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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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대한 우주에서, 지구에 사는 한아가 겪었던 얘기는 그저 인간의 상상만이 아닌지도 모른다. 점으로 찍힌듯한 작은 초록별에 사는 우리들이 우주에 대해 아는건 거의 없다. 그래서 난 이 얘기들을 믿고 싶다.

 

이 소설은 SF로 분류되지는 않는데-(알라딘 책소개)- 내용중에 우주로 가고, 외계인이 등장함으로 다분히 그런 요소가 있다. 작가는 그러한 소재로 지금의 우리와, 우리들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 소설은 결국 인간의 원형적인 선함과 노력을 요구한다. 사랑에 대한 가치와 그 의지도.

 

어쩌면 유치하고 황당할 수 있는 이 소설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내용들을 상쇄할 수 있는 작가의 따뜻한 문장들이 많다. 여성만이 느낄 수 있는 사랑에 대한 관점도 재미있었다. 지구의 경민과 외계인 경민을 섞은듯한 성향을 가진 나의 남편이 생각나 살짝 웃은 적도 있다.

 

먼 우주의 한 곳에서 성능좋은 망원경으로 지구의 나를 지켜보고 있는 외계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신 바짝 차리자.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은 결코 한아의 외모 때문에 벌어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추측과는 달리.-p9

‘환생-지구를 사랑하는 옷 가게‘-p11

경민을 사랑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한아는 그 순간에도 체념하듯 생각했다. 체념이라고 부르는 애정도 있는 것이다.-P23

사람들은 왜 너 자신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느냐고 묻는다. 끝내는 아무것도 남지 않고,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건전한 절대 명제,‘누구나 하나의 세계를 이룰 수 있다‘는 역사상 가장 오래 되풀이된 거짓만 중 하나일 거라고 주영은 생각했다.-P36

세계를 만들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아니,대부분의 사람들은 탁월하고 독창적인 사람들이 만든 세계에 기생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똑같이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거인이 휘저어 만든 큰 흐름에 멍한 얼굴로 휩쓸리다가 길지 않은 수명을 다 보내는 게 대개의 인생이란 걸 주영은 어째선지 아주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P37

"한때 저 별에는 괴로울 때 몸의 가장 연약한 부위에 귀한 결정이 맺히는 이들이 살았어. 그 사람들은 그 결정을 최고 단위 화폐로 인정해주었지. 더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게 더 큰 대가를 주기 위해서.‘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저렇게 폐허야?"
"시간이 지나자 모두 자해를 시작했거든. 비극과 고통과 그로테스크에 중독되어버렸어."-P158

‘너의 사랑할 수 있는 능력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해준 거 알아. 고맙게 생각해."-p205

흔하지 않지만 어떤 사랑은 항상성를 가지고, 요동치지 않고, 요철도 없이 랄랄라하고 계속되기도 한다.-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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