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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글쓰기 - 남자 보는 눈으로 통달하는
유나경 지음 / 북포스 / 2012년 10월
평점 :
20대를 돌아보면 분명 가장 큰 관심사는 남자, 연애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러하다. 솔직히 나이 들고 보니 그때 쏟은 에너지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썼다면 더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가 된다. 그래서 후배들이나 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너무 힘 빼지 말고 빨리 결혼해라. 그리고 연애에 뺄 기운 다른 곳에 써라." 이다. 그런데 이게 뭐 마음대로 되는 일도 아니고.
30대 후반이 되어 아이들도 크고 직장에서도 자리를 잡고 나니 다시 연애를 하고 싶어졌다. 웬 늦바람? 20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상대를 만났다. 남편보다 더 좋다. 나를 미치게 만든다. (불륜 막장 드라마가 시작되는건가?)
그는 바로 '글쓰기'다. 이런 내게 눈에 번쩍 뜨이는 책이 있었으니 바로 '남자 보는 눈으로 통달하는 발칙한 글쓰기'였다.
글쓰기 책은 크게 몇 가지로 분류가 된다. '글쓰기 실전 노하우', '작가란 어떤 직업일까?', '글을 써서 출판하는 방법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는 방법', '팔리는 책 쓰는 방법' 등등. 크게 나누면 두 가지다. 실제로 글을 잘 쓰기 위한 세세한 방법론(문법 등)과 글을 쓰는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은 후자에 해당된다. 그렇다고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실제 작가가 되기 데 필요한 내용은 거의 다 언급되어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글쓰기 책을 많이 읽는데 지루한 책들도 많다. 하지만 이 책에는 '남자'가 등장한다. 남자와 글쓰기가 이렇게 통할 수 있다니 하며 감탄을 하는 사이에 벌써 책장이 다 넘어간다. 물론 글쓰기에 대한 실전 노하우와 남자의 속성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양 손에 잡힌 채로 말이다. 남자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직접 경험을 해보지 못하고는 나올 수 없는 노하우들이 이 책에는 거침없이 녹아들어 있다.
글쓰기는 괴로운 작업일까? 그런데 이걸 해야 하나? 저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즐겁지 않은 일을 어떻게 꾸준히 할 수 있겠는가. 작자들이 글쓰기는 어렵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라고는 말하지만, 고통을 감내해 낼 만큼 즐거움도 있으며 결과가 주는 짜릿함이 있다. 연애 과정도 마찬가지다. 즐겁기도 하지만 밀고 당기는 그 과정이 항상 달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 결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 후로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성취될 수도 있다. (아닐수도 있지만)
연애는 누가 하지 말라 해도 다들 알아서 잘한다. 글쓰기는? 글쓰기도 필수다. 깊어가는 가을, 남자도 좋지만 글쓰기와의 연애도 권장한다. 글쓰기가 뭐가 좋으냐고? 재미없을 것 같다고? 그럼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정말 확실한 거 한가지. 남자는 배신을 해도 글쓰기는 배신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글쓰기와 연애를 하면 그는 영원히 내 안에 머무는 것이니까.
▷ 마음에 드는 구절
p. 015 남자와 연애하듯 글쓰기와 연애하라. 글쓰기가 설레고 즐거운 일이 되어 자꾸 생각나고 그래서 자꾸 만나고 싶어져야 한다.
p. 018 글을 쓰려 한다거나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은걸. 자신의 변화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변화까지 불러올 수 있다니 이 세상에 이보다 멋지고 매력적인 일이 또 있을까.
p. 018 모든 작가에게 글쓰기는 어렵고 고통스럽고 괴로운 작업일까. 나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p. 024 우리는 '프로페셔널'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지극히 아마추어적인 노력과 그 노력을 계속하게 하는 식지 않은 열정을 기억해야 한다.
p. 055 습작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가 생겨나고 다듬어진다. 그래서 모두들 글은 써아 는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p. 071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읽고 마는 글이 아니라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p. 072 독서의 내면화란 다른 이의 책을 읽으면서 글의 문체나 구성, 표현력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p. 081 창의력은 톡톡 튀지만 가볍게 느껴지는 감각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에서 얻을 수 있다. 창의력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통찰력을 통해 발휘된다. - 박웅현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p.086 나만의 매력적인 언어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나의 사물을 한 가지만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많이 하라.
p.089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습작을 많이 하라는 예기다. 많이 써야 한다. 그래야 나만의 문체, 나만의 표현 방법을 가질 수가 있다.
p. 110 만약 100명의 여자가 있다면 집안에 우환이 있어서 괴로움에 빠진 여자를 빼고 95명의 여자는 지나가는 남자를 쳐다본다. 단, 여자들은 지나가는 남자가 장동건이나 원빈 정도로 자체발광을 해줘야 쳐다본다.
p.115 당신이 쓴 작은 단상 하나, 짧은 글 하나도 버리지 말고 모아두어라. 그냥 모아놓기만 해서는 안 되고, 정리하여 분류해두면 나중에 쓰일 곳이 생긴다. 사실 이것이 글쓰기다. 이렇게 반복되는 과정이 실력을 키우고 일관성을 유지하게 한다.
p.144 목차가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도 막상 본문에 들어가면 글이 헐렁하다는 느낌을 받는 때가 있다. 이것은 큰 이야기부터 작은 이야기까지 들어차 있지 않아서 그렇다.
p.151 모든 글쓰기는 자료조사와 정보의 취합에서 시작된다. (...) 전문가를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는 것, 현장조사를 나가거나 직접 실험에 참가하는 것, 출판되지 않았거나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는 자료를 뒤적이는 것도 모두 조사에 포함된다.
p.163 마치 어떻게 하면 어려운 단어를 찾아내는지 내기하는 사람처럼 써서는 절대 안 된다. 요즘 글쓰기는 중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 대세다.
p.165 작가는 글의 '내적 논리'에도 신경 써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도 깨달아야 한다. 한 편의 글이 아무리 논리적으로 보여도 결국은 '주관의 산물'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걸 깨쳐야 '지적 권위주의'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 배상문 <창작과 빈병>
p.175 다른 무엇보다 글쓰기가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글쓰기란 대충 시간 나는 대로 써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당신이 글을 쓰려면 글쓰기를 위한 삶의 재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p.205 어쩌면 평범함이야말로 비범함의 극치일지도 모른다.
p.206 다른 이들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당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최고가 되도록 노력하라. - 존 우든
p.207 나에게 글쓰기는 '천직'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유일한 일이다. 첫째, 글을 쓰고 있을 때 나는 이것 말고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둘째, 글을 쓰면 성취감도 느껴지고 가끔이지만 자랑스럽기도 하다. 셋째, 무엇보다도 글쓰기는 두렵다 - 글로리아 스타이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