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가족입니다 - 2005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대상 수상작 ㅣ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11
이혜란 글 그림 / 보림 / 2005년 10월
평점 :
친정엄마를 생각하니 눈물나는 그림책입니다. 이제 친정엄마도 혼자 계시기엔 어려움이 많은 듯합니다. 오빠집에 가셔도 모두가 나가버린 아파트에서 징역살이 하는 것처럼 답답할 것 같고...그래서 지난 주에 '자식들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만 안 한다면, 건강관리를 위해서도 양로원에 가시는 게 좋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계속 머리가 아프다고 하셔서 MRI를 찍었는데 언제인지도 모르지만 뇌졸중이 왔었고 혈관이 좁아져 혈액순환이 원할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하네요. 어제 전화를 드렸더니 양로원 가면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아보라고 하셔서 '예~' 하고 대답했지요.
작가 이혜란의 자전적 이야기로 2005년 보림그림책 공모전 수상작입니다. 책 속 아이는 자장면집을 하는 부모님과 네 식구가 살았는데 어느 날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오셔서 자꾸 이상한 짓만 하십니다. 뭘 자꾸 주워오고, 음식을 먹으면서 상에 뱉어놔서 같이 밥 먹기도 싫어집니다. 하지만 아빠는 할머니 수저에 반찬도 올려주고, 할머니가 오줌 똥을 잘 못 누면 깨끗이 씻겨드립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14960143463437.jpg)
치매노인을 돌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할머니는 옷장 속에 젓갈을 넣어둬서 구더기가 나오기도 하고, 덥다고 막 옷을 벗어버리고... 또 학교 담 밑에서 잠들면 아빠가 업어 옵니다. 이웃에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는 지인이 있어 늘 이런 모습을 봐 왔습니다. 외출할 땐 문을 걸어잠가도 어디론가 빠져나가서 길을 헤매면 이웃들이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우리 부모님이 치매에 걸리지 않고 곱게 사시다 가시는 것도 큰 복이겠지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14960143463439.jpg)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14960143463440.jpg)
"아빠, 할머니 다시 가라고 하면 안 돼요?"
"안 돼."
"왜요?
아빠 어릴 때도 따로 살았다면서요."
"그래도 안돼.... 엄마니까.
할머니는 아빠 엄마거든."
"그럼 아빠, 할머니도 우리 엄마처럼
아빠를 사랑했어요?"
" ....... "
어려서 엄마와 같이 살지 않았던 아빠는, 할머니도 우리 엄마처럼 아빠를 사랑했냐는 딸의 물음에 답할 수 없습니다. 함께 살지 않았어도 내 어머니인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요? 당신 몸을 몽땅 빼내 준 우렁이처럼 이제 껍질만 남은 어머니... 당신이 우리를 돌보고 키우셨듯, 이제는 자식들이 부모님을 돌봐드려야지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14960143463442.jpg)
이제 우리 가족은 네 식구가 아니라 할머니까지 다섯 식구랍니다. 그리고 날마다 일센티씩 커서 아빠를 업어줄수도 있답니다.^^ 부모님이 할머니 할아버지께 하는 걸 본대로 그 자식이 한다는 걸 생각하면 내 자식만 이뻐라 하고 부모님께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됩니다. 가정교육은 가르치는게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란 말을 새기게 됩니다. '본대로 배운대로!"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14960143463443.jpg)
그림이 연필스케치에 색을 살짝 입힌 담채화 같아서 선명하진 않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젖어드는 이 땅의 자식들이 그 자식들과 같이 보아야 할 책입니다. 내 자식을 사랑하듯 부모님도 그렇게 키워주셨음을 잊지 않는 자식이 되어야겠습니다.
그림책 속의 엄마 아빠는 자장면집을 하면서도 치매 할머니를 성심껏 돌봐 드리지만, 현실에선 만만치 않습니다. 청상에 홀로 된 시어머니를 25년 모시고 산 이웃 언니가 막판에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돌보다가 쓰러지는 걸 봤습니다. 시누이가 셋이나 됐는데 모셔가더니 일주일 만에 손들고 가족회의를 거쳐 돌아가실 때까지 6개월 노인병원에 모셨습니다.
또 한 가정은 환갑 지나 중풍이 온 시어머니를 5년간 모시고 살다가 당신 언니의 설득으로 노인병원에 들어가셨습니다. 이제 딱 1년 됐는데 날마다 물리치료를 받아 혼자 밥도 드시고 2층 계단도 걸어서 올라간답니다. 자매가 함께 있으니 외롭지 않고 각종 프로그램에 맞춰 즐겁게 생활하니까 정신건강에도 좋았던 모양입니다. 모시고 살면 며느리가 꼼짝도 못하고 살아야 하는데 노인병원에 계시면 자주 찾아뵙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살 수 있으니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대안이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양로원이나 노인병원에 가시는 걸, 자식들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만 하지 않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노인문제는 단순히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가 되었습니다. 국가가 일정부분을 맡아주면 자식들이 훨씬 수월한 복지사회가 되는 것이지요. 부자만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사는 대한민국이기를, 내 미래를 위해서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