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땀 - 여섯 살 소년의 인생 스케치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스몰 지음, 이예원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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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작가 데이비드 스몰의 자전적 이야기다.
사실, 이 작가에 대해서 사라 스튜어트와 부부라는 것 밖에 모른다.

쉽고 편하게 고른 만화책인데...
읽는 내내 가슴이 욱씬욱씬 아려온다.

유년 시절 학대받은 어떤 한 아이의 내면을 고스란히 엿본 것 같다.

너무도 외롭고, 슬픈 아이.
엄마 아빠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
암에 걸린 아이.

바로 데이비드 스몰 자신의 이야기다.

그 아이에게 그림만이 유일한 친구다.
외로움은 예술적 감수성으로 단단하게 여물어 간다.

전반적으로 작가는 고통의 정서는 최대한 배제하고 굉장히 담백하고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어떻게 저렇게 쉽고 덤덤하게 고백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서글프리만치 아프다.

"네 어머니는 널 사랑하지 않아.

미안하다. 데이비드.
하지만 사실이야.
널 사랑하지 않아."

정신과 상담선생님의 말에,
아이는 그동안 억눌린 눈물을 펑펑 쏟아낸다.
정작 알고 있었지만 결코 알고 싶지 않았던 비밀을 공유하며 아이는 서럽게 위로받는다.

책 마지막 
작가는 외할머니와 엄마가 나오는 꿈 이야기를 통해 
고통의 상흔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그리고 이겨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악몽에서 그는 엄마와 할머니가 기다리는 하얀 집으로 가지 않는다.

3대에 걸친 고통의 길을 자신은 결코 걷지 않으리라 암시한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타종으로 맞은 듯 큰 충격에 헤어나오지 못한다.
묵직하고 깊은 울음이 계속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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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코믹스 : 전염병 - 아주 작은 전쟁터 사이언스 코믹스
팰린 코크 지음, 이충호 옮김 / 길벗어린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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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하의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독감이 유행이다. 하나둘, 결석하는 아이들이 생겨난다.
특히 집단생활의 학교는 더욱 감염에 취약하다.
이때, 눈에 신간도서 바로 사이언스 코믹스의 '전염병'이 확연히 눈에 띈다.
참고로 6학년 과학 미생물 단원과 연계해서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전염병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보자.
전염병 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주요 사망원인의 하나다.
이 책은 공상과학적 상상력과 전염병의 지식이, 씨줄 날줄처럼 한데 엮어 나온다.
전염병의 다양한 종류와 발생 원인, 그리고 인류의 역사를 그래픽 노블로 매우 쉽게 알려준다.  


이 책의 주인공 엘레나는 미생물 연구센터에서 근무하며,  인류를 전염병에서 극복할 백신 개발에 열중한다.

이제 엘레나의 몸속에서 공상과학처럼  가상의 현실이 펼쳐진다. 
  
우선 흑사병의 병원균 ‘가래톳페스트’와 병원균 ‘황열병’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 둘을 만나기 위해 엘레나는 균처럼 작아진 채로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사실 이 모든 건 가상현실 시스템 ‘에코’가 보여 주는 시뮬레이션이다.

몸의 주인 엘레나, 그리고 감염시키려고 하는 병원균, 엘레나를 지키려고 하는 백혈구 T세포.
이 셋의 아슬아슬한 회담이 시작된다.

모든 미생물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균에 대한 항체가 생기면,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된다.

시뮬레이션 세상 속에서 엘레나는 두 병원체에게 인간을 도와 백신과 암 치료제로 일해 달라고 제안한다.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시공간을 초월하여 다양한 시대와 병원균을 만나러 간다.
중세 유럽의 창궐하던 흑사병, 페스트균을 옮기던 벼룩과 쥐, 20세기 초 황열병을 옮기던 모기까지 다다른다.

전염병의 역사와 전염병을 극복하려는 인류의 노력을 지켜본 병원체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엘레나는 과연 이 위험한 제안을 끝내 성공시킬 수 있을까? 

흥미진진하고 매력 넘치는 그래픽 노블을 통해 전염병의 모든 것을 파헤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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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징검돌 - 화가 박수근 이야기 사계절 그림책
김용철 글.그림 / 사계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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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릉 찌르릉 아이는 오늘도 그림을 그리러 집을 나섭니다.
스케치북이랑 물감, 붓도 다 챙겼습니다."

-본문중에서-


자전거를 탄 까까머리 소년이 그림 화구를 실고 오른 방향으로 쭉 뻗어나간다.



소년은 개울가 앞 징검돌 앞에서 멈춰선다. 옆에서 빨래하는 아낙들의 모습이 정겹고 토속적이다.

까까머리 소년은 자전거를 들고 성큼성큼 징검돌을 건너는데, 그만 물에 흠뻑 젖고 만다.

 

옷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시간,
이제부터 소년의 진짜 그림놀이가 시작된다.


모든 것은 바로 징검돌을 건너면서부터다.

징검돌은 꿈과 현실의 경계이자 환상적인 그림의 세계로 안내해준다



소년과 주위 배경이  찰랑찰랑 고용히 집중하며 일아물체가 된다.

그림의 너울너울 거리는 물결느낌이 조용하고 나른하다.

자연스레 개울가에 두발 담그듯 시각적 심상이 떠오른다. 


이제 소년의 징검돌에는 하나둘 친숙하고 정겨운 동물과 이웃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아이 업은 단발머리 소녀, 검둥개, 이웃 사람들, 젖먹이는 아낙 등등
소년은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끼고 그려 본다.

 

 

"장에 갔다 돌아오는 아버지입니다.
마을사람들이 줄지어 개울을 건너옵니다."
-본문중에서-


징검돌을 딛고 아버지와 마을 사람 모두가 하나 둘  건너온다. 
오른편을 바라보는 소년과 반대 방향 왼편의 쭉 기다리는 마을사람들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마치 이 징검돌 위에서 소년과 그림 세계가 완벽하게 조우하는 느낌이다.

어디까지 상상의 그림이고, 현실일까
징검돌 위에 펼쳐지는 몽환적인 꿈의 경계가 물결 파문처럼 고요히 스며든다.


개인적으로 마을로  귀가하는 이 행렬이  참 따스하고 좋다.
한 손 가득 짐을 들고 있는 우리 이웃의 삶이 그림에서 활짝 만개하는 것 같다.
각자 개개인마다 고단하지만 정겨운 사연이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완결성을 획득한 마지막 장에서 펼쳐진다.
마지막 장에서 독자는  토속적이고 서정적인 그림의 서사에서 온전한 현실로 복귀하게 된다.
책 마지막 문장 한 줄, 사실( fact)이 주는 묵직한 감동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는다.

     
이 <꿈꾸는 징검돌>은 김용철 작가의 손에서 박수근 작품들이 상상의 힘을 덧입고 재현된다. 
흡사 바위와 나무껍질처럼 단단하고 거친 그림의 질감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굳이 미술관을 가지 않더라도, 이 책을 통해 자연과 아이의 정서를 닮은 작가의 그림을 간접 감상해 본다.

쪽마루 아뜰리에에서 조는 한낮의 오수처럼, 박수근 그림의 세계로 고요히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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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이들 사계절 그림책
조혜란 지음 / 사계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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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노란색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면지를 펼치면 온통 노랑의 색이 나를 반긴다.

기꺼이 노랑의 세상에 풍덩 빠져보자.

뽀얀 쌀알 같은 아이들이 떼를 지어 나온다.
노란색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가는 중,  예쁘고 사랑스러운 노랑이 곳곳 드러난다

아이들도 세상 속 노랑 물결에 그대로 동화되어 퐁당 빠져 논다.


언제부터였을까.
쌀알 같은 아이들 옷에 노랑이 꼬물꼬물 잔뜩 묻어있다.

행복하고 긴 하루의 끝, 
내일은 또 무엇을 하고 놀까?

잠자리에 든 아이들을 달님이 빙그레 비춘다.

노랑의 달빛이 온 세상을 충만하게 감싼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오래전 읽은 어떤 책에서 봤던 구절이 떠오른다.

책 제목은 기억이 나질 않는데, 독서의 편린처럼 유독 그 정서가 떠오른다.

책의 문단 중에서, 주변의 빨간색을 찾아보라는 내용이었다.
신호등, 사과 등등  막상 쉽게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둘러보면 하나둘 주변에 있던 빨간색이 선연하게 다가오리라.
마찬가지로 우리 일상에 주어진 빨강 같은 고마움을 꾸준히 찾아보자는 말이었다.


내게는 그렇게 이 노랑이들이 마치 일상에 숨어진 보물처럼 느껴졌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며, 일상의 노랑이들을 찾아보자.
하나둘, 선연하게 다가오는 노랑이들.

그것은 노란 행복일까. 선물일까. 사랑일까.

 내가 미처 몰랐던 혹은 알고자 하지 않았던 일상의 보물들이 켜켜이 노랑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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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사계절 그림책
안녕달 지음 / 사계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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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시골 마을이 배경이다.

소박하고 정겨운 그림에 손글씨와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이번 안녕달의 신작 <메리>는 전작들과 달리 어느 한때의 일상과 조우하는 환상의 세계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시골 마을 할머니와 반려견의 일상이 잔잔하고 담담하게 펼쳐진다.

 

<메리>는 특히 글에 싣지 못한 많은 이야기가 그림 속에 가득 담겨 있다.

 

그림을 찬찬히 훑다 보면, 책 테두리 바깥의 이야기까지 확장해서 상상할 수 있다.

    

 

어느 명절날, 대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할아버지는 "강생이를 키우자"라고 선포(?) 한다.

식사하면서 묵묵히 경청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발표가 익숙한 일인 듯 밥을 드시는 아버지,

혼자 분주하게 상 차리는 어머니,

똑같은 내복을 입은 세 남매 등등

 

그림을 들여다보면 모두의 이야기가 식탁에서 켜켜이 만개한다.

 

이후 집안에 들여온 강생이는 하얀색이다.

할머니는 강아지를 메리라고 이름을 지어준다.

    

이 장면을 들여다보면, 할아버지의 말이 유독 마음에 걸린다.

"강생이는 빨간색이 좋은데."

무슨 말일까? 몇 번을 다시 읽어보았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은 할머니를 보면, 이 상황이 매우 익숙하리라 어림 짐작해본다.

 

할아버지 건강에 대한 슬픈 복선은 다음의 장례식 장면으로 자연스레 펼쳐진다.

 

할아버지 돌아가신날, 검은 상복을 입은 가족들은 깊은 슬픔에 빠져있다.

그런데 머리가 허옇게 센 할머니는 누구일까?

순간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림책 첫 장면 허옇게 머리가 센 할아버지와 달리 할머니는 아마도 새치 염색 파마를 했으리라.

장례식날 머리가 허옇게 센 할머니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어쩌면 반려견 메리는,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남겨준 귀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홀로 시골에 남겨진 할머니 곁에 이제 메리만이 오롯이 있어준다.

너무나 작고 아기였던 메리는 어느덧 성견이 되었다.

그리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할머니의 머리는 다시 검은색 뽀글이가 되었다.

    

 

 

그림책 속 마당을 마구 휘젓는 새끼 강아지들이 너무도 발랄하고 앙증맞다.

마당 한편에는 네 개의 강아지 똥이 모락모락 정겹게 모여있다.

새끼 강생이들 덕분에, 적적한 집에 활기가 가득하다.

강생이들을 향한 할머니의 지청구도 끊이지 않는데, 말과 달리 행동과 표정에는 애정이 잔뜩 묻어 나온다.

 

 

그러나, 예정된 가슴아픈 이별이 다가온다.

 

처음 메리가 이 집에 오게 된 연유처럼,

아가 강아지들도 하나둘 다른 집으로 가게 된 것이다.

 

 

세 마리 중 마지막 강생이 한 마리만 남았다.

강아지 세 마리 발랄하게 핡핡 뛰어다니는 모습만 봐서 잘 몰랐는데 이 막둥이 강아지는 한 쪽 다리가 짧다.

마음에 상처가 있는 이웃집 손녀가, 이 강아지를 마음에 들어한다.

어쩌면 어른들이 미처 보지 못한, 새끼강아지의 상처에 더 시선이 간걸까.

 

 

마지막 강아지마저 이웃집 손녀 품에 파묻혀 대문밖을 나서는데, 읽는 내내 콧등이 시큰해진다.

 

강생이시절 처음 이 집에 왔던 때처럼, 자식잃은 메리는 홀로 밤새 낑낑 울었다.

마냥 웃음 많고 밝은 메리의 슬픈 속울음이다.

 

 

외지에 자식을 다 내보낸 할머니처럼, 메리 역시 자식들이 모두 품에서 떠났다.

 

이제 시골 집에는 또 다시 메리와 할머니 뿐이다.

 

그렇게 시간은 또 지나, 어느 또다른 명절이다.

 

풍성한 음식이 가득한 식탁과 달리 할머니 홀로 고독해 보인다.

그 순간 할머니가 주섬주섬 맛난 괴기(?)를 챙겨 마당 밖 메리에게 간다.

 

서로가 마주하며 함께 고기를 나눠 먹는다.

 

 

이 마지막 할머니와 메리가 함께하는 식사 장면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맴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혹은 알았던 메리의 이야기...

노령화 사회로 접어든 시골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더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책장을 덮고 나니, 여전히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는 메리와 할머니가 자꾸 어른거린다.

 

"메리야" 하고 부르면,

 

녹색 대문 안, 꼬리를 흔들며 메리가 핡핡 우리를 반겨줄 것만 같다.

 

    

우리 모두가 아는 메리 이야기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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