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서재에서 딴짓한다 - 박웅현·최재천에서 홍정욱·차인표까지 나다운 삶을 선택한 열두 남자의 유쾌한 인생 밀담
조우석 지음 / 중앙M&B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원래 옴니버스 형식 책은 신뢰가 안간다. 짧게 가다보니 깊이가 확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얼마전에도 사회 명사들이 어떻게 독서를 했는지에 대한 책을 읽다가 초반에 덮었다. 인터뷰가 아니고 명사들의 책에서 글을 발췌하고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었는데 지루하고 영 아니올시다였다. 그리고 다시 잡은 이 책. 시큰둥한 시선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재미있다!"를 연발했다. 이런 일은 흔하지 않은데.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인터뷰어에 있다.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비슷한 형식은 김정운의 <남자의 서재>다. 그런데 솔직히 이 책 <남자는 서재에서 딴짓한다>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조우석이라는 분의 인터뷰어로서의 내공이 굉장하다. 일방적인 인터뷰가 아니다. 예를 들어 차인표와의 인터뷰에서 차인표에게 조언도 해 준다. 그것도 작가로서 대성하고 싶은 초보 작가에게 굉장히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시인 문정희 선생에게서 들은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훌륭한 조언이다. 인터뷰를 한 열두 남자 중 몇몇을 제외하고는 인터뷰어의 내공이 더 세다는 느낌을 읽는 내내 느꼈다. 다른 인터뷰 책에서는 못 느꼈던 이 신선함이란. 독자는 인터뷰어의 시선으로 책을 읽으니 약간의 우쭐함까지 느끼게 된다. 여기서 내공이란 대충 '삶의 연륜', '인문학적 소양' 등이 될 것이다.
이름만 대면 아는 명사도 있었지만 이 책에서 처음 접한 인터뷰이 중 가장 놀라운 사람은 단연 공간 디자이너 마영범이었다. 좋은 인터뷰를 읽었을때의 큰 장점은 '엑기스'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잘하면 책 한권 읽은 효과가 난다. 그런 면에서 단연 최고의 인터뷰였다. 저자도 "인터뷰 내용은 그날 나눈 이야기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만큼 그는 다변에 달변가였고, 종횡무진 내달렸다. 말에 굶주린 사람 같았다. 실은 지금도 마영범이 누구인가 궁금하다...." 라며 은연중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나도 마영범이 궁금하다. 바닥까지 가봤다는 인생역정도 그렇지만 예술가로서 소신이 대단하다. '내가 쓰는 물건이 나를 규정한다'는 디자인이 지향해야 하는 철학을 단 한 줄로 표현한 말이다. 이보다 더 디자인의 중요성을 표현할 말이 있을까. 우리가 문화적 면에서 일본을 추월하기 힘들다는 말은 정말 충격적이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머니 열심히 하자는 말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홍정욱과 차인표는 책을 읽기 전에는 가장 기대했지만 솔직히 새로운 무엇은 보이지 않아 조금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젊으니 앞으로를 기대해야지. 박웅현, 윤광준, 최재천, 이원복, 이왈종에 비하면 솔직히 진행형이라고 봐야된다. 신기한 것은 인터뷰에 내공이 고스란히 보인다는 점이다. 이것도 훌륭한 인터뷰어의 힘이 아닐까. 오랫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수들에게 한 수 아주 잘 배운 느낌이다. 그런데 한가지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다. 이 책의 제목이 책과 잘 안 어울린다. 이 책은 차라리 <남자와 서재에서 인생을 말한다>가 더 적당하다. 물론 사견이지만.
▷ 마음에 드는 구절

- 광고인 박웅현

P.4 "쉴 곳을 찾아 세상을 뒤지고 찾아 헤맸으되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는 자신의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 서문을 그렇게 마무리했다.
P.6 베스트셀러 <인생 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말대로 많은 사람들이 가슴 뛰는 직업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그를 위해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행복한 삶을 사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삶 따로, 꿈 따로인채로 산다.
P.16 카피라이터의 기초 체력이 인문학이라고 내내 강조했다.
P.18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를 보세요. '히까닥' 스토리는 한 줄도 없습니다.
P.19 좋으 강의를 듣는 건 때론 책 백 권 못지않은 짜릿한 지적 체험
P.23 우리 교육의 비극은 객관화, 즉 모든 걸 산술적으로 계량화하려는 데 있습니다.
P.23 '화가 렘브란트처럼 그림을 그리는 건 쉽다. 겉으로 보이는 사룸과 똑같이 그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내가 다시 아이로 돌아온는 데에만 40년이 걸렸다.' - 피카소
P.24 우리가 아이를 낳았으니 양육 책임ㅇ 있지만, 집착하는 순간 끝장납니다. 바로 그게 객관화 노력입니다.
P.25 우리는 부모의 이기주의와 사랑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게 문제지요. 저는 이렇게 역설적으로 말합니다. 아이들을 덜 사랑했으면 좋겠다고요.
- 사진가 윤광준
P.38 "돈 버는 것 빼고는 세상의 좋고 멋지고 아름다운 걸 두루 경험해밨다. 그럼에도 여전히 갈 데 많고 할 게 남아 있으며 만나야 할 사람이 많으니 그게 희망이다."
P.40 '죽더라도 난파선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사람이고 싶다.' 멀리 떨어진 곳이란 제겐 작가로 홀로 서는 꿈, 그것이었조
P.45 한번은 최인호의 소설 <잃어버린 왕국>을 읽으며 일본에 필이꽂혔어요. 일본은 '성공한 서자'이고 한국은 '실패한 적자'라는 게 최인호 마인데, 그걸 눈으로 확인하려고 일본을 아홉 차례 찾아갔죠. 교토, 나라, 규슈 등직 그곳이고요.
P.48 예술적 감수성은 일상 너머의 가치를 이해하는데 필수다.
- 가수 화가 조영남
P.73 문제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 재미있는 길은 지도에 나오지 않는다는 거야. 물론 책에도 안 나와.
-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P.88 최 교수는 어느 인터뷰에서 자기 역할을 '자연에 숨어 있는 지혜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P.89 경박한 말이지만 수컷은 별 볼일 없는 '바지저고리'에 불과하다는 게 과학적 진실입니다. 자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컷의 유전적 기여도는 정말 보잘것없다는 게 이제 상식이 된 세상입니다.
P.93 문제의식을 가지려면 좀 더 삐딱해져야 하고, 폭이 넓어져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할래? 방법은 다른 분야의 책을공격적으로 읽어야 한다
P.97 진화생물학은 우리 시대 가장 각광받고 있고, 사회 변화를 주도하나는 의미에서 어떠면 제1 학문입니다.
* 인간의 사회적 행동이 유전적으로 결정되는가는 이제는 질문거리도 되지 않는다. 문제는 과연 어느 정도인가? 그건 결정적이다.
- 에드워드 윌슨, <인간 본성에 대하여>
- 공간 디자이너 마영범
P.112 대부분은 음악 따로, 일상 따로 겉돕니다. 문화가 액세사리. 즉 장식품에 불과하니까 그들에게는 진화가 일어나지 않는 겁니다.
P.114 탁석산이 오래전 베스트셀러 <한국의 정체성>에서 지적했죠?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습관적으로 말하는 것은 헛소리예요. 차라리 우리 재료를 외국 디자이너에게 던져주는게 낫습니다. 그들이 만드련 완전히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죠.
P.115 지금의 대한민국은 자기 정체성도, 미학도 없는 허접한 사회
P.116 일본은 1980년대 경제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동서양 최고의 물건들을 모두 써보고, 갈 데까지 가본 겁니다. 그 결과 모든 게 헛되고 헛되다는 깨우침을 얻은 것이죠. 그걸 뛰어나 아티스트가 깨달았고, 사회 전체가 알아챈 겁니다.
P.116 <디자인 생태계>의 공저자인 후카사와 나오토는 일본을 대표하는 제품 디자이너인데 그의 제품은 정말 무덤덤하리만치 소박한 게 특징입니다.
P.116 네가 먹은 음식물이 너를 만든다란 유명한 말대로, 당신이 쓰는 물건이 바로 당신을 규정합니다.
P.118 찬밥 신세였던 한국 디자인 공예 분야에 부는 새로운 훈풍이자, 한번 바뀌면 무섭게 달리는 우리의 힘으로 볼 수 있ㄷ..
P.120 디자인이란 세상의 모든 사룸에 제자리를 잡아주는 작업이다.
P.120 신이 있다면, 디테일 안에 존재한다, 적은 게 많은 것이다. - 발터 그로피우스
P.121 눈썰미 있는 조너선 아이브(애플의 디자인 책임자)가 그것을 발견하고 디터 람스를 자기 멘토로 삼아 모든 애플 디자인에 적용하지 않았는가?
P.121 취향이고 뭐고 간에 자기만의 일상을 가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 수학자 강석진
P.129 축구 경기와 전공 시험이 겹쳤다고 울상인 녀석들에게 저는 축구가 우선이니까 시험은 뒤로 미루라고 호통칩니다. 담당 교수에게 편지를 써주겠닥 살살 꼬드기기도 합니다.
P.134 "내가 45년이 넘도록 국어학을 해오고 있지만 본래 디고 싶었던 것은 톨스토이 저리 가라 하는 대문호!" 그 순간 엄숙한 장내에 폭소가 터졌다. 이때 아버지는기름을 확 쏟아부었다. "뭐 노벨상 같은 건 줘도 안 받고!"
P.136 특이한 천재를 볼 때 보통 사람들은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 같은 곳에서는 그러 천재를 종종 왕따시키곤 합니다. 성숙한 사회, 성숙한 인간이라면 그러면 안 돼요.
P.137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하나요?" 젤마노프가 답하길 "알면 나에게도 좀 가르쳐주세요."
P.140 죄송한 말이지만, 원래 수학은 보통 사람은 잘 못하게 되어 있어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런데 왜 다들 기계적인 수업을 받았다고 불만일까요?
- 기업인 홍정욱
P.152 나를 귀족이라고 하는 게 실로 의아하다. 언젭터 이 나라에선 배우의 아들이 귀족인가? 자기다움이 중요한 것 아니냐? 귀공자 이미지가 싫다고 헝쿨어진 머리로 막춤을 출순 없지 않으냐. '올재'를 통해 젊은이들과 삶의 지혜를 나누고 싶다."
P.155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에 대한 조명보다는 사고치는 분, 쇼 하는 사람을 마치 난리가 난 것처럼 보도합니다.
P.157 우리 사회가 너무도 경박한 데다가 분노의 정서로 가득한데 궁극의 해법은 무엇일까요? 결국은 근본으로 되돌아가는 것, 성찰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저만의 구상이, 오랜 꿈이 있었던 겁니다.
- PD 송창의
P.168 만족스러운 삶은 단 하나뿐입니다. 위대한 일을 하십시오. 위대한 일이란 자신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 바로 그것입니다. - 스티브 잡스
P. "앤 드류얀에게 바친다. 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 속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과 공유할 수 있었음은 낭게는 커다란 기쁨이었다." - 칼세이건 <코스모스>
- 배우 작가 차인표
P.192 최근에 시인 문정희 씨에게 들었던 말을 들려드릴까요. 그분에 따르면 본래 통찰력이 먼저랍니다. 문학이건 뭐건 간에 세상을 자기눈으로 보거나, 삶의 기미를 잡아내는 지적 능력, 즉 통찰려기 우선이고, 테크닉이나 스타일 등은 그다음에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거죠. 통념과 정반대인 셈입니다.
P.194 세상을 보는 그만의 시선이 필수이고, 이것이 보헤미안적 흐느적거림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견고한 지성을 축적해야 한다.
P.199 <7년의 밤>이 재미있더라고요. 표현력이 뛰어나서 깜짝 놀랐어요. '멱살 잡히듯 추억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는 식의 문장은 저는 꿈도 꾸지 못하거든요.
P.201 드라이한 문장을 구사하면서도 스토리에 힘이 센 작가들... 반면 국내 작가들은 문장에 너무 물기가 많다.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셈세하다.
- 만화가 이원복
P.211 외국인들이 한강 장관을 보면 뒤로 넘어집니다. 그들은 전말을 중시해서 개천이라 도로만 펼쳐져도 집값이 올라가는 판인데 유장한 강이 보이니 뻑 가는 거죠.
P.214 그럼 무슨 재미로 사세요 - 이 순간 제가 하고 싶은 걸 즐기는 것, 그 이외에 뭐가 또 있겠습니까?
P.215 포도주 산지가 어디고 생산 연도가 언제고 소믈리에 흉내 내는 사람을 종종 보는데, 그거 좀 민망한 노릇입니다. 철학자 헤겔이 머리카락을 숫자를 줄줄 꿰서 뭐하겠어요?
P.217 대한민국 사람들은 자기 문화에 대한 자존심이 엄청 강해요. 식민지 지배를 했던 일본 사람 앞에서도 게다짝에 쪽발이라면 콧방귀를 뀌면서 한자를 알려주고 문화를 전수해줬던 전통을 들먹이거든요. 그렇게 기가 센 우리가 왜 내 돈 주고 사 먹는 와인 앞에 벌벌 기어야 한다는 거죠?
P.217 저는 사회적 네트워크도 일체 끊고 삽니다. 무슨 모임에, 포럼이다 동창회, 그런 건 전혀 나 몰라라 합니다.
- 영화인 김동호
P.239 여배우들에게 둘러싸인 남편 모습에 내심 질툭 나지 않느냐고 물으니, "저 나이에 저렇게 즐거운 건 좋은 거 아니냐"라고 시크하게 답했다.
- 화가 이왈종
P.250 작가는 외로워야 하고 그래야 작업이 가능하다. 적적한 그 상태야말로 몸과 마음이 비워져 있다는 뜻이다.
P.251 풍수 이론에 따르며 서울은 전형적인 잡답으로 분류된다. 잡답, 바람과 물의 흐름이 막힌 고약한 곳이란 뜻이리라.
P.254 사실 작가는 외로워야 해요. 그게 좋은 겁니다.안 그러면 장돌뱅이죠. 할 일 없이 빈들거리더라도 이 공간에 있어야 하는데, 손 놓고 쉬는 것까지 작업의 일환이니까요.
P.258 여기 서귀포 어린이 그림 교실가 <서귀포신문>의 문화 강좌에서 7년째 무료 강의를 합니다. 저는 '너희들 마음대로 그리라'고 합니다. 그렇게 순진무구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제가 외려 배우고 영감을 얻습니다.
P.260 미술이니 시니 문학이니 하는 장르 구분은 실로 중요한 게 아니죠. 회화 조각 평면 설치 사진도 마찬가지죠. 결국 자기의 그릇, 사람됨의 크기를 반영합니다. 일상생활이란것도 자기 그릇의 반영이구요.
P.260 행복이 지나치면 고통이 찾아오고 그게 함정이라는 걸 알아차려야 합니다.
P.261 나만의 세계를 찾는다지만, 세상의 기준이 있고, 나만의 기준이 있다. 나에게 맞춰서 사는 게 성공적인 삶이 아닐까? 어정쩡한 것, 그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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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지음, 정현종 옮김 / 물병자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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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생일에 학교로 비싼 수제 케이크를 보냈다. 아들은 무척 즐거워했고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무척 부러워했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낸 뒤 종종 이런 부모들을 본다. 그런데 난 이 일이 무척 불편했다. 아들은 집에 와서 케익이 맛있었다며(앵그리 버드 케익이라고 했다) 다음에 꼭 사달라고 조른다. 나는 약간의 분노까지 느꼈다. 왜? 비슷한 일은 종종 있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아이들이 학교 수업으로 스케이트 타는 곳에 따라가서 음료수를 돌렸다고 한다. 아들이 또 말한다. "엄마도 한번 오면 안돼?" 한참 동안 이 일은 내게 숙제 같은 기분을 던져주었다. 도대체 정체모를 이 기분 나쁨은 무엇인가.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은 알겠지만 왜 이리 나는 마음이 불편한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하고 말이다.
 
<아는것으로부터의 자유>를 읽고 가슴이 후련해짐을 느꼈다. 그동안의 나의 고민과 깊이 생각했던 일에 대해 명쾌한 답을 제시해주었다. 학교에 가서 아이의 생일이라고 케익까지 사 들고 가는 엄마는 어떤 문제가 있는것일까. 일단 이런 행동은 '외로움'에서 비롯된것이다. 누군가 자신을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일것이다. 도대체 자신의 무엇을? 돈이 있음과 시간적 여유가 있음과 아이에 대한 자신의 세심한 배려에 대해 칭찬을 받고 싶고 과시하려는 욕구가 아닐까? 본인은 굉장한 기쁨을 얻었지만 다른 아이들과 엄마에 대해서는 굉장한 폭력에 다름아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한가지. 자신의 아이에게 절대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엄마가 없거나 형편이 좋지 못한 다른 아이들의 동심에 상처를 준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극단적 이기주의다.
"그들은 오로지 완벽한 부르주아가 되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들이 아이들을 사회에 맞도록 준비시킬 때 그들은 전쟁, 갈등, 잔인성을 지속시킨다. 당신은 그것을 보살핌과 사랑이라고 부르는가?"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종교에 의지한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 고독을 이겨내고 강해져야 한다. 종교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종교의 힘이 없어도 스스로 자유롭고 고독을 즐길 마음의 근력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주변 사람들이 주말에 교회로 사찰로 가는 것을 보며 나는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고민한 적이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지금 상태로도 충분하다는 확신이 생겼다. 결국 아무도 나를 가르쳐주거나 내가 기댈 곳은 없다. 어차피 혼자 헤쳐나가야만 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는 말한다. 증오 없이, 질투 없이, 분노 없이, 그가 행동하고 생각하는 바에 간섭하려고 하지 않고, 비난 없이, 비교 없이 사랑하는 것.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준다. 진정한 사랑은 이런 것이다. 그런데 배우자에게는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지 못한다. 있는 그대로의 남편과 아내를 사랑한다면 갈등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심리적인 부족함은 부부 사이의 관계에도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높은 이혼율이 이 사실을 증명한다. 가족의 해체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결국 모든 문제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고 내 자신이, 개인이 안고 있다. 그리고 문제해결도 스스로 할 수 있다.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는 바깥에서 누군가 나를 변화시켜주거나 어떤 이론이나 종교에 기대는 것의 허망함에 대해 말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내적 혁명이다. 그리고 과거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마찬가지다. 기댈 것은 나 자신뿐이다. 오늘 당장 바뀌어야만 나의 변화는 비로서 시작되는 것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18 미숙함은 자신에 대해 완전히 알지 못하는 데서 나오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P.19 달구지에서 비행기에 이르는 외적 발전은 있었으나 심리적으로 개인은 전혀 변하지 않았으며, 전세계의 사회구조는 개인에 의해 만들어졌다.

P. 26 밖에서 부과된 질서는 언제나 무질서를 낳는다.

P.37 자신을 이해하려면 상당한 겸손이 필요하다. 만일 "난 나 자신을 알고 있다"라고 말함으로써 출발한다면, 당신은 이미 자신에 대해 배우기를 멈춘 것이다.

P.42 어떤 사실을 이해하려면 그것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그것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 우리들 대부분은 죽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는 것을 두려워한다.

P.47 마음이 조작나지 않았을 때에만 당신은 자신의 전체성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전체성 속에서 보는 것이 바로 진실이다.

P.54 쾌락을 추구하는 마음은 반드시 그것의 그림자인 고통을 겪어야만 한다는 점을 알면서 추구하자는 예기다. 우리가 아무리 쾌락을 좇고 고통을 피하려 한다고 해도, 그 둘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다.

P.79 나는 누구에게도 "폭력적이지 마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신이 그렇게 되기를 원치 않는 한.

P.81 당신이 스스로를 신념, 국적, 전통에 따라 분리하고자 할 때, 그것은 폭력을 키운다. 따라서 폭력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나라, 어떤 종교, 어떤 정당이나 편파적 조직에도 속해 있지 않다. 그는 인류에 대한 전적인 이해에 관심이 있다.

P.91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이미지 형성, 방어 매커니즘에 근거하고 있다.

P.95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과시하려는 충동이 있다. 마음이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때 가난은 놀랄 만큼 아름다운 것이 된다. 우리는 내적으로 가난해져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아루넌 요구나 욕망이 없기 때문이다.

P.100 만일 당신이 자신을 다른 것 또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 될 것이다.

P.102 뭔가 즐더운 일을 할 때 거기엔 아무 노력도 필요없다. 그러나 쾌락은 고통을 가져오고 그래서 고통을 피하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그것은 또한 에너지 낭비다.

P.108 당신은 기억으로 가득하고, 제약투성이이며, 어제의 투덜거림으로 꽉 차 있기 때문에 결코 고독하지 않다. 즉 당신의 마음은 그동안 그것이 축적해 온 쓰레기들을 깨끗이 비우지 않은 것이다. 고독하려면 과거에 대한 모든 것들을 버려야만 한다.

P.110 모든 것을 완전히 버리는 것이 고독이면, 고독한 마음은 순진할 뿐만 아니라 젊으며, 나이나 시간에 관계없이 어떤 나이에서든 젊고 천진하다.

P.120 하루하루 마치 그것이 새로운 아름다움인 양 완벽하게 살려면 어제의 모든 것은 죽어야 한다.

P.122 죽음이 있을 때 거기엔 완전한 새로운 어떤 것이 있다.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는 곧 죽음이며, 그러면 당신은 살고 있는 것이다.

P.130 부모들은 오로지 완벽한 부르주아가 되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들이 아이들을 사회에 맞도록 준비시킬 때 그들은 전쟁, 갈등, 잔인성을 지속시킨다. 당신은 그것을 보살핌과 사랑이라고 부르는가?

P.132 당신이 아이들을 사회에 맞도록 준비시킬 때, 당신은 그들이 죽임을 당하도록 준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P.140 만일 당신의 눈이 근심 걱정으로 가득 차 있아면, 당신은 황홍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다. 우리들 대부분은 자연과의 접촉을 잃었다. 문명은 점점 대도시를 향해 가고 있다.

P.147 문제가 생겨났을 때 그것을 즉각적으로 해결함으로써 그것이 우리 마음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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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양상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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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소개된 글을 읽었다. 선입견이 있어서 에쿠니 가오리에 대한 이미지는 '차도녀'였다. 이유는 이렇다. 먼저 사진. 가장 잘 알려진 그녀의 사진을 보면 완전 '차도녀'! 마치 발레리나 같은 머리 모양과 도도한 표정이 압권이다. 그리고 상당한 미인이다. 또 한가지, 비록 책이나 영화는 못 봤지만 대표작인 <냉정과 열정 사이> 때문에 작가의 이미지가 고착되었다. 일단 책 제목에도 '냉정'이 나오고 영화 여주인공은 정말 '차도녀' 그 자체 이미지인 배우 '진혜림'이다.

그러나 이런 나의 엉뚱한 착각은 이 책의 첫장을 넘긴 순간 10리 밖으로 달아났다. 전철에서 <부드러운 양상추>를 읽으면서 혼자 피식피식 웃기도 했다. 알고보니 에쿠니 가오리는 정말 사랑스러운 작가였다. 왜 이런 사실을 이제야 알았을까. 상황과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오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하고 놀라기도 한다.

 

작가의 일상을 몰래 엿보는 재미가 가득하다. 그녀는 목욕을 광적으로 좋아해서 2시간의 목욕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주식은 과일이고 손으로 원고를 쓴다. TV와 라디오는 취급하지 않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상당한 계절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글자에 대한 집착, 예를 들면 어떤 단어를 봤을 때 특이하면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한참 생각한다. '왜 저런 이름이나 표현을 썼을까?' 하고 말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한마디로 개성이 넘치는 사람이다. 왜 사람들이 에쿠니 가오리의 팬이되었는지 이 한권의 책만 봐도 알 수 있다.

 

동화를 쓴 적이 있다더니 동화 작가 워크숍에 참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유명한 소설가가 동화 작가를 지망한다니 신선하면서 아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글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드러난다고 한다. 차도녀는 무슨. 큰 오해를 한 것 같다. 독특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개성 만점의 작가다. 유난히 추운 겨울 좋은 작가를 발견하게 된 기쁨에 가벼운 열기가 느껴질 정도다. <냉정과 열정 사이>와 <도쿄 타워> 그리고 그녀의 다른 유명한 에세이를 올해 꼭 읽어볼 계획이다. 이 책을 만난 건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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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단련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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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설명이 필요없는 '지(知)의 화신' 다치바나 다카시가 지적 생산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치바나 다카시 식 정보 수집과 입력, 출력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좀 맥빠지게 서두에서 이렇게 일갈한다. "이런 주제에 보편적인 일반론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각자의 방법론이 있으며 이는 인간이 개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즉, 이 책에 나오는 방법은 다치바나 개인의 방법이니 참고하면 되고 결국 각자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심지어 저자 자신도 아직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자료 정리에 골치라면 신문정보, 잡지 정보의 정리에 대한 장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외에 정보검색과 컴퓨터에 대해서도 한 장에 걸쳐 소개하고 있으며 책 구매 방법, 인터뷰 방법에 대해서도 나온다. 이는 모두 다치바나의 방식이니 독자 자신에 맞게 응용하면 된다. 일단 저자와 우리가 다루는 정보의 양은 현격히 차이가 난다. 그는 '프로중의 프로'다. 뱁새가 황소 따라 가려다 가랑이 찢어질 필요는 없다. 그러다보니 이 부분의 내용은 좀 지루하게 읽다가 중반 이후에 눈이 번쩍 뜨이는 내용이 나왔다. 바로 입력과 출력에 대한 부분이다.

 

앞부분에서 자료 정리나 취득 방법 등 입력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3분의 2정도부터 출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입력과 출력 사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심지어 저자는 이 책을 처음 구상할 때 '입력과 출력 사이'라는 주제로만 쓸까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입력과 출력 사이가 도대체 뭘까? 바로 무의식의 세계를 의미한다. 이 무의식에 대해 블랙박스라고 표현하고 있다. 머릿속에서 무의식중에 진척되는 지적 작업이 상당히 중요한데 이 무의식의 세계에 대해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다. 실제로 지적 생산에 관하여 씌어지는 책의 대부분은 입력과 출력의 기술에 대해서만 논하고 '사이'에 관해서는 씌어진 것이 거의 없다. 요즘은 뇌과학에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부분은 이 사이와 깊은 관련이 있어보인다. 이러한 내적 프로세스는 너무나 개성적이기 때문에 일반론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의식의 능력에 대해서는 다음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무인도에 표류했다고 하자. 기억에만 의지해 국어사전을 만든다고 한다면 어떨까? 아마 볼 만한 사전이 나오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국어사전을 당장 펴보라. 아마도 대부분의 내용은 이해할 것이다.'

 

인간의 지적 능력 증진의 요체는 무의식의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지 어떤 의식적인 잔재주를 익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을 읽고 우리의 교육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아 뜨끔했다. 외워서 시험을 치는 교육이 왜 그리 덧없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럼 결국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일까? (이 책에서의 출력은 궁극적으로 글쓰기를 의미한다.)

 

"가능한 한 양질의 입력을 가능한 한 다량으로 해주어야 한다. 이외의 수단은 아무것도 없다."

 

좋은 문장을 쓰고 싶으면 가능한 한 좋은 문장을 가능한 한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 이외의 방법은 없다. 그리고 이 좋은 문장은 즐기면서 읽는 것이 최고다. 즐기는 심경이 무의식층에 가장 가까운 상태라는 것이다. 이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고 요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하며 그 일 자체가 '미치도록 즐거워야' 한다. 책읽기와 글쓰기가 미치도록 즐거운 사람은 언젠가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꽤 희망적이지 않는가? 지(知)의 거장의 말과 무의식의 힘을 믿어보자. 지식의 단련법은 결국 '즐겁게 공부하는 법'에 다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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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훈련소 - 간단하고 쉽게 글 잘 쓰는 전략
임정섭 지음 / 경향미디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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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도 좋아한다면 "글 써서 밥벌어 먹으면 정말 좋겠다!" 는 생각을 한번쯤 하게된다. 작가와 기자가 글을 써서 밥벌이 하는 대표직업. 그럼 작가 + 기자처럼 글을 쓸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글쓰기의 달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바로 이 책에서 강조하는 포인트 라이팅의 핵심이 작가적 글쓰기와 기자적 글쓰기의 융합이다. 기존 글쓰기 책에서 강조하는 '다독, 다작, 다상량'이 조금 식상하려는 찰나, 여기서 진일보하여 구체적인 글쓰기 해법을 제시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서평쓰기이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고 또 많이 써봐야 하는데 아직은 순수 창작물을 만들어 낼 내공이 부족하거나 '습작의 기억'이 필요하다면 서평쓰기가 적격이다. 일본의 유명 통역가이자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는 사망 1주일전까지도 책을 읽고 서평을 남겼다. 잘 쓰여진 서평은 다른 사람과의 소통의 장이 될 수 있고 블로그나 인터넷 서점 등에 나의 글쓰기를 쉽게 공개 할 수 방법이 된다. 서평뿐만 아니라 TV, 영화리뷰도 좋은 실전 글쓰기 방법이다.
 
글쓰기 법칙 중 축약의 법칙에서 예로 나온 정민교수와 스승인 이종은 교수의 사연이 재미있다. 정민 교수가 한시를 '텅 빈 산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라고 번역하자 이종은 교수는 이 문장에 군더더기가 많다며 첨삭지도해서 '빈 산 잎 지고 비는 부슬부슬'로 세련되게 만들었다는 일화다. 조사와 중복 표현만 빼도 글이 날렵하고 세련되어 진다. 문장 하나하나에 대해 글쓰기의 중요한 법칙들인 중복 배제, 축약, 단문쓰기등을 적용하고 글의 내용에서 포인트를 잘 잡아 구성한다면 보다 나은 글쓰기가 가능해진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저자의 글쓰기 훈련은 한번쯤 귀담아 들을만하다.
 
"저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고 넘어갈 수 없어요. 열여섯 살부터 그 시간을 지켰고, 지금도 그렇헤 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렇게 말했다. 열여섯 살이 아니라고 실망할 필요 없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나니. 오늘부터 열심히 노력하여 10년 후, 글쓰기의 달인이 되어 이렇게 말하자. "저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고 넘어갈 수 없어요. 책을 읽고 서평도 열심히 썼습니다. 10년 전부터 그 시간을 지켰고, 지금은 글쓰기에 자신있어요." 멋지지 않은가?
 

▷ 마음에 드는 구절

P.20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어렵고 교묘한 말로 글을 꾸미는 건 문장의 재앙'이라고 단언했다.

P.36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었다. 신경숙은 당시를 두고  "지루하고 춥고 덥던 시절을 견디기 위한 행위였다"고 밝힌 바 있다.

P.43 글쓰기는 세상 속에서 쓸 만한 글감을 찾는 일과 같다. 글감을 잘 찾으려면 글감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P.45 종합하면 글감 찾기는 사물이나 현상 혹은 기억, 그리고 경험에서 포인트를 찾는 일이며, 작가는 포인트를 제대로 찾아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P.61 포인트 라이팅은 작가적 글쓰기와 기자적 글쓰기의 컨버전스이며 하이브리드이다.

P.66 우리 삶을 돌아보면, 실재했던 것은 모두 사라지고 오직 이야기만 남는다. 과거를 기억해보면 에피소드만 주로 생각난다. 따져보면 삶은 우리가 기억하는 이야기들이 총합이다.

P.71 글쓰기를 빨리 하려면 단문쓰기를 해야 하고, 빨리 쓰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글을 쓸 때 데드라인, 즉 시간을 정해서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P.81 생각의 도구 중 하나는 관찰이다. 예를 들면 마티스의 스승인 들라크루아는 "5층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바닥에 완전히 닿기 전까지 그를 그려내지 못하면 걸작을 남길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P.86 포인트를 잡아야 글을 쓸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쓰면 글맛이 살아나지 않으며, 읽는 이의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포인트는 바로 '무엇을 쓸 것인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P.107 건조하게 줄거리만 소개한다면 독자들은 갈증을 느낀다. "대체 재미가 있는 거야, 아닌거야"라고 말이다. 의견과 소감을 넣음으러써 리뷰는 완성된다.

P.117 자유자재로 '서술'과 '묘사'를 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르기 위해 우리가 연습할 방법은 '요약하기'와 '줄거리 쓰기'다.

P.118 요약을 잘하기 위해선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원본과 차이 없이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요약은 글을 단순히 압축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창조라고 볼 수 있다.

P.160 비평을 할 때 전문적인 자료나 시각을 펼쳐놓는 사람은 당해 낼 재간이 없다. 소설 리뷰를 하면서 비슷한 소설을 소개하거나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인용하면 아무리 글을 잘 쓰는 이라도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P.164 글을 쓰면서 홀로, 깊이 울어보았다면 알 것이네. <난쏘공>을 쓴 작가는 얼마나 많이 울었겠는가. 그건 울지 않고는 쓸 수 없는 글이네. 그건 작가가 그만큼 아프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글이야

P.217 글은 다이어트하듯 줄일 수 있을 데까지 줄여야 한다. 몽테뉴는 "싫증나는 문장보다 배고픈 문장을 쓰라"고 했다.

P.234 하루키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일상 속의 주인공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독자를 특유의 기묘함으로 이끈다는 데 있다.

P.241 재미보다 인내를 가지고 읽어야 하는 인문 과학 역사 책. 어떻게 서평을 써야 할까? 포인트는 딱딱한 재료를 어떻게 부드럽게 요리해서 독자에게 전해주느냐에 있다.

P.249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은희경의 소설이다. 이 제목은 릴케의 시 '우리가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것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멸시하기 때문이다'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P.264 독서에 내공이 있는 이들이 흔히 간과하기 쉬운 사항이 있다. 서평을 쓰면서 자신이 가진 지식을 십분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P.268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을 과학에선 '케플러의 난제'라고 한다. 케플러는 천체의 원리를 발견했지만 이를 쉽게 설명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데서 유래됐다.

P.290 비판받는 상대가 어떤 불만도 제기하지 못하게. 혹은 불만이 있어도 참을 수밖에 없도록 글 자체가 완벽해야 한다. 그거려면 치밀한 구성과 연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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