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의 80회 생신이라 토요일에 목포 큰댁으로 갔다. 큰동서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는데, 어머님과 두달 차이로 위암수술을 했기에 젓가락 같은 몸이라 볼때마다 짠하다. 그래도 굉장히 긍정적이고 대범한 사람이라 연연하지 않고 씩씩하게 산다. 수술한지 5년이 넘었으니 그래도 다행이다.

거의 20년 이상을 4대가 함께 살다가 암수술 이후, 친정어머니의 요양을 받는라 어린이집 2층에 살만한 공간을 마련하고 자연스레 분가하게 되었다. 집안일이나 세상일도 막히는 것없이 척척 해내는 만능이다. 바느질 솜씨나 음식 솜씨도 뛰어나고 창의력이 좋아서 영역을 넘다들며 뚝딱~~ 무엇이나 만들어내는 솜씨는 장관이다. 큰동서를 보면서 '큰며느리는 하늘이 낸다'는 말을 실감한 적이 많았다.

토요일 오후, 5월 초 시어머님 제사 이후 삼동서가 다시 뭉쳤다. 둘째동서는 강원도 철원에서 목포까지의 장거리 여행에 지쳐 기진맥진으로 들어온다. 그래도 셋이 모이면 20년의 팀웍으로 손발이 척척 맞고 쿵짝이 잘 맞아 재미있다. 토요일은 그럭저럭 여유롭게 저녁을 먹고, 일요일 새벽부터 음식해야 된다고 일찍 자라는 큰동서 엄명(?)에 11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6시 30분에 일어나라고 했는데, 여섯시도 안돼서 눈이 떠졌다. 주방에서 재미있게 음식을 만들었다. 나는 항상 전과 튀김 당번이다. 제사가 아니니까 한가지씩만 하기로 해서 버섯전과 새우튀김만 했다. 아침에 한시간도 넘게 걸려 둘째동서와 같이 부쳐논 버섯전이다.



큰동서가 살짝 데쳐낸 낙지와 문어~~~채반에 담고 보니 꽃처럼 예쁘다.


오늘 음식 중에 최고 인기를 얻었던 해파리냉채~ 해파리와 채소들의 어울임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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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돌아가시고 5년째, 아버님 혼자 살면서 늙어가는 걸 보는 것도 편치는 않다. 그러나 아직은 당신 혼자 기거할 수 있다고 그냥 그렇게 지내신다. 제일 아쉬운 건 말벗이 없어 외출하지 않으면 '말을 잃어버릴'것 같다고 하신다. 그래도 개를 키우니까 나가고 들어올 때나 심심할 때 한마디씩 중얼거린다고 하셨다. 얼마 전 10년도 넘게 키운 개가 자연사해서 혼자 남은 개가 당신처럼 짠했는지 닭을 한마리 키우신단다. 처음엔 잡아 먹으려 생각했다는데 키우다 보니 식구가 되어 그러지 못할 거 같다고 하셨다. 게다가 며칠 전부터 알을 낳기 시작했단다. 수탉이 없어 유정란을 낳진 못하지만.....



그리고 안마당 텃밭에 갖가지 채소를 심어놓아 혼자 드시기엔 넘친단다. 오이, 가지, 고추를 몇개씩 따왔다. 한쪽에선 토란이 자라고 있었고, 배춧잎은 닭이 다 쪼아 먹어 쓸만하게 없었다.




대문 옆에선 봉숭아들이 색색깔로 피어났다.


근접모드 설정을 안했더니 촛점이 정확치 않다.

-----둘재 형님의 부탁으로 데려온 진돗개를 9일동안 돌보다가 강원도로 보냈다. 그래도 며칠 키우면서 정이 들었는지 차에 실려 떠나는데 찡했다. 목포로 가는 찻속에서 찍은 모습이다. 아들녀석이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X도 치우며 고생했다. 큰아빠가 두둑한 용돈으로 보상해 주셨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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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6-23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년의 호흡으로 손발이 척척 맞군요. 온 가족 둘러앉은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진돗개가 새하야니 예뻐요. 그야말로 백구군요! 암탉은 수탉 없어도 알을 낳는거군요! 신기신기!

순오기 2008-06-23 13:05   좋아요 0 | URL
20년의 호흡~ 아주 좋아요! 외며느리들은 절대 이런 맛 모를거에요.^^
알을 낳지만 무정란이라 병아리가 태어나는 일은 절대 없지요~ ㅎㅎ

무스탕 2008-06-23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쁜 주말을 보내셨네요. 애쓰셨어요..
멍멍이가 나중에라도 순오기님 집에서 지낸 며칠을 잊지않았으면 좋겠네요. 진도는 똑똑해서 다 기억한다고 하던데.. :)

순오기 2008-06-23 13:05   좋아요 0 | URL
진돌이가 세번째 집으로 간 건데, 시숙님이 워낙 동물을 좋아하고 넓은 마당에서 키울거니까 잘 적응하고 살겠죠. 기억해주면 고맙고...^^

안녕반짝 2008-06-23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지가 아주 탐스러워요. 전 가지 무침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순오기 2008-06-23 13:06   좋아요 0 | URL
가지 무침은 밥위에 얹어 쪄서 무치던 엄마표 맛이 최고인데...내가 하면 그맛이 안나더라고요.^^ 제철에 나는 걸 많이 먹어줘야 하는데 말이죠.

전호인 2008-06-2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복한 가정입니다. 이런 가정이 부러워요. 저희는 손이 귀하다보니 가족이 다 모여도 얼마되지도 않고 없는 가족이 만나는 것도 더 어렵네요. 토요일 광주에 일이 있어 갔드랬습니다. 님에게 메세지도 남겼는 데......
버섯전이 너무 먹음직 스러워서 침만 꼴깍꼴깍 넘기고 있네요 ^*^

순오기 2008-06-23 13:09   좋아요 0 | URL
20여명의 직원들과 5.18묘지 다녀간단 메세지를 밤 10시가 되어서야 봤어요. 답장을 하기엔 너무 늦었더군요.^^
답사하듯 먼저 다녀갔으니 직원들과 함께 와도 가이드를 하셨겠군요.
버섯전은 평소에 해먹기도 제일 수월한 것 같아요. 오늘 메뉴로 해달라 하시죠!^^

건조기후 2008-06-2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돌이가 너무 귀엽네요! 저희집에도 예전에 진돌이^^;라는 진돗개가 있었는데 크니까 너무 기운이 쎄서 감당이 안돼가지고 다른 데로 보낸 적이 있어요.. 엄마는 며칠 잠도 못주무셨죠ㅜ 근데 진돌이는 그렇게 이뻐하시더니 9년째 같이 사는 우리 다롱이는 이상하게 맨날 구박하신다는.. 장난으로 때리는 게 아니라 진짜 때리셔요.ㅋ

순오기 2008-06-23 22:52   좋아요 0 | URL
ㅋㅋ사람이든 짐승이든 정이 가는 녀석들이 따로 있는 것 아닐까요?
어머니하고 다롱이하고 살풀이를 해야 겠군요.^^

뽀송이 2008-06-23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힘드셨겠지만 다복한 대가족의 모습에 존경과 부러운 마음이 듭니다.
맛깔스러운 음식에 군침도 돌고 특히, 저 문어랑 해파리냉채 아주 좋아합니다.^^;;
텃밭의 주렁주렁 먹거리가 어쩜 저리도 예쁩니까?
ㅋ ㅋ 그리고 아버님을 닮아 세 형제분의 머리가...^^;;
대머리가 유전이면... 순오기님의 잘 생긴 아드님 어쩌죠.ㅡㅜ

순오기 2008-06-23 22:55   좋아요 0 | URL
힘들것 없었어요. 기분은 좀 그랬지만...
오잉~ 문어를 좋아하신다고요? 해파리는 여름 한철 별미로 참 좋지요!
텃밭의 채소가 사진으로 보니까 정말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군요.^^
친가 외가 모두들 대.머.리~ 아들녀석 100% 대머리라고 한숨을 폭폭 쉰다니까요.ㅋㅋㅋ어쩌죠?

BRINY 2008-06-23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아지가 참 영리해보여요!

순오기 2008-06-23 22:55   좋아요 0 | URL
똘똘해보이는데 사진은 어쩐지 처량모드로~~ㅠㅠ

2008-06-23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3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희망꿈 2008-06-23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든일 잘 치루셨나요?
몸살은 나지 않으셨는지~
사진을 보니 시골생활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네요.
시아버님께서 혼자 생활하시기는 적적해 보여서 조금 마음이 쓰이시겠네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순오기 2008-06-23 23:23   좋아요 0 | URL
힘들지도 않았고 몸살도 나지 않았지요.
사진이 시골스럽지만 목포시내 한복판 맨꼭대기집인데 터가 좀 넓어요.
그런데 가지 세그루, 고추 다섯그루 오이 두어줄기...이런 풍경이거든요.ㅋㅋ
스스로 관리를 잘하시는 분이라 건강하신데, 영감님들 마나님 보내고 혼자 사는거 5년차면... 기운 빠진다고 하네요.ㅜㅜ

미설 2008-06-24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년쯤 지나면 시댁행사가 손발이 척척맞고 재밌게 음식을 만들수도 있는 내공이 쌓이는걸까요.. 전 그게 젤 신기하고 궁금하네요. 화목한 동서간이나 가족 모습이 참 좋아보여요.
아.. 그리고 작년 여름 목포로 휴가를 갔더랬어요. 어찌하다가 택시아저씨의 안내로 목포 일주를 하고 알도도 너무 신나게 놀았던지 올해도 여름휴가를 목포로 가자고까지(즉 바다나 물놀이는 목포에서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같아요^^) 하고 노상 목포 목포하면서 목포를 아는척 하는지라 왠지 반가운 맘이어요 ㅋㅋ

순오기 2008-06-24 11:03   좋아요 0 | URL
한 10년 지나니까 꿍짝이 맞던데요~~ 그 후 10년은 꿍짝을 즐기고요!^^
목포에 가도 여기저기 다녀보진 못했어요. 거의 방콕으로 일만 하다가 오니까...
그래도 간혹 반란(?)을 일으켜 몇번 바람 쐬러 나간게 전부에요.ㅠㅠ
아웅~ 생각하니까 다시 열받네~~~~ ㅋㅋㅋ

프레이야 2008-06-24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가족 모임이네요. 훈훈하고 보기 좋아요.
팔순 아버님의 건강을 빕니다. 생신 축하 드려요.
버섯전 맛나겠당~

순오기 2008-06-24 11:05   좋아요 0 | URL
그 훈훈한 대가족 모임이 결국은 여자의 희생을 담보로 한다는 거... 그것도 며느리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들의 희생이죠! 그래서 화목이 보장된다면 또 그렇게 살아야지 어쩌겠어요...
아버님도 건강하시고 버섯전도 맛있었고... 음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