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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들 주세요 ㅣ 사계절 중학년문고 2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양혜원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1년 12월
평점 :
이 책을 읽고 나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작가가 되고 싶어, 잘난척쟁이 경시대회> 등으로 친숙한 엔드루 클레먼츠의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미국의 학부모와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수많은 상을 받았다. 공립학교에서 7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던 경험이 작품에 잘 녹아들어 큰 호응을 받은 것 같다.
기발한 상상을 잘하는 소년 닉을 주인공으로 개성있는 삽화와 큼직한 글씨는 초등 3학년이면 읽기에 좋을 책이다. 지루한 수업시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분위기를 확 바꾸는 아이 닉은 개구쟁이고 말썽쟁일까? 통통 튀는 닉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순간, 어린 독자들은 부러움과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
35년간 링컨초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신 그레인저 선생님은, 맞춤법과 문법, 어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사전찾기'를 철저하게 시킨다. 아이들은 초등 5학년을 피해갈 수 없기에 누구나 그레인저 선생님과 만나면 고역이다. '독불장군 그레인저를 건드리지 마라!'는 전설을 우습게 알았던 닉은,수업시간을 얼렁뚱땅 넘기려던 꾀에 자기가 빠져버린다. 사전에 있는 그 많은 낱말이 어디에서 오게 됐는지 스스로 조사해 발표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ㅋㅋ
선생님의 절대적인 사전 옹호에 반기를 들기로 작정한 닉은 재미있는 일을 꾸민다. 사전에 오른 말도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펜'을 '프린들'(Frindle)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자연스런 사회적 요구가 아닌 의도적인 신조어 탄생을 막으려는 그레인저 선생님과 닉의 '낱말 전쟁'이 펼쳐진다. 이미 통용되는 '펜'이란 말을 '프린들'로 바꾸려는 닉의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아이들 모두가 펜을 들고 '프린들' 하면서 찍은 5학년 단체사진은 파급효과가 대단했다. 곧 전교생이 동조하여 '펜을 '프린들'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교무실 앞에는 경고문이 붙었다.
앞으로 펜 대신 프린들이라는 말을 쓰다가 발각되면, 방과 후에 남아서 '나는 펜으로 반성문을 쓰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백번씩 써야 합니다. -그레인저-
하지만 금지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아이들 심리다. 프린들이란 말을 써서 벌 받는 아이들은 점점 늘어났다. 5학년 전체가 남거나 다른 학년들도 남아 200명이 넘기도 했다. 부모들은 전화로 항의하고 학교 버스 기사들은 그만 둔다고 난리다. 교육 위원회와 교육감까지 나서게 되고, 교장선생님은 닉의 부모를 찾아 온다. 닉은 선생님을 무시하거나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해를 끼치거나 나쁜 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금지하냐며 엄마는 닉을 지지한다. 드디어 지역신문인 '웨스트필드 가제트'에 기사가 실리고, TV와 신문사와 인터뷰를 하며 닉은 일약 스타가 된다.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꾹꾹 누르며 의기소침해진 닉을 불러 기운을 북돋아 준 그레인저 선생님이, 프린들이라 부르는 걸 왜 그렇게 반대했는지 알면 감동이 출렁인다. 프린들 낱말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일까? ^^
기발한 아이디어가 세상에 부딪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지지하는 실천의 문제, 어린이들의 창조적인 생각을 펼쳐나갈 수 있는 교육환경, 선생님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서도 토론하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