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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후드티 소년 ㅣ 북멘토 가치동화 6
이병승 지음, 이담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3월
평점 :
<톤즈의 약속>,<여우의 화원>,<잊지 마, 살곳미로>,<차일드 폴> 등 사회성 짙은 작품으로 깊은 인상을 준 이병승 작가의 <검은 후드티 소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철필로 긁은 이담 화가의 독특한 그림도 묵직한 주제와 분위기를 잘 전해준다.
이 책은 2012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 샌포드에서 발생한 트레이본 마틴 사건을 소재로 차별과 폭력을 이야기하는 인권동화다. 주제가 뚜렷하여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책읽기 단계의 초등고학년들이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미국인들의 인종차별을 따져보고 비판하면서 논리적인 사고력도 키우고, 올바른 가치관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제이는 한국에서 미국 가정에 입양된 13살 소년이다.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으로 아빠가 자신을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제이가 친형처럼 따르던 마틴은, 아버지를 만나러 샌포드에 갔다가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 자경단장이 쏜 총탄에 죽었고, 총을 쏜 짐머만은 누구든 자신의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면 죽여도 좋다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에 의해 무혐의로 풀려났다.
마틴은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는 친절한 형이었고, 제이에게도 ‘넌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부모님의 사랑으로 발견된 아이’라며 기운을 북돋워 주었다. 늘 제이를 괴롭히는 덩치 큰 하비를 혼내달라는 부탁에도 ‘눈에는 가슴, 이에도 가슴!’이라며 ‘폭력은 폭력을 부를 뿐,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신념을 가진 비폭력 주의자였다. 이런 마틴 형이 먼저 폭력을 휘둘러 총을 쏘았다는 짐머만의 증언을 믿을 수 없었고, 잘못된 판결에도 침묵하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제이는 마틴 형의 죽음에 감춰진 진실과 명예회복을 위해 샌포드로 간다.
제이와 동행한 니콜과 하비는 으르렁대는 사이다. 니콜은 하비가 괴롭힐 때마다 저항하며 복수를 다짐하고, 하비는 니콜과 제이를 괴롭히는 걸 당연시한다. 하지만 비겁한 겁쟁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함께 할 뿐, 정의감에 불타는 녀석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와 니콜과 하비는 큰일을 해낸다.
트레이본 마틴 사건을 담당했던 베어 경위는 무자비한 흑인차별주의자이고, 어른들은 생각보다 겁쟁이고 비겁하다는 걸 확인한다. ‘힘이 없으면 정의도 없다’는 흑인 경찰 존. 용의자와 직접 대치하거나 충돌해선 안 되는 규정을 어긴 짐머만을 고발하지 못하는 911 상담원 수잔. 마틴의 죽음을 목격했지만 용기내지 못하는 휠체어 할머니. 설득하고 애원해도 꿈쩍 않는 어른들의 침묵에 아이들은 눈물 흘린다.
행여나 자신에게 해가 될까 봐 침묵한 어른들 모습에서 나를 발견한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군중심리에 편승해 떠들어대지만, 정작 앞으로 나설 일에는 슬그머니 숨어버리는 이기심과 패배주의에 빠져 버린 어른이라 부끄러운 책읽기였다. 어른들이 손익을 저울질하며 행동하지 않는 동안 세상은 차별과 편견과 폭력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끝까지 밀고 나가는 제이, 흑인을 차별하면 팔뚝을 물어뜯기보다 마음을 물어뜯는 게 나을 거라고 깨달은 니콜, 아빠가 흑인을 싫어하니까 무조건 괴롭혔던 걸 사과한 하비. 잘못을 깨달은 아이들의 양심에 따른 행동이 바로 희망이다. 어른들의 비겁함에도 꺾이지 않고 경찰서 앞에서 후드티 시위를 벌인 제이와 니콜과 하비를 응원한다.
부끄럽게 침묵한 존과 수잔과 휠체어 할머니까지 후드티 시위에 동참할 때는 눈시울이 뜨거웠다. 마틴의 고백에 소문이 두려웠던 에일리가 늦게라도 후드티를 입고 마음을 전한 것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저울질하지 않는 아이들 행동은 세상을 밝혀주는 촛불이다. 2008년 5월, 우리나라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처음으로 촛불을 든 것도 10대 여학생들이지 않은가! 실화와 작가의 상상이 빚어낸 <검은 후드티 소년>은 세상에 비일비재한 차별과 편견에서 나를 발견하고 반성케 하며, 용기 있는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는 진실을 일깨워 준 작품이다.
흑인이나 외국인 근로자를 대하는 우리 태도에는 차별과 편견이 담겨 있다. 국적과 인종, 여성과 남성, 빈부, 학력, 직업, 거주지, 정규직과 비정규직, 소수자에 대한 시선 등 사회 곳곳에 차별과 편견이 가득하다. 차별과 편견은 결국 폭력을 부르고, 그 폐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이라는 걸 기억하자.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