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글쓰기 - 남자 보는 눈으로 통달하는
유나경 지음 / 북포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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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돌아보면 분명 가장 큰 관심사는 남자, 연애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러하다. 솔직히 나이 들고 보니 그때 쏟은 에너지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썼다면 더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가 된다. 그래서 후배들이나 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너무 힘 빼지 말고 빨리 결혼해라. 그리고 연애에 뺄 기운 다른 곳에 써라." 이다. 그런데 이게 뭐 마음대로 되는 일도 아니고.

 

30대 후반이 되어 아이들도 크고 직장에서도 자리를 잡고 나니 다시 연애를 하고 싶어졌다. 웬 늦바람? 20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상대를 만났다. 남편보다 더 좋다. 나를 미치게 만든다. (불륜 막장 드라마가 시작되는건가?)

그는 바로 '글쓰기'다. 이런 내게 눈에 번쩍 뜨이는 책이 있었으니 바로 '남자 보는 눈으로 통달하는 발칙한 글쓰기'였다.

 

글쓰기 책은 크게 몇 가지로 분류가 된다. '글쓰기 실전 노하우', '작가란 어떤 직업일까?', '글을 써서 출판하는 방법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는 방법', '팔리는 책 쓰는 방법' 등등. 크게 나누면 두 가지다. 실제로 글을 잘 쓰기 위한 세세한 방법론(문법 등)과 글을 쓰는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은 후자에 해당된다. 그렇다고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실제 작가가 되기 데 필요한 내용은 거의 다 언급되어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글쓰기 책을 많이 읽는데 지루한 책들도 많다. 하지만 이 책에는 '남자'가 등장한다. 남자와 글쓰기가 이렇게 통할 수 있다니 하며 감탄을 하는 사이에 벌써 책장이 다 넘어간다. 물론 글쓰기에 대한 실전 노하우와 남자의 속성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양 손에 잡힌 채로 말이다. 남자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직접 경험을 해보지 못하고는 나올 수 없는 노하우들이 이 책에는 거침없이 녹아들어 있다.

 

글쓰기는 괴로운 작업일까? 그런데 이걸 해야 하나? 저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즐겁지 않은 일을 어떻게 꾸준히 할 수 있겠는가. 작자들이 글쓰기는 어렵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라고는 말하지만, 고통을 감내해 낼 만큼 즐거움도 있으며 결과가 주는 짜릿함이 있다. 연애 과정도 마찬가지다. 즐겁기도 하지만 밀고 당기는 그 과정이 항상 달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 결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 후로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성취될 수도 있다. (아닐수도 있지만)

 

연애는 누가 하지 말라 해도 다들 알아서 잘한다. 글쓰기는? 글쓰기도 필수다. 깊어가는 가을, 남자도 좋지만 글쓰기와의 연애도 권장한다. 글쓰기가 뭐가 좋으냐고? 재미없을 것 같다고? 그럼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정말 확실한 거 한가지. 남자는 배신을 해도 글쓰기는 배신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글쓰기와 연애를 하면 그는 영원히 내 안에 머무는 것이니까. 

 

▷ 마음에 드는 구절  

p. 015 남자와 연애하듯 글쓰기와 연애하라. 글쓰기가 설레고 즐거운 일이 되어 자꾸 생각나고 그래서 자꾸 만나고 싶어져야 한다.

p. 018 글을 쓰려 한다거나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은걸. 자신의 변화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변화까지 불러올 수 있다니 이 세상에 이보다 멋지고 매력적인 일이 또 있을까.

p. 018 모든 작가에게 글쓰기는 어렵고 고통스럽고 괴로운 작업일까. 나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p. 024 우리는 '프로페셔널'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지극히 아마추어적인 노력과 그 노력을 계속하게 하는 식지 않은 열정을 기억해야 한다.

p. 055 습작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가 생겨나고 다듬어진다. 그래서 모두들 글은 써아 는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p. 071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읽고 마는 글이 아니라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p. 072 독서의 내면화란 다른 이의 책을 읽으면서 글의 문체나 구성, 표현력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p. 081 창의력은 톡톡 튀지만 가볍게 느껴지는 감각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에서 얻을 수 있다. 창의력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통찰력을 통해 발휘된다. - 박웅현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p.086 나만의 매력적인 언어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나의 사물을 한 가지만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많이 하라.

p.089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습작을 많이 하라는 예기다. 많이 써야 한다. 그래야 나만의 문체, 나만의 표현 방법을 가질 수가 있다.

p. 110 만약 100명의 여자가 있다면 집안에 우환이 있어서 괴로움에 빠진 여자를 빼고 95명의 여자는 지나가는 남자를 쳐다본다. 단, 여자들은 지나가는 남자가 장동건이나 원빈 정도로 자체발광을 해줘야 쳐다본다.

p.115 당신이 쓴 작은 단상 하나, 짧은 글 하나도 버리지 말고 모아두어라. 그냥 모아놓기만 해서는 안 되고, 정리하여 분류해두면 나중에 쓰일 곳이 생긴다. 사실 이것이 글쓰기다. 이렇게 반복되는 과정이 실력을 키우고 일관성을 유지하게 한다.

p.144 목차가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도 막상 본문에 들어가면 글이 헐렁하다는 느낌을 받는 때가 있다. 이것은 큰 이야기부터 작은 이야기까지 들어차 있지 않아서 그렇다.

p.151 모든 글쓰기는 자료조사와 정보의 취합에서 시작된다. (...) 전문가를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는 것, 현장조사를 나가거나 직접 실험에 참가하는 것, 출판되지 않았거나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는 자료를 뒤적이는 것도 모두 조사에 포함된다.

p.163 마치 어떻게 하면 어려운 단어를 찾아내는지 내기하는 사람처럼 써서는 절대 안 된다. 요즘 글쓰기는 중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 대세다.

p.165 작가는 글의 '내적 논리'에도 신경 써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도 깨달아야 한다. 한 편의 글이 아무리 논리적으로 보여도 결국은 '주관의 산물'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걸 깨쳐야 '지적 권위주의'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 배상문 <창작과 빈병>

p.175 다른 무엇보다 글쓰기가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글쓰기란 대충 시간 나는 대로 써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당신이 글을 쓰려면 글쓰기를 위한 삶의 재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p.205 어쩌면 평범함이야말로 비범함의 극치일지도 모른다.

p.206 다른 이들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당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최고가 되도록 노력하라. - 존 우든

p.207 나에게 글쓰기는 '천직'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유일한 일이다. 첫째, 글을 쓰고 있을 때 나는 이것 말고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둘째, 글을 쓰면 성취감도 느껴지고 가끔이지만 자랑스럽기도 하다. 셋째, 무엇보다도 글쓰기는 두렵다 - 글로리아 스타이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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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다
앨리슨 베이버스톡 지음, 김원옥 옮김 / 쌤앤파커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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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 라는 단어의 느낌은? 예술적이고 창조적이며 무언가 다른 사람들하고 다를 것 같다. 한마디로 멋지지 않은가? 작가들은 자신의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실제 작가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면, 더 나아가 나도 작가가 되고 싶은데 그 방법에 대해 '실질적'으로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적격이다.

 

글쓰기 방법에 대한 노하우가 나와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상세한 글쓰기 기술에 앞서 '작가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그 마음가짐과 최소한 갖추어야 할 조건들, 그리고 작가들이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들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들려준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최소한 이건 알고 시작해라' 라고 선배 작가들이 해주는 값진 조언을 책 한권으로 듣는 것이다.

 

작가는 재능이 있어야 할까? 모든 분야의 재능에 대해 논할때 타고나느냐 후천성이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여러 책에서 글쓰기는 '기술'이며, 끊임없는 노력과 희생, 그리고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욕망이며 열정이고 굳은 의지를 가지는 것이다. 이런 요소를 갖추면 당신은 이미 작가라고 불릴만 하다. 작가의 삶은 매력적이지만 매혹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미지의 열리지 않은 문이다.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책이 안 팔린다. 이런 낭패가. 작가가 되는 것도 중요하고 책을 출판하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결국은 '팔리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 "성공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는, 사람들이 읽고 실어 하는 것을 정확히 짚어내는 능력을 갖춘 편집자, 그리고 적절한 표지, 제목, 광고로 그 책을 성공적으로 마케팅 할 수 있는 마케터 및 영업팀을 만났느냐, 못 만났느냐에 있다"

 

편집자 등 파트너도 잘 만나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작가의 역량이다. 작가라면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창의성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항상 그 중요성은 인식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실체 중의 하나다. 이 책에서는 작가에게 필요한 창의성에 대해 정의하고 창의성을 기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창의성은 갑자기 없던 것이 땅에서 솟구치거나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창의력의 본질적 요소는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이전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던 경험들의 융화다. (...) 다른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어떤 패턴에 대한 인식이 바로 창의력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발견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끊임없이 보고, 듣고, 발견하는 수 밖에 없다. 창의적인 작가는 바로 "날카로운 관찰자, 부지런한 메모자"에 다름아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창의력 키우기 10계명은 "작가 생활 수칙"의 정점을 이룬다. 몇 가지 내용을 보면 '재미있게 살아라', '새로운 것을 배워라' 등이 있다. 그리고 가장 흥미 있는 내용은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여건이 허락된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 전혀 다른 직업을 가져보라"는 것이다. 이 방법은 한번쯤 실천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작가들의 글쓰기 습관을 들여다보면 장소과 시간의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책을 내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최고의 글쓰기를 위한 환경과 조건을 찾는 것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책도 낼 수 없는 법이다."

그럼 무엇을 써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써야 하며 그 주제에 대한 고민과 쓰고자 하는 의지다. 엄청난 소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의 경험, 내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독특하고 개성적인 시선으로 충분하다.

작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출판의 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거절 당했다해도 절대 기죽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작품에 대한 평가를 잘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유능한 작가는 타당한 비평과 부정적인 비판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글쓰기는 우리가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궁극의 행복과 만족감, 자부심의 원천이다." 이 말의 의미가 가슴에 와 닿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작가가 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 014 무언가를 글로 표현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며, 공감을 얻고 싶은 마음은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열망이다.

p. 019 글쓰기는 누구이게도 방해받지 않고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는 탁월한 방법 - 쥘 르나르

p. 019 글쓰기는 사람이 죽고, 육신이 사라진 다음에도 영원히 이름이 기억될 수 있는 매혹적인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 기네스 피트

p.033 최고의 작가는 바로, 가장 굳은 의지를 가진 작가다.

p. 033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p.036 너무나도 간절히 원하는 소중한 일이 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p.036 책을 출판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책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기 때문에,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글쓰기에만 몰두한다.

p.043 나는 글쓰기가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들과 일하고 싶다. 그저 한번 해볼까 하는 작가는 사양한다.

p.045 자신의 전문 분야의 시장 특성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의 여부다. 안타깝게도, 요즘은 뛰어난 글솜씨가 책을 내는 데 그렇게까지 중요하거나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p.046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가능한 한 많은 신간 서적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p.054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이 있지만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아서 다행스럽게 느껴지는 모습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p.079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물들이 서로 어떤 연관성을 가지게 하는 것이 창의적인 사고라고 말했다.

p.080 창의력의 본질적 요소는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이전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던 경험들의 융화다. (...) 어떤 패턴에 대한 인식이 바로 창의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정신분석학자인 융이 말한 직관이다.

p.112 글만 쓰면 다락방에 처박혀 지내는 미친 여자가 나 하나만은 아님

p.126 궁극적으로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차분히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리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게 해주는 오직 하나 뿐인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151 대단치 않은 주제라도 심오한 철학이 뒷받침되어 있으면, 웅장한 영웅담만큼이나 피견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p.152 진정한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주제에 대한 고민과 쓰고자 하는 의지다.

p.184 자신의 갈 길에 대해 결심을 굳힌 작가가 해야 할 일은, 유익한 피드백과 정신만 어지럽게 만드는 헛소리를 구별하는 것이다. 당신이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느냐가 소망을 이룰수 있느냐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p.199 나는 정말로 그 일이 하고 싶은가?를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마음속으로 즉각적으로 '그렇다'라는 대답이 나왔다면 아마도 거절은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p.223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가장 위대한 인물들과 대화하는 것과 같다. - 데카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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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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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본인들은 특정 분야에서 천하 제일에 보람과 긍지를 느끼고 삶 자체를 바치는 자세를 가진다" 고 <지금도 일본은 있다> 의 저자 서현섭은 책에 쓰고 있다. 확실히 일본에는 한가지 일에 대단한 에너지를 쏟는 사람이 많으며 이 책의 저자인 마쓰오카 세이고는 그 대표주자일듯 하다. <센야센사쓰>. 마쓰오카 세이고가 온라인에 매일 밤 한 권씩 독서 감상문을 올리고 있는 프로젝트다. 1,000권을 목표로 시작했으나 이미 초과 달성되어 전7권의 방대한 저서로 출간되었고, 지금도 진행형이라 한다. 이 정도면 모두가 인정하는 독서의 달인이 아닐까.

저자는 책을 반드시 두 번 읽는다. 한번 읽었다가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내용이 더 가슴에 와 닿고 전에는 못 느꼈던 그 책의 좋은 점이 다시 보이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다독보다 좋은 책을 10번 읽는 것이 좋다고까지 말한다. 해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많이 읽으면 그 좋은 책의 구석구석까지 모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 좋다는 의미일것이다.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냐는 질문에 가능한 한 잠을 자려 하지 않고 지금도 1년에 300일 정도는 새벽 3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항상 뭔가를 읽든지, 뭔가를 쓴다고 한다. 이런 특별함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저자가 독서의 달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독서라고 하면 단순히 글을 읽는 행위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저자는 책을 읽기 전 만나는 책의 모습이나 분위기도 사실은 독사하는 행위에 포함되며 도서관이나 서점은 그 공간 자체가 이미 독서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분위기, 책을 넘기는 행위, 가득히 나열된 책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에 서 있은 것 등 모든 것이 독서다.

저자와 독자가 더 자주 만나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본질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쓰거나 읽는 이유는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이다. 저자가 송신자이고 독자가 수신자가 아니라 집필도 독서도 쌍방향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으로 보는 것이다.

독서의 다양한 느낌을 익히라는 내용도 재미있었다. 일반적으로 다른 일을 하면서 책을 읽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지만 저자는 이 의견에 반대한다. 오히려 어떤식으로든 다른 일과 독서를 병행할 것을 권장한다. 세련된 커피솝에서 카페라떼 한잔을 앞에 두고 읽는 책을 읽는 내 모습을 떠올려본다. 역시 독서는 책을 읽는 행위만은 아니다. 독서(讀書)는 독서(獨書)가 아닌것이다.

많은 저자들과 작가들이 자신이 '모르기 때문'에 그 책과 작품을 쓰고 있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많은 글쓰기 책에서 어떤 분야에 대해 책을 쓰면 스스로 많은 공부가 된다고 말한다. '도움이 되는 독서'는 어떤 것이냐는 질문은 마치 '도움이 되는 인생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처럼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모두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책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독서에 대해서도 중요한 포인트를 말해준다.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취하는 정보는 한 부분이나 대상만 인출하는 핀포인트 검색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신이 '지식의 구조'와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한다. 사실 인터넷에는 알짜 정보가 없다고 하는 말과 통할 수 있다. 있어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단편적인 지식을 과연 '지(知)'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일관되게 '흐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이 전해주는 형언하기 어려운 많은 감정은 구글 검색처럼 뚝딱 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독서의 의미에 대해 한단계 더 진화된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많이 읽지만 내 것이 되는 느낌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읽어본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의 독서에서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 18 책이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세상의 모든 것을 삼켜 온 미디어

p. 21 독서를 '대단한 행위'라든가 '숭고한 작업'이라는 식으로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보다는 매일 일상에서 하는 다른 행동들처럼 그냥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아요.

p. 25 책은 두 번 읽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것입니다.

p. 43 계절감, 관습, 꽃 색깔, 계절 언어나 노래 가사에 관해서도 아주 상세히 알고 계셨지요.

p. 47 언제가 책을 받으면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그것은 마치 '초여름이면 나팔꽃이 피고' '꽈리가 나는 계절에는 집에서 꽈리를 보내 준다'는 것과 비슷한, 뭐랄까 어머니가 사 주는 책이 저의 계절감을 자극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p. 54 시코쿠로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갔을 때 입니다. 우코우 연락선을 타고 바라본 세토 내해의 시와쿠 제도가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왔는데, 인간이 이런 아름다움에 감동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그때 처음으로 했습니다.

p. 81 독서에 흥미를 가지려면 책의 구조나 북 디자인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p. 87 개인 전집에서는 한 명의 저자가 다양한 투구 유형과 구종을 보여 줍니다. 따라서 그 어떤 책을 읽을 때보다 구조적인 독서를 할 수 있습니다. 즉, 한 면의 저자, 사상가, 학자, 작가가 쓴 전집을 읽고 나면 그 어떤 곳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밀도' '집중력' '언어력' '사고력'이 매핑됩니다.

p. 99 폴 발레리 식으로 말하자면 도거를 하면서 '천둥소리 한방을 먹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지요.

p.114 이렇게 책을 읽기 전 만나는 책의 모습이나 분위기도 사실은 이미 독서하는 행위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도서관이나 서점은 그 공간 자체가 이미 독서하는 행위입니다.

p. 121 저자라는 사람은 자신감 넘치는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상당히 조심조심하면 '문장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p. 131 저자와 독자 혹은 출판사와 저자와 독자와 서점이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지나치게 분리되어 있습니다. 가까워지는 데에서 더 나아가 겹쳐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p. 132 저자나 편집자는 '글쓰기 모델'을 어떻게든 '읽기 모델'로 만들어 나가는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책입니다.

p. 138 편집 공학이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정보 편집의 모든 것을 다루는 연구 개발 분야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미디어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p. 170 비슷한 내용의 책들은 빨리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며, 이것이 본래의 속독술입니다.

p. 171 책은 여러 가지 독서 방법으로 읽어야 합니다. 즉, 평범안 독서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p. 186 독서는 '모르기 때문에 읽는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p. 210 저는 <잊혀진 일본인>, 오리구치의 <고대 연구>, 그리고 쓰나노의 <일본의 역사를 다시 읽는다>, 이 세권의 키 북이 있으면 일본 사회나 일본 문화에 관한 역사적 세계관의 많은 것들을 열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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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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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인권에 대해 깊게 생각한 적이 있었을까?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가끔 언론에서 다루니 문제성을 인식하기도 했지만 나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매일 나와 같이 밥 먹고 생활하는 아이들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새삼 깨닫게 되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인권'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지는 않다. 자식한테 무슨 그런 잣대를 들이대냐고 생각하기때문이다. 하지만 말 한마디로 아이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무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니가 뭘 알아!'", "하라면 하지 말이 많네!" 아동 학대까지는 안가도 비슷한 수준의 언어 폭력은 평범한 가정에서 흔히 일어난다. 사회가 개인화 되고 이웃과의 교류도 예전만 못하면서 이러한 가정내의 부모에 의한 아이의 인권 유린은 다양한 형태로 더 많이 생길것이다. 가끔 아이 학교의 문제 학생들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안타깝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지금 사회가 이런 사회다.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도 그리 썩 잘하고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개성말살에는 학교가 으뜸인 듯 하다. 또 문제가 있는 학생들에 대해 학교가 얼마나 그 아이들의 개선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주변을 보고 판단해보면 결국은 개인의 문제, 그 가정의 문제로 귀결된다. 사회, 학교, 이웃은 방관자적인 입장이 되고 있다.

영화 <오아시스>에 나타난 장애인 인권문제는 이 사실을 모르고 영화를 봤다면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를 정도로 놀라웠다. 감독과 배우조차 놓쳤으니 평범한 관객은 모를 수 밖에. 이런 일이 일상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한국 사회는 너무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 모르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유난히 심하다. 동네나 거리에서 다운증후군 아이를 본 적이 있는가? 거의 없을 것이다. 정말 우리나라에 많지 않아서? 아니라고 본다. 일본에서 부모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다운증후군 아이를 데리고 쇼핑다니는 모습을 많이보았다. 부모도 아이도 표정이 무척 밝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사람들이, 아이들이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다. 아니, 갇혀있는지도 모른다. 장애인 시설은 발붙일곳이 없다는 기사는 단골기사가 되어 "또?"라는 말이 나오게 만든다. 내가 당사자가 아니어서 이런 소리한다 할지 모른다. 인간은 얼마나 더 이기적일 수 있을까.

한국 드라마에는 정말 따귀 때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따귀가 아니더라도 '막장'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인기있는 드라마들은 전부 "쎈" 장면을 선호한다. 사람들은 그런 장면을 보면서 왜 좋아할까. 일상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일까? 드라마에서의 그런 장면들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들이 보기때문이다. 도대체 왜 아이들과 같이 막장드라마를 보는지 알 수가 없다. 이거야말로 '티없이 해맑고 건전하게' 자라야 할 아이들에 대한 인권유린이다. 부모들이여 각성하라.

인권이라는 말자체는 무겁고 딱딱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영화, 드라마,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도 인권은 숨쉬고 있다. 인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책이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거야." 이것이 인권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 18 지랄 총량의 법칙은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법칙입니다.

p. 23 아무리 돈 많고 성공했어도 딸에게 "니 인생 자체가 잘못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제대로 된 아버지가 아닙니다.

p. 25 사람은 영혼을 가진 묘한 존재여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전달되는 메씨지가 있습니다.

p.32 부모들이 자기 아이만 잘되기를 바라는 이기심과 이중적 태도부터 버려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교육 개혁 시도도 늘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p.46 자연스럽게 분출하게 놓아두면 1~2년 안에 지나갈 수 있는 것을 억지로 누르니까 사춘기가 30~40년 동안 계속되는 것입니다.

p.60 동성애자의 섹슈얼리티가 결정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결국 섹스를 통해서입니다. 동성애의 핵심인 그 장면이 눈앞에 펼쳐질 때 이성애자들은 '다름'의 본질을 직면하고 불편을 느낍니다.

p.70동성애자를 차별하려면 우선 어떤 사랑이 다른 사랑보다 우월하고 가치있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그런 차이는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그 증명도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p.79 제 주변에도 커밍아웃을 놓고 고민하는 게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친구들 중에는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는 고통스런 세월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에 눈을 뜬 사람들이 많습니다.

p.79 누군가 저에게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기회를 준다면, 먼저 최근 10년간 한국 드라마에서 따귀 때리는 장면만 모두 모아서 보여준 뒤 그 문제점을 지적해보고 싶습니다.

p.101 제가 살아오면서 보거나 당한 폭력의 느낌을 이렇게 정확하게 전달한 영화는 <똥파리>가 처음이었습니다.

p.107 박민규의 말처럼 "단언컨대, 인류는 단 한번도 못생긴 여자를 사항해주지 않았습니다."

p.131 효과적으로 다듬어진 시각적 무기가 인종주의를 북돋우며 여성과 장애인 차별을 정당화하는 데 쓰인다는 점이 거슬릴 수 있는 영화 - 영화 <300>

p. 140 홈즈에게 오점을 남긴 이 판결이 보여주는 것처럼, 우성인 사람이 열성인 사람을 지배하고 조종하고 불임시술하고 심지어 죽일 수도 있다는 이상한 믿음은, 히틀러 같은 한두 미치광이의 마음속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19세기에서 20세기로 이어지던 시대의 조류였습니다.

p.161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한계를 느끼는 것은 근본적으로 장애인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편견 때문입니다.

p.192 집에서 가사노동을 전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투쟁은 '외박' 일 수밖에 없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외박'은 즐겁지만,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에 대한 부담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p.194 누가 억지로 시켜서 그리된 게 아니라 공부가 좋아서 선택한 길입니다. 교수들은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고 원하는 글을 쓰면 그걸로 월급을 받습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명예와 존경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왜 자기들이 철도공사 직원보다 돈을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p.210 20면 안팎의 짦은 소설을 통해, 작가 이청준은 지나치게 빠른 용서, 너무 쉬운 사랑을 가르치는 기독교에 대한 강한 의문을 던졌습니다.

p.332 그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은 다시는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수만명이 폭격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별로 충격을 받지 않습니다. 제노싸이드로 부르려면 최소한 100만명쯤은 죽어야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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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생활의 발견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김욱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지적으로산다는 것은 어떤것일까. 평론가이자 영문학 교수인 저자 와타나베 쇼이치는 이 책은 '나의 경험과 소망의 결정판' 이라고 서문에서 밝혔다. 앞서간 지식인의 수십년간의 노하우를 단 몇 시간의 투자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독서다.

중학교 은사가 단지 자신의 지적생활을 위해 많은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지적인 삶에 대한 뜨거운 충동을 느낀다.

영문학 교수였지만 본인의 영어 실력에 만족을 못해 30대 후반에 두 번째 유학길에 오른다. 목표였던 영문 현대 소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재미있게 읽기를 달성했을 때의 심정을 "그 자리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라고 표현한다. 외국 소설은 사고와 가치관이 다른 세상을 만나는듯 하기 때문에 재미있다고 말한다. 이런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추천하는 독서법으로는 반복읽기를 권한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복 독서를 통해 감각을 연마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또한 정독할 책은 반드시 직접 사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지적생활자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책을 두는 장소를 확보하는 일이다. 서재는 지적생산의 원천임으로 지적 생활을 추구하려면 서재가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 말한다. 책이나 글을 쓰려면 수많은 참고문헌이 필요하다. 요즘 한국 부모들도 아이 공부방이 자신의 서재보다 우선이다. 저자는 부모의 서재가 먼저라고 일갈한다.

비전문가일지라도 책을 모으고 연구하다 보면 전문가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지식을 겸비할 수 있고 책까지 쓸 수 있으며 저자도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10년 이상 관련 문헌을 축적하여 그 분야의 전문가가 소유한 장서만큼 자료가 수집되었을 때 집필에 착수해도 늦지 않는다는 느긋한 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이 1976년에 출간되었으니 모든 것이 빨라지고 자료를 얻기 쉬워진 요즘 사정을 감 안하면 3~5년 정도면 자료 수집에 충분한 시간이지 않을까 생각돤다. 물론 분야에 따라 다를 것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글쓰기 비법이나 시간관리 방법등이 이 책에도 똑같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교훈이 있다고 느낀다.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라거나 기계적인 글쓰기가 걸작을 낳는다는 내용이 그러하다.

저자가 존경하는 칸트가 아침형 인간이라 따라하려 했으나 저자는 저녁형 인간이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택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대가들의 퇴행현상'도 처음 접하는 말인데 지적생산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가 많으면 이러한 퇴행현상에서 위로와 활력을 다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가벼운 책을 읽거나 리프레쉬 하는 개념인 듯 하다.

'지적생활을 하는 데 가장 장애가 되는 요소는 중병을 제외하고는 가족' 이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분명 가족에게 빼앗기는 시간이 많지만 가족도 없이 외롭다면 어떤 부귀영화인들 즐거울까 싶다. '아이를 두 명 이상 낳아 키워야 한다면 지적생활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라는 대목에서는 내 이야기 같아 비애가 느껴진다. 하지만 아이들은 언젠가 크고, 어쨌거나 너무나도 예쁘다. 저자는 가족의 존재가 지적 생활에 상당히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아직도 글로 먹고 살기는 힘든 시절이다. 저자는 유명한 사람들의 예를 들어 이들이 경제적으로 풍족했기 때문에 위대한 저술을 남기는 것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한번도 이런 식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재미있게 생각된다. 지적생활을 위해서는 경제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에 서글퍼지기도 하지만 솔직히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최고 지성에게 배우는 지적생활에의 가이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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