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의 작품뿐 아니라 여러 러시아 문학은 읽어 내기가 어렵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부터가 외우기 힘들고,  자세하게 서술되는 사건과 배경에 대한 설명의 지루함을 견뎌야 한다. 중간중간 작가의 사상을 주인공의 입을 빌어 장황하게 밝히기도 한다. 글의 분량도 많다 보니 맥락을 파악하고 그것에 대한 나의 느낌을 정리하기도 쉽지 않다. 일단 읽어낸다는 것에 의의를 둘 때가 많다.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는 접근하기 어려운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문장과 인물들을 경쾌하고 발칙하게 삶에 접목시킨다. 인물들의 캐릭터가 까다롭고 이해 안되는 곳에서도 그 의미를 찾아낸다. 일단은 가볍게 이 책을 읽으며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벽을 넘을 수 있도록 해준다. 도작가의 도작가(도스토옙스키)에 대한 해석이 옳다, 그럴듯 하다, 또는 영 아니다는 중요하지 않다. 작가 도제희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과 말을 통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을 품위있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하루를 놓치지 않으려 바쁘게 살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오랜만에 나의 젋은 시절을 되돌아 불 수 있게 해주었다. 서투름과 치기와 어리석음에 대한 나와 비슷한 작가의 경험이 있었다. 한번씩 그런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을 붉힐 때가 있는데, 그 미숙함에 대해 두 명의 도작가가 날 위로해주었다. 책을 통해 그런 것들에 대한 고해성사를 했으며, 그래도 그것이 날 지켜줄 수 있는 힘이 된다는 변명도 해보았다.  작가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 중에서 이반이 알렉세이에게 해주는 말을 인용한다.

 

"이봐,수도사 나리, 어리석음이란 이 지상에 너무나 필요한 것이야. 세상은 어리석음 위에 세워져 있고 그것이 없다면 세상에는 아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 몰라. 우리가 무엇을 아는지 알고 있는 거라고! " -p50

 

미숙하고 어리석은 젋은 시절은 지났지만 여전히 난 부족하고 세상에 주눅든다. 이만큼 살았으면 나라는 사람이 더이상 흔들리지 않고 당당해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한다. 그런 나에게 도작가는 도작가 소설의 인물들을 계속해서 등장시킨다. '백치'의 레프 니꼴라예비치 미쉬낀 공작의 솔직함을, '노름꾼' 에 등장하는 가정교사의 당당함을 배우라고 한다.

 

그렇다고해서 삶의 주도권까지 내어 줄수는 없는 노릇이다.....누군가 나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해서 내 삶까지 좌우하려 할 때, 즉 내 삶의 주도권이 본인에게 있는 양 굴려할 때 거절할 만한 지혜와 배짱은 필요하다. 그러자면 우선, 내 인생의 모든 행운과 불운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감당하겠다는 주인 의식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p214

 

이러니 도스토옙스키를 읽지 않을 수가 없다.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는 우리를 부담없이 도작가를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해준다.

 

고전문학이 지금도 권장되는 이유는 '고전' 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고아한 이야기와 좋은 문장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 지금 나의 삶과 매우 닮은 이야기가 대단히 설득력 있는 인물과 서사로 살아 숨 쉬기 때문일 것이다.-p284

 

나도 같은 생각이다.

고전은 읽으면 읽을수록 지금의 우리를 얘기해주고 있다.

전에 '죄와 벌' 과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을 읽을 때는 그냥 이 벽돌책들을 묵묵히 읽어내자는데 의의를 두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버전으로 다시 한번 읽고 싶다.  7월에는 난데없는 알라딘의 도스토옙스키 읽기에 동참해보고자 꼭 도작가의 책을 한 권 읽어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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