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어찌나 빠른지, 벌써 11월 중반이다.
한 해를 마감하는 달은 12월이지만, 마음은 11월부터 분주하다. 

둘째의 고등학교 학부모독서회 유일한 행사였던 '선암사 답사'도 잘 마쳤으니,
공식적인 일정은 12월 정기모임만 남은 셈이다. 

올해는 어떤 책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는지, 모임 때마다 노트에 간단히 적었음에도 기억나지 않는다.
특히 메모를 하지 않으면 기억나는 게 거의 없고, 어떤 일을 처리할때도 동시상영이 안된다.
최근에 이런 일이 빈번해져서 자연스레 나이를 실감하게 된다.
선암사와 순천만 답사를 다녀와서 몸살 난 회원도 있는데,
아직은 쌩쌩하니까 신체나이는 인생나이보다 더 젊다고 위로를 삼는다. 


학부모독서회는 토론주제를 놓고 찬반 양론을 팽팽히 주장하기 보다는,
개인적인 소감을 나누는 부담없는 모임으로 '책 한 권 읽자'를 실천하는 독서모임이다.
12월 토론도서는

정치에 무관심했거나 '그런다고 뭐가 바뀌겠어'라고 생각한 아줌마들도
'나는 꼼수다' 대열에 합류하고자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을 선택했다. 
세상을 바꾸는 일에 '아줌마의 힘'을 무시하거나 우습게 보면 안된다는 걸 알 사람은 안다.^^ 

<닥치고 정치>를 읽은 후, '나꼼수 후일담'이나 관련도서를 보면 더 좋겠고...
나는 김어준씨보다, 알라디너였던 '시비돌이' 지승호씨가 인터뷰한 책이라서 더 반갑다.

 

 

 

 

  

 

11월 토론도서는

불행하고도 부끄럽게 우리지역구의 '인화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회원들도 관심이 많다.
2009년 책이 나왔을 때보다 영화가 상영되고 전국을 들끓게 했으니, 역시 영화가 한 수 위다. 
부끄럽고 불편한 진실,
우리들의 자화상을 마주할 용기가 필요한 독서...

2009년 희망의 도가니 '홀더 후원의 밤' 페이퍼와
http://blog.aladin.co.kr/714960143/3073153

'인화학교' 관련 페이퍼를 보시면 참고가 될 듯...
http://blog.aladin.co.kr/714960143/3058399

 

10월 토론도서는

선암사 답사를 앞두고, 미리 공부하는 독서였다.
유홍준 선생님이 남도에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음식 맛이 좋은 것이고,
둘째는 이웃과 친구간의 끈끈한 인간관계이고
셋째는 주위에 아름다운 절집이 무진장 많다는 것이다.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태안사. 실상사, 백양사, 운주사, 불회사, 쌍봉사, 보림사, 대흥사, 도갑사, 무위사, 송광사 선암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6권, 176쪽)

줄줄이 거론했는데, 남도에 둥지를 틀고 20여년을 넘게 산 내가 가본 곳은 화엄사, 태안사, 백양사, 운주사, 불회사, 보림사, 대흥사, 선암사 여덟 곳 뿐이지만, 다행히 이번 주말에 송광사에도 가 볼 예정이다.

 

9월에는 가을맞이로 '나의 애송시'를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윤동주, 정호승, 김용택, 안도현... 시인이 줄줄이 불려졌고, 좋아하는 시를 감정을 살려 읊었다. 



 

 

  



우리세대는 이해인 수녀의 글 세례를 받았대도 과언이 아닐만큼, 누구 책장에나 이해인님의 시집이 한두 권은 꼭 꽂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정록 시인의 충청도 사투리로 쓰인 시도 소개했고, 감성코드가 맞는 박성우 시인도 불리워졌다.
 

거부할 수 없는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도...

 

 

 

 

 

8월은 여름방학이라 쉬었고.... 

7월 토론도서는 
    
작가 스스로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작품을 썼다'고 말한 <7년의 밤>이었다.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 없어 날을 꼴딱 새웠다는 회원이 있는 반면,
너무나 어두운 이야기라 읽다가 그만두었다는 회원도 있었다.
회원들 대부분 만족스러워했고, 영화화되면 정말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특히 엄마들이라 최현수와 오영제를 보며, 성장기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오싹하게 깨달았다는...

남편에게도 추천했더니, 9시 뉴스 끝나면 잠자던 사람인데~ 이틀을 잠도 안 자고 읽었다.
아직 안 읽었다면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 책이다.

 

6월 토론도서는  

 
세속적인 욕심을 버리고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지리산 사람들의 삶에 질투를 느끼면서도
이혼한 아내가 아이들을 맡고, 다른 형제들이 부모를 봉양하며 그들의 몫을 대신하니까
그들이 그렇게 살 수 있는 거라고, 성토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우리도 부모형제나 자식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면, 그렇게 살고 싶다고...
솔직한 부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첫 토론인 5월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선정됐다.  

편지형식에 그들의 관계를 파악하기까지는 읽기가 만만치 않아, 첫번째 토론도서로 선정하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정말 훌륭한 책이라고 강력 추천하는 회원의 주장을 꺾을 수가 없었다. 
토론 후 '한 줄 평'으로 마무리 했는데... 

추천한 그녀를 원망으로 시작해 감동으로 끝냈다.
용기 있는 줄리엣에게 박수를!
건지섬에 꼭 가보고 싶다.
진정한 독서클럽이다. 
도시, 그 남자 멋져부러!
엘리자베스에게 존경을!! 
휴머니즘을 꽃피운 건지섬의 북클럽....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좋은 책을 읽게 해줘서 고맙다는 회원도 있었지만,
책읽기가 부담스러워 아예 모임에 나오지 않은 회원도 있었다. 

2011학년도는 3월 첫모임을 갖지 못해서, 4월에 모여 독서회 임원을 선출하고 운영방안을 논의했다.
5월부터 12월까지 독서토론 정기모임을 가졌지만, 새해 1월과 2월은 겨울방학이라 모임이 흐지부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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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벌 2011-11-16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의 밤은 영화화 된답니다. ^^ 비교적 뒤늦게 책을 접했는데요. 밤새 읽었어요.

도가니는 책을 읽지 않고 영화로 봤는데요. 보는 내내 불편해서 영화가 빨리 끝났으면 했어요.

닥치고정치는 김어준이라서. 그라서 완독하고 싶었는데 실패했어요. 이런 이런

오랫만에 글 남깁니다. 용서해 주세요. 눈팅은 하고 있었어요. 독서토론이라니 참 부럽습니다.

순오기 2011-11-16 20:17   좋아요 0 | URL
눈팅하시다 오랜만에 댓글 주신다니 고마운데요.^^
닥치고 정치, 오늘 도착했는데 수능 끝낸 아들이 먼저 보는 중이라 남편이랑 저는 줄서서 기다려요.ㅋㅋ
도가니, 영화도 책도 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알아야겠다는 의무감으로도 봐야 할...
7년의 밤, 두 번 읽고 싶은 책이었어요. 내년에 정유정 작가 초청을 꿈꾸는 중이고요~^^

버벌 2011-11-17 00:48   좋아요 0 | URL
저 광주인인거 아시죠? 정유정 작가.. 저 갑니다. 불러주세요. ㅠㅠ

blanca 2011-11-16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의 밤 장바구니로 갑니다. 지승호씨가 알라디너였군요! <건지 감자껍질 북클럽> 저는 실물을 보고 분량에 놀라 시도해 보지 못해 책읽기가 부담스러웠다는 회원의 마음이 일면 이해가 갑니다.^^;; 저도 들었나 놓았거든요. 순오기님의 북클럽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네요.

순오기 2011-11-16 20:21   좋아요 0 | URL
지승호씨, 시비돌이로 더 잘 알거에요.^^
인터뷰 하려면 그에 관한 모든 책과 영화를 보고, 질문도 올려달라는 페이퍼를 쓰기도 했어요.
덕분에 그양반이 낸 인터뷰집을 여러 권 샀어요.^^
건지 감자껍질 북클럽~ 전에 나온 책으로 두번 읽었는데, 한 번 더 읽고 싶을만큼 좋아요!!
독서회원으로부터 '우리에겐 언니가 엘리자베스야!'라는 내 인생 최고의 찬사를 들었지요.아~~~

잘잘라 2011-11-1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7년의 밤! 작가의 『내 심장을 쏴라』읽고 좀 힘들었어요. 책소개 보니 7년의 밤은 더 힘들것 같아서 망설이다 포기했는데, 음.. 순오기님의 강력추천이니깐, 다시 용기 내서 읽어보겠습니당~ 히히.

순오기 2011-11-16 20:24   좋아요 0 | URL
내 심장을 쏴라는 중고샵에서 건져놨는데, 아직 못 읽었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알아요.
내년 5월에 보게 될지도...
7년의 밤, 정말 흡인력이 대단해요~~~~~ 우리는 사실의 이면에 숨어 있는 진실을 알아야지요.

페크pek0501 2011-11-16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자를 긴장시키는 7년의 밤 같은 책도 좋지만
전 요즘 곱씹으며 읽는 책이 좋아요. 그래서 에세이를 많이 읽게 돼요.
예전에 이해인 수필집 좋아했어요. 나의문화유산답사기도 좋았고요.
닥치고 정치, 는 저도 사 보려고 찜해 놓고 있는 중...ㅋ

어쨌든 책이 풍성한 가을날을 보내시고 계시군요. 그래서 활력있는~~ 순오기님 방에 오고싶었나봐요. 파이팅!!^^

순오기 2011-11-16 20:25   좋아요 0 | URL
책은 언제나 풍성하지만 제대로 읽지는 못해요. 그래도 늘 함께 할 수 있어 좋아요~~~~~ ^^

2011-11-16 2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6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1-11-16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그렇게 좋나요? 알라딘에서 좋은 평을 많이 본 거 같긴 한데, 시립도서관에서 봤을 때 저도 부담감이 생겨서 손이 가진 않았아요. 한번 대출해봐야겠네요.

순오기 2011-11-16 20:41   좋아요 0 | URL
저기 담긴 책보다 먼저 나왔던 책이 좋아요.
내용도 훌륭하지만 편지 느낌을 살린 편집도 좋고, 쪽수가 많아도 여백이 넉넉해서 잘 넘어가고요.
초반에는 관계 파악이 안된 상태로 편지를 읽어야 돼서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7~80쪽 넘어가면 완전 빠져들게 돼요. 저 위에 담긴 책은 100여쪽이 적은 대신 빽빽한 편집이라 편지 느낌은 안 날지도...

자하(紫霞) 2011-11-17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의 [7년의 밤]이야기에 귀가 쏠깃하면서 읽어봐야겠어요~
무슨 내용일지 궁금 궁금~~~~

순오기 2011-11-17 19:34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후회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