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니면서 열심히 책을 읽고 읽은 것에 대해 글을 쓰며 책까지 내는 성수선작가가 이번에는 먹을 것을 들고 왔다. 작가의 책인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를 읽으며 그녀의 책에 대한 글쓰기와 느낌이 좋았다. 이번에 출간한 책의 내용은 작가가 평소에 잘 다니는 식당과 여행 갔을 때 먹었던 음식에 대한 것이다. '우리, 먹으면서 얘기해요' 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모두는 여지껏 먹은 것에 대해 누구나 책 한 권쯤은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말이다. 음식과 관련된 내 얘기도 수없이 많고, 다른 사람과의 추억도 끝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책은 너무 식상하고 평범한 느낌이 든다.

 

음식을 만드는 재주가 별로 없는 나에게는 세상 음식이 그저 비슷하다. 보통 정도의 음식이면 맛있게 먹는 편이다. 먹는 것에 목숨 걸지 않으며 tv의 먹방 프로그램을 싫어한다. 그렇다고 먹는다는 행위의 소중함과 중요함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조금 부족한 것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먹는다는 것과 내가 먹은 수많은 음식을 생각해봤다.

 

그렇게 생각할 때 가장 많이 떠오르는 건 어떤 식당에서 먹은 음식이 아니라 엄마였다. 엄마가 나에게 해 주신 많은 음식들이 생각났다. 요즘같이 더울 때는 장어국이 먹고 싶다. 삶아 으깬 장어살에 여러가지 야채를 넣어 끓이고 마지막에 방아잎을 넣은 장어국 한 그릇을 먹으면 속이 든든해진다. 바닷가 도시에서 자란 나는 그런 장어국이 비리지 않다. 장어는 몸보신으로 좋은데 숯불에 그냥 굽거나 양념장을 발라 구워도 괜찮다. 몸이 부실하고 아플때 엄마는 장어곰국을 만들어 주셨다. 하루에 두 번 정도 탕약을 먹듯이 그냥 한사발 마시면 몸에서 흡수되는 느낌이 생생하다. 살이 통통한 가자미를 넣은 미역국도 맛있고, 머위잎을 쪄서 멸치 젓갈로 만든 양념장을 곁들여 갓한 밥을 싸먹어도 좋다. 기력이 약해지는 여름에 그 음식들을 먹으면 힘이 난다.

 

엄마가 해준 음식을 맛나게 먹으며 자라났고, 지금은 엄마가 직접 만들어 보내주신 된장, 고추장, 국간장, 멸치 액젓으로 음식을 해서 식구들을 먹이고 있다. 된장, 고추장, 국간장만 맛있으면 웬만한 한국 음식은 무조건 맛있다. 그 베이스에 재료만 달리해서 조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베이스가 소진되어 가고 있고 더이상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 치매라는 병에 걸린 엄마는 음식 만드는 순서도 잊어버리고 이제는 힘에 겨워 뭔가를 잘 하지도 못하신다. 나와 전화할때마다 나에게 어떤 반찬을 하는지 물으신다. 그런 질문을 받을때마다 나도 난감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성실하게 대답해드린다. 해먹지 않아도 마치 내가 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음식의 종류를 나열한다. 엄마에게 요리만드는 방법에 대해 질문도 한다. 그러면 엄마는 아주 자세히 대답해 주시지만 직접 하지는 못하시는 것 같다. 지금 가지고 있는 된장, 고추장, 국간장이 떨어지면 어떡해야 하나?

 

요리에 관심도 재주도 없는 나라는 엄마를 가진 21살된 딸아이는 그냥 포기하고 자신이 직접 요리를 많이 한다. 밀푀유나베같은 정성이 많이 가는 음식도 곧잘 만들고 수제비도 잘 끓인다. 딸아이는 주로 일품 요리를 하는데 항상 기름에 뭔가를 볶아서 만들어 낸다. 올리브유와 버터, 피자 치즈가  많이 사용된다. 스파게티나 새우나 쇠고기를 곁들인 감바스, 오무라이스같은 것인데 맛은 있다. 하지만 걱정이 된다. 저런 것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찌거나 건강에 좋지 않을것 같다.

 

엄마가 나에게 차려주신 그득하고 윤기있는 밥상, 딸이 나에게 해준 접시 하나에 담겨있는 음식이 차려진 밥상......

서로 대조되지만 그 나름의 특징과 먹는 재미가 있다. 거기에 모녀간의 대화가 있고 추억이 있다. 먹으면서 얘기한다는 건 친해야 가능하고, 음식을 대접하는 건 사랑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따뜻한 음식들을 먹으며 모두가 보통의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