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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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은 특유의 발랄하고 유쾌함 같은 것들이 있다.

그리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꽤 선명한 편이다.
물론 그 안에서도 많은 것들을 얘기할 수 있다. 매력적인 청소년 문학.


시간을 파는 상점은 제목에서 예상했듯이 시간을 주제로 한 이야기다.
소방대원의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주인공 온조는 인터넷에 시간을 파는 상점을 오픈한다.
자신만의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게시하여 손님들의 어려운 일을 대신하며 자신의 시간을 판다.
주인공 온조의 닉네임은 고대 그리스의 신 '크로노스'

어떤 사람이 주인이냐에 따라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하는 시간
시간이란 형체없는 개념에 얽힌 이야기들이 무수히 많지만
그 본질에 대한 고민을 별로 해본 적이 없었는데 
'시간은 그냥 살아가는 모든 것이다' 라는 구절에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교훈 가득한 '시간을 잘 다루어야 성공해'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은 즉 삶이라는 이 한 마디가 실감나게 내게 다가왔다. 


p.26
온조야
삶은 `지금`의 시간을 살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고 아쉬운 건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

p.38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딱딱하게 각져 있지만은 않다는 거, 그리고 시간은 금이다, 라는 말이 좋은 말이기도 하지만 그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 말인지도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p. 42
고대 그리스의 신 크로노스

p.65
내 눈앞에 있는 할아버지는 시간을 관장하는 또 다른 신의 모습이었다. 온조가 일 분 일 초의 시간을 조각내어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는 크로노스라면 할아버지는 카이로스였다. 행과 불행을 가르는 기회의 신으로 시간 너머, 의미를 관장하는 카이로스.

p.150
엄마는 늘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그런데 그 시간은 어떤 예고도 없이 사라져버렸어. 늘 바쁘다고 하면서 필요 없는 시간들을 너무 많이 소비하면서 시간 없다고 한 거라는 것을 알았어. 엄마는 다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아. 엄마는 소중한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 그게 결국 엄마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믿어.

p.228
`시간`이라는 것은 인간들이 `시간`이라는 말을 만들기 전부터 존재했다. 그러니까 시간은 태초부터 흐르는 바람 같은 것이며, 햇살 같은 것이며, 달빛 같은 것이며, 땅 같은 것이며, 나무 같고, 풀 같고, 그냥 살아가는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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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래도 괜찮은 하루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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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의 작가가 시각장애를 중복으로 갖게 될 상황에 처했다.
그래도 괜찮은 하루라니 긍정적이어도 너무하다.
물론 작가도 처음에 방황하고 힘든 나날을 보낸 것 같다.
그래도 일러스트를 그리는 사람이 시각장애까지 갖게 된다니
내게 닥쳐 온 일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답답한데
뭐, 그럼에도 괜찮은 하루를 보내려고 하는 이에게는 응원을 보내련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몰랐는데 구작가가 싸이월드 스킨을 제작했더란다.
무려 내 기억에 난 그걸 샀던 것 같은데 인연이 있는 작가였다.
내가 대학생때부터 토끼를 좋아했구나 힛 :)


무려 책을 3시간도 안되서 호로록 읽을 정도로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내게는 예쁜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는 것과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금의 감사함을 잃지 않고 
버킷리스트란 소재를 활용하여 삶을 충실히 살아가려하는 
구작가의 멋진 삶의 태도가 녹아있다고 느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따뜻함이 있는 책이었다.

그나저나 나도 버킷리스트를 다시 재정비해봐야 할 것 같다. 


p.126
그런데 제 마음의 바구니에는 하트가 하나도 없어요.
저도 이제 하트를 하나만 넣고 싶어요.
딱 하나면 돼요.

p.215
대신, 규칙이 있어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당신의 버킷리스트를 고민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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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모든 요일의 기록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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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싶어 눈 여겨보다가 드디어
전자책으로 읽게 된 <모든 요일의 기록>
김민철 작가는 언뜻 남성같은 이름을 지녔지만
실제 여성이며, 나와 비슷한 삶의 방식을 지녔다 느꼈다.
특히, 1장과 4장 그리고 5장은 공감가는 부분도 많고
작가가 너무 내 스타일이라 맞장구치며 흥미롭게 읽었다.
책을 읽으며 아래의 읽고픈 책과 듣고 싶은 노래가 생겼다.
아니, 근데 카피라이터는 모두 이렇게 글을 잘쓰는지 표현력도 좋다.


목차

1장 읽다

2장 듣다

3장 찍다

4장 배우다

5장 쓰다


읽고 싶은 책
김화영 <행복의 충격>
알베르 카뮈 <결혼, 여름>, <시지프 신화>

듣고 싶은 음악
포르투갈 민중음악 <파두>

-------------------------------------------
책을 좋아하고
기억력이 좋지 못한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그런사람

한 번더 읽어보고싶다.
그러면 분명 다시 글을 쓰고 싶어 질 것 같다.


p.29
얼마나 잘근잘근 씹으며 읽었으면, 얼마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좌절하며, 희망하며, 다시 좌절하며 읽었으면 책이 이럴까. 모든 장이 손때가 덧입혀져서 부풀어 있었다. 종이 한 장보다 손때의 두께가 두꺼웠다.

p.37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늘 어렵기만 했고, 늘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책이 드디어 내게 와락 안기는 기분이었다.
`역시...... 경험의 폭이 넓어진 만큼 책이 읽히는구나.`

p.173
그 순간, 그 표정, 그 몸짓, 그러니까 그때가 아니면 다시 오지 않을 그 사람을 찍고 싶었다.

p.180
좋아하는 것이 뚜렷하다는 사실이 때론 다른 여행을 선물한다. 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p.202
나는 내가 비옥한 토양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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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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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5.18 광주는 낯설지 않다.

스무살부터 약 5년간 매 년 5월이 되면 광주기행을 갔다.

전남대를 시작으로 사적지를 돌며 도청까지 역사적 사건들을 새겼다.

마지막 날은 구묘지와 신묘지에 방문하여 수많은 묘에 묵념을 했다.

묘지에 가면 꼭 가는 곳이 있었는데 5세정도 되어보이는 어린아이의 묘였다.

출생년도를 보며 지금까지 살아있으면 몇 살일지 헤아려보며 잠시 머물렀다 오곤 했다.


그래서 처음 창비 책읽는당에서 5월의 책으로 <소년이 온다>를 선정했을 때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울컥하고 안쓰럽고 분노하고 슬프고 가엾은 이 모든 감정들이 내게 올 것을 알았기에.

읽기도 전에 조금은 겁이 났다. 


이 책은 소설이 가진 아우라의 최대치를 벗어난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한강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 5.18에 대한 자료조사를 얼마나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소설에서 나온 인물들 몇몇은 실제 역사적 실존인물들이었다.

대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한 청각장애 남성

남편을 기다리기 위해 마중을 갔다 총칼에 죽은 임산부

그 외에도 당시의 역사적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었다.


소중한 글을 써보려고 밑줄을 긋거나 감상평을 쓴 글을 찾았으나

이 소설은 앞 문장과 뒷문장들이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어 전체를 읽지 않고는 논할 수 없다.

모든 글에 감정이 담겨 있어 도무지 맨정신으로 읽을 수 없다.


난 그저 5월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감사했다.  

p. 29
엄마는 네 교련복 소매를 움켜잡았다.
"사람들이 여그서 널 봤다고 그래서 얼마나 놀랬는지 아냐.
시상에, 시체가 저렇게 많은데 무섭지도 않냐. 겁도 많은 자석이."
반쯤 웃으며 너는 말했다.
"군인들이 무섭지, 죽은 사람들이 뭐가 무섭다고요."

p.98
일곱번째 뺨을 잊을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p.102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p.213
그들이(도청에 남은 시민군)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
그 도시의 열흘을 생각하면, 죽음에 가까운 린치를 당하던 사람이 힘들 다해 눈을 뜨는 순간이 떠오른다. 입안에 가득 찬 피와 이빨 조각들을 뱉으며, 떠지지 ㅇ낳는 눈꺼풀을 밀어올려 상대를 마주 보는 순간. 그 순간을 짓부수며 학살이 온다, 고문이 온다, 강제진압이 온다. 밀어붙인다, 짓이긴다, 쓸어버린다. 하지만 지금, 눈을 뜨고 있는 한, 응시하고 있는 한 끝끝내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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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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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역사와 진실들이 담긴 영화나 책은 조금 꺼리게된다. 보기도 전에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창비의 책읽는당에서 5월 선정된 책이 하필 5.18을 주제로 한 한강작가의 `소년이온다`였다.
어쩔 수 없이 구매하여 읽기 시작하였다.
짬짬히 시간을 내어 책을 펼칠때마다 코가 시큰거리고 눈 앞이 흐려졌다. 남은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장면에서는 두루마리 휴지를 옆에 끼고 읽어야만했다.
어떤 구절에서는 그 문장을 다 읽는 것이 고역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충분히 각오하고 읽었지만 여전히 휘청거린다.
이 휘청거림이 견디기 어려워 마주하지 않으려고 하였지만 책을 덮고 나니 오히려 마주할 힘이 생겼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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