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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할머니 ㅣ 평화그림책 1
권윤덕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5월
평점 :
한.중.일 3국의 작가들이 함께 하는 평화그림책 시리즈 첫번째 책이다. 만희네 집의 권윤덕 작가 그림이라,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했다. 표지를 들추는 순간 찌르르 전율이 일었다.
전쟁 무기들 속에 나신으로 누운 여자, 그리고 파란 꽃잎... 이것만 보고도 작가의 마음을 알 거 같았다. 글을 읽기도 전에 그림을 보면서 그 절절한 아픔에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내 이웃의 와일드 보이 엄마도 너무나 아파서 눈물났다고... 차마 어린 아들에게 보여주고 읽어줄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 아이들보다 어른이나 청소년들이 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작가에게도 감사한다. 이 책을 본 독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과 외로움을 외면하는 현실에 같이 손잡아 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되었으면...
무언가 잔뜩 그려져 있는 그림 속에 무심한 배경처럼 얼른 알아채기 어려운 슬픈 눈동자... 웃을 일이 없었다는 꽃할머니. 그래도 꽃이야기를 하실 때는 활짝 웃으신다고...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14960143581683.jpg)
요렇게 예쁜 처녀였던 꽃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열세 살 무렵,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을 때 태평양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고... 총독부는 조선의 젊은 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몰고 곡식이며 놋숟가락까지 거두어 갔어요. 사람들은 나물을 캐다 죽을 쑤어 먹고 살았지요.
바로 그날도 언니와 함께 나물을 캐러 나갔다가, 군인들에게 잡혀 트럭에 태워져 어디론가 끌려 갔어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14960143581620.jpg)
빨간 댕기머리의 소녀, 꽃할머니는 언니와 다른 여자들과 함께 배에 태워졌어요.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밤낮없이 가다가, 언니와 헤어져 차에 태워졌어요. 언니는 꼭 찾으러 갈테니 울지 말라고 했지만, 그날 이후 두번 다시 언니를 만나지 못했지요.
그리곤 방 한 칸에 한 명씩 여자들을 집어넣었지요. 꽃할머니도 작은 방으로 떠밀려 들어갔고...
아~~ 열세 살 꽃할머니의 아랫도리는 피로 물들고, 방문 앞에 줄 선 군인들은 셀 수도 없었어요.
대체 그 작은 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총을 든 군인들, 무수히 떨어져 내린 파란 꽃잎들... 절절한 고통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가의 마음까지 느껴집니다.
파란 꽃잎의 꽃할머니...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 그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짐승이었고, 파란 꽃잎의 여자들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겠지요.
그곳에서 꽃할머니가 당한 일들은 차마 말할 수 없겠지요. 그저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말 밖에는....
일본군 위안소가 확인된 곳을 지도에 표시했어요. 1932년에서 1945년 사이에 일본군이 주둔했던 거의 모든 지역에 위안소가 있었고, 위안부 피해를 입은 여성은 최소 4만에서 최대 30만으로 추정하는데, 80~90%가 식민지 조선의 여성들이었고 대만, 중국, 동티모르, 필리핀 여성들과 소수의 네덜란드 여성들과 일본 여성도 있었다지요.
전쟁이 끝나고 그 뒤 20년을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 꽃할머니는 기억하지 못했어요. 어떤 사람이 한국으로 데리고 들어와 절에 맡겼다는 것 밖에는...
절에 불공을 드리어 왔던 여자가, 아무래도 자기 언니 같다며 돌봐주겠다고 데려가서 정성껏 돌보았어요. 약초를 구해 즙을 먹이고, 기왓장을 달구어 찜질해주고 정신이 돌아오게 해달라고 빌었지요. 그 동생이 병을 얻어 죽고 나서야 꽃할머니는 정신이 돌아왔지만 고향엔 아무도 없었어요.
꽃할머니는 날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집 밖에도 나설 수가 없었어요. 아무도 꽃할머니의 아픔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것도 가슴 속에 꼭꼭 묻어 두었지요.
50년이 지나서여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꽃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고 아픔을 나누고 싶어했어요. 할머니는 가슴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 놓았어요.
지금 세상에는 그런 일 없어야지.
나 같은 사람 다시는 없어야지.
내 잘못도 아닌데 일생을 다 잃어버리고....
꽃할머니는 몸이 아픈 이웃들을 도우며, 일주일에 한번씩 원예치료사와 꽃누르미를 하지요.
"난 꽃이 좋아! 이렇게 꽃을 만지고 있으면 기분도 좋고 아무 걱정 안 하고 참 좋아!
사람들이 꽃 보고 좋아하듯이 그렇게 서로 좋아하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는 꼭 열세 살 같대요.
이제 할머니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나 슬픈 눈동자에도 얇은 미소가 떠오르네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14960143581710.jpg)
1940년 열세 살의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었답니다. 이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고통받았던 꽃할머니들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