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사장 분투기 - 개정판, 자영업으로 보는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
강도현 지음 / 북인더갭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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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눈길을 사로잡는 멋진 레스토랑과 카페. 식사하면서 또는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한다. "와 나도 이런 가게 주인 한번 해봤으면." 그런데 왜 하필이면 요식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할까? 왠지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고 멋진 공간이 주는 매력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은 피튀기는 경쟁과 쌍둥이다. 혹시 이런 생각을 발전시켜 정말 자영업을 하려는 결심을 굳혔다면 한가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이 책을 읽어보고 자영업자의 현실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2012년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자는 어떤 의미인가. 많은 은퇴자가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자 꿈꾸는 직업이 바로 자영업자, 더 끝내주는 말로 '사장님'이다. 그런데 사업자와 자영업자는 엄밀히 따지면 의미가 다르다. 사업가는 다른 사람의 자본을 사용하거나 사람을 고용해서 그 사람이 이익을 창출하도록 하지만 자영업자는 말 그대로 나와 내 가족이 일해야 한다. 내가 사장이자 고용인이 되어 일해야 하며 업종에 따라서는 주말도 휴일도 없다. 더 큰 문제는 너무 많은 초기 자본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배수의 진을 치고 뛰어든다는 데 있다. 사실 이것만큼 위험한 발상도 없다. 잘 되면 좋지만, 최악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더군다나 자영업자 대부분은 그 업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수년 동안 고민하고 계획해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6개월 미만의 준비 과정을 거쳐 그저 누군가 추천해 주거나 해보면 잘 될 것 같은 업종으로 자영업자로서의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저자는 잘나가는 직장인에서 직접 카페를 경영하면서 쫄딱 망한 경험을 살려 이 책을 썼다. 경험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망하고 나면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다. 한 번 망하면 그냥 망하는 것이 아니고 최소 수천에서 수억을 날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즉 가게를 임대하는 데서 발생한다. 권리금이라는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에 발목이 잡힌 영세 자영업자들이 깊은 고민 없이 시작한 생계형 가게를 몇 개월, 몇 년 만에 폐업하고 자본금까지 날리는 데는 이런 폐단이 존재하는 것이다. 도무지 상식을 벗어난 한국식 자본주의 논리에 할 말을 잃는다. 그리고 자영업 한번 해봐야지 하는 생각은 싹 달아나 자취를 감춘다.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표현되는 현실은 암담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넒은 도로가 있고, 근처에 지하철역이 있으며 학교가 좋거나 넓고 쾌적한 공원이 있는 곳. 즉 공공 투자가 많이 된 어느 동네의 모습이다. 이런 곳의 땅값, 임대료, 권리금이 당연히 높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 공공투자는 누구의 돈으로 하는가. 바로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다. 그런데 이 열매를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과 권리금 장사치들이 챙기고 있다. 과연 이것이 정당할까. 어느 사회든 불로소득이 높으면 생산성은 떨어진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이건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고 또 다른 중요한 포인트는 자영업을 하려면 최소한 어떤 원칙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할까? 재무적으로 생각하고, 부동산은 발로 선정하며 업에 충실하라는 것이 저자의 제안이다. 업에 충실하라는 말은 많은 의미가 있다. 결국, 남들과 차별화 되고 나만이 할 수 있으며 내가 즐기는 일로 자영업을 하면 성공률은 높아진다는 말이다. 예로 자전거 가게를 들고 있는데 이건 나도 몰랐던 사실이다. 자전거 매니아만이 자전거 가게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매달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에 취해 남 좋은 일만 하는 건 아닌지, 온종일 상사 눈치에 후배들 뒤치닥꺼리에 지쳐갈 때 고개를 쳐드는 한 가지 생각, "나도 내 사업해볼까?" 하지만 정말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미 포화상태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분명히 차별화된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이 책에 답이 있을까? 힌트는 주지만 정답은 없다. 답은 스스로 찾아내는 길밖에 없다. 이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말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25 2010년 기준으로 15세 이상 생산 가능 인구 가운데 약 16.9%가 자영업자이거나 그들을 돕는 가족들이다.

p. 33 최근 몇 년 동안 늘어난 일자리는 거의 모두 50대와 60대 이상 은퇴 이후 세대에서 생겨났으며, 일자리가 늘어난 분야도 모두 비제조 서비스 분야다.

p. 37 이미용업 및 세탁업의 다수가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상태인 셈이다.

p. 46 현재의 자영업 쇼크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향후 30년 가량 지속될 고용 충격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p. 71 실제로 운영해보면 경영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지만 편의점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 중에 본인의 경영 능력이 뛰어나서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p. 85 문제는 전문성 없이 뛰어들 수 있는 업종들이다. 대표적으로 카페, 음식점, 편의점이 그렇다.

p. 91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애초에 구상한 사업 계획을 철저히 고수하지 않으면 역량을 초과하는 없장을 얻게 된다.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초입니다.

p. 108 자영업자 중에 돈 좀 버는 사람들이 있다. 딱 두 부류다. 한 장소에서 장사를 잘하는 부류, 또 하나는 권리금 장사를 잘하는 부류다.

p. 119 동 단위로 각 업종의 분포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지역별 평균 임대료, 인구 수, 업종별 신규 점포 수, 폐업 점포 수 정도를 알 수 있다면 업종 선택에 큰 도움이 된다.

p. 126 헨리 조지는 산업혁명 이후 산업화된 도시에서 고질적인 빈곤이 발생하는 원인을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으로 파악했다.

p. 147 전 세계적으로 연간 750만 톤이 소비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최근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p. 155 그만큼 성공의 공식을 가려져 있다. 경영학에서는 성공한 CEO가 왜 자신이 성공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p. 156 열의, 시간, 돈을 투자해서 상당한 수준까지 오르는 취미생활이 자영업자로 전환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p. 172 돈을 벌기보다는 사업을 통해서 이루어가는 창조적 가치가 우선이다.

p. 177 업의 본질을 꿰뚫고 공간적으로 철학과 고외가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p. 180 서비스가 엉망이면 아무리 맛있어도 절대로 다시 가지 않는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누구나 한다. 장사의 기본 중 기본이다. 그런데도 친절하지 않은 가게가 지천에 깔려 있다.

p. 183 분야에서 알아주는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책을 한 권 쓰겠다는 수준의 적극성을 가지고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자기 브랜드화가 이루어진다.

p. 185 좋은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 저럭헤 해봐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일상에 치이다 보면 며칠이 금세 지나간다. 그럼 끝이다. 결국 승부는 얼마나 실행하느냐에 달렸다.

p. 192 상가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협의와 대책 마련을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폭력적인 철거에 직면하게 된다.

p. 199 사실 자영업자가 되는 사람들의 기대치는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수익이 적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요.

p. 206 자영업으로 생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주인의 성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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