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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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5.18 광주는 낯설지 않다.

스무살부터 약 5년간 매 년 5월이 되면 광주기행을 갔다.

전남대를 시작으로 사적지를 돌며 도청까지 역사적 사건들을 새겼다.

마지막 날은 구묘지와 신묘지에 방문하여 수많은 묘에 묵념을 했다.

묘지에 가면 꼭 가는 곳이 있었는데 5세정도 되어보이는 어린아이의 묘였다.

출생년도를 보며 지금까지 살아있으면 몇 살일지 헤아려보며 잠시 머물렀다 오곤 했다.


그래서 처음 창비 책읽는당에서 5월의 책으로 <소년이 온다>를 선정했을 때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울컥하고 안쓰럽고 분노하고 슬프고 가엾은 이 모든 감정들이 내게 올 것을 알았기에.

읽기도 전에 조금은 겁이 났다. 


이 책은 소설이 가진 아우라의 최대치를 벗어난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한강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 5.18에 대한 자료조사를 얼마나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소설에서 나온 인물들 몇몇은 실제 역사적 실존인물들이었다.

대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한 청각장애 남성

남편을 기다리기 위해 마중을 갔다 총칼에 죽은 임산부

그 외에도 당시의 역사적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었다.


소중한 글을 써보려고 밑줄을 긋거나 감상평을 쓴 글을 찾았으나

이 소설은 앞 문장과 뒷문장들이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어 전체를 읽지 않고는 논할 수 없다.

모든 글에 감정이 담겨 있어 도무지 맨정신으로 읽을 수 없다.


난 그저 5월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감사했다.  

p. 29
엄마는 네 교련복 소매를 움켜잡았다.
"사람들이 여그서 널 봤다고 그래서 얼마나 놀랬는지 아냐.
시상에, 시체가 저렇게 많은데 무섭지도 않냐. 겁도 많은 자석이."
반쯤 웃으며 너는 말했다.
"군인들이 무섭지, 죽은 사람들이 뭐가 무섭다고요."

p.98
일곱번째 뺨을 잊을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p.102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p.213
그들이(도청에 남은 시민군)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
그 도시의 열흘을 생각하면, 죽음에 가까운 린치를 당하던 사람이 힘들 다해 눈을 뜨는 순간이 떠오른다. 입안에 가득 찬 피와 이빨 조각들을 뱉으며, 떠지지 ㅇ낳는 눈꺼풀을 밀어올려 상대를 마주 보는 순간. 그 순간을 짓부수며 학살이 온다, 고문이 온다, 강제진압이 온다. 밀어붙인다, 짓이긴다, 쓸어버린다. 하지만 지금, 눈을 뜨고 있는 한, 응시하고 있는 한 끝끝내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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