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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여우 씨 - 영화 그림책
로알드 달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09년 9월
절판
'가장 대담하고, 신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어린이책을 만든 작가라는 평을 받는 로알드 달의 동화책 '멋진 여우씨'가 2009년 영화로 제작됐다. 이 책은 흥미진진한 영화 장면을 모아 만든 그림책이다. 로알드 달의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이 책도 분명 만족할 것이다.
멋진 여우씨와 한 판 승부를 겨룰 세 농부를 소개한다.
뚱뚱보 보기스는 닭을 키우고, 땅딸보 번스는 오리와 거위를 키운다. 말라깽이 빈은 칠면조와 사과를 키우는데, 셋 다 마음씨가 치사하고 못됐다고 아이들이 노래한다.
골짜기 위 언덕 숲, 아름드리 나무 밑 굴 속에는 여우씨와 여우씨 부인과 새끼 여우가 살고 있다. 날마다 저녁이 되면 여우씨는 부인이 먹고 싶은 것을 농장에서 훔쳐 온다. 남에게 공짜로 주는 것도 싫어하는 농장주인 세 사람은 날마다 여우한테 도둑 맞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게다가 멋진 여우씨는 어찌나 영리하고 지혜로운지 어리석은 세 농부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드디어 농장주인들은 여우가족 소탕작전을 벌인다. 욕심쟁이 농장주인들과 영리한 여우씨의 싸움은 어떻게 될까? 로알드 달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몰고 간다. 농장주인들은 굴을 파서 잡으려다 만만치 않자 굴착기까지 동원해 언덕을 초토화시킨다. 이제 굴 속에 갇혀 나올수도 없는 여우 가족이 굶주림에 지쳐 제발로 나오기를 기다리며 밤샘하는데, 과연 그럴까?ㅋㅋㅋ
역시 반전의 대가 로알드 달은 그 진수를 보여준다. 영리한 여우는 어떻게 농장주인들을 골탕 먹이는지 직접 보시라.^^ 사흘째 굴을 둘러싸고 지키는 그들은 굴 속에 사는 동물들(오소리, 족제비, 두더지, 토끼)이 굶주림에 지쳐가다가 멋진 여우씨의 지혜로 성대한 만찬을 즐기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른다. 하하하~~
반전소설 '맛'과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나 '마틸다' 같은 작품에도 세상에 대한 조롱과 냉소가 번뜩이지만, 이 책도 역시 그런 맛이 살아 있다. 욕심쟁이 농장주인과 약자의 여우가 '멋진 여우씨'가 되는 과정엔 권선징악의 도덕관도 비쳐진다. 어린이들이 게임 대신에 책을 들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찬양받아 마땅한데, 그는 죽은 후에도 인세의 10센트를 로알드 달 재단의 자선 사업에 쓰는 멋쟁이다.
아직도 여우 굴 밖에서 무릎에 총을 올려놓은 채 여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보기스와 번스와 빈은 어떻게 될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