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따먹기 법칙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4학년 1학년 국어교과서 국어 4-1(가) 수록도서 작은도서관 33
유순희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3월
구판절판


2010년 제8회 푸른문학상에 빛나는 '지우개 따먹기 법칙'은 좋은 동화다.
아이들 놀이에 심오한 인생의 교훈을 어렵지 않게 잘 접목시켰기 때문이다.
손가락으로 지우개를 튕겨 상대의 지우개를 책상 아래로 떨어뜨리면 이기는
단순한 놀이지만 '지우개 따먹기 법칙'엔 인생의 법칙이 잘 녹아들었다.

각 챕터의 제목이 바로 지우개 따먹기 법칙이다.
차례에 나온 지우개 따먹기 법칙은 1부터 10까지 순서대로 나오지 않는다.
우여곡절 많은 우리네 인생사도 정해진 순서 없이 찾아 오듯
지우개 따먹기 놀이도 상황에 따라 적용되는 법칙에 순서 같은 건 없다.

우리의 주인공 지우개 따먹기 대장 김상보의 프로필이다.
꼬질꼬질 때 묻은 얼굴에 구린내를 풍기는 입,
아무 때나 콧구멍을 후비고 팬티에 똥까지 싸는 아이다.
하지만 지우개 따먹기는 누구에게도 지지않는다.
그야말로 '지우개 따먹기 달인'이다.

실과 바늘은 동화의 세계에서도 예외없이 적용되는 법칙이다.
왕따 당하기 딱 좋은 상보지만, 짝꿍은 착한어린이표 홍미를 만났다.
홍미 엄마는 향기를 만드는 조향사라 홍미는 무슨 향인지 척척 알아낸다.
개구장이 상보는 그런 홍미를 냄새맡기 귀신이라 부른다.
홍미는 엄마의 도움으로 향기에 마음을 담아 생일선물로 맞춤향수도 만든다.

홍미의 맞춤향수를 받을 아이는,
왕자처럼 잘 생기고 무엇이나 일등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준혁이다.
하지만 준혁이가 못하는 건 딱 하나, 지우개 따먹기다.
상보와 붙어서 번번히 지는 게 약이 오른 준혁이는 제멋대로다.
한 마디로 예의없고 지우개 따먹기 법칙 같은 건 알지도 못한다.

지우개 따먹기 법칙은
납작한 지우개는 피하고, 가벼운 지우개를 사용하고,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
꼭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고, 한 가지만 생각하지 말며, 집중해야 한다.

지우개 따먹기를 할 때 상대는 내 친구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하고,
지우개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더라도 미리 겁먹지 말아야 한다.
준혁이는 승부욕에 불타서 '지우개 크기가 비슷해야 한다'는 법칙을 무시한다.
과연 준혁이의 맘모스 지우개에 눌린 쬐그만 지우개로 이번에도 이길 수 있을까?

상보에겐 엄마가 없지만, 인생의 교훈 같은 지우개 따먹기 법칙을 전수해 준 아빠가 있다.
야생화 관찰하러 간 날, 소풍간 줄 알고 손수 김밥을 싸들고 달려오는 아빠다.
비록 멸치똥을 제대로 빼지 않고 싼 김밥이었지만...^^

주인공 상보의 지우개와 내가 모아 둔 지우개를 비교해 봤다.
나도 상보랑 한판 붙어 지우개 따먹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스멀거린다.ㅋㅋ

지우개 따먹기 놀이라는 흔한 소재지만 캐릭터를 살린 아이들을 내세워
친구와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하는 건 최고의 미덕이다.
한 면이나 전면에 펼쳐진 디테일한 삽화도 이 책의 장점이다.

지난 주 초등 3학년 *경이에게 이 책을 빌려주었더니,
오늘은 수업을 하기 전에 지우개 따먹기 놀이부터 하자고 덤빈다.
마침 나도 하고 싶던 참이라 못 이기는 척 두어 번 응해주었다.
스코어는 2대 2, 지우개 따먹기는 세대를 초월해 즐길 수 있는 놀이다.ㅋㅋ

누구나 한가지는 잘 하는 게 있지만, 또 누구든 한가지라도 잘 못하는 게 있다.
무엇이나 잘해서 절대 지고는 못사는 준혁이가 상보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아이들 세계에도 예외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상보는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고 깔끔하지도 않은 아이지만
아빠 생일에 미역국도 끓일 줄 알고,
친구 뿐 아니라 지우개 입장도 생각할 줄 아는 멋진 녀석임에 틀림없다.
공부 잘하는 아이만 최고로 쳐주는 교실 풍경이 아니라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키워내는 것도 우리 교육이 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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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3-31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외갈 시간이라 일단 올리고 추가 수정해야 할 듯...

머큐리 2011-03-31 16:15   좋아요 0 | URL
과외도 하세요...??

순오기 2011-03-31 20:51   좋아요 0 | URL
일주일에 한번 목욜만 초.중생과 놀아요~ ^^

마노아 2011-03-31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지우개가 많아요. 제 책상에는 지우개가 두 개 있었는데 조카가 쪼개 버려서 세 개가 되어버렸어요. 제 지우개는 가벼운 편이에요. 상보처럼 가끔 써주고 대화도 나누고 그래야겠어요.^^ㅎㅎㅎ

순오기 2011-03-31 20:53   좋아요 0 | URL
교실에 굴러다니는 걸 모아 두면 아이들이 자기거라고 찾아가기도 하고
없는 아이들에겐 맘에 드는 걸 골라 가라고 내주고 남는 것들만 내차지가 되어요.ㅋㅋ
지우개랑 대화도 나누고, 지우개 입장도 생각할 줄 아는 상보는 참 멋진 녀석이지요.^^

잘잘라 2011-03-31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우개 따먹기는 둘이 해야 한다, 납작한 지우개는 피한다, 지우개 크기는 비슷해야 한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요^ ^

순오기 2011-03-31 20:53   좋아요 1 | URL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면~~~~~~ 해결책은 동화를 읽어보는 것 뿐이지요.^^

양철나무꾼 2011-04-0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저도 이 책 함 읽어봐야 겠어요.
저는 필기구랑 메모지, 작은 수첩, 포스트 잇 따위에 은근 목숨 걸거든요.
예쁜 지우개도 있지만 잘 안지워지고, 소프트 점보 지우개가 잘 지워지는 것도 알지요~^^

순오기 2011-04-01 08:48   좋아요 0 | URL
이 책 꽤 괜찮은 동화예요, 어른이 봐도 재밌게 읽고 지우개 따먹기 놀이를 하고 싶어진다는...ㅋㅋ
오호~ 필기구 메모지 작은수첩 포스트 잇 따위에 은근 목숨을 건다니...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어요.^^
예쁜 것들 보면 모아뒀다 양철댁 만나면 드려야 할까 보다. ^.~

섬사이 2011-04-01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9기 신간평가단 주목신간 도서로 올려놓았는데,
순오기님은 벌써 읽고 리뷰까지 쓰셨네요.
올망졸망 모여있는 지우개들이 참 정겨워요.

순오기 2011-04-01 20:48   좋아요 0 | URL
읽기는 2월 21일에 읽었는데 책을 아이들 빌려주느라 리뷰 쓰기가 늦었어요.
이 책 실망하지 않을 거에요.^^

꿈꾸는섬 2011-04-01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재밌겠네요. 아이들도 참 좋아하겠어요.^^

순오기 2011-04-02 20:21   좋아요 0 | URL
초등생들이 아주 좋아했어요.^^

희망찬샘 2011-04-12 0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치넘치는 리뷴데요. 지우개 모아둔 통에, 지우개 따먹기 하는 아이 사진까지!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는데... 끝마무리를 아직 다 못 읽고 두고 말았네요. 얼른 읽고 리뷰 써야겠어요. 푸른책들에서 미워하겠어요. 책만 받고 리뷰를 쓰지 않아서 말이지요.

순오기 2011-04-12 08:17   좋아요 0 | URL
이 책을 받았을때부터 내가 모아 둔 지우개를 써 먹어야지 했어요.ㅋㅋ
포토리뷰를 노렸건만 미역국 먹었어요.
푸른책들에 미안함은 내가 한 술 더 뜬다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