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과 출판사 휴머니스트에서 준비한 고전문학 강좌가 광주에서도 열리네요.
광주에 사는 분들, 관심 있으면 신청하시라고 알려드려요~~ ^^ 
5월 9일 당첨자 발표니까 늦지 않게 신청하시길...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110404_inmunstudy4 





5월 12일 19시 무각사 문화공간 Lotus 약도보기

사람들은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갈망하며, 상상력을 통해 그러한 삶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더 좋은 세상에 대한 동경은 항상 있었으며, 우리 고전문학 작품에서도 이러한 소망이 다채로운 모습의 이상향으로 그려졌다. 홍길동전, 허생전, 안민가와 어부단가에서 엿볼 수 있는 유가적 이상향, 한시와 시조, 야담에 다양하게 그려진 도가적 이상향, 천상의 선계와 바다 속 용궁을 넘나드는 초월적 이상향이 그것이다. 우리는 왜 고전문학에서 이상향을 주목하는가? 문학적 사고는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세계와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유토피아적 사유와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는 더 완전한 사회에 대한 꿈과 희망을 옛사람들의 열망과 지혜에서 엿볼 수 있다는 건 참으로 매혹적인 일이다.

이 강좌는 알라딘과 휴머니스트 출판사가 함께 준비했습니다.
 
강사소개 : 이형대
고려대학교에서 향가와 고려가요, 시조와 가사 등 고전시가를 공부하였습니다. 지금은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국내외 여러 학자와 더불어 한국문학을 세계 여러 지역의 문학과 비교 연구하면 지구촌의 다양한 문학이 자유롭게 소통되고 편견 없이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고전시가와 인물형상의 동아시아적 변전》, 《고전문학과 여성주의적 시각》(공저) 등을 펴냈으며,《국역 고산유고》,《어우야담》을 함께 번역하였습니다. 중?고등학교 국어교과서와 문학교과서를 집필하는 데에도 참여하였습니다.
 

고전문학 강좌에 가기 전 읽고 가면 좋을 저자의 대표작 <살아있는 고전 문학 교과서 1.2.3>

 

 

 

 

 

 

 

강사의 추천도서 <초월의 상상>


강의 관련 더 읽으면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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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2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3 0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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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예뻐야 할 나이에 겪은 광주 5.18 이후, 아픈만큼 성숙했던 그들의 찡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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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반공교육의 세례를 받고 자란 나는, 한국전쟁이라는 진부하고 식상한 소재의 영화는 즐기지 않는다. 흥행에 성공했다는 <태극기 휘날리며>도 보지 않았고 <포화속으로> 역시 1%의 끌림도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웰컴투 동막골>처럼 흥행에도 성공하고 좋은 영화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성공한 영화를 본뜬 아류작들에 대한 관객의 평가는 냉정하다. 

4월의 마지막 날 알라딘 제공 할인쿠폰이 남았는데 조조로 볼만한 영화가 <적과의 동침>밖에 없었다. 특별히 좋아하는 배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매력적인 소재도 아니었지만, 포스터가 대놓고 <웰컴투 동막골>을 떠오르게 해서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설마하니 농협의 해킹을 북한소행으로 몰아가는 현시국의 분위기에 맞춘 영화는 아니겠지, 하는 기대도 있었고...

 
친정엄마는 6.25가 터진 그 이듬해 혼인을 하고, 오십 리 눈길을 가마도 없이 걸어오셨다고 한다. 우리 아버지가 제법 사는 시쳇말로 방귀를 뀌는 집안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전쟁 통에 모든 게 초토화되어 제대로 격식을 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도 시집가고 장가들며 자식을 낳아 키우고 살았으니,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마을 사람들의 삶이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느냐 죽느냐의 절박한 상황인데, 너무 웃기려 드는 대사와 상황들이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웃음코드의 감초인 유해진이나 김상호의 역할도 그간 출연한 다수의 영화에서 보여준 캐릭터와 다르지 않아 식상하다. 비슷한 캐릭터로 이 영화 저 영화 닥치는대로 찍는 거 같아 좀 안타깝다. 변희봉의 역할도 기존에 출연한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고, 그나마 신정근 역할이 눈에 들어왔지만 전체적으로 영화가 산만해서 별점을 많이 줄 수는 없다.    

불과 두 시간 남짓한 영화에 너무 많을 걸 담으려는 욕심은 영화를 산으로 가게 한다. 제목처럼 적과의 동침에 초첨을 맞춰 김정웅(김주혁)과 설희(정려원)의 감정코드와 마을의 생존이라는 두개의 축에 무게를 실었다면 좋았을텐데... 의도적인 대사와 행동으로 빵빵 터지는 웃음코드가 흥행의 열쇠는 아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생존의 불안과 긴장감을 극대화했다면... 하긴 요즘 그런 심각한 영화를 누가 좋아하겠나 싶기는 하다. 산만하고 절박한 생존의 문제가 희화적으로 그려지던 영화도 마지막 10분은 뭘 보여주려 했는지 수긍하게 만든다. 마지막 10분의 처절함과 찡한 울림은 나쁘지 않았다.

전쟁은 누군가의 죽음을 담보로 하고, 순박한 시골 사람들이라고 전쟁의 잔혹함이 비켜가진 않는다. 구장(변희봉)을 중심으로 한, 재춘(유해진)과 석정리 사람들은 살기 위한 전략으로 인민군을 환영하며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절의 귀재로 살아온 백씨(김상호)의 행동도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기에 설득력이 있다. 순진을 가장한 영악한 마을 사람들의 작전에 끌려오는 인민군이 오히려 바보스럽다고나 할까, 인민을 섬긴다는 그들의 선전을 믿기에 모질게 대하지 않는 건가? 

10년 전, 설희와 정웅의 아버지들이 독립자금을 운반하던 동지로 수난을 당한 일을 기억하는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다. "날 믿지 못할 순간이 와도 날 한번만 믿어주시오!" 라는 정웅의 절박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설희는 살기 위해 다시 저항하려는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한다. 마을 주민 모두를 죽이라는 상부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을 살리려는 정웅의 인간애는 지지받지 못하고 총알과 포탄을 피해가지 못한다.  

"이념과 체제의 대립이 없는 세상에서 다시 만나요." 라고 백석시집에 남긴 정웅의 글귀가 마음에 남는다. 
평택 석정리의 실화가 바탕이 된 영화로, 엔딩 자막이 올라가며 할머니 할아버지의 인터뷰가 나온다. 노근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은 연못>이나 <웰컴투 동막골>과 비교하면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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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5-0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도는 좋았어도 용두사미로 끝났군요. 웰컴투 동막골 이후 그만큼의 감동과 재미를 주는 영화를 못본 것 같아요. 월드컵 중계를 북한군과 같이 보는 이성재 주연의 영화....제목을 모르겠네요.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만 본거라서 전부를 알 수 없지만 흥행도 별로고 입소문도 안 난 것이 이 작품처럼 그저 아류에 머무른 게 아닐까 싶어요.

순오기 2011-05-02 18:43   좋아요 0 | URL
마지막은 괜찮았어요~
소재는 진부해도 해석에 따라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는데 말이죠.
이성재 주연 영화는 뭔지 모르겠네요. 공동경비구역도 괜찮았죠.

마녀고양이 2011-05-01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신랑이 '적과의 동침' 볼까 하던데
무스탕님과 순오기 언냐의 리뷰로..... 그냥 drop 시켰습니다. 아하하.
<포화 속으로> 잼없더라구요. 이것도 꼭 그럴거 같아서요. 에휴.

2011-05-01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5-02 18:44   좋아요 0 | URL
동막골, 쉬리, 공동경비구역, 의형제~ 이런 영화들은 괜찮았죠.
 
시간이 뭐예요? - 1초에서 100년까지 시간 읽기를 배울 수 있는 놀이책
파스칼 에스텔롱 글.그림, 이희정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품절


유치원이나 저학년 아이들에게 시간의 단위를 알려주는 워크북이다.
시간이 뭔지 알아도 아이들이 알아듣는 말로 설명하는 건 어렵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며 시간을 배우고 익히기에 좋게
겉표지를 들추면 용수철로 매여 있어 활용하기에 좋은 구성이다.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는 것,
하지만 셀 수는 있는 것, 그게 뭘까요?
오랜만에 수수께끼를 맞춰 보자.

수수께끼의 답은 '흘러가는 시간'이다.

이 책은 시간의 단위를
1분, 1시간, 1일, 일주일, 한달, 일년으로 쪼개에 보여준다.

1초는 아주 잠깐, 책장을 넘기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1분은 어느 정도의 시간일까?
1분이란 시간에는 60초가 들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숫자다.
1부터 60까지 세면서 시간을 느낄 수 있도록 숫자가 써 있다.

1 시간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1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
어린이들이 그림을 책칠할 수 있고
놀이를 할 수도 있고
낮잠을 잘 수도 있지만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루에는 24시간이 들어 있다.

하루 24시간을 알려 주기 위해 시계가 등장한다.
시간을 알려주는 긴바늘과 짧은 바늘은 분침과 시침이다.
알쏭달쏭 시계 읽기도 문제 없다.

시간 보는 법을 배웠으면 시간을 똑바로 읽을 수 있는지 연습 해보자.
책 뒤에 나온 스티커에서 시간에 맞는 시계를 떼어서 붙이면 된다.
스티커 붙이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 마음을 잘 알아주는 워크북이다.^^

하루 동안에 어린이들이 하는 일을 배웠다면
이제 일주일 단위로 자기 생활을 점검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머리글자에 맞춘 일주일 노래가 재밌다.

월요일은 월드컵 경기를 봐요.
화요일은 화살처럼 지나가네
수요일엔 수수께끼를 풀어요.
목요일은 목욕하는 날
금요일에 금붕어 먹이를 주고
토요일엔 토마토를 따요
일요일은 일주일의 마지막 날, 내일은 또 월요일이다.

아이들의 생활에 맞추어 요일 노래를 바꿔봐도 좋겠다.

고딩 막내도 좋아한, 바퀴를 돌려가며 화살표에 요일을 맞춰보는 놀이다.
어제, 오늘, 내일의 개념을 이해하고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고, 오늘은 무슨 일을 했으며,
내일은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내일은 시어머님 기일이라 아침 일찍 목포 큰집에 가야 한다.^^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진 시간 화살표 뒤에는 퀴즈가 나온다.
역시 바퀴를 돌려서 퀴즈에 맞는 요일을 아래 동그라미에 넣으면 된다.

시간을 알기 위해 시계가 필요하다면,
일주일 동안 하는 일을 알아보기 위해 일정표를 만들어 보자.

57쪽의 스티커를 떼어 나의 일주일을 꾸며보자
엄마의 일주일과 어린이의 일주일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것도 좋겠다.

일주일이 네 번 되풀이되면 한 달이 된다.
시간의 단위가 점점 불어나서 이제 한 달은 어떻게 지내는지 알게 된다.

한 달은 조금씩 다르다.
28일, 29일, 30일, 31일까지 월마다 다른 날수를 확인해보자.
4월은 30일이지만, 5월은 31일까지 있다.

1년은 열두 달, 혹은 365일이다.
홀수 달과 짝수 달의 날수가 다른 걸 주먹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어쩜 좋아, 우리 고딩 막내는 이걸 여태 몰랐다고 신기해하네~ ㅋㅋ

이제 내 생일이 몇 월 며칠, 무슨 요일인지 확인해보자.

올해 내 생일은 6월 18일 토요일이다.
우리 가족은 모두 내 생일보다 앞이고
친정엄마는 6월 19일, 시아버지는 6월 24일이다.

게절의 변화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건 자연과 사람의 옷차림이다.
올해는 겨울도 오래도록 추웠지만, 봄도 무척 더디 온다.
4월도 마지막 날인데 날씨가 춥다~~

1년과 사계절 - 봄,여름,가을,겨울은 몇 월인지 확인해보자.
창문을 열면 달마다 숨어 있는 비밀을 알 수 있다.
글과 그림으로 알려주는 계절과 월마다의 비밀을 확인해보자.

고딩도 재밌어 한 스티커 놀이다.ㅋㅋ
코디네이터가 되어 계절에 맞는 옷을 아이들에게 입혀보자.

시간의 단위는 세기까지 확대된다.
1세기는 100년, 한 세기를 사는 사람도 있다.
시할머니는 1900년에 태어나서 2002년에 돌아가셨으니 그야말로 세기의 증인이셨다.

멈추지 않는 시간은 날마다 새로운 시간을 선물해준다.
초, 분, 시, 날, 주, 달, 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단 다짐을 하게 된다.



두꺼운 종이로 된 시간과 달력도 만들수 있어
스티커 붙이기와 더불어 워크북의 기능을 충실히 제공하는 시간공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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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1-05-03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시간을 인지시키는 일은 정말이지 힘든 일이더라구요. 이거이거 괜찮아 보입니다. 자세히 들여다 봐야겠네요.

순오기 2011-05-06 00:31   좋아요 0 | URL
아~ 이 책 좋아요!^^
아이들 가르칠 때 도움이 될 듯....

희망찬샘 2011-05-03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 급구입!!! 감사합니다.

순오기 2011-05-06 00:31   좋아요 0 | URL
^^
 
예산 추사 백송을 찾아서~
예산, 추사 김정희 고택

우리가 어느새 저마다 귀밑머리 희끗한 중년이 되어가고 있을 무렵, 갑자가 날아든 초등학교 동창회 초대장이 우리를 고향으로 불렀다. 배운 자도 되고 못 배운 자도 되고, 가진 자도 되고 못 가진 자도 되고, 짓밟기도 하고 짓밟히기도 하는 사이에 속절없이 흘려보낸 세월을 무슨 사나운 꿈처럼이나 여기며 우리는 거기서 퍼뜩 깨어난 듯 고향으로 달려갔다. 어느새 쉰을 바라보게 된 나이도 허세 같은 여유를 주어 더 많은 우리를 모이게 했다. (아가 10쪽)  

이문열의 <아가>에서는 반편이 '당편이'를 추억하는 고교 동창들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그려진다. 하지만 우리들의 초등 동창회는 마을 반편이가 아닌, 우리를 주인공으로 한 희미한 옛(첫)사랑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간이었다. 그애가 있으면 변소에도 못갔다는 친구, 축구한다는 핑계로 그애를 보러 뻔질나게 드나들었다는 친구, 중간놀이 시간 손잡기 싫다고 막대기를 내미는 그애의 손을 확 잡고 싶었다는 친구, 변소에 낙서를 끄적여서 자기 마음을 열어보였던 친구~~~ 우리들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는 밤새도록 흔들리는 등불처럼 춤을 추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30년 귀밑머리가 희끗해질 무렵에 시작한 우리 동창회는, 같은 하늘 아래 꼭꼭 숨은 친구들을 찾아 무시로 추억여행을 떠났다.  
  

 

날이 차오.
혹 쌩떽스의 글을 생각해본 적 있소? 우리를 무참히 죽여가는 것은 암울한 계절의 어두운 강에 다리가 없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던 사람. 그 다리의 이름음 휴머니즘이라고. 소등한 밤에 마지막 문을 닫고, 내 구두 소리가 내는 소리를 들으며 낭하를 걸어나갈 때 춥고 검은 우수를 한 번씩은 경험하곤 하오...... 밤이 되어 설렁한 냉기가 휘감아오면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곤 하오. (중략) 다른 한 사람은, 어떤 여자요. 그는 지금 늘 친숙하던 영등포의 조그마한 아파트가 아닌 보다 따뜻할 남쪽에 가 있소. (중략)  미경이 서울을 떠난 후 나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 몹시 무뚝뚝하오. 밤이 되고 설렁할 때, 혼자 있을 때, 문득 다가오는 사람. 가만 생각해보니, 어두운 강에 다리를 지녔음직한 내 육친은 사실은 오램난에 한 번씩 떠오르는 셈인 것 같으로. 영등포로부터 남쪽으로 자리를 비켜 앉은 그 여인에에 비하면. (화가 병종이 소설가 정미경에게 보낸 편지, 일부 발췌- 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 24쪽)

   

사랑한다거나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 없어도 그리움이 절절히 배어있는 화가 김병종의 러브레터처럼, 문학적이거나 세련되지는 않아도 어설픈 첫사랑의 고백을 담은 편지는 빛바랜 추억의 증표로 남아 있다. 중학교 2학년이던 1974년 봄, 인천으로 전학한 내게 붓펜으로 꾹꾹 눌러 쓴 K군의 편지와 P군의 편지...등 보물창고에 가득한 편지, 엽서, 카드 보따리.

>> 접힌 부분 펼치기 >>

K군의 초대로 지난 9일 예산에 갔었다. 공식적인 모임이 아니어서 몇몇 친구만 초대 받았는데, 모임에 가서야 전현직 동창회장과 자기가 러브레터를 보냈던 여자 친구만 초대했다는 걸 알았다. 헐~ 함께 하기로 약속했던 여자 친구들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했고, 결국 나혼자 1:3의 데이트를 즐겼다는 흐뭇한 이야기다.ㅋㅋ 

 

>> 접힌 부분 펼치기 >>


K군이 근무했던 예당저수지, 물부족 국가인 우리나라는 농업용수와 식수를 저장하기 위해 예당저수지보다 더 큰 규모의 저수지가 필요해 현재의 위치보다 더 아래쪽을 막거나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저수지는 호수가 아닌 바다를 연상시킬만큼 엄청난 양의 물을 저장하고 있었고, 곧 시작될 논농사를 위해 저수량을 최대로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예당저수지를 둘러보고 우린 수덕사로 향했다. 초등 6학년 때 현충사와 수덕사로 수학여행 갈 예정이었는데, 수학여행 버스사고가 있어 우린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고 졸업했다. 현충사는 5~6년 전에 둘러봤는데 수덕사는 못 가봐서 이번에 '꼭' 가야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안내했다.  
  

오대산에서부터 뻗어내려온 차령산맥 줄기가 서해바다에 가다오면서 그 맥을 주춤거리다 방향을 아래쪽으로 틀면서 마지막 용틀임을 하듯 북쪽을 향해 치솟은 땅이 가야산이다. 차령산맥 위쪽 가야산을 둘러싼 예산, 서산, 홍성, 태안, 당진, 아산에는 비산비야의 넓은 들판이 생겼다. 옛날에는 여기를 내포라 했고 지금도 이 일대를 내포평야라고 부른다. 이 고장 사람들은 사는 행정구역이 서로 달라도 마치 옆마을 사람처럼 느끼는 친근한 동향의식을 갖고 있다. (94~95쪽)

내포땅은 기암절벽이 이루는 절경은 없어도 낮은 구릉이 굽이치는 평화로운 전경은 일상과 평범 속의 아름다움이라 할 만하다. 이 평온 속에 살아온 사람들의 정서와 마음씨는 굳이 따지지 않아도 알만한 일이다. 부드럽고, 여유있고, 친근하고.... 그러나 무슨 연유에서일까, 내포땅이 배출한 인재들은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가 아니라 기골이 강해서 시쳇말로 '깡'이 센 사람들이다. 최영 장군부터 시작해서 사육신의 성상문, 임진왜란의 이순신, 9년 유배객 추사 김정희, 자결한 구만함릐 의병방 면암 최익현, 김대건 신부, 윤봉길 의사, 김좌진 장군, 개화당의 김옥균, 상록수의 심훈, 남로당의 박헌영, 만해 한용운, 화가 고암 이응로... 모두 쉽지 않은 분들이고, 제 명을 못다할망정 의를 다한 분들이다. 이것은 필시 내포땅의 '논두렁 정기'가 아니라 가야산의 정기와 관련있을 것이다.  

내포땅 가야산의 가장 이름 높은 명승지는 수덕사이다. 가야산 남쪽 덕숭산 중턱에 널찍이 자리잡은 수덕사는 백제 때부터 내려오는 유서깊은 고찰이다. 수덕사는 시인 김일엽 스님이 있던 곳으로 유명해졌다. 수덕사 대웅전은 고려 충렬왕 34년(1308년)에 건립된 것으로, 현재까지 정확한 창건연대를 알고 있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이다. 나무로 만든 집이 700여년 동안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차라리 숙연한 마음이 일어난다. 철근을 사용하면서도 길어봤자 100년도 못 가서 헐어버릴 집을 짓고 있는 이 시대의 짧은 눈과 경박한 시대정서에 대한 무언의 꾸짖음이 여기 있다. (96~98쪽) 


수덕사는 두 가지의 창건 설화가 있다. 수덕사 홈페이지에서~http://www.sudeoksa.com/int/?sdir=history&tfile=list 

홍주마을에 사는 수덕이란 도령이 있었다. 수덕도령은 훌륭한 가문의 도령이었는데, 어느 날 사냥을 나갔다가 사냥터의 먼 발치에서 낭자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집에 돌아와 곧 상사병에 걸린 도령은 수소문한 결과 그 낭자가 건너마을에 혼자 사는 덕숭낭자라는 것을 알게 되어 청혼을 했으나 여러 번 거절당한다.
 
수덕도령의 끈질긴 청혼으로 마침내 덕숭낭자는 자기 집 근처에 절을 하나 지어 줄 것을 조건으로 청혼을 허락하였다. 수덕도령은 기쁜 마음으로 절을 짓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탐욕스런 마음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절을 완성하는 순간 불이 나서 소실되었다. 다시 목욕재개하고 예배 후 절을 지었으나 이따금 떠오르는 낭자의 생각 때문에 다시 불이 일어 완성하지 못했다. 세 번째는 오로지 부처님만을 생각하고 절을 다 지었다.
 
그 후 낭자는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했으나 수덕도령이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이를 참지 못한 수덕도령이 덕숭낭자를 강제로 끌어안는 순간 뇌성벽력이 일면서 낭자는 어디론가 가 버리고 낭자의 한 쪽 버선만이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바위로 변하고 옆에는 버선모양의 하얀 꽃이 피어 있었다. 이 꽃을 버선꽃이라 한다. 낭자는 관음보살의 화신이었으며 이후 수덕사는 수덕도령의 이름을 따고 산은 덕숭낭자의 이름을 따서 덕숭산이라 하여 덕숭산 수덕사라 하였다는 전설이다.

 

      

수덕사는 일주문부터 대웅전까지 단청하지 않아 오히려 운치 있고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대부분 사찰 본전은 팔작지붕인데 보기 드물게 맞배지붕이었다. 위에 일주문도 여늬 사찰과 다르게 우람한 배흘림 기둥이었고 대웅전의 배흘림기둥도 보기 좋았다. 배흘림 기둥은 아래에서 위로 곧바로 뻗어올라간 것이 아니라 가운데가 슬쩍 부풀어 탱탱한 팽창감을 느끼게 해주고 윗부분을 좁게 마무리한 기둥이다.
 
 
  


전통 한옥의 지붕 모양에는 맞배지붕, 우진각지붕, 팔작지붕 세 가지의 기본형이 있다. 맞배지붕은 지붕의 앞면과 뒷면을 사람 인(人)자 모양으로 배를 맞댄 모양이고, 우진각지붕은 맞배지붕의 양측면을 다시 삼각형 모양으로 끌어내려 추녀가 고르게 만들어져 흔히 우리가 함석지붕에서 보는 형식이다. 팔작지붕은 우진각지붕의 세모꼴 측면에 다시 여덟 팔(八)자의 모양을 덧붙여 마치 부챗살이 퍼지는 듯한 형상이 되었다. 경복궁 근정전을 비로한 조선시대 대부분의 건축과 부잣집 기와지붕은 팔작지붕으로 되었다. 화려한 집을 지을 때면 팔작지붕이 어울리지만 거기에는 경건한 기품이 없다. 단순한 것 같지만 맞배지붕에는 엄숙한 분위기가 살아난다. 팔작지붕이 한창 유행한 조선시대에도 종실의 제사장인 종묘, 공자님 사당인 대성전, 강진 무위사 극락보전처럼 고려풍이 남아 있는 초기 사찰 등은 모두 맞배지붕으로 되어 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100~101쪽)
 

 
절마당과 관음전 안에는 중생들의 소원을 적은 연등이 즐비했고, 대웅전 뒷산엔 아름드리 고목이 장관이었다.

    
  

  
내가 수덕사에 가보고 싶었던 진짜 이유는 바로 이 책 <그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때문이었다. 예산에 도착해 제일 먼저 추사 고택을 들렀고, '도시락 폭탄'을 던졌던 윤봉길 의사의 사적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 백제 부흥 운동의 중심지였던 임존성 등은 못 가도 일엽 스님의 수덕사 견성암과 고암 이응로 화백이 머물렀던 수덕여관은 꼭 가보고 싶었다.    

시인이자 수필가였던 그녀는 출가한 뒤에는 "글 또한 망상의 근원이 된다"며 절필했다. 그러다가 1962년 <청춘을 불사르고>를 출간했는데, 그것은 견성암을 짓는 불사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였다. 서른 해 세월을 산문 밖 출입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녀의 책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일엽의 이름은 원주다. 일엽은 춘원 이광수가 지어준 필명이다. 김원주는 1896년 6월, 평남 용강군 삼화면 덕동리에서 아버지 김용겸 목사와 어머니 이마대 사이에 태어났다. 어머니는 당시로는 보기 드물게 진취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어, 딸만은 바리바리 싣고 가서 종 노릇 시키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5대 독자의 맏딸인 김원주를 교육시켰다. 덕분에 가난한 살림에도 이화학당을 다녔다. 그러나 열두 살 때 어린 동생의 죽음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때 어머니를 여의고, 연이어 세 동생을 잃고 중학 졸업 무렵에는 아버지마저 여의게 되니, 그녀의 표현대로 그림자 동무 하나만 남게 되었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들이 김일엽이 불교에 입문하게 되었을 듯... 어린 나이에 직면한 삶과 죽음의 문제는 생과 사의 문제에 천착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223쪽)     

일엽스님은 세상에서 유명했던 사람이지만, 자비하고 인자하며 솔직해서 속에 담아 두는 것이 없었고, 산문 밖 출입을 일절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삼십 년을 입승-선방에서 죽비를 잡는 스님-으로 법력과 덕이 있으며, 공부 경력과 대중에 대한 지도력이 있어 공부가 어느 정도 됐는지 가늠도 해 주어야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엽스님이 머물렀던 '견성암'에는 정작 가보지 못했다. 수덕사 대웅전을 나와 경사진 비탈길을 오르면 되는데, 한 친구는 점심을 제대로 안 먹어서 배고프다고 난리고 한 친구는 전날의 음주로 다리가 풀려서 더 이상 못 간다고 엄살을 떨어 내가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5분 거리니까 나혼자 갔다 와도 됐는데 아쉽다.ㅜㅜ 

 

수덕여관은 나혜석이 김일엽을 찾아왔다가 묵은 곳이다. 나혜석과 김일엽은 이십대에 서울에서 <신여자>를 함께 발간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던 친구이자 동지였다. 그녀들이 이곳에서 만났을 때는 세상의 뜨거운 관심에서 벗어나 수행자와 예술가로 새로운 삶을 열어가던 시점이었다. 같은 해에 태어나 도쿄와 서울에서 공부하고 활동했던 시대를 앞서간 그녀들은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이응로 화백은 나혜석이 수덕여관에 머물던 시절 자주 찾아와 친하게 지냈고, 1944년 나혜석이 이곳을 떠날 무렵 이 여관을 사서 부인 박귀희 여사와 함께 운영하다가 파리로 떠났다. 박귀희 여사는 혼자 수덕여관을 경영하며 지내다가, 전남편이 동백림 사건으로 잡혀가자 옥바라지를 하고 이 곳에서 요양까지 시켰다. 몸을 추스린 이응로 화백은 다시 파리로 떠났다. 이응로 화백이 파리로 떠날 때 이미 박귀희 여사와 이혼한 사이였고, 박귀희 여사가 죽고 수덕여관은 주인이 바뀌었고. 이응로 화백이 묵었던 방은 표찰이 붙어 있다. 고암 선생이 쓰시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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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4-30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견성암(여승당), 여당당이 시작된 곳인가요?
^^
열정 순오기님, 좋은데 다녀오셔서 그런가요 상큼이 순오기님으로 대변신,
^ ^ 변신 기념 클릭 클릭, 클릭, 하고 갑니당~ 쿨럭 클릭 클릭~

순오기 2011-05-02 18:45   좋아요 0 | URL
견성암은 다음에 기회가 오면 가 봐야지요~~
상큼한 변신에 클릭 클릭으로 답하셨군요.ㅋㅋ

마녀고양이 2011-05-01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행 못 가고
언니가 대신 눈구경 시켜주시네요. 무지하게 부러워요.
저는 지독한 목감기가 또(!) 걸려서 지금 끙끙 앓는 중이거든요. 널려진 일은 또 왜이리 많은지!

아........ 여행가고 싶다. 저렇게 조용한 장소로 훌쩍 떠나고 싶다 라고 중얼중얼.

그런데, 옛 편지 좋은데여? 1:3 데이트라니, 언니, 억만번 부럽고,
아름다운 인용구에 추천 억만번............ ^^

순오기 2011-05-02 18:46   좋아요 0 | URL
너무 피곤하면 감기가 동무하자고 놀러오지요~~ 휴식도 취하면서 공부하세요.^^
1대 3이었다가 밤에는 한 친구가 더 와서 1대 4의 데이트였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