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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면허 프로젝트 - 드로잉 기초부터 그림일기까지, 삶을 다독이는 자기 치유의 그림 그리기
대니 그레고리 지음, 김영수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8월
평점 :
창의성, 창조성이란 무엇일까. 1년 전에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책을 많이 읽었다. 창의성에 대한 책들을 보면 결국 도달하는 곳은 예술, 특히 그림그리기였다. 왜 그럴까라는 의문은 해소되지 못한채 시간이 흐르고 다시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그림 잘 그리기에 대한 책이 아니다. 분명 그림 그리기가 핵심이긴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림 일기'를 쓰자는 것이다. 아이들을 보면 그림을 무척 많이 그린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부터 그림은 그것을 생업으로 하거나 사람이나 예술가의 전유물이 되고 만다. 아이들이 그림을 즐겨 그리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만 봐도 그림 그리기가 굉장히 본능적인 일이며 즐거운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좋은 것을 왜 포기하게 되는 것일까. 그러고는 어른이 되어서야 다시 이런 책을 읽게 되는 것일까.
"그림일기의 진짜 목적은 삶을 찬미하는 거다. 드로잉과 짧은 수필, 기념할 만한 사건이나 물건들이 사소하고 보잘 것 없어 보여도 특별하다는 걸 잊지 말자. " 이 글이 핵심이다. 일단 한번 해보자. 나도 실제로 실천 해 보았다. 아이들에게도 드로잉 북을 하나씩 사주고 나도 필사용으로 사용하던 공책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 보았다. 무척 재미있다. 내가 그림을 좀 그리는데? 이러면서. 아이들은 내 일기에 서로 그림을 그려 주겠다고 난리다. 자동차와 공주가 그려졌다. 거기에 오늘의 단상을 적었다. 오늘은 퇴근길에 산 꽃 화분도 그려 넣었다. 먼 훗날 이 일기를 보면 분명 오늘일에 대해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글로 된 일기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아이들과의 추억도 함께.
"드로잉에 대해 한수 알려주는 책들"이라면 작가가 추천한 책 중에 사서 가지고만 있었던 베티 에드워즈의 <오른쪽 두외로 그림그리기>가 등장해서 무척 반가웠다. 역시 그림 그리기는 창조성과 연관이 있는데 도대체 왜 그런지 더더욱 궁금해진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모두들 말한다. 시간이 없다고. 현대인은 너무 바쁘게 살고 여유가 없다. 하지만 여유는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CSI를 보거나, 잠을 자거나, 비디오 게임 하는 대신에 그림을 그리자."
작가의 이 글에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과거에 CSI를 보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 기억 때문이다. 물론 지금을 그러지 않지만. 미국에서도 부모들이 예술가는 배고픈 인생을 산다고 생각한다는 대목은 좀 놀라웠다. 도리어 우리나라 부모들이 음악이나 미술을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문제는 너무 많이 시킨다는데 있지만. 적당히 시키자.
이 책을 계기로 그림일기에 꾸준히 도전해볼 생각이다. 아이들이 10살이 넘어도 계속 그림을 그려 스스로를 표현했으면 한다. 가장 소중한 건 나고 나를 표현하는 것이 인생에서는 무척 소중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그림일기를 시작한 당신은 "창작 면허"를 이미 소지한 것이다. 내 인생이 위대한 창작물이듯 우리의 일기는 그 역사의 기록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분명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책이지만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 모든 창의적, 창조적인 작업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큰 공감을 줄 것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1 이 책은 당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걸 일깨워 주려는 책이다. 내면의 강렬하고 찬란하고 놀라운 창조력을 깨우는 거다. 지금은 믿지 않을지 몰라도 이건 우리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다. 창조력은 유전이나 사회적 관습, 경제력, 재능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P.6 우리 모두에겐 신이 준 재능이 있고 그건 무궁무진한 창조력과 연결돼 있다. 문제는 다른 피조물과 달리 우리는 그걸 아주 힘들여 억제하고 있다는 거다.
P.7 내 삶의 숨어있는 작은 아름다움을 찾는 일부터 시작하자. 빨래를 개고, 쇼핑 목록을 적고, 설거지를 하면 그 안에 숨은 특별한 원가를 찾아내는 거다.
P.10 우린 사람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온갖 것들에 둘러싸여 있다. 마약, 술, 텔레비전, 폭력, 분노, 이기심... 이 모든 게 바로 이 순간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볼 수 없게 만드는 마취제인 셈이다
P.11 창작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뭔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세상을 다양하게 보고 느끼면 그걸 설명하기 위한 연결 고리를 짓는 일이다.
P.21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말로 다할 수 없구나. 난 항상 그림 그리는 걸 생각했지만 그건 불가능하고 내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했거든." - 반 고흐가 동생에게 쓴 편지에서
P.39 드로잉은 이해한 것을 종이게 기록하는 것일 뿐이다.
P.49 그림일기는 동반자이자 스승이 될 거고, 깨달음의 기록이 될 거다.
P.50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오른쪽 되에서 싹트지만 그걸 다듬고 완성하는 건 왼쪽 뇌의 도움 덕분이다. 전설적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그러지 않았나, 왼쪽뇌가 "진정한 예술가의 모선"이라고
P.54 그림일기의 진짜 목적은 삶을 찬미하는 거다. 드로잉과 짧은 수필, 기념할 만한 사건이나 물건들이 사소하고 보잘 것 없어 보여도 특별하다는 걸 잊지 말자.
P.58 하루에는 144개의 10분이 있다. 이제 143개의 10분이 남았다.
P.85 아이들은 그림을 배울 수도 없고 배워서도 안 된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열살이나 열한 살쯤이 되면 그림 놀이는 하지 않게 되고 보통은 그게 그림 그리기의 마지막이 되고 만다. 혼자 힘으로 끝까지 그리는 아이들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다. 충분히 지도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P.85 모나 브룩스의 <아이들과 함께 그림 그리기>. 브룩스의 책은 아이가 관찰하게 하고, 그리는 걸 재밌는 놀이로 여기게 만든다. 이 방식은 어른들에게도 효과가 있어서 아내도 곧 드로잉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P.96 어머니를 분별할 수는 있지만 몽타주를 만들 만큼 정확하게 모습을 묘사하지는 못한다. 얼굴의 바다에서 정확하게 구분해 낼 수 있는 그 특징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P.101 창조력은 상상에 관한 것이지만 사실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P.101 무엇보다도 먼저 진장한 나 자신에게 다가가야 한다. 나를 덮고 있는 집착을 벗겨내고 감각을 열어 스스로를 명확하게 바라봐야 한다. 내 본질을 흐리는 모든 선입견, 달콤함, 인공 색소를 없애야 한다. 알맹이만 증류해서 순도 백퍼센트의 진정한 내가 돼야 한다.
P.105 "과거와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 덩어리가 영원이 아니라, 오히려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이 순간이 영원이란 사실을 깨닫는다면 영원한 생명이란 것도 지금 이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것이다." -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P.106 "이 그림들이 그려진 단 한 가지 이유, 내가 죽기 전에 보려고...." - 프레더릭 프랭크
P.118 누구나 아주 감상적인 시기가 있는데 난 그때를 창조에 눈뜨는 때라고 말하고 싶다. 그땐 여러 가지 경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밀려오게 된다.
P.119 모닝커피를 광고 문구나 새려진 사은품 컵을 사용해 마시는가? 자신을 위해 멋진 컵을 하나 마련하자. 가구, 조명, 꽃, 그림, 책, 음악, 책상 주변 용품들도 말이다. 그런 다음 일에 집중하자!
P.120 직감은 우리 자신을 최대한 활용하는 감각을 말한다. 평소에 스친 사소한 것들과 흘낏 본 것들을 축적해 뒀다가 종합해서 놀라우리만치 명확한 결론을 내리는 마음의 능력이다. 이런 모호한 감각들을 '육감'이나 '예감'이라고 하는데, 창조적 성과를 내는 데 아주 효율적인 기반이 되곤 한다. 직감에 귀를 기울이고 더 믿어 보기 바란다.
P.133 그림 그리는 능력은 유전되지 않는다. 단지 부모의 '재능'을 물려 받은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림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허가를 얻었다고 보면 된다.
P.136 가장 중요한 건 일단 뭔가 만들어 내는 것 자체란 뜻이다. 나이키에서 말하듯 "Just Do It." 그냥 하자.결과가 어떨까 재지 말고 흐르게 두는 거다.
P.137 "CSI를 보거나, 잠을 자거나, 비디오 게임 하는 대신에 그림을 그리자."
P.152 부모들은 학교 운동 경기에는 후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음악이나 미술 교육 지원금은 삭감하곤 한다. 아무도 자기 아이들이 예술가로 자라길 바라지 않는다.
P.153 예술이 없다면 영혼이 고통 받는다. 내가 누구인가 표현하고 자기만의 시각을 드러내고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아갈 기회가 줄어드는 거다.
P.153 "곧 죽거나 사랑을 할 거라면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잊어버려야 한다. 그 모든 걸 잊어버리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면 거기에 미쳐야 한다. 열광하는 것은 천국과 같으니까" - 지미 핸드릭스
P.154 고대 동물 화가들에게 화상이 붙고 셰익스피어에게 저작권 파트너가 있고 모차르트는 백만장자가 되고 반 고흐는 파파라치에게 시달려야 하지 않느냔 말이다. .. 우린 창작이 얼마나 본능적이고 인간다운 것인지 이해하는 일로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P.160 아마데우스 - 모차르트가 레퀴엠을 흥얼거리고 살리에리가 받아 적는 장면은 그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명장면. 열두 번도 더 봤다.
P.164 자신의 일기를 쓰는, 즉 자신에게 창작을 허락한 사람들은 예술이란 게 사실은 이런 것들과 연관된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기쁨 - 축북 - 아름다움 - 사랑 - 유머 - 진짜 인생 등등
P.164 "예술은 이제 그만, 예술이 넘쳐나서 우리를 미치게 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림을 그리려 하지 않고 예쑬을 하길 원할 뿐이다." - 파블로 피카소
P.165 "나는 시나리오를 씁니다."와 "나는 시나리오 작가입니다"는 어떻게 다른가? 또 "나는 그림을 그립니다"와 "나는 화가입니다"의 차이는? 내 생가겐 별 차이가 없다.
P.170 집중과 불굴의 노력은 아주 중요하다. 예술의 여신이 갑자기 짜잔~ 하고 나타나 성공의 벼락을 맞은 예술가 얘기는 신화일뿐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핵심까지 파고드는 연습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