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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 - 청소년을 위한 첫 돌봄 수업 ㅣ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최유나 외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평점 :
돌봄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까
최근 내가 아는 은퇴 여성 두 분이 각각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했다. 나이도, 살아온 환경도, 해 온 일도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생계를 위한 선택도 아니었다. 하루 4시간 정도 노인들의 말동무가 되어 주고 일상을 돕는다고 했다. 왜 이 일을 하느냐고 묻자 두 사람 모두 "너무 보람 있다"고 했다.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 내게 돌봄은 누군가 아프거나 도움이 필요해졌을 때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자신의 시간과 돈, 때로는 삶의 일부까지 내어놓아야 하는 일이었다. 가족이니까 당연히 해야 하고, 힘들어도 쉽게 그만둘 수 없는 일. 고통과 희생이라는 말이 먼저 따라붙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 내게 이 제목은 돌볼 능력이 있느냐는 물음이기 전에, 돌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읽혔다.
이 책은 영 케어러로 살아왔고 지금도 여러 형태의 돌봄을 이어 가고 있는 네 명의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돌봄 입문서다. '돌봄의 의미', '사회적 돌봄', '영 케어러', '자기 돌봄'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피며,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해 돌봄을 가족 안의 문제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관계와 사회의 문제로 넓혀 간다.
돌봄은 오랫동안 사적인 영역에 머물렀다. 가족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여겨져 왔고, 그 안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동은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사랑이나 책임, 희생이라는 말로 덮이기 쉬웠다. 내가 '돌봄'을 먼저 고통과 부담의 언어로 떠올렸던 것도 우리 사회가 돌봄을 다루어 온 방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책은 돌봄을 개인의 성품이나 가족의 헌신으로만 설명하지 않고, 사회와 관계 속에서 함께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결국 돌봄을 최대한 하지 않아야 사회적 관계가 풍성해지고, 경제적 안정도 얻고, 정치적인 목소리도 낼 수 있다는 뜻이지요. 누군가를 헌신적으로 잘 돌볼수록 나 자신은 돌봄을 받기 어려워지는 구조인 것입니다."(86~87쪽)
이런 구조가 가장 일찍,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자리가 영 케어러의 삶이다. 가족의 질병이나 장애로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돌봄을 맡게 된 이들은 공부와 진로, 취업과 독립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 누군가의 일상과 정서, 때로는 경제적 문제까지 함께 감당한다. 그렇다고 책은 돌봄을 불행이나 희생으로만 규정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돌보는 과정에서 삶을 꾸려 가는 힘과 타인의 취약함을 이해하는 감각을 얻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은 청소년 돌봄 시민 교육으로도 확장된다. 솔직히 이 대목에는 여전히 약간의 거리감이 남는다. 입시와 성과가 우선되는 현실에서 누군가를 돌보는 시간은 쉽게 손해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다만 책에서 말하는 돌봄 교육은 서로가 언제든 취약해질 수 있는 존재임을 알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는 일에 더 가까웠다.
이 대목에서 '자립'이라는 말도 다시 보게 된다.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해내는 것을 자립이라고 여기지만, 실제 삶에서 누구도 완전히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아프거나 지칠 때 도움을 청하고, 여유가 있을 때 다른 사람을 돕는 것.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기대고, 또 기댈 자리를 내어 줄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익혀야 할 자립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책을 다 읽고도 나는 여전히 돌봄을 온전히 긍정적인 말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힘들고, 때로는 불공평하며, 누군가의 삶을 크게 흔들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돌봄을 오직 희생과 불행의 언어로만 바라보던 내 시선은 확실히 넓어졌다. 이 책은 돌봄을 더 많이 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대신 돌봄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누구 한 사람의 희생이나 의무가 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는다. 다시 책의 제목이다. 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
높은 고도에서는 공기가 희박해지기 때문에 만에 하나 기체에 결함이 생길 경우 승객은 숨을 쉬기가 힘듭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여 산소마스크 착용법을 안내하는 것인데요. 다른 누구보다 나 자신의 안전을 먼저 확보하라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어요. 돌봄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높은 고도에서 공기가 희박해지듯이, 누군가를 돌보는 동안 돌봄 제공자는 자신의 본래 삶에서 멀어지고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과도 연결이 끊어지면서 그동안 나를 숨 쉬게 하던 것들을 상당 부분 잃어버리게 됩니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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