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짜장면 더 주세요! - 중국집 요리사 ㅣ 일과 사람 1
이혜란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4월
오늘 저녁, 우리 가족은 쟁반짜장을 시켜 먹었다. 빡빡한 일정을 마치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왔으니 당연히 밥하기 싫었고.ㅜㅜ 이렇게 주부가 밥하기 싫을 때, 가장 만만한 녀석이 짜장면이라는 거 동의하시죠?^^
순오기가 '만원의 행복'이라 부르는 우리동네 중국집 유림반점의 쟁반짜장은 제법 먹을만하다. 네 식구가 면을 나눠 먹고, 따끈한 밥 한 공기 비비면 포만감이 충만한 한끼 식사로 족하다. 아~ 배불러라!ㅋㅋ
어린독자들에게 뭔가 열심히 가르쳐주고 싶어하는 사계절 마인드가 감지되는 책이다. 일과 사람 시리즈 첫번째로 선택된 중국집 요리사, 하지만 중국집은 요리사보다 주방장이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제목은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자장면'이라 쓰지 않고, 오랜 세월 우리 입에 착 붙은대로 '짜장면'이라 표기해서 아주 맘에 들었다.
표지를 들추면 짜장면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짠~하고 펼쳐진다. 뒤에는 완성된 중국음식을 한가득 차려 놓아 꿀꺽~ 침을 삼키게 된다. 편집자의 센스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가기 전에 짜장양념을 만드는 리얼한 소리들이 압권이다. 그것도 글자 크기를 다르게 리듬감을 살려준 센스도 훌륭하고!
"쓰읍!"
소리만 들어도 침이 꼴깍, 누가 내는 소리일까?ㅋㅋ
으~ 짜장면보다 비싼 탕수육도 등장한다.^^
입가에 시커먼 짜장을 묻히고 탕수육에 열중하는 아이들~ 바로 우리 아이들 모습이 아니던가?ㅋㅋ
초등학교 급식이 시작되고 동네 중국집들이 별 재미를 못 본단다. 애들이 밥을 안 먹고 올 땐, 엄마들이 밥하기 귀찮아서 짜장면을 잘 시켰다는 얘기에 공감이...
이 책을 쓰고 그린 이혜란은 '신흥반점' 딸이다.^^
그러니까 책 속의 강희는 작가 이혜란이고, 엄마 아빠 동생은 그의 가족이다. 작가 후기에서 아빠의 일하는 손에 대한 이야기는 뭉클하다. 아빠는 이 손으로 서른 해 넘게 짜장을 볶고 짬뽕을 끓이고 탕수육을 튀겨, 자식 넷을 키웠단다.
'우리는 가족입니다'라는 책에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돌보는 아빠 이야기로 울컥했던 작가라 마음에 남아 있다.
싱싱한 재료를 사러 새벽시장에 가는 아빠의 단골가게는, 신흥반점의 단골 손님이기도 하다. 아빠는 싱싱한 재료를 써야 음식 맛이 난다고 한다. 아빠는 척보면 맛있는 재료인지 아닌지도 다 아는 진정한 달인이다.
싱싱한 채소, 살아 있는 해산물, 탱탱한 고기는 바로 중국 음식 맛을 결정하는 재료다.
식재료 일부는 배달받고 직접 장봐온 재료들은 엄마와 같이 씻고 다듬어 알맞은 모양으로 썰고 다져 놓는다. 주문이 들어오면 빨리 요리할 수 있도록...
두둥~ 20년의 손맛, 강희 아빠의 짜장 양념 만들기!
세상에 이보다 더 맛있는 짜장은 없다!!
밀가루 반죽으로 국수 가락 뽑기, 이 장면은 진정한 달인의 등극이다!
신흥반점 주인과 손님들은 따뜻한 인간미를 물씬 풍기고,
곳곳에 등장한 강희를 찾아보는 것도 즐겁다.^^
"뭐 먹고 싶어? 삼선볶음밥? 사천짜장? 난자완스? 깐쇼새우?
무엇이든 주문해, 우리 아빠가 다 만들어 줄거야."
자신있게 말하는 강희를, 아이들은 엄청 부러워했다는 후문이 자자하다.ㅋㅋ
요리도 하고 배달도 하는 아빠, 오토바이 타고 3분 거리면 어디든 간다.
국수는 3분이 넘으면 불어서 맛이 없단다. 그래서 신흥반점 짜장면은 3.3.3이다.
3분 국수 뽑고, 3분 요리하고, 3분 안에 배달해야 가장 맛나게 먹을 수 있단다.
산처럼 쌓인 저 그릇들을 금세 반짝반짝 닦아내는 엄마는 설거지의 달인이다.
드르렁 푸~ 드르렁 푸~ 푸푸
아빠의 별명은 누웠다 3초!
고단한 아빠, 우리네 생활인의 모습이다.
인생의 주름이 모두 드러난 아빠의 손.
울컥, 뭉클한 감동이.....
이만하믄 잘 살았다,고 말하는 아름다운 아빠의 손!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이 손을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이야기를 마치고 들려주는 짜장면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일과 직업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눠보는 것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