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똑바로 일하라
제이슨 프라이드 & 데이비드 하이네마이어 핸슨 지음, 정성묵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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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혹시 일중독자가 아닌가? 가끔 주변에서 일중독자들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업무가 너무 많아서 일중독자처럼 일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경우도 분명 있다. 하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대부분 스스로 그런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 회사도 직원의 성향을 파악하고 있어서 일중독자에게 힘든 일을 많이 시킨다. 하지만 잘 생각해봐라. 이 워커홀릭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상처뿐인 영광이다. 능력을 인정받아 연봉이 약간 오르고 승진이 약간 빠르기는 할 것 같다. 그런데 그 다음은? 도대체 뭐가 남을까. 절대 농땡이치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본인이 '나는 지나치게 힘든 일은 못한다'는 인상을 은근히 주변에 가금 줄 필요도 있다. 일을 깔끔하게 잘 한다면 회사에서 잘리는 일은 없다. 적당히 바쁜 일들도 많이 있으니까.
이 책에서 일관되게 말하는 것도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스마트하게 효율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작은 비지니스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내용이 대부분 일반 직장인들이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 많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일할 때 특정한 시간에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일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도 귀담아 들을만 하다. 집중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누군가 말을 걸거나 끼어들면 김이 새고 다시 발동 걸리는데 시간이 걸린다. 당연히 효율성이 떨어진다.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집중근무시간을 둔 회사도 있는데 괜찮은 방법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우르르 커피마시거나 담배 피우러 나가는 것 만큼 비생산적인 일도 없다. 맡은바 일을 빨리 끝내고 일찍 퇴근하는 것이 더 낫다. 경험상 9시부터 10시까지는 굉장히 일의 집중도가 높은 시간이다. 이 시간만 잘 활용해도 집중적으로 많은 일을 오전중에 해버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업하는 사람의 자세에도 일침을 가한다. 몇 년짜리 계획을 세운다든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든지 하는 말을 비웃듯이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한다. 너무 거창한 계획은 분명 안세우니만 못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회사 경영자가 여기 나오는 정도만 다 따라해도 그 회사 다니는 직원들이 행복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옛날의 구태의연한 생각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죽이는 사장님도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사실 회사를 경영하면 안된다. 직장 생활이 개인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라. 사업가적인 수완도 중요하지만 일단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세상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직원들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해주는 일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기본은 참 지키기 쉬워 보이지만 막상 잘 지키는 곳은 드물다.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위대한 일을 하려면 자신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우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느니 확신, 중요한 일에 참여하고 있다는 확신. 사업을 하고 싶다면, 회사를 세우고 싶다면 꼭 뜻을 먼저세우고 행동하자. 이런 생각이 행복한 직장인을 만드는 시작이 아닐까? 행복한 직장인이 행복한 사회와 가정의 밑거름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23 실패는 성공의 전제조건이 아니다. 하버드 비지니스스쿨의 연구에 따르면 한번 성공한 기업가가 다시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34%) 하지만 처음에 실패한 기업가가 다음번 사업에서 성공할 확률은 사업을 처음 시작한 사람의 경우와 거의 비슷했다.

P.26 먼 미래까지 추측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 올해가 아니라 이번 주에 할 일만 결정하면 된다.

P.32 일중독자들은 남들보다 오래 일해야 영웅인 줄 알기 때문에 없던 일거리까지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P.37 위대한 일을 하려면 자신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우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확신, 중요한 일에 참여하고 있다는 확신, 그런 확신이 필요하다.

P.39 위대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하고 싶은가? 가장 쉽고도 단순한 방법은 '자기 자신'이 사용하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이다.

P.48 어떤 일을 진심으로 하고 싶다면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쪼갤것이다. 사람들이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간절히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P.68 팔아넘길 생각으로 회사를 키우는 것은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고객 만족은 안중에도 없고 누가 회사를 사줄지만 고민하는 꼴이란.

P.94 사업의 핵심은 변하지 않는 것들이다. 사람들이 오늘도 원하고 앞으로 10년후에도 변함없이 원할 것들, 바로 이런 것에 투자해야 한다.

P.109 보고서와 문서 같은 추상적인 방식의 문제점은 똑같은 해석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똑같은 글을 읽어도 100명의 머릿속에는 100가지 장면이 펼쳐진다.

P.117 사람들에게 (점심사간만 빼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말을 걸지 말아달라고 부탁해라. 아니면 오전 반나절이나 오후 반나절을 나만의 시간으로 삼아라. 금요일이나 목요일을 무언의 날로 삼아도 좋다. 이렇게 정한 시간이 생산성을 갉아먹는 요인들로 인해 중도에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P.160 '아이팟 킬러'난 '차세대 포켓몬'을 겨냥한다면 이니 진 것이다. 경쟁자에게 리드를 허용하는 셈이다. 애플의 비전으로 애플을 이길 수는 없다. 애플의 비전을 따라가는 것은 애플이 짜놓은 판에서 싸우는 것이다.

P.182 늘 잊지 마라. 더 커지고 유명해진 뒤에는 지금만큼 마음껏 모험을 하기 어렵다. 성공한 뒤에는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압박감이 대단하다.

P.188 가르처라. 그러면 낡은 마케팅 전술로는 얻을 수 없는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잡지나 온라인 배너 광고로 사람들의 관심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을 가르쳐주면 깊은 차원의 관계가 싹을 튼다.

P.227 6개월 경력자와 6년 경력자의 차이는 의외로 작다. 진정한 차이는 지원자의 의지와 인격, 지성에서 나온다.

P.237 이왕 인력을 고용할 거라면 최고의 작가를 고용하라. 마케팅, 판매, 디자인, 프로그램, 그 어떤 자리에서도 글 쓰는 기술은 빛을 발한다. 그것은 글을 잘 쓰려면 단순한 글 솜씨 이상의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241 면접으로 사람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말은 청산유수지만 실력은 형편없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P.258 당신과 고객 사이에 사람이 많을수록 고객의 소리가 당신 앞까지 오는 동안 실종되거나 왜곡될 위험이 크다.

P.272 직원들에게 근무 시간에 싸이질이나 유튜브 시청을 못하게 해 봐야 무슨 소용인가? 그렇다고 그들이 그 시간에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근무 시간 중에도 짬짬이 머리를 식힐 시간이 필요하다.

P.275 많은 회사가 꿈에 그리는 직원은 사생활이 거의 없이 하루에 14시간씩 일하다가 회사 책상에 엎드려 자는 20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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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세, 평범과 비범 사이 - 당신의 인생을 비범하게 바꾸는 서른 가지 전략
오구라 히로시 지음, 이민영 옮김 / 나무위의책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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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세, 우연히도 나는 이 나이에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했다.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33세는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중요한 시기다. 꼭 33세가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원래 비범하게 태어나는 사람도 있다. 평범하다면 비범해지기 위한 노력을 하면 된다. 이 책을 읽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 들었는데 책장을 훌훌 넘기면 보다가 눈길을 잡아 끈 대목이 있다. 책을 구매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간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TV나 만화를 보며 허비하던 시간을 자기계발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강연회 참가자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3초 정도 생각한 뒤에 대답했다.

"무리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빈둥거리면 허비하던 시간은 줄이기가 쉽지 않아요. 빈둥거리며 허비하던 시간이 '스트레스의 탈출구'니끼요."

참가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불필요한 시간으로 분류된 빈둥거리며 허비하던 시간은 스트레스가 커질수록 그와 균형을 맞추며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 대목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우선 스스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생각해보자. 출퇴근 시간에도 드라마를 보고 있지는 않은가? 주말에는 예외없이 TV와 레슬링하고 쇼파와 연예하고 리모콘과 대화 하고 있지 않는가? 다 좋다. 이런 생활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시간관리를 하려면 거의 불가능하다. 금방 달콤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간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한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위의 글처럼 스트레스를 푸는 일이기 때문이다. 시간관리를 하려면 먼저 내재된 스트레스를 모두 풀어야 한다. 더 이상 빈둥거리는 시간이 필요없게 되었을 때 진정한 시간관리가 시작되고, 시간관리의 시작은 스트레스의 원인을 줄이는 일부터 시작된다. 무조건 기존에 하던 생활 패턴을 바꾸는 방법은 무리한 다이어트처럼 아무 소용이 없이 요요현상으로 끝나고 만다.

 

이 대목 말고도 이 책은 저자의 통찰이 빛나는 좋은 내용이 가득하다.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만든다. '오버 익스텐션'이라는 말을 아는가? 대학교수인 이타미 히로유키 씨가 제창한 경영개념에 쓰인 말이라고 한다. 쉽게 이야기 하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기가 보유한 능력보다 어려운 일을 해서 학습을 촉진시키고 단기간에 대량의 노하우를 축적하는 전략이다. 상당히 공감이 되었다. "그 일, 제가 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해보자. 물론 힘들고 어렵지만 단기간에 극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사회 초년병이 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의 다른 책인 <서른과 마흔 사이>도 사서 읽게되었다. 저자는 30대를 대상으로 한 일본 최고의 저술가이자 경영 컨설턴트다. 전문가의 도움을 책 몇 권으로 받아보는 것이 어떨까? 회사생활이 힘들고 돌파구가 필요하다면 다양한 책을 읽어보자. 인생의 선배가 말해주는 엑기스들을 받아서 마시자. 이 책에서도 그런 진한 엑기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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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면허 프로젝트 - 드로잉 기초부터 그림일기까지, 삶을 다독이는 자기 치유의 그림 그리기
대니 그레고리 지음, 김영수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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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창조성이란 무엇일까. 1년 전에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책을 많이 읽었다. 창의성에 대한 책들을 보면 결국 도달하는 곳은 예술, 특히 그림그리기였다. 왜 그럴까라는 의문은 해소되지 못한채 시간이 흐르고 다시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그림 잘 그리기에 대한 책이 아니다. 분명 그림 그리기가 핵심이긴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림 일기'를 쓰자는 것이다. 아이들을 보면 그림을 무척 많이 그린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부터 그림은 그것을 생업으로 하거나 사람이나 예술가의 전유물이 되고 만다. 아이들이 그림을 즐겨 그리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만 봐도 그림 그리기가 굉장히 본능적인 일이며 즐거운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좋은 것을 왜 포기하게 되는 것일까. 그러고는 어른이 되어서야 다시 이런 책을 읽게 되는 것일까.
"그림일기의 진짜 목적은 삶을 찬미하는 거다. 드로잉과 짧은 수필, 기념할 만한 사건이나 물건들이 사소하고 보잘 것 없어 보여도 특별하다는 걸 잊지 말자. " 이 글이 핵심이다. 일단 한번 해보자. 나도 실제로 실천 해 보았다. 아이들에게도 드로잉 북을 하나씩 사주고 나도 필사용으로 사용하던 공책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 보았다. 무척 재미있다. 내가 그림을 좀 그리는데? 이러면서. 아이들은 내 일기에 서로 그림을 그려 주겠다고 난리다. 자동차와 공주가 그려졌다. 거기에 오늘의 단상을 적었다. 오늘은 퇴근길에 산 꽃 화분도 그려 넣었다. 먼 훗날 이 일기를 보면 분명 오늘일에 대해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글로 된 일기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아이들과의 추억도 함께.

"드로잉에 대해 한수 알려주는 책들"이라면 작가가 추천한 책 중에 사서 가지고만 있었던 베티 에드워즈의 <오른쪽 두외로 그림그리기>가 등장해서 무척 반가웠다. 역시 그림 그리기는 창조성과 연관이 있는데 도대체 왜 그런지 더더욱 궁금해진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모두들 말한다. 시간이 없다고. 현대인은 너무 바쁘게 살고 여유가 없다. 하지만 여유는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CSI를 보거나, 잠을 자거나, 비디오 게임 하는 대신에 그림을 그리자."

작가의 이 글에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과거에 CSI를 보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 기억 때문이다. 물론 지금을 그러지 않지만. 미국에서도 부모들이 예술가는 배고픈 인생을 산다고 생각한다는 대목은 좀 놀라웠다. 도리어 우리나라 부모들이 음악이나 미술을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문제는 너무 많이 시킨다는데 있지만. 적당히 시키자.

이 책을 계기로 그림일기에 꾸준히 도전해볼 생각이다. 아이들이 10살이 넘어도 계속 그림을 그려 스스로를 표현했으면 한다. 가장 소중한 건 나고 나를 표현하는 것이 인생에서는 무척 소중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그림일기를 시작한 당신은 "창작 면허"를 이미 소지한 것이다. 내 인생이 위대한 창작물이듯 우리의 일기는 그 역사의 기록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분명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책이지만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 모든 창의적, 창조적인 작업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큰 공감을 줄 것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1 이 책은 당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걸 일깨워 주려는 책이다. 내면의 강렬하고 찬란하고 놀라운 창조력을 깨우는 거다. 지금은 믿지 않을지 몰라도 이건 우리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다. 창조력은 유전이나 사회적 관습, 경제력, 재능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P.6 우리 모두에겐 신이 준 재능이 있고 그건 무궁무진한 창조력과 연결돼 있다. 문제는 다른 피조물과 달리 우리는 그걸 아주 힘들여 억제하고 있다는 거다.

P.7 내 삶의 숨어있는 작은 아름다움을 찾는 일부터 시작하자. 빨래를 개고, 쇼핑 목록을 적고, 설거지를 하면 그 안에 숨은 특별한 원가를 찾아내는 거다.

P.10 우린 사람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온갖 것들에 둘러싸여 있다. 마약, 술, 텔레비전, 폭력, 분노, 이기심... 이 모든 게 바로 이 순간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볼 수 없게 만드는 마취제인 셈이다

P.11 창작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뭔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세상을 다양하게 보고 느끼면 그걸 설명하기 위한 연결 고리를 짓는 일이다.

P.21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말로 다할 수 없구나. 난 항상 그림 그리는 걸 생각했지만 그건 불가능하고 내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했거든." - 반 고흐가 동생에게 쓴 편지에서

P.39 드로잉은 이해한 것을 종이게 기록하는 것일 뿐이다.

P.49 그림일기는 동반자이자 스승이 될 거고, 깨달음의 기록이 될 거다.

P.50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오른쪽 되에서 싹트지만 그걸 다듬고 완성하는 건 왼쪽 뇌의 도움 덕분이다. 전설적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그러지 않았나, 왼쪽뇌가 "진정한 예술가의 모선"이라고

P.54 그림일기의 진짜 목적은 삶을 찬미하는 거다. 드로잉과 짧은 수필, 기념할 만한 사건이나 물건들이 사소하고 보잘 것 없어 보여도 특별하다는 걸 잊지 말자.

P.58 하루에는 144개의 10분이 있다. 이제 143개의 10분이 남았다.

P.85 아이들은 그림을 배울 수도 없고 배워서도 안 된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열살이나 열한 살쯤이 되면 그림 놀이는 하지 않게 되고 보통은 그게 그림 그리기의 마지막이 되고 만다. 혼자 힘으로 끝까지 그리는 아이들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다. 충분히 지도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P.85 모나 브룩스의 <아이들과 함께 그림 그리기>. 브룩스의 책은 아이가 관찰하게 하고, 그리는 걸 재밌는 놀이로 여기게 만든다. 이 방식은 어른들에게도 효과가 있어서 아내도 곧 드로잉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P.96 어머니를 분별할 수는 있지만 몽타주를 만들 만큼 정확하게 모습을 묘사하지는 못한다. 얼굴의 바다에서 정확하게 구분해 낼 수 있는 그 특징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P.101 창조력은 상상에 관한 것이지만 사실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P.101 무엇보다도 먼저 진장한 나 자신에게 다가가야 한다. 나를 덮고 있는 집착을 벗겨내고 감각을 열어 스스로를 명확하게 바라봐야 한다. 내 본질을 흐리는 모든 선입견, 달콤함, 인공 색소를 없애야 한다. 알맹이만 증류해서 순도 백퍼센트의 진정한 내가 돼야 한다.

P.105 "과거와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 덩어리가 영원이 아니라, 오히려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이 순간이 영원이란 사실을 깨닫는다면 영원한 생명이란 것도 지금 이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것이다." -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P.106 "이 그림들이 그려진 단 한 가지 이유, 내가 죽기 전에 보려고...." - 프레더릭 프랭크

P.118 누구나 아주 감상적인 시기가 있는데 난 그때를 창조에 눈뜨는 때라고 말하고 싶다. 그땐 여러 가지 경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밀려오게 된다.

P.119 모닝커피를 광고 문구나 새려진 사은품 컵을 사용해 마시는가? 자신을 위해 멋진 컵을 하나 마련하자. 가구, 조명, 꽃, 그림, 책, 음악, 책상 주변 용품들도 말이다. 그런 다음 일에 집중하자!

P.120 직감은 우리 자신을 최대한 활용하는 감각을 말한다. 평소에 스친 사소한 것들과 흘낏 본 것들을 축적해 뒀다가 종합해서 놀라우리만치 명확한 결론을 내리는 마음의 능력이다. 이런 모호한 감각들을 '육감'이나 '예감'이라고 하는데, 창조적 성과를 내는 데 아주 효율적인 기반이 되곤 한다. 직감에 귀를 기울이고 더 믿어 보기 바란다.

P.133 그림 그리는 능력은 유전되지 않는다. 단지 부모의 '재능'을 물려 받은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림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허가를 얻었다고 보면 된다.

P.136 가장 중요한 건 일단 뭔가 만들어 내는 것 자체란 뜻이다. 나이키에서 말하듯 "Just Do It." 그냥 하자.결과가 어떨까 재지 말고 흐르게 두는 거다.

P.137 "CSI를 보거나, 잠을 자거나, 비디오 게임 하는 대신에 그림을 그리자."

P.152 부모들은 학교 운동 경기에는 후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음악이나 미술 교육 지원금은 삭감하곤 한다. 아무도 자기 아이들이 예술가로 자라길 바라지 않는다.

P.153 예술이 없다면 영혼이 고통 받는다. 내가 누구인가 표현하고 자기만의 시각을 드러내고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아갈 기회가 줄어드는 거다.

P.153 "곧 죽거나 사랑을 할 거라면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잊어버려야 한다. 그 모든 걸 잊어버리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면 거기에 미쳐야 한다. 열광하는 것은 천국과 같으니까" - 지미 핸드릭스

P.154 고대 동물 화가들에게 화상이 붙고 셰익스피어에게 저작권 파트너가 있고 모차르트는 백만장자가 되고 반 고흐는 파파라치에게 시달려야 하지 않느냔 말이다. .. 우린 창작이 얼마나 본능적이고 인간다운 것인지 이해하는 일로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P.160 아마데우스 - 모차르트가 레퀴엠을 흥얼거리고 살리에리가 받아 적는 장면은 그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명장면. 열두 번도 더 봤다.

P.164 자신의 일기를 쓰는, 즉 자신에게 창작을 허락한 사람들은 예술이란 게 사실은 이런 것들과 연관된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기쁨 - 축북 - 아름다움 - 사랑 - 유머 - 진짜 인생 등등

P.164 "예술은 이제 그만, 예술이 넘쳐나서 우리를 미치게 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림을 그리려 하지 않고 예쑬을 하길 원할 뿐이다." - 파블로 피카소

P.165 "나는 시나리오를 씁니다."와 "나는 시나리오 작가입니다"는 어떻게 다른가? 또 "나는 그림을 그립니다"와 "나는 화가입니다"의 차이는? 내 생가겐 별 차이가 없다.

P.170 집중과 불굴의 노력은 아주 중요하다. 예술의 여신이 갑자기 짜잔~ 하고 나타나 성공의 벼락을 맞은 예술가 얘기는 신화일뿐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핵심까지 파고드는 연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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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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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도 아니고 시도 아니고 철학적 시 읽기라니. 그리고 즐겁다고?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목차를 보는 순간 호기심이 발동했다. '정말 재미있겠는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잘 읽힌다. 철학자와 시인이 다른 글로 같은 주제를 이야기 한다. 시인은 시로써 철학자는 자신의 철학적 이론을 펼치면 우리를 생각지고 못한 낯선 지식의 세계로 이끈다. 이 낯설게 하기의 즐거움을 아는 순간 인생의 재미가 하나 더해진다. 현대인이 돈이 생기면 가장 하고 싶어하는 것이 여행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낯설지만 흥미로운 도시로 시인 한명, 그리고 철학자 한명과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더군다나 철학자는 대부분 외국인이다. 더욱더 낯설어 진다. 하지만 즐거움을 더 커진다. 한편으로 슬픈 일이기도 하다. 외국의 철학자들에게 여행 안내를 받는다는 사실이 말이다.

얼마전 읽은 김연수의 산문집 <여행할 권리>에서 작가는 왜 이상이 도쿄에 가서 죽었는지 의문을 풀고 싶어 이상이 머물던 곳을 찾아간다. 하지만 글을 다 읽어도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작가가 해답을 찾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18장에 나오는 '리오타르와 이상'은 확실하게 말한다. 속이 다 시원할 정도로.
"이상이 동경으로 가고 싶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곳은 식민지 본국의 중심, 즉 산업 자본주의의 메카라고 상상되었던 곳이니까요."
식민시대였지만 대표적인 모던보이였던 이상은 새로움에 대한 강박증을 가지고 있었다. 도쿄에 간 이상은 이내 실망을 하고 다시 파리 혹은 뉴욕을 꿈꾼다. 비록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예전에는 시를 자주 접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시에 한 발 더 다가선 기분이다. 시가 이토록 철학과 밀월관계였다니. 멕시코의 시인 "옥타비오 빠스"로부터 "옥탑 위의 빤스"로 이행하는 시인의 연상이 신선하다. 조정래 선생의 말대로 시인은 특별하다. 10년도 더 지난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가 끝났다>가 아직도 베스트셀러라는 점은 시인의 성찰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준다. 도대체 시인들의 이런 통찰과 성찰은 어떻게 길러진 것일까? 타고나는 것일까? 새삼 감탄하며 부러움을 느낀다.
부러워만 할 때가 아니다. 특별한 이 책 덕분에 철학과 시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오랫만에 내 인생에 훈풍을 날려줄 책을 만났다. 봄이 오는가 했더니 손님이 갑자기 온 듯하다. 철학과 시를 더 친숙하게 해준 귀한 손님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14 예술이란 "일상적인 삶과는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
P.14 철학은 "삶을 낯설게 만드는 기술"
P.15 우리가 시집과 철학책을 멀리 하는 진정한 이유는 시나 철학에서 자신의 일상적 삶을 동요시키는 듯한 불쾌감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시나 철학이 난해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비트겐슈타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40 동양에서는 이미 오래 저부터 초월적인 절대자를 따로 설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 자신이 스스로 절대자일 수 있다는 내재적 종교 형태를 발전시켜 왔기 때문입니다.
P.47 사실 기형도가 대단했던 이유는 이런 절망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절망 상태를 철저희 응시했으며, 그것을 시로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P.54 동일한 언어라도 사용되는 맥락이 천차만별이라는 것, 그래서 한 가지 의미만을 고집한다면 우리 삶에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P.60 비트겐슈타인은 우리의 삶에서 안개와 구름의 역할을 하는 것이 언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해야만 한다"는 유명한 그의 명제도 바로 이런 발상에서 나왔다.
P.78 아렌트가 생각하기에 사유란 '타자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무사유란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은다'는 것을 말하지요.
P.104 멕시코의 시인 "옥타비오 빠스"로부터 "옥탑 위의 빤스"로 이행하는 시인의 연상
P.110 바타이유의 생각은 '금지된 것은 인간에게 강력한 욕망을 부여한다'는 통찰을 전제로 전개됩니다.
P.118 가장 동물적인 것이어서 심지어 비천한 주제라고 폄하되었던 주제, 즉 에로티즘을 인간성의 핵심으로까지 격상시킨 것만으로 바타이유는 위대한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P.128 벤야민은 문화와 같은 상부구조가 나름대로의 고유한 독자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비록 경제가 문화를 결정할 수도 있지만, 경제가 표현되는 문법과 문화가 표현되는 문법 사이에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고 본 것이지요.
P.131 벤야민의 아케이드에 주목했던 이유는 아케이드가 뒷날 유하가 보았던 압구정동 현대백화점과 같은 모든 백화점들의 원형이 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P.135 자본주의 논리에 철저히 복종해야겠다는 의지를 훈육하는 공간이 바로 백화점이란 것을 벤야민은 누구보다도 빠르고 예민하게 포학해 낸 것이지요
P.142 내가 보기에 어떤 사람이 다르거나 낯설어 보일 때 우리는 그 사람을 타자라고 부른다.
P.143 아마도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낄 대 우리는 타자를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사랑의 신비는 우리가 처음 만난 사람을,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데도 사랑하게 된다는 사실에서 드러납니다.
P.153 타자 혹은 타자적인 사건과 마주치는 경험은 우리에게 다람쥐 쳇바퀴처럼 흘러가던 시간을 와해시키면서 전혀 다른 성격의 시간을 열어 놓기 때문이지요.
P.176 오직 예술가만이 새로운 창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모든 문학작품이 그런 것처럼, 누구나 쉽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이 책(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을 통해 니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맛볼 수는 없다
P.209 인간이 고독한 독백의 세계를 벗어나서 불안하지만 풍요로운 대화의 세계로 뛰어드는 존재라는 사실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란 감정입니다
P.220 <꽃>은 고독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인간의 원초적 열망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시
P.233 1948년부터 시작되어 거의 50년간 집여하게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던 김춘수의 고뇌는 경이에 가깝다.
P.255 당시 최영미의 등장이 중요했던 이유는 그녀가 1980년대 운동의 시대를 뒤로 하고 자신이 느꼈던 사랑과 욕망의 느낌을 진솔하게 드러냈기 때문
P.256 사르트르의 '무'는 인간에게는 미리 주어진 본질이 없다는 것과,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의 본질을 만드는 존재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P.264 자신의 육체적 느낌이 몸으로 고스란히 표현되는 순간, 타자의 육체는 이제 살로 변한다는 것이 사르트르의 생각이지요. 최소한 이 순간만큼 타자는 나, 혹은 나의 손길에만 집중할 것이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수동적인 상황에 빠지겠지요.
P.267 흥미로운 것은 아직도 최영미 시인의 이 시집이 베스트셀러라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그녀의 시는 우리 여성의 삶을 보편적으로 성찰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 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P.274 아도르노의 결론에 따르면 '아우슈비츠'는 광기나 비정상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인간이 그렇게도 자랑스럽게 여겼던 '이성' 혹은 '합리성' 때문에 발생했ㄷ는 것입니다.
P.293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다면 육신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타인들의 것이 되고 맙니다.
P.302 '현재'라는 것은 그 자체로 순수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나 '미래'와 구분되면서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P.327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간결한 압축미를 자랑하는 것이 시라지만, 짧아도 너무 짧은 시입니다.
P.339 스피노자의 위대함은 그가 우리에게 몸의 중요성을 가르쳐주었다는 데 있다.
P.346 당시는 암울했던 일제 시대이니까 이상도 주권을 빼앗긴 조선인으로서 울분과 회한을 가진 삶을 영위했다고 추측할 수 있겠지만, 그의 실제 삶은 그런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상은 백화점을 중심으로 해서 펼쳐진 경성의 화려한 소비 문화에 흠뻑 빠져 있던 모던보이였으니까요. 다시 말해 그의 삶이 지행했던 것은 민족도, 독립도 아니었고, 단지 모던한 삶이었을 뿐이라는 말입니다.
P.350 '모던'이란 말은 특정 시대만을 가리키는 특수한 용어가 아니라, 자심의 삶이 과거보다 새로울 때 언제든지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보아야겠지요.
P.351 19세기 서양 근대 사회를 상징하는 것은 파리라는 도시와 보들레르라는 시인이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경우 근대 사회를 상징하는 것은 경성이란 도시와 이상이란 시인이었지요.
P.352 쉽게 말해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가 가진 기존의 상품을 낡은 것으로 만들면서, 산업 자본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혹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P.353 '포스트모던'이란 말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단어는 '모던'이 아니라 '포스트'라고 할 수 있지요. 자신마저 낡은 것으로 뒤로 보낼 수 있어야만 '새로움'은 진정으로 새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P.355 이상이 자신의 권태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결국 미쓰코시 백화점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P.356 이상이 동경으로 가고 싶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곳은 식민지 본국의 중심, 즉 산업 자본주의의 메카라고 상상되었던 곳이니까요
P.377 '당신이 곁에 있어도 당신이 항상 그리운 것'이 사랑의 핵심
P.383 "승용차가 강물에 추락하면 상수원이 오염됩니다. 그러니 서행하시기 바랍니다."
P.384 <팔당대교 이야기>는 개인의 소중한 생명도 효율이란 논리로 무화시키는 현대 사회의 단면, 다시 말해 개인을 그 질적인 고유성이 아니라 양적인 존재로 사유하는 세태에 대한 풍자
P.404 우리가 몸담고 있는 한반도의 도시는 100여 년 전까지는 중국 사유가, 그리고 100년 전부터는 서양 사유가 전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P.413 "하루 종일 두드렸는데도 클릭 한 번 잘못 하면 도로아미타불! 하루 종일도 아니고 30분쯤 씨앗을 뿌리면 어김없이 싹이 튼다." - 김준태
P.415 들뢰즈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도시, 자본주의, 대의제는 우리 삶 깊이 하나의 주름으로 각인되어 버린 것입니다.
P.416 낯섦이란 이렇게 타자에 대한 것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은 사실 자기 자신에 대한 낯섦으로 전환되는 것
P.419 기쁨과 자유, 이것이랴말로 철학과 시를 포함한 모든 인문학의 궁극적인 꿈이자 인문학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P.420 젊은 시절 그렇게 난해해 보이기만 하던 시집들이 너무도 잘 읽히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 철학이란 학문이 인문학의 자식이라는 말이 맞기는 맞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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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 일기 쓰기부터 소설 쓰기까지 단어에서 문체까지
안정효 지음 / 모멘토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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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화제가 된 소설가가 두명 있다. 소설 한 편으로 한 해에 문학상 셋을 휩쓴 정영문과 글쓰기 위해 결혼과 취업을 포기하고 40년 간 아르바이트로 살다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구로다 나쓰코다. 정영문은 '어떤 작위의 세계'로 한무숙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아쿠타가와상은 일본의 최고 권위 신인문학상이다. 구로다 나쓰코는 75세란 나이가 화제가 되었다. 역대 최고령 수상자로 보통 10대 후반에서 20대 신예 작가가 타는 신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 작가, 공통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소설은 재미있어야 하고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생각한다. 그런데 정영문은 '소설은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통념을 거부한다. 무려 '어떤 작위의 세계'를 재미만 좇는 소설관에 복수하는 심정으로 썼다고 한다. 구로다도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설에 대해 '메지지는 전혀 없다. 작품은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한 게 아니라 만드는 사람으로부터 독립된 하나의 존재물을 장인처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 일갈한다. 이 두 작가는 평범하지 않다. 그래서 이런 자기만의 뚜렷한 작가관이 인정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소설을 처음 쓰려는 작가가 이들을 따라하면 안된다. 아무도 읽어 주지 않을 것이 뻔하다. 황새를 쫓아가려 하지 말고 기초부터 다지자.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글쓰기 만보>에 나오는 정도는 숙지해야 한다.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는 소설 쓰기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소설 한 편, 장편보다는 짧은 단편 한 편 써보고 싶다는 강렬한 유혹을 느끼게 된다. 작가의 말대로 단편이 장편보다 더 쓰기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처음 습작부터 장편은 무리다. 작가는 40년 이상 쌓은 소설쓰기, 글쓰리 노하우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다양한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인용한 내용 전개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며, 적시에 사용된 적절한 예로 독자의 이해를 도와준다. 영어번역 전문가인 작가의 독특한 이력은 작가의 특별한 작가세계에 큰 영향를 끼쳤을 것이다. 영어 원서를 보고 그 내용을 인용한 것이기에 내용이 더 풍부하고 신뢰가 간다. 이 책에 나온 내용만 충분히 숙지하고 글쓰기에 잘 실천한다면 좋은 성과가 기대될 정도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소설의 첫 문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존 오하라의 장편 소설의 첫문장 '그가 웃었다'로 함축되는 이 교훈은 지나치게 자세한 설명은 도리어 독자가 상상할 여지를 없게 만들고 호기심 유발에 실패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책 제목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다. 안정효 작가의 대표작 <하얀 전쟁>도 원래 제목이 아니라 미국에 출판되면서 지어진 제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내용도 미국측 편집자에 의해 상당부분 바뀌었다는 에피소드는 '편집자의 파워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작가의 글쓰기 자료 수집에 대한 팁도 아주 유용하다. 소설이나 실용문이나 영감을 받아 한달음에 쓰는 일은 정말 소설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어떤 주제나 컨셉이 잡히면 몇 년이고 자료를 모으고 숙성해야만 제대로된 글을 쓸 수 있다. 기성작가들의 창작론, 글쓰기 책은 많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앞으로도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48 하나의 작품에서는 첫 장면, 특히 첫 문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며, 그것은 단편소설의 기본적인 공식이기도 하다.
P.71 글쓰기는 모든 과정에서 일단 '영감'에 따라 초고를 만든 다음에는 냉정하게 구석구석 뜯어보고 검토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제목 달기도 마찬가지이다.
P.109 수많은 단어를 계속해서 머리에 담아 넣고, 샘물을 퍼내서 마시듯 계속 퍼내야 한다. 샘물은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고, 오히려 자꾸 퍼내야 물이 썩지 않고 맑아진다.
P.147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그려내려면 이렇게 나쁜 쪽으로 잔머리를 굴리는 훈련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P.156 1인칭 화법이나 의식의 흐름처럼 주인공의 관점이 지배하는 소설이 아니라면 그래서 작가는 등장인물 가운데 어느 누구도 역성하거나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
P.170 자전적 소설을 쓰려는 사람은 자신의 얘기를 타인의 눈으로 보고 3인칭으로 말하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P.198 도시형 방송극에서는 부르주아 계층의 신변잡기식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지만, 그들보다는 변두리 사람들이 보다 기름진 문학의 밑거름을 제공하고, 지식인보다는 푼수가, 중심자보다는 변방인의 훨씬 극적인 면모를 지닌다.
P.238 이런 실감을 작가가 확보하기 위한 가장 안전한 길을 자신이 쓴 글을 집필이나 퇴고 과정에서 소리 내어 읽는 방법이다. 특히 최고 과정에서는 까다로운 대화가 개성의 본질에 어울리도록 가다듬어야 한다.
P.244 따옴표는 타인이 사용한 어휘나 표현 또는 문장의 베끼기를 하면서 '인용한다'는 사실을 나타내기 위한 장치이지만, 때로는 시작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도 자주 사람들이 사용한다.
P.252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보다 광범위하게 모든 문학 작품의 '종결'이라는 뜻을 각제 된 '풀어내기'의 대가는 애거타 크리스티이겠다.
P.271 명동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나는 버스를 타고 기차를 쫓아가는 노박의 흥분감을 상상했고, 그녀가 쫓아오는 줄도 모르고 털사까지 가서 나중에 노박을 만나면 홀들이 얼마나 감격할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P.278 작가이면서 창작법의 이론에도 일가견이 뛰어났던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해서, "원칙을 너무나 몰라서 글쓰기를 그렇게 할 줄 모르면서도 인간을 엄청나게 감동시키는 작가"라고 말했는데. 무엇인가 한 면이 두드러지게 뛰어나면 사실상 다른 약점들은 잘 안 보이기 쉽다.
P.284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생이 참으로 초라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모두들 그렇게 비슷비슷하고 하찮은 삶을 살아왔는지, 왜 대부분의 인간은 "이것은 내 인생이오."라고 떳떳하게 내놓을 만큼 탐탐한 삶을 살지 못할까 마음이 아파진다.
P.288 "나는 무슨 일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원했던 때가 전혀 기억에 없어. 난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막아내느라고 애를 쓰면서 평생을 보냈으니까 말야."
P.296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게으른 자의 핑계라고 나는 늘 생각해왔다. 준비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혹시 어떤 영감이 떠오른다고 해서 냉큼 그 순간 당장 글을 쓰기 시작하는 대신, 그 착상을 키우고 가꾸며 상당한 기간에 걸쳐 작품으로 만들려는 준비를 착실하게 계속해야 한다.
P.304 이렇듯 실존 인물이나 역사적인 사실을 작품의 필요성에 따라 가공하는 의도적인 왜곡 작업을 문학용어로 창작적 일탈이라고 한다.
P.307 어느 정도 작가로 이름이 알려지게 되면, 콩트나 수필 같은 조작글을 써달라는 청탁서가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오는데. 바로 이런 때가 성공한 다음의 몸가짐과 작품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시기다. 성공의 단맛에 도취되고 흥분하여 아까운 정보를 부스러기로 낭비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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