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딸이 겪은 5.31부터 6.1 아침까지 시위현장

7월 5일 촛불집회에 중학생 아들녀석이 서울로 가고 싶어한다. 거기엔 대학생 딸의 부추김(?)도 있었지만, 5.31 촛불시위에 동참했던 누나가 보낸  e메일을 보고 그때부터 서울 집회에 가고 싶어 했었다. 문제는 아들녀석이 7월 7일 월요일부터 기말고사다. 뭐~ 별로 공부에 열심을 내는 녀석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험을 앞두고 보낸다는 건 망설여졌다.

며칠전 진보신당에서 문자가 왔는데, 아주 혹하는 내용이었다.
"5일 서울상경 1시 반 비엔날레주차장 집결, 3만원지참. 참가문자답변바람"
이렇게 진보신당에서 단체로 움직인다면 보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통화를 했다.
당일 행진에 동참하고 늦어도 자정에는 광주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제 아들녀석 의향을 물었더니 가겠다고 한다. 민경이는 안가고... 민경이도 가겠다고 하면 엄마까지 출동하려고 했는데, 남매만 보내도 될 것 같다. 민경이는 시험 공부하겠다니 엄마는 금남로로 가야지!

단, 아들녀석에게 조건을 붙였다. 누나랑 같이 행동하고 돌아와선 반드시 성의있는 후기를 써야 하며, 가기전까지 시험공부에 최선을 다하라는...... 녀석은 얼마나 가고 싶었는지 흔쾌히 좋다 하며, 어젯밤부터 제방에 들어가 공부에 올인하는지 들락거리지도 않는다. 평소엔 10분이나 20분마다 물 먹으러 나오고, 화장실 간다 나오고... 이러는 녀석을 지켜보는 엄마는 심하게 열리려는 뚜껑을 애써 눌러야 했었다.^^ 

시험을 이틀 앞두고 시위현장에 보내는 나를 보고 주위에선 미쳤다(?)고 할지 모르지만, 아들녀석을 보내는데는 큰딸이 날린 한방(?)에 손들었기 때문이다. 그 한방이 바로 메가톤급이었다. 아들녀석은 아직까지 꼭 하고 싶은 것이나 해보고 싶은 것도 별로 없으며, 그저 빈둥거리며 잘 먹고 잘 사는 백수가 부러울 뿐이란다.ㅎㅎ 그런데, 엄마는 이녀석에게 박재동, 혹은 박광수 같은 만화가를 꿈꾼다. 게다가 며칠전 '대한민국 원주민'을 보고는 완전 '최규석 팬'이 되어, 아들이 최규석 같은 만화가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때 날라온 우리 큰딸의 한방~~

"엄마가 정말 성주한테 최규석 같은 만화가를 꿈꾼다면, 시험공부보다 촛불현장에 보내야 돼!"

방금 전, 진보신당으로 대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이 참여한다는 문자를 날렸다.
내가 잘 한걸까? 잘 한거겠지~~~ 녀석이 역사현장에 서보면 뭔가 느끼는 게 있겠지?

그제 최규석 만화를 주문했는데 아직 안 왔다. 그 책이 오면 이제 우리집에 최규석 만화는 다섯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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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매를 서울 시청앞으로 보내다~될때까지 모이자!
    from 파피루스 2008-07-06 12:28 
    한시간 전, 진보신당 집결장소로 남매를 보냈다. 김밥도 싸고 생수랑 복숭아도 담아 소풍가는 아이들처럼 들려보냈다. 대문에서 지켜보다 따라가며 불렀다.   "아들아~ "   "왜? 설마 사진 찍으려는 건 아니겠지?"     "흐흐~ 왜 아니겠어?"   "어이쿠~ 엄마가 부르는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었어."   "야~ 니들한테 10만원 들려보내는데, 증거를 남
  2. 아들녀석의 7.5 촛불시위 현장 체험기
    from 파피루스 2008-07-25 09:34 
    기말시험을 앞두고 촛불시위에 가고 싶어한 아들녀석을 서울까지 보내면서, 반드시 다녀와서 성실한 후기를 쓰기로 했는데...... 이 글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많이도 흘렀고, 큰소리도 났었다지 아마~ ㅜㅜ 그래도 어제 담임샘과 반 전체가 강천사로 1박 2일 캠프를 가기 전에 마무리 했으니 그도 다행이다!^^ ----------여기서부터 아들녀석이 남긴 기록   시험을 이틀 앞두고 나는 서울에 가서 촛불시위를 했다. 주위 친구들은 미친 XX라는
 
 
웽스북스 2008-07-0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쥬 멋진 가족이에요 ^_^ 성주가 그릴 만화들도 기대가돼요

순오기 2008-07-03 12:33   좋아요 0 | URL
잘한거죠?~~~ 아들은 직업으로 만화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네요~ㅎㅎㅎ나중에 우리 아들 그림을 페이퍼로 올려볼게요!^^

마노아 2008-07-0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직업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림을 못 그려서 포기했어요^^;;; 그것도 23살에. 그때까진 끈질기게 만화가가 되고 싶었는데 말이지요.
역시 민주의 한방이 컸어요. 이렇게 똑똑하고 의젓한 자녀분들이 있으니 순오기님은 진짜 부자세요!

웽스북스 2008-07-03 13:04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저도저도 만화 너무너무 그리고 싶은데 그림을 못그려요 ㅠㅜ

순오기 2008-07-03 17:32   좋아요 0 | URL
오홋~ 마노아님 서재에 올려진 그림이 보통은 넘는다 생각했는데, 역시 만화가를 꿈꿨군요.^^
민주의 한방이 컸지요~ㅎㅎㅎ 사실 인생 길게 보면 시험 한두개 더 맞는게 대수가 아니지요.

무스탕 2008-07-03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직업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림도 못그리고 글도 쓸줄 몰라 일찌감치 포기했어요 -_-
민주.. 누나로서 대한민국의 건강한 청년으로서 엄마아빠의 자랑으로서 손색이 없네요.
민주!성주!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무스탕 2008-07-03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 소리 하나 더..
저도 작년에 2학기 중간고사 치루기 전 토요일에 애들 몽창 끌고 경주로 1박2일 여행갔다왔었어요.
그땐 꼭 가야만 제 맘이;; 살것같더라구요. 이런 엄마도 있는데요, 뭘.. ^^;

순오기 2008-07-03 17:35   좋아요 0 | URL
오호~ 만화가를 꿈꾸던 사람이 많았군요. 그래서 지금은 독자로만 만족하시나요? 알라딘에서 활약하는 만화가도 괜찮을 듯한데 도전해보시죠!^^
살다보면 불현듯 꼭 해야될것만 같은 강박적인 일이 있어요~ 그때 그걸 못하면 마치 죽을 것 같은... 님께는 경주여행이 그랬군요, 잘하셨어요~ 짝짝짝!

책먹는냥이 2008-07-0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만화가가 아니더라도, 기말시험앞두고 서울상경한 하루가 성주인생의 빨간 밑줄이 되겠지요. 모든 걸 작파하고 서울상경하겠다던 울 남편 말린 내가 부끄럽네요.
순오기님 덕분에 최규석을 만나네요~
내가 좋아하는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를 봐도 가슴 찡해지지요~
<느티나무의 선물>과 <열네살> 진짜 좋은 만화!

순오기 2008-07-03 17:38   좋아요 0 | URL
남편은 아들한테 고급공무원이 되면 좋겠다고 하지요~ 요즘 보면 공무원들이 특히 고급공무원이 어떤 마인드와 철학을 갖느냐에 따라 국가와 국민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걸 실감하지만...기회가 왔을때 참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외국만화는 별로 본 게 없어서 다니구치 니로도 처음 듣는 이름인데 검색해봐야겠어요. 감사^^

miony 2008-07-0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이 기말고사 좋은 성적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 올 것이라고 믿어요.^^

순오기 2008-07-03 18:18   좋아요 0 | URL
그렇죠. 토,일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하느냐도 미지수지만...일단 보내준다니까 열심히 공부하는 척(?)은 하고 있습니다.ㅎㅎ저도 그 경험을 소중히 생각하기에 보내는거죠.^^

글샘 2008-07-0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나가 있으니깐... 뭐, 안심하고 보내셔도 될 듯... 사실 서울 가면, 좀 심심해요. 간혹 바퀴벌레들이 '사진 만들러' 튀어나올 때 충돌이 있기도 하고, 사람이 적어지면 이넘들이 밀고 연행하기도 하지만... 이번 주말에는 그넘들이 차벽 뒤에 가만히 숨어 있을 겁니다. 넘 걱정 마시고... 많이 배울 거예요. ^^

순오기 2008-07-03 18:21   좋아요 0 | URL
누나는 밤샘을 하고 싶다는데 진보신당 차로 자정에 돌아와야지 따로 오게 하기는 좀 맘에 걸려서요. 밤샘은 못하지만 역사의 한복판에 서본다는 것만으로 의미있고~ 뭔가 느끼고 배우는 게 있으면 되는 거겠죠.

비로그인 2008-07-04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막내딸(5학년)은 시험 이틀 앞두고 제가 빌려와 감춰두었던(시험끝나면 읽게하려고) 만화책 '맨발의 갠'을 어디서 발견하고 하루에 다섯권씩 읽어대더군요.^^ 요즘들어 간신히 책읽기 맛을 들여서 빼앗지를 못하겠더라구요.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하면서 그냥 모른 척 했는데... 책을 하아도 많이 읽어서인지 국어는 만점, 다른 과목들은 두 손 다 사용해도 모자랄 정도로 틀려대고 ㅎㅎ . 만화 잘 그리시는 분도 많고 좋아하는 분도 많으시네요.

순오기님, 그 용기에 박수보냅니다. 훌륭하게 자랄 걸 확신합니다.!

순오기 2008-07-04 00:22   좋아요 0 | URL
ㅋㅋ우리애들은 시험때만 되면 '해리포터'를 보고 또 봐요. 아마 수십번은 봤을 거에요~ 나름대로 시험공부 스트레스 해소라네요.^^ 책읽는 아이들은 국어는 공부 안해도 만점 받는 듯... 세상이 아이들을 올바로 키워야 할텐데 걱정이에요.

마늘빵 2008-07-04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대학생과 중학생이 있는데 어찌 나가지 않을 수 있으리오. 토욜날 어딘가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

순오기 2008-07-04 08:57   좋아요 0 | URL
어딘가에서 함께 하는 알라딘 서재인들이 많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