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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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재미있고 감동까지 주는 광고가 많아졌다. 단순히 볼거리를 주거나 감각적이기만 한 광고도 있지만 보고 나면 또 보고 싶고 한편의 시 같은 광고들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감동을 받았던 광고중 박웅현의 작품이 많다는 것을 알고 역시 대단한 사람이구나 직감했다. 그럼 이 책은 박웅현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일까? 물론 박웅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주제는 따로 있다. 바로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요구되는, 우리 아이들에게 있었으면 하는 능력이 바로 창의성이다. 그런데 이 창의성이란 것이 애매모호하고 뜬구름 같기 이를데 없다. 한때 창의성에 대한 책을 찾아 읽어보았다. 찾아가다 보니 마인드맵도 나오고 창의적인 사람들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창의성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기는 커녕 점점 의문을 더해갔다. 그래서 창의성이 도대체 뉘집 자식이냐? 넌 도대체 뭐니?

 

이 책을 보면 그동안 쌓였던 질문들이 많이 해소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다양한 예를 들어 창의성의 실체에 대해 정의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주인공인 박웅현 ECD가 있다. 이 분이 창의성 있는 존재다. 그럼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그렇다는 것일까?

먼저 아이큐에 대해 이야기 하자. 아이큐가 높으면 창의성이 높을까? 물론 아니다. 아이큐에 대해서는 아직도 사람들의 맹목적인 믿음 같은 것이 남아있다. 어쨌든 높아서 나쁠 것 없는 수치. 사람의 능력을 줄 세우기 좋아하는 우리의 풍토에 더할 나위 없이 잘 맞아서 신뢰의 상징이 된 듯한 아이큐. 하지만 이 아이큐는 이 책에 나오는 표현처럼 정말 개나 물어가라고 말하고 싶다. 머리가 좋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어야 한다. 물론 이건 시대의 요구이기도 하다. 그래, 그래서 창의성이 도대체 뭐지?

 

먼저 박웅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이 분은 책을 무척 많이 읽으며 인문학 서적을 특히 좋아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조금도 두렵지 않다' 는 말은 나도 무척 좋아하는 말이다. 내가 예전에 지금보다 책을 안 읽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나를 안 두려워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그리고 이 분은 알려진대로 광고를 잘 만들기로 유명하다. 책에 소개된 그가 만든 광고들은 모두 화제가 되었던 '작품'들이다. 상업적인 광고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보여준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된다. 광고는 이제 누가 뭐라든 마셜 맥루한의 말처럼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예술 형식"이 되었다. 이런 분야에서 최고라면 분명 창의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이 책의 내용은 박웅현을 중심에 두고 그의 창의성에 대해 그 실체를 알아가는 것이 가장 큰 줄기를 이룬다.

 

일단 광고이야기를 하면 자극적이고 일명 '히까닥'하는 광고들도 우리의 눈길을 끈다. 하지만 박웅현의 광고는 히까닥 과는 아니다. 잔잔하고 평범한 듯 하면서도 메시지가 있다. 그리고 진실을 말한다. 광고는 태생이 과장에 있지 않겠냐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 시대의 요구와 모습이 녹아 있지 않으면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박웅현 광고의 힘은 '예술이 곧 생활이다'라는 앤디 워홀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광고는 또한 '잘 말해진 진실'이다. 그래서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하고 통찰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다시 처음에 나왔던 창의성으로 돌아가보자. 창의성에 대해서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나온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창의성은 창조적인 개인이 활동하는 특정 전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성과물에서 찾을 수 있다." 창의성은 어떤 애매한 실체에서 약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럼 이런 창의성을 기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 박웅현과 다른 전문가들의 대답은 일치한다. "뽀족한 수는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고 잘 보고 잘 들으세요" 가 그들의 답이다.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 건 없다! 뭘 하든 안테나를 세우고 '잘'하면 된단다. 알듯 말 듯 하다. 예를 들면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그냥 읽지 말고 잘 읽어야 나의 창의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내게 가장 잘 와 닿은 창의성 기르기에 대한 비유는 바로 이것이다.

 

"여행할 때처럼 생활하고 생활하는 것처럼 여행을 하면 된다. 우리는 누구나 여행을 할 때 자기도 모르게 안테나를 세웁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 모든 것들이 다 우리가 살고 있는 그곳에도 있습니다. 그것을 볼 생각이 없어서 그런 거지요"

 

세상을 바라 볼 때, 어떤 일을 할 때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바로 창의력인 것이다. 그래도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박웅현 창의성의 실체를 들여다 보게 된다. 그의 창의성은 인문학적이다. 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말해준다. 너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한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광고에서도 중요한다. 그리고 뒤집어 본다. 그리고 생활 속에서 메시지를 찾아낸다. 박웅현의 광고는 그도 이야기 했듯 국내용이다. 그만큼 한국 대중의 호흡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광고에 생활을 담지 않으면 무엇을 담는단 말인가! 일상생활은 창의성의 보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창의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그 실체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이 책의 형식이 무척 마음에 든다. 인터뷰지만 전혀 딱딱한 형식의 인터뷰가 아니라 아주 자유로운 느낌이다. 그래서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이런 즐겁고 유익한 인터뷰가 또 나오기를 기대한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 12 박 ECD가 좋아하는 김훈이 쓴 책, <자전거 여행> 서문을 보면 '사람들아 새 자전거 사게 책 좀 사봐라'는 말로 마무리됩니다. 저도 책을 쓰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그 마지막 구적을 읽으면서 마음이 저렸거든요. 

p. 17 박웅현은 강의를 하는 동안 자주, 창의성의 원천 가운데 하나가 인문학적인 소양이고, 그것은 좋은 채을 잘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조금도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p. 18 고대 그리스 용어인 메티스를 오늘날 예일 대학의 인류핮가 제임스 C.스코트가 다시금 부활시켰다. 그것은 실천적인 지식이나 수완, 혹은 육감적인 능력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은 능력은 가르치거나 암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전수받거나 습득할 수 있을 뿐이다. (...) 메티스를 습득하는 사람은 이론이나 상상이 아닌 행동으로 배워야 한다.

P. 21  딱딱하고 일방적인 사회 구조에서 다양하고 수용의 폭이 넓은 사회로 변화하는데 제가 만든 광고가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이 제가 느끼는 보람이기도 합니다.

P. 37 오길비도 <데이비드 오길비 광고 불변의 법칙>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훌륭한 카피라이터에게 필요한 소양 가운데 하나가 '유머 감각'이다. 카피라이터는 메시지를 글로 쓰는 사람이고, CD는 메시지를 결정하고 구체화하는 사람이다."

P. 50 인문학이란 사람에 대한 학문이다. 문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이 구체화된 결과물이고, 문화 현상 가운데 하나가 예술이다. 예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전제로 한다. 그러니 당연히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하다.

P. 52 광고는 시대 읽기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은 껌 광고에서부터 기업 광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의 광고에 필수적이다.

P. 59 알랭 드 보통의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술과 생활이 다르지 않다. 현실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현실이다. 캠벨 수프를 수프로 먹으면 현실이고 캠벨 수프를 그림으로 그려서 벽에 걸어두면 예술이다.' 그렇게 말한 사람이 앤디 워홀이라는 겁니다. 앤디 워홀은 통조림에 든 캠벨 수프를 먹고 자랐다고 합니다.

P. 74 사실 광고는 잘 말해진 진실입니다. 진실이 아니면 그처럼 사회적인 호응을 크게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하고, 통찰력이 필요한 겁니다.

P.88 유홍준 씨는 서구의 유명한 박물관들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쟁적으로 그 규머의 방대함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것은 제국즈의 시대의 산물로 한결같이 이국 문화의 포로수용소일 뿐, 낱낱 유물의 생명력은 벌써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프랑사의 한 평론가는 명작들의 공동묘지라는 혹독한 자기비판을 하기에 이르렀다.'

P. 110 "인생은 무엇인가라고 정의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문학은 무엇인가 정의를 해놓고 시를 쓰고 소설을 쓰는 사ㅏㅁ은 없다." - 이어령

P. 117 사람들은 자기가 보는 것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실은 것을 듣는다.

P. 118 우리는 현실에 고정관념을 버무려서 만든 상상의 세계에서 사고 있는 셈이다.

P. 121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는 그것이 창의적인지 아닌지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그래서 칙센트미하이는 '전문 분야의 평가'를 받은 성과물에서 창의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P. 123 아인슈타인도 창의성은 "면밀한 의도나 계획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P. 126 사실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 건 없습니다. 뭘 하든 안테나를 세우고 '잘'하면 됩니다.

P. 128 어떤 이는 아침마다 A4 한 장씩을 글로 채워보라고 한다. 글로 무엇인가를 써나가는 동안 안테나의 성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P. 129 창의성은 무엇보다 우리가 행복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미하이 칙센트마하이의 책, <몰입>의 부제는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이다. 사람은 몰입을 통해 창의성을 얻을 수 있는데, 그 몰입이 바로 행복을 위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P. 129 여행할 때처럼 생활하고 생활하는 것처럼 여행을 하면 된다, 우리는 누구나 여행을 할 때 자기도 모르게 한테나를 세웁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 모든 것들이 다 우리가 살고 있는 그곳에도 있습니다. 그것을 볼 생각이 없어서 그런 거지요.

P. 133 저는 제가 나를 놀라게 만들고 싶습니다. 또 제 팀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ㅣ도 합니다. 당연히 제작진들에게도 마찬가지죠.

P. 185 하나의 목적에 자신의 온 힘과 정신을 다해 몰두하는 사람만이 진정 탁월한 사람이다. 이런 까닭에 탁월해지는 데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요구된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P. 208 이릴 적에 이미 나는 라파엘로처럼 그릴 수 있었지만 아이들처럼 그리는 법을 배우기까지는 평생이 걸렸습니다. - 피카소

P. 251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성공한 '창의적인 사람들'을 인터뷰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 가운데 하나가 "나는 운이 좋았어요"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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