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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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ㅡ요한 볼프강 폰 괴테

그 유명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을 이제서야 읽었다.
괴테의 문장은 굉장히 현학적이고 딱딱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순수하고 감성적이었다.
젊은 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에게 쓴 편지글을 읽으며,
베르테르의 로테에 대한 사랑을 보면서
나약할 것 같았던 베르테르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베르테르는 이 세상과 사람들을 차별없이 친근하게 대한다. ㅡ1770년도를 기준으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말이다.
특히 가난하고 불쌍하게 살거나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언제나 가지고 있던 돈을 주면서 그들에게 관심을 가진다.
공명심이나 자만심도 없이 겸손하며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러기에, 그러한 사람이기에 로테에 대한 사랑도 강렬했을 것이다.
현실주의자가 아니기에 앞을 보고 옆을 보면서 이것저것
재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누군가는 베르테르의 자살을 비난하지만
난 그를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슬픔이 넘쳐서 더이상 주체할 수 없으면 우리는 한번씩 극단적 선택을 한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 에서는 똑같은 상황에서
알랭 들롱은 친구를 죽여버리지 않는가?
베르테르는 순수한 청년이기에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
그것을 그냥 나약한 사람의 패배라고 단순히 얘기할 수 있을까?

난 그동안 참 많이 잊고 살았다.
사랑을, 순수를, 열정을, 이웃에 대한 관심을.
무엇에 쫓기어 그렇게나 중요한 것을 잃고 사는지 모르겠다.
들여다보지도 않고 인식하려 노력하지도 않고 허둥지둥 안일하게 사는 나를 베르테르는 들여다보게 해준다.
베르테르는 이렇게 나를 일깨워준다.

이번에 민음사와 문학동네의 같은 작품을 동시에 읽었다.
고전을 읽을 때 한번씩 그렇게 했는데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취향은 민음사의 승리다.
그렇다고 민음사의 번역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쉽게 풀어쓴 글보다는 거칠지만 직역의 묘미를 내가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이제까지 늘 하던 대로 운명이 우리에게 마련해 준 조그마한 불행을 부질없이 되씹던 그런 습관을 이젠 더 이상 계속하지 않겠다. 현재를 있는 그대로 즐기겠어.과거는 과거대로 흘려보내고 말야.

*그러나 내가 그들과 즐길 수 있는 것은 다만, 나의 가슴속에는 아직도 다른 많은 힘들이 남아 있는데, 그것들이 모두 사용되지 않은 채 썩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는 그것을 남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감춰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되살아나지 않을 때뿐이다.

*그리하여 그는 아무리 제약을 받고 있더라도,
항상 마음속에서도 자유라는 즐거운 김정을 간직하고 있다.
자기가 원하면 언제라도 감옥 같은 이 세상을 벗어날 수 있다는 그런 자유의 감각 말이다.

*그녀는 그토록 총명하면서도 그토록 순진하고, 그렇게 꿋꿋하면서도 그같이 마음씨 곱고, 착하고 친절할 뿐 아니라, 정말로 발랄하고 활동적이면서도 침착한 마음의 여유를 지니고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서로 곁눈질해 가며 살펴보는 추잡한 사람들의 그 번지르르한 모습과 그 지루한 꼬락서니는 어떤가!
한 발이라도 앞서겠다고 악착같이 눈을 번쩍이며 노리고 있는 그들의 출세에 대한 야욕, 그지없이 비참하고도 한심스런 노골적인 그 집념,

*그분은 그뿐 아니라, 내 마음보다는 내 지성과 재능을 더 높이 펑가하고 있다. 하지만 내게는 내 마음만이 유일한 자랑거리이며, 오직 그것만이 모든 것의 원천, 즉 모든 힘과 행복과 불행의 원인이다. 아아,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나 혼자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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