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부터 시작한 도서관 동아리 '클래식' 덕분에 한 달에 한 권 또는 여러 권 고전을 읽는다. 고전에 대한 범위는 정하기 나름이겠지만 우리 동아리에서는 기원전 그리스의 호메로스 서사시부터 지금부터 대충 100년 전 정도까지의 고전 반열에 오른 책을 주로 읽는다. 내가 규정하는 고전의 범위는 더 현대쪽으로 온다. 가령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정도까지도 고전에 넣고 싶다.
그렇게 고전을 읽어가며 고민에 빠질 때가 많다. 어떻게 읽어야 고전을 잘 읽어낼 수 있는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고전의 기능에서 내가 해내는 의미 분석과 독해는 맞는 건지, 이 시대에 합당한 고전 읽기는 뭔지, 그 읽기를 통해 난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등이다. 그 고민들은 지금도 계속 진행중이고, 나의 것보다는 다른 사람의 해석을 아직까지는 받아들이는 입장이지만 고전 읽기에 대한 재미와 그것이 주는 매력에 계속 빠지고 있다.
'왜 지금 고전인가'-원제는 CLASSICS; WHY IT MATTERS 이다-
책의 제목만 보고 이 책을 무조건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고민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이 들어 있을것 같았다.
'서양고전 입문자를 위한 안내서''하룻밤에 끝내는 고전 공부의 기초''왜 고전은 우리 삶과 세계에 중요한가' '어떻게 고전을 공부할 것인가'- 이 부제목만으로도 이 책은 고전에 대한 입문서로서 훌륭할 것 같았다.
이 책에서 정한 고전의 범위는 고대 지중해 세계의 사회와 문화, 그리고 그 세계의 문학, 예술 작품에 국한되고, 언어도 그리스어와 라틴어가 주를 이룬다. 그 시대의 작품들이 그 이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나열되어 있고, 깊이도 있지만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다. 여기서의 서양 고전 입문자는 일반적인 고전 독서가이기보다 고전학자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학자로서의 길을 걸을 때 유용할 것 같다. 나처럼 일반 독서가가 읽기에는 너무 어렵고 맥락도 없을 뿐더러 그래도 참고 읽을 정도의 가치도 없다. 논문을 읽는 듯하고 번역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어 문장에 대한 해석을 할 때 문법을 지키며 단어 하나하나를 사전에 의존해 찾아가며 그대로 옮긴 듯한 느낌이다. 나의 미약한 독서력을 당연히 탓해야겠지만 그래도 이 책의 제목이 입문자를 위한 것이 아닌가? 우리는 책을 선택할 때 거의 제목을 보고 한다. 그러니 나의 오해는 정당하다.고전학이나 고전어 문학 전문가를 위한 입문서가 맞는 것이다.
작가나 역자는 책의 제목을 정할 때 많은 고민을 할 것 같다. 독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야하고 어떤 경로를 통하든 책을 읽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나에게는 성공한 전략인 것 같다. 실망했지만 결국 읽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해서 읽게 되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분들 중 몇 분이 이 책을 읽게 될지 의문이고, 읽으시는 분들 역시 제목에 혹해서 대출할 것 같다. 제목과 내용이 맞아 떨어지는 책들이 많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