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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 함께 숨쉬는 생명들의 희노애락喜怒哀樂
EBS 흙 제작팀 지음, 이태원 감수 / 낮은산 / 2008년 4월
평점 :
중학교 2학년 4월, 인천으로 전학하기까지 충청도 시골에서 자란 내게 흙은 친숙한 존재다. 그러나 광주에서 나고 자란 우리 삼남매는 흙과 더불어 사는 걸 모른다. 도시의 주택이야 손바닥만한 화단이 고작이고,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에 가야 흙을 만질 수 있다. 요즘엔 학교 운동장에도 인조잔디를 깔거나, 공원 산책로마저 포장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으니 흙을 접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흙속에 수많은 생명체가 있다는 걸 체험하기는 쉽지 않다.
요즘은 황토가 사람에게 좋다고 알려져 황토집을 짓거나 황토염색을 하고, 황토 찜질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에게도 흙을 체험할 수 있는 주말농장이나 체험 캠프에 보내기도 한다. 흙의 어떤 성분이 인체에 이로운지, 흙 속에는 어떤 생물종이 깃들어 사는지 책으로 배울 수 있다.
이 책은 이야기가 있는 과학, 함께 숨쉬는 생명들의 희노애락을 담아낸 EBS의 다큐멘터리다. 아이들에게 흙이 품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와 환경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책이다. 온갖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죽어가는 흙을 살리기 위한 노력, 흙 속에 깃들어 사는 작은 벌레들과 미생물들의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흙을 살리는 파수꾼 지렁이, 박테리아와 곰팡이의 역할 등 친절한 설명과 섬세한 사진으로 이해를 돕는다.
인간을 비롯해 흙에서 살아가는 생명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생태계를 밝혀내어, 흙이 단순한 광물질이 아니라 생명이 살아가는 보고임을 일깨우는 훌륭한 교재다. 0.4그램의 자기 몸무게만큼 먹고 두배로 싸는 지렁이는 사나흘에 20~25센티의 똥탑을 쌓고, 쉴새없이 싸는 오줌은 작물에 영양공급과 살균력도 좋아 진짜 흙을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오~땅 속을 헤집고 다니며 산소를 공급하는 지렁이, 단순하게 환경파수꾼으로 알았던 지렁이에 대한 놀라운 재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