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어린이 독후 감상 그림 공모전 9월 30일까지
손톱 깨물기 지원이와 병관이 3
고대영 지음, 김영진 그림 / 길벗어린이 / 200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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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김영진 커플의 병관이와 지원이 이야기를 몇 편 읽었는데, 이 책은 눈물과 웃음이 교차하는 책이다. 지난 3월 이 책을 처음 보며 울었고 너무 가슴 아파 리뷰도 쓸 수 없었다. 아들녀석 여섯 살 때 6개월이나 손톱을 깎아주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기에.ㅜㅜ  

큰딸 2학년부터 수년간 해 왔던 공부방이 IMF가 터지며 수강생이 급격히 줄고, 마침 싫증도 나던 참이라 접고 직장에 다녔었다. 그래서 네 살 막내가 오빠를 따라 유치원에 다녔는데, 엄마하고 집에만 있던 막내는 유치원이 너무 좋아 엄마 떨어지는 것도 겁내지 않고 잘 다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둘째가 손톱을 깨물어 깎아줄 손톱이 없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살펴봤지만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이를 잡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당부도 하고 으름짱도 놓고, 이야기를 꾸며 들려주기도 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유치원 캠프 전날엔 돌아오면 엄마가 손톱 깎아줄 수 있도록 약속하자는 편지도 썼었다.

하지만 아이의 손톱 깨무는 버릇은 여전했고, 스트레스 원인을 찾지 못한 엄마는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했다가 집에 돌아와 깜박 잊고 현관 문을 열어두지 않아서, 아이들이 오는 소리에 문을 열었더니~~
"휴~ 엄마가 있었네!"
짧은 한마디와 한숨을 내쉬며 입으로 손톱을 가져가는 녀석을 보고...... 울었다. 
'아~ 바로 이거였구나! 돌아왔을 때 엄마가 없을까봐 조렸던 그 마음과 동생을 돌봐야 하는 오빠의 책임감이 녀석에게 스트레스였구나... ' 
그날 아이를 보듬고 엄마가 너희보다 꼭 먼저 집에 와 있을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고, 아이들이 오기 전에 돌아와 꼭 문을 열어 놓고 기다렸다. 이후로도 더 자주 보듬어 주며 손톱을 깎아줄 수 없어 아픈 엄마 마음을 말해줬다. 그리곤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결에 손톱이 자라 만세를 부르며 손톱을 깎아주기까지 걸린 시간이 6개월이었다. 

이제는 고등학생이 된 녀석은 저도 생각 나는지 이 책을 보며 씨익~ 웃었지만, 나는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여전히 아리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는 말을 절감한 사건이었다. 

 

지원이는 뚱뚱하다고 놀리는 친구 때문에 좋아하는 돈가스를 못 먹고 식판을 냈는데, 음식을 남겼다고 선생님이 꾸중하자 눈물을 감추려고 손톱을 깨물게 되었다. 한참 후에 알게 된 엄마는 깜짝 놀라 손가락에 반창고를 감아주었다. 그러나 갑갑한 지원이는 반창고를 떼어냈고, 머리 복잡한 수학시간에 저도 모르게 손톱을 깨물었다.  

 

엄마는 빨간 약도 발라보고 이리저리 궁리해보지만 하루 아침에 습관이 고쳐지진 않는다. 엄마는 지원이가 손톱 깨무는 버릇을 고치면 48색 색연필을 사주겠다고 약속한다. 아이의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 포상을 거는 게 교육적으로 옳으냐 그르냐는, 이런 아픈 경험을 하지 못한 교육학자들의 탁상공론이라고 생각한다. 피를 말리는 아픔을 겪은 엄마라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고쳐주고 싶은 게 손톱 깨물기다. 문틈으로 엿보던 병관이는 새로 나온 블록이 갖고 싶어 자기도 손톱을 깨물기 시작했다. 물론 엄마한테 걸려서 심하게 야단맞고 벌까지 받으니,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가 야속해서 으앙~ 울어버렸다. 

 

책상과 방바닥을 반으로 나누고 '넘어오면 다 내꺼!'라고 말하는 병관이 표정은 장난아니다.ㅋㅋ 엄마랑 약속한 일주일이 지나고 지원이와 병관이는 손가락에 감았던 반창고를 풀었다. 내 손톱이 더 길다고 우겼지만, 엄마는 약속을 지켰다고 둘 다 칭찬하고 선물을 사주셨다. 그날부터 지원이는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병관이는 블록쌓기를 하면서 손가락을 깨무는 나쁜 버릇을 고쳤다는 이야기~~^^ 

 

아이들이 가진 좋지 않은 습관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이 책을 보여주면 얼른 고치게 되지 않을까? 아이들 스스로 자기가 가진 안좋은 습관을 고백하고 고쳐가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그림도 재밌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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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9-10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위에 쓰신 실화를 읽다가 울 뻔 했어요. 저희집도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는데, 그때 생각을 하면 우리집 막내 때문에 막 울컥하거든요. 어릴때부터 누나들하고만 집에 있어서..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해요. 아, 리뷰 읽다가 너무 감정을 몰입해버렸네요. 쑥스럽게..

순오기 2009-09-10 10:47   좋아요 0 | URL
이 책 처음 봤던 4월엔 너무 가슴 아파서 리뷰를 못 썼어요.ㅜㅜ
엄마의 경제활동이 가정경제의 윤택은 가져오지만 아이들에겐 엄마를 빼앗기는 상처의 시간이기도 하지요. 물론 아이나 엄마도 견뎌내는 시간이지만...

하늘바람 2009-09-10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와닿는 리뷰네요^^
책내용도 그렇고요. 그런 기억이 있는 사람은 다 울거예요

순오기 2009-09-10 10:49   좋아요 0 | URL
엄마와 격리되는 시간이 아이에겐 분명 스트레스겠지요.
직장맘들은 이런 아픔 다 있을 듯...

마노아 2009-09-1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울컥했어요. 옆에서 학생이 말 안 붙였으면 눈물 쏟았을 거예요. 갑자기 질문이 들어와서 눈물이 쏙 들어간 거 있죠..;;;;
역시 같은 책을 읽어도 엄마의 눈길은 달라요. (>_<)

순오기 2009-09-10 10:50   좋아요 0 | URL
학교에서도 알라딘?ㅎㅎ
학교에서 집에 돌아와 엄마가 없으면 허전했던 기억도...

같은하늘 2009-09-10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집에서 애들만 열심히 키웠는데도 큰넘이 여섯,일곱살때 손톱을 물어 뜯었었어요.
저도 엄마가 손톱을 깍을 수 있게 해주면 상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던 기억이...
우리 아이는 아마도 동생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랬던것 같아요.
한 일년정도 지나니 없어졌어요. 그러다 학교에 처음 입학해서도 몇번 그랬는데
다행히도 몇번으로 그치더군요.^^ 이 책 보여주면 그때 생각 할라나? ㅎㅎㅎ

순오기 2009-09-11 08:47   좋아요 0 | URL
아드님은 일년이나 갔군요.ㅜㅜ
책보면 그때 생각하겠지요~~ ^^

꿈꾸는섬 2009-09-11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가 애기때 손가락을 좀 빨았었는데 괜찮아졌다가 현수 낳고 다시 손을 열심히 빨더라구요. 그리고 또 좀 괜찮아졌다 싶었는데 유치원 처음 다닐때 다시 손가락을 열심히 빨았어요. 물론 지금은 괜찮아졌지만요. 아이들 스트레스 풀어주는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순오기 2009-09-30 21: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게 중요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