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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이 ㅣ Dear 그림책
황선미 지음, 김용철 그림 / 사계절 / 2017년 6월
평점 :

칠성이...
향토적이고 구수한 어감이 느껴진다.
북두칠성에서 따온 것일까.
혹은 정화수를 놓고 비는 칠성님을 뜻함일까.
이 그림책은 사계절 밤하늘에 박힌 북두칠성처럼 강인하고,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한 칡소의 이야기다.
칠성이는 칡소로 우리나라의 전통 재래종이라고 한다.
흔히 얼룩소라고 부르는데, 칡 덩굴처럼 갈색과 검은색 무늬를 가진것이 특징이다.
정지용의 '향수'의 얼룩백이가 바로 이 칡소다.
<이중섭의 황소>
칠성이를 보면, 마치 이중섭의 '황소'처럼 강인한 근육과 울부짖는 듯한 절규가 떠오른다.
인생이란 땀내나고 굳은살로 박혀진 고단한 싸움일까.
황영감은, 처음 도축장앞에서 칠성이를 보며 "소의 천수를 누리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본디 소가 천수를 누리는 삶이란 도살장의 가축으로서 정해진 삶을 거스르는 법이다.
수많은 소들 중에서 이제 칡소는 '칠성이'라는 고유의 이름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치열하고 가혹한 생존이 시작된다.
도축장의 날서고 비린 공포가 각인된 칠성이와
자식같은 범소를 잃은 황영감의 트라우마는 계속 그들 삶의 그림자처럼 드리운다.
결국 인생의 대척점에서 칠성이와 황영감의 내재된 트라우마는 적나라하게 터져버리고 만다.
황영감도, 칠성이도,
사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그저 견뎌야하는 순간들과 마주한다.
고통과 절망을 어찌하지 못해, 숨만 쉬는 시간들이 흐른다.
그 오랜 냉각기 동안
칠성이와 황영감의 상처와 아픔은 시간 속에서 단단하게 아물어 간다.
칠성이와 황영감이 다시 모래판에 등장하는 순간.
그 끝에서는 칡소 칠성이의 새로운 전설이 기다리고 있다.
처음 이 책을 마주하였을 때, 내가 모르는 원본 단편문학이 따로 있나 검색해 보았다.
그 정도로 칠성이 그림책은 문학 단편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느낌이다.
마치 칠성이와 황영감처럼, 황선미 김용철 두 대가가 한데 어우려져 그림책의 깊이와 감동이 더해진다.
참고로 책 구성은 텍스트와 그림이 따로 따로 나뉘어있다.
정갈한 글자들은 페이지의 아랫부분에 묵직하게 자리하고,
그림은 책 사이사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웅장하게 등장한다.
특히 육중한 근육과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칠성이를 보노라면 글 여백의 상상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
글을 읽고, 그림을 보고, 상상하며, 다시 글을 읽고, 감상해 본다.
모래판 위 칠성이의 오랜 절규가 먹먹한 여운이 되어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