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인 김 훈의 <언니의 폐경>이 갑자기 읽고 싶어졌다. 그런데 품절이란다.ㅜㅜ  


김훈은 2005년 황순원 문학상 수상 소감을 '바다의 기별' 말미에 실었는데, 약봉지에 쓰인 '황순원'이란 이름 석자에 대한 감회를 풀어놓았다. 시 청탁 원고료를 드러러 갔다가 얻어 온 약봉지가 자신의 글과 삶, 양쪽을 이어주는 지표처럼 남아 있다고...

 


나는 요즘 벌받는 기분이다. 지난 7월 최영미 시'중년의 기쁨'을 읽으며, 그녀보다 한 살 위인 나는 아직 건재하다고 하하하~ 웃었다. 

중년의 기쁨 

화장실을 나오며 나는 웃었다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다시 시작됐어! 

                     젊어서는 쳐다보기도 역겨웠던
                     선홍빛 냄새가 향기로워.
                     가까이 코를 갖다댄다 

                     그렇게 학대했는데도
                     내 몸의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지금, 내 입(글)방정을 후회한다. 사실 7월행사를 치뤘는지 확실히 기억되지 않는데, 8월엔 분명 군산가기 전날 장미꽃이 피었다. 그래서 이맛살을 좀 찌푸렸지만 다행이 양이 많지 않아 별 불편없이 시치미떼고 군산트래킹을 즐겼다. 그런데 불과 20일밖에 되지 않은 엊그제 다시 장미꽃이 피었다. 중3때 시작해 지금까지 '30일주기를 고수했는데 왜 이렇게 빨리 와?' 궁시렁거리며 잠들었는데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느낌에 놀라 새벽에 깨어났다. 그리고 어제 종일토록 왈칵 왈칵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연말 건강검진 받을 때 정상으로 나와도 꼭 6개월 후에 자궁암 검진을 받으라는 노의사의 간곡한 부탁을 아직도 이행하지 않은 불안감까지 가세해 심란하다. '별일이야 있겠어? '이건 분명 폐경조짐일거야' 스스로 위로하며 폭포수가 멈추길 기다린다. 다행이 오늘은 양이 많지 않아 컴퓨터에 주절거리며 심란함을 털어놓지만...  

 
'언니의 폐경' 중고샵에 하나 나왔던데 그걸 사봐야 할까? 고민하며 알라딘 책소개를 옮기고 출근이나 하자.

   
 

2005년 제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으로 김훈의 '언니의 폐경'이 선정됐다. 50대 두 자매가 겪는 늙어감, 남편의 떠남, 자식들의 이기심과 배신, 잔잔하지만 분명한 허무감 등을 여동생의 목소리와 시각으로 촘촘하게 교직한 작품이다.

언니는 2년 전 비행기 추락 사고로 남편을 잃고 혼자 살고 있다. '나'는 시어머니가 세상을 뜨고 딸 연주가 미국 유학을 떠난 뒤, 남편으로부터 이혼하자는 제안을 받고 혼자 산다. 두 자매에게는 삶의 모든 사건들이 담담하게 지나간다. 그들은 50대 여성으로서 인생의 황혼기를 예민하지만 조용하게 받아들인다. 

 
   

   
다락방님이 알려주셨어요.
언니의 폐경이 강산무진에도 실려 있다고...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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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9-1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말씀하신 것처럼 폐경 조짐이겠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확실히 하고 안심하기 위해서 병원은 꼭 가보세요!

[언니의 폐경]은 김훈의 단편집 [강산무진]에도 실려있어요, 순오기님. 참고하세요.

순오기 2009-09-15 12:12   좋아요 0 | URL
오~ 강산무진도 못 봤는데 두 권 일단 내일 도서관에서 찾아볼게요. 고마워요! 병원은 행사 끝나면 꼭 가볼게요.^^

마노아 2009-09-15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라셨겠어요. 강산무진에도 묘사하신 것같은 이야기가 나오던데 어디 아픈 것보다 차라리 폐경이 낫겠지만, 그것도 섭섭하긴 해요. 언니의 폐경은 단편 드라마로도 방송이 됐는데 화자는 정애리 씨였어요. 김훈 작가의 글 분위기를 잘 살렸었지요.

순오기 2009-09-15 23:40   좋아요 0 | URL
동갑내기 친구들은 벌써 끝났다기에 잠시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했었는데~ 때는 못 속이나 봅니다. 이런 징후들이 보이다가 아주 빠이빠이 한다니까 단단히 맘 먹어야죠.^^ 우리 큰딸도 이 글 봤는지 병원 갔었냐고 전화왔어요.ㅋㅋ

꿈꾸는섬 2009-09-16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엄마도 이 무렵 굉장히 안좋으셨던 걸로 기억해요. 순오기님 몸도 마음도 잘 다스리시길 바래요.^^

순오기 2009-09-16 11:18   좋아요 0 | URL
다들 폐경 진통을 치르나 보더라고요.ㅜㅜ
응원에 힘입어 몸도 마음도 잘 다스려 아름다운 가을 보낼게요.^^

하늘바람 2009-09-16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원가보셔요. 가기 시맇은 그곳이 그 병원이지만 꼭 가보시고 건재하심을 확인하시는 게 좋을것같아요

순오기 2009-09-16 11:1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6월말부터 가야지~ 한 것이 벌써 9월이네요.
수일내로 깨끗해지면 꼭 갈게요. 아마도 월요일쯤~ ^^

소나무집 2009-09-16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들은 걱정할 게 왜 이리 많은 거죠?

순오기 2009-09-17 01:17   좋아요 0 | URL
걱정거리 많은 여자들의 삶에 동감!^^

프레이야 2009-09-16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강산무진에서 그걸 읽었어요.
꼭 병원 얼른 가보시기 바래요. 그냥 계시지말구요...

순오기 2009-09-17 01:18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강산무진 빌려왔어요.
읽고 있는 공지영 수도원기행 끝내고 보려고요.
녜에~ 다음주 월욜 무슨 일이 있어도 병원갈게요.^^

같은하늘 2009-09-17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 며칠 서재질을 못했는데 이런일이 있었군요. >.<
다음주 월욜은 꼭 병원 다녀오세요~~~

순오기 2009-09-17 23:42   좋아요 0 | URL
다들 걱정하게 했나 봐요~~ 월욜은 기필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