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무등일보에 실린, 이병승 작가와의 만남
시 쓰고 혼났다 -이병승-
일기장 한 바닥 꽉꽉 채워 쓰라고 할 때
그러나 오늘도 어제와 똑같을 때
꾸미지 말고 솔직히 쓰라고 할 때
그러나 너무 솔직했다고 엄마한테 혼날 때
자기 생각을 많이 쓰라고 할 때
그러나 아무 생각 안 날 때
읽은 책을 줄거리도 꼭 쓰라고 할 때
그러나 밖에서 친구가 부르고 있을 때
똑딱똑딱 설렁설렁
시를 쓴다, 잛게 짧게!
그리고, 딥따 혼났다
-초록 바이러스, 11쪽, 2010년, 푸른책들-
8월 13일 이병승 작가 초청 강연 - 작가와의 만남에서 이 시를 시인의 목소리로 들었다.
강연을 앞두고 전작 읽기에 도전해 안 읽었던 책 중에 딱 한 권 빼고 다 읽었는데
작가님이 질의응답 중에 '시 쓰고 혼났다' 는 시를 인용하셔서
<초록 바이러스>에 실린 페이지를 펼쳐 드리고 시인의 목소리로 들려달라 요청했더니
"와아~ 제 책을 저보다 잘 압니다!" 하면서 살짝 감동하셨다. 다시 읽은 보람이 있었다는 자뻑! ㅋㅋ
일기 쓰기 싫은 아이들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공감하고 감정이입이 되는 시였다.^^
'판타지 <잊지마 살곳미로> 를 중심으로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
을 주제로 작가님 작품 속 '선과 악' 캐릭터 이야기에 빨려들며 50분 강연이 후딱 지났다.
나이를 묻는 초등생의 당돌한 질문을 시작으로 알록달록 무지개 같은 다양한 질문에 밝은 미소로 솔직하게 답해주셨다.
"나이가 몇 살이에요?"
--6*년생이니까 4*살
'책 쓰는데 안 힘들어요?"
--책을 엉덩이로 쓴다고 하죠, 힘들어요!
"동화 쓸 때 무슨 생각을 하세요?"
--어릴 때 내가 무얼 했지? 중고등 학교 때는? 어릴 적 생각을 많이 한다.
"어릴 때 꿈은 뭐였어요?"
--로봇 조종사가 되고 싶었는데 자주 바뀌었다.
"한 달 수입은 얼마나 돼요?"
--한 달 단위로 말할 순 없고, 연봉으로 치면 여러분 부모님보다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왜, 작가가 됐어요?"
--학교 때 선생님이 '너 작가 되면 좋겠다'고 하셔서 ...
"가장 마음에 드는 책 제목은 뭐예요?"
--다 맘에 들지만, 하나를 뽑으라면 '잊지 마, 살곳미로'!
"추천하고 싶은 책은요?"
--다 추천하고 싶지만, 3~4학년에겐 '난 너무 잘났어'
"애정이 가는 작품은?"
--청소년소설 '달리 GO'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예요?"
--내가 제일 좋다.ㅋㅋㅋ
"진짜 어른은 어떤 사람이예요?"
--두려움에 지지 않는 사람
"처음 책을 만들었을 때의 기분은?"
--말로 할 수 없는 기분, 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를 보면 정말 좋다.
"시를 쓰다 동화로 바꾼 이유는?"
--시 ->드라마 -> 여러가지 다 했는데, 안오일 작가가 동화를 쓰라고 권유했다.
"글 쓸때 주제를 먼저 생각하나, 글감을 먼저 생각하나요?"
--주제부터 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동화를 진즉 쓸 걸 그랬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깊은 메세지를 전하기 때문에 어려운 말로 멋지게 쓸려고 폼잡지 않아도 되니까 좋다.
"작품 하나를 쓸때 기간은?"
--작품마다 다르다. 꼬부기는 한 달 정도 걸렸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일찍 결혼했는데 배우자 선택의 기준은?"
--문학적인 대화가 통하는 사람, 글쓰다 포기한 사람이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글을 쓰다 포기한 사람은 아니다.^^
어른들은 궁금해도 물어보지 못하는 것들을 아이들은 거침없이 질문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순수하다 싶으면서도 현실적인 어른들의 모습이 투사된 듯...^^
이병승 작가님 책 18권을 읽었는데, 읽기 좋은 나이대로 분류하자면
그림책 <내가 아빠고 아빠가 나라면>은 유치부 또래부터 볼 수 있고
초등저학년들은
초등고학년들은
청소년 이상 어른들이 보면 좋을 책들
강연회와 그 이후가 궁금하다면...... 아래 접힌 부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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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 입구 게시판 앞에 현수막이 먼저 반겨줍니다,
이병승 작가님과 안오일 작가님이 택시에서 내리니 눈에 착 들어왔다는 현수막입니다~ ^^
강연회장 뒤에 작가의 책 19권과 푸른책들과 양철북이 제공한 자료도 펼쳐 놓았습니다.
이병승 작가는 어떤 분인가?
강연 텍스트와 간단한 소개~ 그리고 <차일드 폴> 자료와 <초록 바이러스>에 실린 시 한 편도...
이병승 작가님 책을 보는 독자들의 인증샷~ 출간 도서 19권과 작가 이름으로 삼행시 짓기....
작가님의 핸드폰 케이스! '잊지 마, 살곳미로' 표지에 선명한 빨간 글씨 Amor Fati
한 시간의 강연에도 잘 참아준 의젓한 초등생들~ 돌아가거나 사진 찍으러 나오지 않아 참가자보다 적은 인증샷!
어른들은 사진 안 찍는다고 슬금슬금 빠져나가 도서관 운영위원들과 '아그책' 식구들과 숲해설가 동아리 일부....
사인을 받는 즐거운 시간,
좋은 질문과 답을 잘해서, 삼행시를 잘 지어서 사인본을 받은 사람, 사인을 받기 위해 책을 사온 사람들까지....
정혜숙 시인의 모습도 보인다. 엊그제 신작시집 <흰 그늘 아래>가 동학사에서 나왔는데 아직 검색은 안된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삼행시~
이 - 이병승 작가님은
병 - 병든 사람들의 마음을
승 - 승무원 같은 미소로 고쳐주신다.
이 - 이렇게 책을 읽으면
병 - 병도 치유할 수 있대요. 바로 마음의 별
승 - 승리는 책을 읽은 사람이 얻을 수 있어요. 우리 모두 책을 읽어 보아요!
이 - 이제야 만나서 반가워요
병 - 병아리 같은 아이들 마음을 따뜻하게 쓰다듬는 글 속에서
승 - 승승장구하시길 축복합니다.
추신, 동화를 쓰셔서인지 아이같은 순수한 얼굴이네요.
모든 순서를 마치고 담양 한정식집 '전통식당'으로 고고~
임금님 수랏상처럼 한 상 떡 벌어지게 차린 밥상~
이른 저녁을 먹고 식당 근처 '명옥헌'으로 산책~ 백일홍이 절정인 명옥헌은 이때 아니면 만나기 쉽지 않다.
명옥헌에서 만난 사진작가에게 부탁해서 찍은 사진~
가운데 이병승 작가님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최유정 작가, 안오일 작가와 순오기, 왼쪽은 진현정 작가, 정영숙 해설가....
최유정 작가 작품집 7권
안오일 작가 작품집 6권,
진현정 시인은 <창비 어린이, 2013 여름>에 동시 2편이 실렸다.
스카프 보자기 -진현정-
말린 고사리, 고구마 순
참깨, 들깨, 고춧가루
살랑살랑 봄바람 타고
할머니 따라 서울 올라왔다
어버이날 엄마가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
골라 선물한
연분홍 꽃무늬
실크 스카프 보자기에
꽁꽁 묶여서
명옥헌 풍경에 한 폭의 그림으로 스며든 이병승 작가님~
안오일 시인이 쓴 '명옥헌'을 스마트폰으로 찾아 정영숙 해설가가 낭독 하고....
명옥헌에서
시/ 안오일
명옥헌에 가면
제 고독의 크기만 한 연못이 있다
물가에 늘어선 배롱나무들
얽히고 뒤틀린 자신의 모습 비춰보다
화라락 꽃잎 떨어뜨리면
연못은 지독한 아름다움이다
수면을 물들이는 게
무희의 저 분홍 꽃잎들이 아니라
아른아른 물속으로 스며든
그림자라니!
바람이 불 때마다 일렁이는
수면의 빛깔, 저 황홀한 수런거림
아름다움의 완성은 거기여서
생은 늘 이렇게 엄격해
함부로 웃을 수가 없다
꽃은 지고 그림자는 더없이 눈부시다는 것이
명옥헌 백일홍에 취하고 풍경에 취하고.... 우리의 기억 속에 한 폭의 그림으로 담길 소중한 시간!
백일홍이 절정인 명옥헌 풍경을 담으러 온 사진가들~
주민센터에 차를 세워둬 다시 돌아와 우리집에서 뒤풀이~
밤 10시가 넘어 일어났지만, 그후에도 애프터가 이어졌다는 후문... ^^
나는 작가님 맞으려고 전날 염색을 해서 알레르기로 술을 마실 수 없었다. 한의사가 타고난 술체질이라 했건만...ㅜㅠ
빨간 테이블보도 그린으로 바꿔 작가님을 맞이했다는... 우리집에 와보신 분들은 눈치 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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