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탓인가, 출타하면 회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엔 이틀을 새워도 끄덕없었는데...ㅜㅜ
월욜 하루 쉬면서 뒹굴뒹굴 책만 읽었더니 기운이 나서,
교육감과 현장 대화 100명 100분 토론 신청했더니 참석하라는 문자가 왔다.
글쎄, 100명이나 참석하는데 본인이 신청한 토론 주제에 따라 그룹을 나눈다곤 했지만, 한마디 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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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는 이 -이장근-
동민이는 욕쟁이다
말의 70%가 욕일 거다
오늘은 수업 시간에 핸드폰 하다 들켰다
선생님께 뺏기는 순간
"에이 씨팔!"
분위기 살벌해졌다
별명은 원시인, 무식하기로 소문난
생활지도부 선생님이었다
핸드폰을 주먹도끼처럼 치켜들 때
동민이 움찔 두 손으로 머리를 막았다
쩍! 찍히는가 싶었는데
선생님 동민이 앞에 핸드폰 내밀며
10초 줄 테니 네가 한 말 열 번 입력해서
문자로 보내라 하셨다
1초 넘어갈 때마다 일주일 압수라 하셨다
동민이 독수리보다 빠르게
12초 걸려 보냈다
다 끝났다 싶었는데
선생님 받은 문자
동민이 아빠께 보낸다 하셨다
안 보내는 대신
동민이 2주 동안 욕도 못하고
선생님께 충성하기로 했다
(악어에게 물린 날, 66~67쪽)
이에는 이, 시를 읽으며 선생님의 센스 있는 대응에 방긋 웃었다. 동민이도 18이란 욕을 아버지한테 보내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 충성을 맹세했겠지.^^ 선생님이나 부모도 하나 둘 셋~한숨을 고르고, 한 템포만 늦춰 반응한다면 욱하는 성질 부리지 않고 지혜롭게 대응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매를 장롱 속에 넣어 두라 하지 않았던가. 장롱에서 매를 꺼내는 동안 마음을 다스리라는 지혜로운 처방이리라.
1996년부터 학부모가 되었으니 벌써 16년차다. 그동안 참 별별 일도 다 겪고 수많은 교육에 참여했지만, 확실히 진보교육감이라 다르구나 실감하는 부분은 교육 프로그램이 달라졌다는 거다. 교육감과 현장 대화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하고, 교단에서 교사의 언행에 관한 걸 토론 안건으로 신청했다. 동네에서 언니 노릇을 하다 보니, 많은 학부모들이 선생님의 폭언에 속수무책 가슴앓이 하는 걸 보고 듣는다. 광주시교육청은 학생의 인권을 위해 교사에게 권장하는 긍정적인 말과 하지 말아야 될 구체적인 예시를 올려 놓았지만, 정작 교실에서는 교사의 인격에 따라 여과없이 쏟아진다.
얼마 전에 들었던 00고등학교 선생님이 한 발언은 차마 옮기기에도 낯부끄럽다. 어쩌면 술자리에서나 입에 올릴 말을 아이의 엄마를 거론하면서 성적모욕을 주었다는데, 그 반 여학생들이 모두 자기 엄마가 모욕을 당한 듯 분하고 억울해 집에 돌아와 통곡했다고 한다. 그래도 자식이 볼모인지라 어쩌지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는 실정이다. 인격적으로 존경할만한 선생님도 많지만, 아이들 입에서 '개'라는 말까지 듣는 선생님도 종종 있다. 선생님께 상담해봐도 문제의 선생님이 학부모의 이의제기에 반성하고 언행을 바꾸기보다는, 고발자가 누구인가 조사해 아이에게 불이익을 줄거라며 나서지 말라고 했단다. 교사가 동료 교사를 그렇게 판단할 때는, 문제의 선생님 인격이 그만큼이라는 거 아닌가, 참 이노릇을 어찌하면 좋을지 난감하다.
100분 토론에 신청했지만, 아직은 무슨 얘길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모르겠다.
이 글을 보신 분들이 조언의 댓글을 남겨주면 도움이 될 거 같아 부탁드린다.
특별히 선생님들의 입장은 내가 잘 모르니까 현장에 계신 분들의 조언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