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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끄지 마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57
마에카와 도모히로 글, 고바야시 게이 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저는 어린 시절 밤이 굉장히 무서웠어요.
특히 무서운 공포영화를 보고 난 후 한밤중에 화장실에 갈때는 오싹오싹 무섬증에 덜덜 떨렸지요.
눈을 떠도 감아도 보이는 것은 시커먼 어둠뿐...
어둠은 공포를 극한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상상속에서 존재하는 미지의 괴물과 귀신들이 어둠속에서 숨죽여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이제 어둠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고, 바쁜 일상 24시간에 어느덧 밤은 제일 편하고 친숙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고단하고 지친 하루를 마무리하며 베개 맡 가장 평온한 시간과 마주합니다.
그림책에서 보여주는 밤의 아름답고 빛나는 순간들에 굉장히 공감이 됩니다.
보는 순간, 이 그림책 작가는 언제 밤이 가장 아름다운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느꼈어요.
작가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먹색의 세계에 흠뻑 빠져듭니다.
참고로 밤의 상상적 세계를 잘 표현한 <깊은밤 부엌에서> '밤'은 마법과 환상의 세계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밤은 아이가 꾸는 달콤하고 밝은 꿈나라입니다.
반면 이 책에서 아이가 보는 '밤'은 직접적인 어둠 그 자체이며, 몽환적 꿈과 현실적 감각이 혼재합니다.
아이는 어둠에 대한 실제적 불안과 공포를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운 밤의 시간속을 떠다니며 여행합니다.
이제 아이에게 미지의 밤은 무섭지 않습니다.
어둠이 아이를 감싸안듯 고요하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평온함이 전해집니다.
마치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깊은 바닷 어둠에서 평온하게 배영하는 기분이 들어요.
하늘도 바다도 뒤집힌듯 경계가 끊긴 어둠에 풍덩 빠져 유유히 느껴봅니다.
어둠과 친밀해지는 시간...
졸음이 묻어나는 이 책장을 열면 아름답고 신비한 밤의 세계로 떠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