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은 곱게 물들어가는데, 한낮의 햇볕은 따갑다.
곡식을 단단히 여물게 하고 과일들 단맛 나라고 내리쪼이는 햇볕이지만
바쁘게 걷는 사람에겐 한여름처럼 뜨거워도 자외선은 봄볕보다 적다.
그래서 속담에 '봄볕엔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 내보낸다'고 했나 보다.
봄볕에 그을린 얼굴은 님도 몰라본다던가!^^
지자체와 작은도서관 교육프로그램과 행사가 많아서 요즘엔 몸이 서너개는 돼야 할 것 같은 나날이다.
자원봉사자 구하기도 어렵고....
이 와중에 줄줄이 구입한 책들은 손에 잡아볼 틈이 없어 쌓여만 간다.
지난 주말엔 반가운 책이 도착했다.
나는 바람이다 1. 2
김남중 지음, 강전희 그림 / 비룡소 / 2013년 9월
책을 받아보니 1판 1쇄가 9월 10일이고, 2쇄는 9월 20일에 나왔던데 여태 모르고 있었다.ㅠ
작가는 우리가 역사 시간에 들었던 <하멜표류기>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구상했다. 하멜의 여정을 따라 답사도 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준비하는데 2년이 걸린 듯, 내가 작가 강연에서 작품을 준비중이라고 들었던 게 2년 전이니까...
이 작품은 17세기 일본으로 가려다 제주도에 난파해서 13년 동안 조선에 억류되어 살다 여수를 통해 일본 나가사키로 탈출한 홀란드(네덜란드)인 하멜에서 영감을 얻었다. 실제로 조선에서 오랜 세월 살았던 하멜은 조국인 네덜란드로 돌아가서 이른바『하멜 표류기』로 불리는 조선에 대한 자세한 안내서를 남기기도 했는데, 작가는 하멜이 조선을 벗어나 나가사키로 탈출할 때 함께 배에 올라 떠나게 된 조선의 아이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력에서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조선에선 백리 밖으로 벗어나 보지도 못한 채 살던 아이가 일본까지 건너가 변화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드넓은 대양으로 나갈 기회를 얻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이야기의 씨앗이다. 실제로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범선 코리아나를 타고 여수에서 나가사키까지 직접 건너가 취재를 하기도 했다. 지금도 존재하는 일본의 외국 관문이었던 나가사키에 있는 인공 섬 데지마에서 옛 시절의 흔적을 찾으며 제대로 된 바다의 이야기를 꿈꾸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바람이다』는 스케일 면에서나, 작품의 진정성 등 여러 면에서 감히 작가의 대표작이 될 만하다고 할 수 있다.(알라딘 책소개)
10년 전인가, 초등학교 독서회 엄마들과 강진을 다녀오면서 '병영'에 들러 하멜기념비도 보고 병영의 돌담길을 거닐었었다.
당시엔 병영성을 정비하는 공사중이어서 다른 곳은 둘러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 하멜 일행이 살았던 강진군 병영면에 다시 가보고, <하멜표류기>도 읽어본 적이 없으니 이참에 읽어보면 좋겠다.
김남중 작가의 전작을 읽어본 독자라면 <나는 바람이다>도 충분히 기대할 것 같다.
김남중 작가의 팬이라면 그의 작품을 다 알겠지만, 기억을 환기하기 위해 담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