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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의 선물 ㅣ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8
폴 빌리어드 지음, 배현주 그림, 김영진 옮김 / 길벗어린이 / 2017년 5월
평점 :

"아직도 코끝에서 젤리사탕 향기가 나"
아마 중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아요.
교과서로 봤던 이 단편은 <버찌씨 이야기>로 기억이 납니다.
당시 내가 다니던 중학교 교정에는 울창한 버찌나무들이 모여있는 야트마한 언덕이 있었습니다.
초여름 달콤하고 검붉은 버찌는 허기진 오후에 아이들의 소소한 요깃거리였지요.
그래서 <버찌씨 이야기> 제목을 보면, 붉은 단물처럼 기분좋은 달콤함과 행복함이 배어나왔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그 시절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이 책은 따스하고 소중한 어떤 선물에 관한 이야기에요.
실제 저자가 경험한 유년의 자전적 이야기랍니다.
아주 오래전
아이는 4살쯤 되었을까요?
아이는 엄마 손을 잡고 처음으로 사탕가게를 가게 됩니다.
세상 모든 것에 천진난만한 호기심을 갖고, 마냥 설레는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요.

어느날 아이는 혼자서 사탕가게를 찾아가, 이것저것 사탕을 둠뿍 고릅니다.
돈이 있냐는 주인아저씨의 말에
저 돈 많아요~ 두 손 활짝 펴보입니다.
아이의 손에는
은박지에 싸인 버찌씨...뿐입니다.
순간 정적이 흐릅니다.
돈에 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순진한 행동에 과연 위그든씨는 어떻게 대처할까요?
사실 이 장면을 처음 접할때 조마조마 하였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흔하고 평범한 어른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러나,
위그든씨는 아이의 입장에서, 그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배려합니다.
결국 아이에게 이 날의 기억은 아주 오랜 시간 유년의 보석처럼 봉인되지요.
기시감처럼 어느 날 자신과 닮은 아이들을 보기 전까지 말에요.

어른이 된 아이는 그제서야
위그든씨에게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선물을 받았는지 깨닫습니다.
위그든씨의 작지만 따스한 날개짓이
퍼득퍼득 수십년의 세월을 날아
또다른 아이에게로 위대한 유산처럼 그렇게 내리 전해집니다.
어렸을때 접한 이 단편은,
위그든 씨가 단순히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이구나-라고만 느꼈어요.
이제 어른의 눈으로 다시 보니,
묵직한 감동이 세월이 입혀지면서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아이의 마음을 지켜주고자 하는 선의(善意)
대가를 바라지 않은 순수한 호의.
위그든씨의 그 따뜻한 정서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다만, 문학의 감동은 그대로이지만,
개인적으로 문학으로 읽을 때 상상한 위그든씨와 그림책의 모습은 간극이 큽니다.
제가 상상한 위그든씨의 가게는 꺠끗하고 단정하지만 오래되고 낡은 문방구의 모습이었어요.
또 위그든씨는 웃는 표정의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아버지가 연상되었지요.
물론 이 그림책으로 처음 위그든씨를 접하는 아이들은
사랑스럽고 예쁜 그림체에 포근히 잘 녹아들 것 같습니다.
문학이 그림책으로 재탄생할 때,
행간의 상상적 묘사를 어떻게 재현할지 비교하면서 읽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