 말은 글쓰기를 사랑하지만 글만 쓰면서 먹고 살수 없는 많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와닿는 말이다. 저자는 일자리도 없는 궁핍한 처지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면서, 또는 집에 있지만 아이들을 돌보면서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위안이 되는 대목이 많다.

 

글쓰기는 고상한 취미라기 보다 자신의 인생을 걸고 해나가야 하는, 물질적 여유가 없어도 계속 무언가를 써나가야 하는 처절한 작업이다. 물론 이런 글쓰기는 스스로 너무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경우다. 왜 사람들은 글쓰기에 매달리는 것일까. 부귀영화와 대박을 노리면서? 만약 이런 글쓰기라면 이미 좋은 글로서 자격상실이다. 글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이 진심이 담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낸다. 마치 이 책처럼 말이다. 글쓰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가득 차 넘치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웅장한 스케일의 대작만이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다.'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말처럼 우리의 인생 자체가 역사고 아름다움 그 자체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진실한 마음과 믿음만이 모든 것을 이루어 낼 수 있다. 글쓰기는 그 연장선에 서 있는 것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16 네가 사랑을 믿을 때만이, 사랑이 네가 가야 할 길을 이끌어 주는 법이지 

p. 17 자신의 마음을 믿고, 자신이 경험한 인생에 대한 확신을 키워나가야 한다. 

p. 19 글쓰기는 매번 지도 없이 떠나는 새로운 여행이다. 

p. 22 글쓰기는 정신적이면서도 동시에 육체적인 작업이기에 사용하는 도구와 장비에 많은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p. 29 예술은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세계다.

p. 30 글쓰기 훈련은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마음을 지속적으로 열어 나가게 하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와 스스로에 대해 믿음을 키워 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옳았을 때만 좋은 글을 얻을 수 있다. 

p. 31 일단 글쓰기에 빠지게 되면, 왜  그토록 오랜 시간을 방황하고 이제야 책상 앞에 앉게 되었는지 의아해질지도 모른다. 글쓰기도 훈련을 통해서만 실력을 쌓을 수 있다.

p. 41 우리 모두는 저마다 자기만의 비밀스러운 신화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고 그것을 받아들여 준다면, 그보다 더 고마운 일은 없지 않은가. 

p. 45 평소 쓰고 싶은 주제가 떠오를 때마다 아이디어를 적어 두는 노트를 따로 마련해 두자.

p. 57 "당신은 진부해!"라는 말을, 멀리서 바람에 날리는 흰 빨래 정도로 여기라. 결국 그 빨래는 마를 것이고, 아주 멀리 있는 누군가가 그것을 개서 집으로 가져 갈 것이다. 그 동안 당신은 글을 쓰면 그만이다. 

p. 64 글쓰기를 배운답시고 쓸데없이 대가들과 문학강의를 쫓아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진실은 아주 간단하다. 글쓰기를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 당신이 훌륭한 대가를 열 사람이나 만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글쓰기를 배우지 못한다. 

p. 71 작가는 두려운 없이 무조건적으로 모든 것을 써 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글쓰기와 인생 그리고 정신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경계가 없다.  

p. 76 우리는 자기 내면의 세계를 표출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지니고 있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고, "나는 책을 쓰고 있는 중이야"라는 말을 하며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니까. 

p. 84 우리의 삶은 모든 순간순간이 귀하다. 이것을 알리는 것이 바로 작가가 해야 할 일이다. 작가는 의미없어 보이는 삶의 작은 부분들마저도 역사적인 것으로 옮겨 놓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p. 92 월급쟁이들은 시간과 돈을 맞바꿔, 일한 시간에 대한 보수를 받는다. 그러나 작가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지티고 있으며, 그 시간의 중요성과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이다.  

p. 100 무언가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근원을 찾아가야 한다. 17세기 일본의 유명한 하이쿠 시인인 바쇼는 "나무를 알고 싶으면, 나무한테 가라"고 말했다. 

p. 122 윌리엄 블레이크는 '순수의 전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p.151 카페의 번잡스러운 환경은 글을 쓰겠다는 충동을 감소시키기는커녕 중추신경을 계속 바쁘게 움직이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당신이 집중하고 있는 더 깊고 고요한 부분이 자유롭게 흘러나오도록 유도한다. 

p.175 자신이 옲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인내심과 유머 감각을 키우라. 의심이라는 생쥐에게 갉아먹히지 말라. 훈련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믿을을 잃지 말고 저 너머에 있는 광활한 인생을 바라보라. 

p.189 세상에는 수많은 현실이 있음을 꼭 기억해두라. 우리에게는 그냥 살아가는 우리 삶이 있다. 우리는 그냥 글을 쓰고 싶은 것이면, 그냥  비와 식탁과 음악과 종이 컵과 소나무를 만지고 싶은 것이다. 

p.193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또는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 두 가지 모두 근사한 것이짐 하지만. 우리가 긍를 쓰는 이유는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마음속에 있는 가장 깊은 비밀이다.  

p.195 일본에는 뛰어난 하이쿠를 적은 종이를 병에 담아 강니나 개울에 띄워 보내는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것은 작가란 모름지기 자기 작품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아주 의미심장한 우화다. 

p.201 독자들 마음 속에 들어 있는 초월적인 세계를 일깨우는 순간이다. 바로 이런 순간 우리는 신을 경험하며 저절로 '아!'하는 감탄사를 터뜨리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하이쿠가 가지는 미덕이다. 

p.207 우리는 스스로를 영원불멸한 존재인 것으로 생각하며, 이런 환상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 그 시간조차 알지 못한다. 오래 살다가 편안하게 자연사하기를 바라지만 당장 몇 분 후에 죽을 수도 있다.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우리의 숙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숙명에 대한 깊은 고찰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더욱 생동하게 만들고, 현실에 충실하게 만들면,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 

 p. 209 그냥 시간만 채우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시간 속에 엄청난 압력을 가해야 한다.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을 때는 목숨 전체를 기꺼이 그 글 속에 집어 넣어야 한다.

p. 218 완벽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수많은 전술의 변화와 상관없이 무슨 일이 있어도 글쓰기와의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다.

p. 219 작가가 되려면 아주 깊은 믿음이 따라야 한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깊은 진실이다. 그리고 만약 작가가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작가가 되는 것,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나머지 인생 동안 가야 할 길이다.

p. 224 예술은 의사소통이다. 고독의 씁쓸한 맛을 본 사람은, 거기에서 혼자 외롭게 지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동지애와 연민을 배우게 된다. 그런 다음에는 비슷한 처지의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에게 당신의 인생을 아려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끌고 나가게 된다. 당신의 글이 또 다른 외로운 영혼이게 닿을 수 있도록 손을 뻗으라.

p. 236 "할머니, 우리는 4년 만에 만난 거잖아요." 할머니는 내가 한번도 곁을 떠난 적이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나를 대했습니다.

p. 248 우리 안에는 누구나 뭔가 천재적인 것이 들어 있으면 그것을 바깥으로 발산시켜야만 한다는 뜻이다. 내면에 있는 풍요로움을 외부에 있는 작품으로 연결시키는 것. 이것이 예술가들이 바라마지 않으면서도 다가서기 힘든, 고요한 평화와 확신감을 얻는 열쇠다.

p.257 '내가 언제 이런 멋진 글을 썼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의 의식과 마음은 항상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p.264 스즈키 선사가 죽음을 앞두고 내뱉은 "난 죽고 싶지 않네"라는 말 속에 씁쓸하지만 명료한 진실이 들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분노나 자기 연민, 자기 비난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진실을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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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사장 분투기 - 개정판, 자영업으로 보는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
강도현 지음 / 북인더갭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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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눈길을 사로잡는 멋진 레스토랑과 카페. 식사하면서 또는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한다. "와 나도 이런 가게 주인 한번 해봤으면." 그런데 왜 하필이면 요식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할까? 왠지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고 멋진 공간이 주는 매력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은 피튀기는 경쟁과 쌍둥이다. 혹시 이런 생각을 발전시켜 정말 자영업을 하려는 결심을 굳혔다면 한가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이 책을 읽어보고 자영업자의 현실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2012년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자는 어떤 의미인가. 많은 은퇴자가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자 꿈꾸는 직업이 바로 자영업자, 더 끝내주는 말로 '사장님'이다. 그런데 사업자와 자영업자는 엄밀히 따지면 의미가 다르다. 사업가는 다른 사람의 자본을 사용하거나 사람을 고용해서 그 사람이 이익을 창출하도록 하지만 자영업자는 말 그대로 나와 내 가족이 일해야 한다. 내가 사장이자 고용인이 되어 일해야 하며 업종에 따라서는 주말도 휴일도 없다. 더 큰 문제는 너무 많은 초기 자본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배수의 진을 치고 뛰어든다는 데 있다. 사실 이것만큼 위험한 발상도 없다. 잘 되면 좋지만, 최악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더군다나 자영업자 대부분은 그 업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수년 동안 고민하고 계획해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6개월 미만의 준비 과정을 거쳐 그저 누군가 추천해 주거나 해보면 잘 될 것 같은 업종으로 자영업자로서의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저자는 잘나가는 직장인에서 직접 카페를 경영하면서 쫄딱 망한 경험을 살려 이 책을 썼다. 경험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망하고 나면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다. 한 번 망하면 그냥 망하는 것이 아니고 최소 수천에서 수억을 날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즉 가게를 임대하는 데서 발생한다. 권리금이라는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에 발목이 잡힌 영세 자영업자들이 깊은 고민 없이 시작한 생계형 가게를 몇 개월, 몇 년 만에 폐업하고 자본금까지 날리는 데는 이런 폐단이 존재하는 것이다. 도무지 상식을 벗어난 한국식 자본주의 논리에 할 말을 잃는다. 그리고 자영업 한번 해봐야지 하는 생각은 싹 달아나 자취를 감춘다.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표현되는 현실은 암담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넒은 도로가 있고, 근처에 지하철역이 있으며 학교가 좋거나 넓고 쾌적한 공원이 있는 곳. 즉 공공 투자가 많이 된 어느 동네의 모습이다. 이런 곳의 땅값, 임대료, 권리금이 당연히 높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 공공투자는 누구의 돈으로 하는가. 바로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다. 그런데 이 열매를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과 권리금 장사치들이 챙기고 있다. 과연 이것이 정당할까. 어느 사회든 불로소득이 높으면 생산성은 떨어진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이건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고 또 다른 중요한 포인트는 자영업을 하려면 최소한 어떤 원칙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할까? 재무적으로 생각하고, 부동산은 발로 선정하며 업에 충실하라는 것이 저자의 제안이다. 업에 충실하라는 말은 많은 의미가 있다. 결국, 남들과 차별화 되고 나만이 할 수 있으며 내가 즐기는 일로 자영업을 하면 성공률은 높아진다는 말이다. 예로 자전거 가게를 들고 있는데 이건 나도 몰랐던 사실이다. 자전거 매니아만이 자전거 가게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매달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에 취해 남 좋은 일만 하는 건 아닌지, 온종일 상사 눈치에 후배들 뒤치닥꺼리에 지쳐갈 때 고개를 쳐드는 한 가지 생각, "나도 내 사업해볼까?" 하지만 정말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미 포화상태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분명히 차별화된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이 책에 답이 있을까? 힌트는 주지만 정답은 없다. 답은 스스로 찾아내는 길밖에 없다. 이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말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25 2010년 기준으로 15세 이상 생산 가능 인구 가운데 약 16.9%가 자영업자이거나 그들을 돕는 가족들이다.

p. 33 최근 몇 년 동안 늘어난 일자리는 거의 모두 50대와 60대 이상 은퇴 이후 세대에서 생겨났으며, 일자리가 늘어난 분야도 모두 비제조 서비스 분야다.

p. 37 이미용업 및 세탁업의 다수가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상태인 셈이다.

p. 46 현재의 자영업 쇼크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향후 30년 가량 지속될 고용 충격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p. 71 실제로 운영해보면 경영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지만 편의점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 중에 본인의 경영 능력이 뛰어나서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p. 85 문제는 전문성 없이 뛰어들 수 있는 업종들이다. 대표적으로 카페, 음식점, 편의점이 그렇다.

p. 91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애초에 구상한 사업 계획을 철저히 고수하지 않으면 역량을 초과하는 없장을 얻게 된다.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초입니다.

p. 108 자영업자 중에 돈 좀 버는 사람들이 있다. 딱 두 부류다. 한 장소에서 장사를 잘하는 부류, 또 하나는 권리금 장사를 잘하는 부류다.

p. 119 동 단위로 각 업종의 분포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지역별 평균 임대료, 인구 수, 업종별 신규 점포 수, 폐업 점포 수 정도를 알 수 있다면 업종 선택에 큰 도움이 된다.

p. 126 헨리 조지는 산업혁명 이후 산업화된 도시에서 고질적인 빈곤이 발생하는 원인을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으로 파악했다.

p. 147 전 세계적으로 연간 750만 톤이 소비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최근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p. 155 그만큼 성공의 공식을 가려져 있다. 경영학에서는 성공한 CEO가 왜 자신이 성공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p. 156 열의, 시간, 돈을 투자해서 상당한 수준까지 오르는 취미생활이 자영업자로 전환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p. 172 돈을 벌기보다는 사업을 통해서 이루어가는 창조적 가치가 우선이다.

p. 177 업의 본질을 꿰뚫고 공간적으로 철학과 고외가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p. 180 서비스가 엉망이면 아무리 맛있어도 절대로 다시 가지 않는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누구나 한다. 장사의 기본 중 기본이다. 그런데도 친절하지 않은 가게가 지천에 깔려 있다.

p. 183 분야에서 알아주는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책을 한 권 쓰겠다는 수준의 적극성을 가지고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자기 브랜드화가 이루어진다.

p. 185 좋은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 저럭헤 해봐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일상에 치이다 보면 며칠이 금세 지나간다. 그럼 끝이다. 결국 승부는 얼마나 실행하느냐에 달렸다.

p. 192 상가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협의와 대책 마련을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폭력적인 철거에 직면하게 된다.

p. 199 사실 자영업자가 되는 사람들의 기대치는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수익이 적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요.

p. 206 자영업으로 생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주인의 성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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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달문 4 문장 바로 쓰기
임무출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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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직 국어교사의 국어 사랑의 결실이 아닐까. 우달문1, 2를 풀어보면서 나의 국어 실력에 놀라 나자빠질뻔했던 아찔한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우달문 4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풀고나서는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뿐이지만 그래도 계속 공부해나가야겠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 5 쓰기는 글을 쓰는 행위인데, 이 글쓰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맞춤법(띄어쓰기 포함),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등이다. 그리고 이들은 글쓰기의 기본이다.

P. 7 교사가 학생들에게 아무리 이론을 알뜰히 설명해도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이해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성적도 오르지 않음을 항상 느낀다.

P. 8 표준어는 한 나라의 공통어로서 그 나라를 대표하는 언어이다. 표준어는 언어를 통하여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통일시켜 준다.

P. 11 우리 대학 진학률은 90%에 육박한다. 1970년 이후 문맹률 조사를 한 적도 없다. 그러나 요즘 국어 실력을 보면 '제2의 문맹'이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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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습작 - 김탁환의 따듯한 글쓰기 특강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글쓰기에 정답이 있을까?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글쓰기는 이런 것이다라고 한마디로 정의해 줄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김탁환식 답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누군가에게, 어떤일에 매혹당한 적이 있는가. 사랑에 빠지면 그것은 상대에게 매혹당한 것이다. 글쓰기는 마치 연애 같다. 매혹당한다. 하지

만 쉽게 사랑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구애는 끝이 없다.

<변신>으로 유명한 작가 카프카도 자신의 글쓰기 능력에 대해 끊임없는 의심을 하며 불안의 나날을 보내고 생계 때문에 글 쓸 시간이 없다고 한탄했다. 삶을 사는 이상 글을 쓰는 이에게 유리한 시간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핍, 절박함을 글쓰기로 채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발자크다. 발자크의 모습은 글쓰기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자신만의 작업공간과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완전한 고독에 잠기는 밤 시간에 글을 쓴 발자크. 저자는 <발자크 평전>을 읽기전과 읽은 후의 자신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발자크와 폴 오스터의 작업실과 작업 방식에 대한 글은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이미 작가인 사람들까지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많은 시간을 확보하고 그 작업에, 시든 소설이든 잡문이든 나의 글쓰기에 매혹당해 시간의 부재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릴케는 왜 로댕의 작업실에 들어갔는가. 한사람은 시인이고 한 사람은 조각가다. 하지만 릴케는 로댕의 작업을 보면서 많은 것을 깨닫은 것 같다. 결국 모든 예술은 통하는 것일까. 로댕이 조각으로 한 일을 릴케는 산문으로 완성했다. 글을 통해 릴케는 로댕 속에서 릴케 자신을 발견하고, 조각을 통해 로댕은 발자크 속에서 로댕 자신을 발견했다. 그들은 모두 삶의 놀라움에 대해 이야기 하는 예술가였다.

견고한 '나'를 만드는 것도 글쓰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 세상에 벌거벗겨지고서도 당당할 수 있는 내공을 길러야 한다.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의 이야기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냥 나의 솔직한 이야기로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보편적인 방법으로 그려져서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글 따로 삶 따로의 나날이 아닌 글을 통해 삶을 사는 그 일치의 나날들. 내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하는 것인가를 바라보는 것. 바고로글쓰기가 도달할 가장 높은 경지 중 하나다.사랑, 부끄러움, 증오를 객관화시켜 정확히 쓰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인생을 걸고 쓰는 글이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른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고통도 이겨낸다. 이미 매혹당해 버렸으니까.

 

세상에사 가장 한심한 작가는? 바로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바로 초고 집필에 들어가는 자다. 아이디어가 하나의 완전한 이야기로 구상될 때까지, 작가는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또 작가는 글을 쓰기 전에 많은 글을 읽고, 읽은 글을 정리해야 한다. 책 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나 뮤지컬, 연극 감상한 후에 남기는 소감도 좋은 공부가 된다.

작가는 왜 글을 쓰는가. 처음에는 매혹을 당해서 펜을 든다. 하지만 결국 혼신을 다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고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그 순간 때문이다. 무언가 깨달음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기쁜일이 있을까. 결국 글쓰기는 삶에 연결되는 것이다. 나와 당신의 인생 그 자체가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와 이야기 만들기의 핵심은 '진심' 그 자체인 것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15 어떤 예술이든 실제로 해보면 대단히 어렵고도 광대해서, 어느 예술 분야에서든 대가의 반열에 오르려면 실로 한평생을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p. 16 아, 어쩌다가 나는 작가가 되었을까. 수많은 답이 가능하겠지만, 그중에서 저는 제가 읽은 책이, 또 그 책들을 질투하며 베껴 쓴 시간들이 저를 작가로 만들어버리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p. 20 "글을 쓴다는 것은 시간의 부재, 그 매혹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문청 시절, 재능에 확신이 없어 불안하던, 그렇지만 글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던 그때, 저는 이 문장을 발견하고 제가 왜 그토록 글쓰기에 매달리는지 단번에 알아차렸습니다. 

p. 23 어머니가 매혹적인 것은 어린아이가 매혹되었기 때문이다. 

p. 31 문제는 외부적 시간의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삶을 사는 이상 글을 쓰는 이에게 유리한 시간은 없다는 지적입니다. 

p. 36 첫눈에 반했다는 말도 있지만, 사실 그 첫눈에 반한 것이 과연 상대의 본모습인가는 또 따로 따져보아야 하겠습니다. 저는 상대와 나 사이에 많은 간극이 존재한다고 믿는 편입니다.

p. 42 "네가 쓴 글을 읽으면 널 알 수 있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합니다. 그때마다 나는 '글을'과 '읽으면' 사이에 '바슐라르,만큼'이라는 여섯 글자를 넣고 싶어집니다. 

p. 51 발자크는 바로 이 책상 앞에서 살았고, 이 책상 앞에 앉아서 죽도록 일했다. 

p. 56 예술가란 자신만의 작업 공간을 지닐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시간을 또한 가집니다.... 예쑬가는 작품과 함께 새로운 시간의 흐름을 만들지요. 작업 중인, 그러니까 쓰고 있는 일에 매혹된 작가는 쓰고있지 않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p. 58 습관이 중요합니다. 저는 무조건 아침에 이야기를 만듭니다. 아침에 글을 안 쓰면 종일 우울하고 불안합니다. 일존의 결벽이지요 .

p. 60 집필!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입니까. 하루에 8시간을 집필에만 몰다하는 것보다 작가에게 더 축복된 생활은 없을 겁니다. 이 8시간을 알차게 보대기 위해 발자크는 최선의 준비를 합니다.

p. 69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언어와 문장에 굉장한 자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문장 하나하나를 내가 왜 이렇게 쓸 수밖에 없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훌륭한 작가와 평범한 작가는 여기서 갈립니다. 계속해서 한 문장에 집중하지 못하면 평범한 작가가 되고 맙니다. 

p. 73 예술가는 육체노동자이자 정신노동자입니다. 육체는 정신의 깨달음을 전달하는 도구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작가의 손, 발레리나의 발은 그 자체로 하나의 존재입니다. 

p. 76 로댕이 작품에 구현하려고 한 것은 바로 '삶 이 놀라움'입니다. 

p. 87 랭보는 시인이 "사물을 보는 자"라고 얘기했는데요. 시간 난해하다고 할 때 그 난해성은 사물 자체에서 오는 겁니다. 

p. 90 로댕이 조각으로 한 일을 릴케는 산문으로 완성한 것이겠지요. 글을 통해 릴케는 로댕 속에서 릴케 자신을 발견하고, 조각을 통해 로댕은 발자크 속에서 로댕 자신을 발견합니다. 이보다 더 감동적이고 깊은 배움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p. 130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철저하게 싸워.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해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 

p. 133 세상에 벌거벗겨지고서도 당당할 수 있는 내공을 길러야 합니다.

p. 146 내가 예술작품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그것이 열정과 관계가 있을 때였다. 

p. 149 글쓰기가 주는 기쁨 가운데 가장 강렬한 것이 뭐지 아세요? 누군가 내게 "당신은 바로 내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또는 "이 책은 바로 나예요."라고 말할 때랍니다. 

p. 155 사랑, 부끄러움, 증오를 객관화시켜 정확히 쓰려고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생을 걸고 쓰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p. 162 한 개인은 몇 단계에 걸쳐 자신이 믿었던 삶으니 틀을 깨고 새로운 삶으로 도약하며, 이 도약은 그 전에 머물렀던 세계에 대한 부정을 전제로 합니다. 

p. 164 모든 것을 배울 것, 모두 읽을 것, 온갖 것의 정보를 수집할 것 

p. 179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그 작품을 에워싸고 있는 중요한 키워드들을 먼저 정돈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키워드는 작가와 작품을 잇는 하나의 가는 실 같은 것입니다. 

p. 180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여행은 멋진 것이다(괴테)"라는 말이 정말일까? 

p. 183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작가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바로 초고 집필에 들어가는 자입니다. 아이디어가 하나의 완전한 이야기로 구상될 때까지. 작가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합니다.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디까지 얼마나 뻗어갈 수 있는가를 충분히 짚고 가늠한 다음, 그 한계를 넓히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다음, 비로소 작가는 이야기의 첫 문장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p. 189 글을 쓰기 전엔 먼저 많은 글을 읽어야 하고, 읽은 글을 정리해야 하고, 또 치명적인 만남의 순간들을 자신만의 문체로 담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p. 192 동서양을 막론하고 변신 이야기는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p. 217 이 작은 인간들이 수많은 절망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그 무엇인가를 틀어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p. 219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로부터 뺨을 맞았을 때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인간과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 

p. 235 평생을 고민해도 이해하기 힘든 삶의 다양한 비밀들을 향해 양 선생은 용감하면서도 섬세하게 다가섭니다. 

p. 252 <불멸>은 "이 소설을 읽은 후 인생을 찬찬히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라는 놀라운 엽서 한장과 맞바꾸기 위해 쓰여졌을 따름이다. 

p. 253 불행이란 '나, 지금, 여기'에 대한 뼈저린 각성에 다름 아입니다. 그런 각성 없이 일상을 편안히 사는 인생과 그런 각성을 만나 일상을 부수고 다른 삶을 꿈꾸는 인생 중 여러분은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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