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스페인
최지수 지음 / 참좋은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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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비행기를 타지 못한지 일년이 넘어간다. 단순 비행기뿐 아니다. 좋아하던 여행을 마음껏 누렸던 이전과 달리 죄스러움에 눈치를 보게 되는 오즘이다. 내년 6월쯤 세계여행을 떠나겠다고 호기롭게 외쳤건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계획했던 삶이 통째로 오리무중이 되었다. 아쉬움 마음은 역시 책으로 달래는 것이 제격임을 <서른 살에 스페인>을 보며 느꼈다. 일러스트레이터 갯강구씨의 여행 에세이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웠고 예쁜 색감까지 넣어 보는 이로 하여금 여행의 향수와 대리만족을 불러일으켰다. 20일간의 스페인 여행을 일자별로 차례차례 보여주는데 마치 그림일기를 훔쳐보는 느낌도 들었다.

자신이 직접 간 여행지를 이렇게 예쁘게 그려 기록으로 남겨둘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부러웠다. 그림 위주에 글이 포인트처럼 들어가 있는 느낌이라 글에 대한 압박이 있는 사람들도 쉽게 열어 탐독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서른살이 특별한 나이라고 생각되기 싶지만 살다보니 그리 별다를 것 없는 나이란 생각도 든다.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은 흥미롭고 배울 것도 많다고 생각된다. 작가의 여행스타일 중 그 지역의 식재료를 사서 숙소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갠적으로 요리를 어려워해서 설겆이가 편한 입장이라 숙소에서 그 나라의 식재료로 요리를 해먹는다는 로망이 있다. 사먹는 것도 좋지만 긴 여행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보겠다는 설렘이 일었다.

대리만족을 위해 펼쳐든 그림과 글을 보면 볼수록 여행의 목마름이 더해져 버렸다. <서른살에 스페인>에서 이곳 저곳의 관광지와 음식들을 워낙 예쁜 그림체로 표현해서 스페인 여행을 가게되면 꼭 가고싶은 곳, 기억하고 싶은 행사들을 연필로 그어가며 읽었더니 한가득이다. 빨리 바다를 건너 여행자란 이름으로 밝은 대낮에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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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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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다. 고르고 골라 아끼고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이다.

이 단어가 지닌 따뜻하고 포근함도 좋지만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개인적 소망으로 자주 쓰게 되는 것 같다.

<다정한 매일매일> 좋아하는 단어에 덧대 매일매일이란 단어까지 붙으니 어찌 읽지 않고 버틸 수 있었을까.

그뿐일까? 빵과 책을 주제로 한 내용이라니 내게는 더없이 읽어야만 하는 책이었다.

온/오프라인 서점마다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백수린 작가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언젠가 한번은 읽어보겠다 다짐했었는데 그 첫 작품이 에세이라니, 이왕이면 소설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고민을 하다가 지면을 펼쳤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따뜻하고 달콤한 빵에 얽힌 이야기, 작가가 읽은 책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따사로운 오후 햇살을 받으며 커피 한 잔에 읽기 좋은 글이었고 혼잡한 대중교통 안에서도 촉촉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삶의 방향을 섣부르게 가르키지 않아 좋았다. 그녀가 소중히 여겼던 극중 인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일까. 그 일상들과 고민들은 답답하고 어리석게도 느껴졌지만 또 매우 가깝게도 느껴졌다.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고민 하나씩은 지니고 있음을 아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면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처량하고 음울한 모습일 때의 내게 작가는 강요하는 것 없이 그게 사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 그렇게 지나갈 것이라고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잘 견뎌내라고 위로해주었다.

삶이 불가해한 것이라서 글을 쓰는 작가들처럼 의문투성이인 지점들을 한 걸음 한 걸음 넘어갈 때마다 축적되는 경험으로 남은 걸음걸음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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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찰스 부코스키 지음, 데이비드 스티븐 칼론 엮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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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부코스키, 러시아 문인같은 이름이지만 독일 태생이다. 이전에도 여러번 흘려 들었던 이름이었는데 제대로 알아본 적은 없었다. 이번 책을 읽게되면서 검색해보니 꽤 다작을 한 작가였다. 가장 최근에 나온 작품이 '잔'에서 출판된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총 2권인데 함께 소장하고 싶을 만큼 디자인이나 색채, 분위기가 멋드러진다. 책 표지에서 떠올릴 수 있듯이 시크함, 자유로움, 아웃사이더, 술주정뱅이, 음탕 등 이 작가를 평하는 수식어들이 꽤 많은 편인데 한 눈에 봐도 정갈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문학에서 띄는 색채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극적이고 거침없는 표현들에 다소 놀라기도 했지만, 자유로운 표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통쾌함이 있었다.

시인이라 그런지 쉽게 읽히는 글들은 아니었다. 어떤 표현은 오래 봐야 했고 또 그 이상 고민해봐야했다. 그의 표현들 중에는 미간이 찌푸려지는 부분도 있었고 왜 오랜기간 빛을 보기 어려웠는지도 알 듯 했지만 직접 느낀 생생한 삶에 대해 쓰고 싶었던 마음이 전해져왔다. 숱한 에세이들이 쏟아지고 있는 시대이다. 특히나 말랑말랑한 글들로 현대인을 위로하는 에세이들이 대세가 되어가는 흐름 속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형식과 노골적인 글들을 담고 있는 에세이였다. 그 속에는 찰스 부코스키의 삶도 슬쩍 엿볼 수 있었다. 이 글들은 글 자체보다도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품게 되는 글이었다.

그리 건전하지는 않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들 속에서 눅진한 삶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때로 어떤 글들은 더러운 구덩이 속에서 밝게 빛나는지도 모르겠다. 삶이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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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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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스러운 표지와 제목과는 사뭇 다른 미국의 노예제도가 첫 장부터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미국 남부 버지니아 라클리스에는 노예제도가 존재했고 사람을 소유하며 사고 파는 것도 가능했다. 상류층 백인의 지위는 절대적이었고 하류층 백인들은 그 지위에 주눅이 들 때면 흑인들에게 분풀이를 하였다. 흑인 모두가 노예는 아니었다. 풍족한 라클리스 시대에는 자신의 몸값을 지불하고 자유인이 되기도 했지만 쇠퇴해져가는 라클리스에서 노예는 그저 주인의 한 마디면 어디로든 팔려갈 수 있는 존재였다. 자유인이 되었다고 안심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그들의 몸에 흠집을 내도 자신의 재산을 건드렸다며 화를 낼 주인이 없기에 또 다른 위험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었다.

'하이람'은 명문가 백인남성과 노예 흑인여성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당시 여성 노예는 백인남성의 악세사리로도 여겨졌기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흑인여성들이 다수 있었던 것 같다. '하이람' 역시 사랑으로 잉태된 아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특별했다. 뛰어난 기억력과 분별력으로 자신의 아버지가 사는 저택에 입성할 수 있었다. 여전히 노예의 신분이었지만, 그 능력으로 배움을 얻고 이복형의 하인 노릇을 하게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차를 타고 다리가 무너져 강에 휩쓸리는 바람에 본인만 살아남게 되면서 '하이람'의 인생은 달라진다.

노예제도는 익히 알고 있지만, 누군가의 생애로 바라본 적은 드물기에 흑인들이 겪었던 상실감과 무력감을 떠올려보며 괴로운 마음이 들었다. 노예제도가 없어진 지금, 이제 흑인들은 자유로운가? 의구심이 든다. "자유로워지는 건 시작일 뿐이야. 자유롭게 사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지."란 본문 대화가 있다. 더 이상 계급을 가르는 사회는 줄어들고 있지만 왜 계속 의구심이 드는걸까. 우리는 어쩌면 자유롭게 살아가는 문제를 앞에 두고 있는지 모른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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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소유의 문법
최윤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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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에서 상을 받는 사람들의 글은 어떤 것일까? 늘 생각해왔고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좋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다양한 시선으로 해석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혼자 책을 읽고 생각을 다듬다보면 나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힘들 때가 많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에서는 대상 수상작인 '소유의 문법'의 작가 인터뷰와 작품론을 통해서 글을 보며 들었던 의문들이 풀리기도 했고 나와는 다른 방식의 이야기 풀이에 감탄하기도 했다. 좀 더 깊이있게 작품을 공부한 느낌이 좋았다.

대상 수상작 '소유의 문법'을 써낸 최윤작가는 처음 접해보았다. 우수작품작을 수상한 김금희, 박민정, 박상영 작가는 익히 알고 있고 이래저래 책도 읽었던지라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처럼 반가운 마음까지 들었다. 하나하나의 작품을 읽어나갈때마다 작가들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들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고 나름의 경험과 사고로 나의 생각을 덧붙였다.

대상 수상작가의 인터뷰 중 매우 감명깊었던 말이 있었다. '작품은 쓴 사람보다는 읽는 사람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미와 해석은 언제나 독자의 몫입니다. 읽는 이가 살아온 문화적 배경, 삶의 누적된 경험에 의해 작가가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작품 안에서 타당성을 획득하면 새롭게 해석될 여지도 있겠지요. 작가가 표현하려했던 것만 작품에서 발견된다면 그 작품과 그 작가는 참으로 불행한 것이고, 또 동시대적으로만 해석되는 것도 작품과 작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 말은 그 동안 약간의 정답에 대한 강박이 있던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글에는 언제나 힘이 있다. 특히 이야기는 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는 잠재적인 해석이 숨어 있고 그것은 한 사람의 성향, 관점, 경험 등에 의해 다시 창조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은 내게 단순히 이야기만 전해준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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