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어머니독서회원들과 화순 운주사로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다. 바로 이 책 '시가 내게로 왔다' 30쪽에 실려 있는 정채봉님의 '엄마'를 가을여행 자료 표지에 넣었다. 회원들과 시를 암송하며 가이드 교수님의 안내로 공부도 열심히 한 일상탈출이었다.
엄마 -정채봉-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하지만, 이 시처럼 와불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울 수는 없었다. 들어가지 못하게 줄이 쳐 있는데, 문화시민을 자처하는 사람이 들어갈 수야 없지 않겠나~~~ ^^
와불님 옆에 보이는 바위는 사모관대가 떨어진 것이라는데, 왜 제자리에 맞춰 놓지 않을까?
음, 이 표정~~~ 정말 옆에 눕고 싶은 마음이 와락~~
운주사 천불천탑을 조성하면서 이 와불이 일어서는 날, 바로 새 세상이 열린다는 염원을 담아 열심히 쪼고 다듬고 했다지요. 드디어 와불님을 일으켜 세우는 날, 오랜동안 뒷수발에 지친 행자승이 새벽이 오기도 전에 닭소리를 내었고, 와불을 일으키기 위해 발치부터 바위를 떼어내던 석수장이들은 혼비백산, 와불은 끝내 일어서지 못하고 말았다는.... 발치에는 떼어낸 흔적이 역력하더이다.
와불님의 표정을 보니 곁에 눕고 싶었다는 시인의 마음이 헤아려젔다. 엄마 없이 자란 시인은 그의 작품 속에 그런 소년을 그려 넣었다. '오세암'의 길손이와 누나 감이, '초승달과 밤배'에서 만나는 서난나가 바로 시인의 모습인 듯 가슴이 짠했는데, 와불님 곁에 누워 '엄마~'를 부르는 시인이 내 눈시울을 젖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